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46화 (246/272)

246화

“비행기표하고 숙박은 어떻게 됐습니까?”

“예. 모두 예약 끝냈습니다. 여행자들이 많아서 숙박 잡는 과정에서 조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만, 다행히 모두 구할 수 있었습니다.”

AFC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은 원정에서 치러진다.

결승 상대인 알두하일은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연고로 하고 있었다.

늘 그렇듯, 동서 아시아 간에 원정은 쉽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도하까지 직항으로 가도 10시간이 넘는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선수들의 피로도를 생각했을 때, 우리는 돈을 들여 아예 전세기 하나를 구했다.

선수들이 현지에서 머물 숙박은 최신 5성급 호텔로 잡았고, 훈련장도 호텔과 가까운 곳으로 잡았다.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서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지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선수단 전원이 기뻐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그 어떤 구단도 쉽게 할 수 없는 대형 이벤트를 열었다.

【구단주가 쏜다! 고양 팬이라면 원정 경기 보러 가자!】

고양 유나이티드 팬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했다.

약 500명 정도의 인원을 뽑았고, 뽑힌 팬들에게는 항공권과 숙박 그리고 결승전 표까지 지원한다.

여기에 현지 가이드까지 동원해서 가볍게 관광까지 즐길 수 있게 프로그램을 짰다.

상당한 비용이 지출됐지만, 이건 모두 나중을 위한 투자였다.

이렇게 해서 팬들의 충성심을 끌어올리고, 소문을 들은 이들이 신규 팬으로 유입되게 만드는 전략이었다.

실제로 이 이벤트를 진행했을 때, K리그 전체가 술렁였다.

-고양이 또 고양했다.

-대박이다. 지태훈 회장 멋지다.

-부럽다. 나도 고양 팬이나 할까?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약 5만 명이 넘는 팬들이 지원했다.

경쟁률로 환산했을 때, 100:1이었다.

이렇게 뜨거운 경쟁률을 뚫고 뽑힌 팬들은 원정 결승전에서 강력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알두하일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카타르 현지에서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왔다.

【원정 오는 고양, 구단주의 힘으로 대규모 응원단 끌고 온다.】

카타르에서도 상당히 주목을 받았다.

그들에게 있어 우리는 연신 화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구단주인 내가 두바이의 왕 칼리드와 형제처럼 지낸다는 사실도 퍼졌다.

UAE의 신도시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이웃 국가인 카타르도 상당한 자극을 받은 상태였다.

어쩌면 나는 그런 계기를 제공한 장본인이기에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뭐라 하든 우리는 우리 일에 집중하면 됩니다. 모든 변수 고려해서 끝까지 진행하세요.”

“네!”

한동안 회사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

*  *  *

시간이 흘러 원정 경기를 떠나기 전에, 곽찬구 감독이 나를 찾아왔다.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비장한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곧 나를 놀라게 만드는 이야기를 꺼냈다.

“올해까지 팀을 이끌고 감독직에서 물러날까 고민 중입니다.”

“예?”

뭐야?

설마 로치오 단장이 나에게 말도 없이 곽찬구 감독에게 나가라고 말이라도 꺼낸 걸까?

갑작스러운 그의 이야기가 당혹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는 내 생각과 다른 이유가 있었다.

“현 국가대표 감독인 김용수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와 불화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곧 경질될 거라고 합니다.”

“정말입니까?”

“네. 제 에이전트가 관계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는 내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김용수 감독의 후임으로 저를 지목했다고 합니다.”

“……!”

지난번에도 곽찬구 감독이 김용수 감독과 함께 국가대표 감독 후보로 올랐었다.

하지만 그때는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서 불발됐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그때와 달리 곽찬구 감독은 이미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입증할 만큼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1, 2부 리그를 제패하고 FA컵도 우승했다.

아직 아시아챔피언스리그가 남아 있긴 했지만, 만약 결승전마저 승리로 이끈다면 곽찬구 감독은 아시아마저 제패한 감독이 된다.

업적 만큼에 있어서 김용수 감독보다 훨씬 나은 셈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까지 끝마친 다음에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만, 고민하다가 지금 아니면 이야기할 시기를 놓칠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한 얼굴을 잔뜩 드러내며 말하는 곽찬구 감독에게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괜찮습니다. 감독님께서 다른 클럽 감독도 아니고 국가대표 감독에 대한 열망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요. 미리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나는 곽찬구 감독을 무조건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전에 사실 파악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처음이고, 확실하게 사실 파악을 하기 전에는 저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곽찬구 감독이 이미 사실관계를 파악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었다.

곽찬구 감독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해합니다.”

“이 이야기는 결승전 경기까지 끝낸 후에 더 나누도록 하시죠.”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가 끝났다.

*  *  *

비행기를 타고 카타르 도하로 향했다.

선수들이 타는 전세기와 별도로 나는 따로 준비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대표님. 김 비서님은 괜찮으신가요?”

“네, 이제 임신했으니 여러모로 신경 쓸 게 많죠.”

김 비서는 이번 도하행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녀는 따라가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녀와 아이를 생각해서 이번에는 쉬게끔 했다.

그 대신 김 비서를 대신해서 천지원 이사와 박준후 팀장이 나를 곁에서 보좌했다.

