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41화 (241/272)

241화

팡!

『막아냅니다! 설찬우의 슈퍼세이브!』

아슬아슬하게 펀칭에 성공한 설찬우.

사실상 한 골 막은 것과 다름없는 슈퍼세이브에 서울 팬들이 환호했다.

반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고양 팬들은 탄식했다.

“아!”

특히 슈팅을 때렸던 한석원의 탄식은 하늘을 두드릴 정도로 길게 나왔다.

“괜찮아. 잘했어.”

비록 아쉽게 득점 찬스를 놓쳤지만, 고양의 모든 선수는 이 순간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밀리지 않는다.’

1명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상대와 대등하게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조금 위험한 상황이 있긴 해도 팀 워크로 무사히 잘 넘겼다.

오히려 날카로운 득점 찬스로 서울을 위협했다.

서울 선수들도 작금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젠장.”

서울의 강유찬이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 장면이 고스란히 중계카메라에 잡혔다.

『강유찬 선수 표정이 좋지 않네요. 아무래도 경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아서 그런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서울 입장에서 답답한 경기라고 볼 수 있죠. 고양이 한 명 부족한 상황인데, 수적 우위를 활용해서 경기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데, 지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만큼 고양이 굉장히 잘하고 있다,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고양이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고 봐야 하고요. 곽찬구 감독의 전략이 지금 잘 먹히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

교체로 들어간 유태준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제 몫을 해주고 있었다.

곽찬구 감독의 전술적 선택은 서울의 공격을 안정적으로 방어하고 있었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수비력 덕분에 고양이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상대를 위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박지원의 신들린 선방쇼도 있었다.

『강유찬 슈우우웃! 하지만 박지원이 막아냅니다!』

『아직 볼 살아있는데요! 이번에는 페리시치입니다! 페리시치 슈웃! 또 막아내는 박지원입니다!』

서울이 공격하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나온 서울의 유효슈팅을 박지원의 신들린 선방으로 모두 막아냈다.

그런 골키퍼의 선방에 고양 팬들은 환호했고, 동료 선수들도 기세가 올라갔다.

그런 와중에 시간이 모두 흘러 전반전 종료를 알렸다.

삑! 삐익! 삑!

『주심의 휘슬과 함께 전반전이 종료됩니다!』

『전반전에 고양은 라시모프가 퇴장당하는 변수가 있었음에도, 상당히 잘 버텨낸 고양이었고요. 서울은 수적 우위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우승이 걸려 있는 최종 승부답게 상당히 치열하고 예측할 수 없는 내용의 전반전이었는데요. 저희는 잠시 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여기는 고양더블은행파크입니다!』

*  *  *

라커룸으로 돌아온 고양 선수들은 조금 지쳐보였다.

“잘했어. 잘했어.”

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는 선수들을 향해 주장 김지우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라시모프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라시모프에게 다가가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렸다.

라시모프가 고개를 올려 김지우를 쳐다봤다.

김지우는 가볍게 웃어 보인 뒤, 쉬고 있는 동료 선수들에게 말했다.

“애들아!”

주장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경기를 치르다 보면 이런저런 많은 일이 생긴다는 거, 너희들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김지우는 목소리에 힘을 담아 말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다양한 과정들을 겪었어. 그게 좋든 아니든, 분명한 건, 우리가 그 과정들을 잘 넘겨 왔다는 거야. 어떻게?”

김지우가 오른쪽 검지를 치켜세우며 외쳤다.

“원팀. 우리가 ‘고양 유나이티드’라는 하나의 팀으로 묶여서 잘 넘겼다는 거야.”

점점 동료들이 주장의 말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각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김지우가 기름을 뿌렸다.

“이번에도 똑같아! 우리가 누구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가 누구냐고!”

그 순간, 이진수가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고양!”

이진수의 외침에 다른 선수들도 벌떡 일어나서 한쪽 주먹을 하늘 높이 들어올리고 외쳤다.

“고양!”

“고양!”

뜨겁게 반응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본 김지우가 외쳤다.

“모두 모여봐!”

선수들이 빙 둘러서 어깨동무하