“그나저나 곽찬구 감독의 일은 조금 의외군요.”

천지원 이사가 조심스럽게 곽찬구 감독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도하로 이동하기 전에 나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석정원 회장님으로부터 사실 확인은 끝났습니다.”

나는 석정원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국가대표팀의 상황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장과 김용수 감독 사이에 불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와 관련된 일을 김용수 감독이 조만간에 언론을 통해 터트리려고 하는 것을 협회 쪽에서 알고 경질을 준비한다는 것이었다.

“석 회장님의 말로는, 후임 감독 후보가 여럿 있다고 했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곽찬구 감독이라고 말했습니다.”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현재 국가대표팀이 돌아가는 상황만 보더라도, 핵심 전력의 반이 고양 유나이티드 출신이니까요.”

천지원 이사의 말대로, 현재 A대표팀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현재 또는 과거에 우리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로 즐비했다.

도르트문트에서 뛰는 장현우, 셀틱에서 뛰는 박요한을 비롯하여 정성진, 오세진, 한석원 등 꽤 많았다.

“새로운 감독을 구해도 팀을 정비하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반면, 곽찬구 감독을 선임한다면 좀 더 빠르게 팀을 정비할 수 있겠죠.”

“본인이 아는 선수들이 주전으로 뛰고 있으니까요.”

“그렇죠.”

국가대표 감독의 자리는 독이 든 성배다.

감독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자리면서도 쉽게 맡을 수 없었다.

곽찬구 감독이 큰물로 나간다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었다.

허나,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곽찬구 감독이 떠난다면, 후임 감독으로 누구를 데려와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어렵게 만든 틀을 깨뜨려버릴 수는 없었다.

곽찬구 감독보다 훌륭한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는 압박감이 존재했다.

“시간이 필요하군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창문 밖을 바라봤다. 마침 구름 위로 태양이 밝게 빛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  *  *

영국 맨체스터.

『맨시티가 또 한 번 승리를 거둡니다!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4:1 대승을 거둡니다!』

『콘라드 감독의 전술이 또 한 번 빛을 보였네요! 펩 과르디올라 이후로 맨시티 최고의 감독입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맨체스터시티였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순항 중이었다.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한 맨시티는 지난 시즌 디펜딩챔피언으로서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도 최고였습니다. 역시 감독을 따라갈 사람이 없군요.”

“아, 예.”

“이번 시즌도 기대가 큽니다.”

맨시티의 주요 관계자들은 콘라드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지난 시즌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콘라드의 맨시티는 이번 시즌에도 계속 이어졌으니, 프런트에서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콘라드 감독은 조금 달랐다.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지친 기색을 보이며 의자에 앉았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쉰 그는 마른세수하며 중얼거렸다.

“재미가 없군.”

지난 시즌에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제패했던 그는 이번 시즌부터 유독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유럽 내 최고의 명장으로 평가받는 콘라드 감독은 스스로 무언가를 만족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매번 열정적으로 축구에 집중하던 그는 이 상실감을 회복하기 어려웠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쉽게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젠장.”

콘라드 감독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  *  *

카타르 도하.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마침내 카타르 도하에 모습을 드러냈다.

입국장에서부터 현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와, 실제로 보니까 선수단이 장난 아니네. 알두하일도 스타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고양은 더하네.”

“그러게 말이야. 와, 저기 봐. 필립 호프만하고 카초에, 와, 박형우도 있네.”

유럽에서 명성을 떨쳤던 호프만과 카초 그리고 전직 중동 메시 출신이자 월드컵 스타인 박형우까지 등장하자 기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선수들도 그런 현지 반응에 놀라워했다.

“마치 내가 월드 스타가 된 것 같아.”

“가슴이 웅장해진다. 무슨 레알 마드리드처럼 반응해주네.”

카타르에 처음 온 정성진과 백종수 같은 선수들은 신기해했다.

공항에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교민들도 있었다.

“사인해주세요!”

“네.”

고양 선수들은 교민들에게 사인도 해주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그런 다음 준비된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와, 호텔 정말 으리으리하다.”

“엄청나네.”

5성급 호텔의 위용은 대단했다.

선수들은 내부 시설을 보며 감탄했다.

“자자, 놀랄 시간에 빨리 짐 풀고 훈련장으로 이동하자.”

“네!”

고양 선수들은 서둘러 짐을 풀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에 도착한 선수단은 곽찬구 감독의 지휘 아래 훈련을 진행했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지금부터 이틀 후에 결승전이다! 흐트러지지 말고 집중하자! 알겠나?”

“네!”

그렇게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고양 선수단이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도하로 떠난 사이, 고양특례시에서도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무대를 꾸미고 있었다.

“넘어지지 않게! 어, 거기! 좋아!”

“잘 세워!”

“좋았어!”

장항동 문화광장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었다.

창단 후 처음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에 성공한 고양 유나이티드를 응원하기 위해, 문화광장에 특설무대가 설치된 것이다.

이곳에서 팬들이 모여 실시간으로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또한 TH미디어에서 차출한 중계팀이 이곳에서 야외 중계를 진행하게 된다.

“승전보 기다리겠습니다.”

특설무대의 책임자인 유지원 부장이 원정에서 들려올 승전보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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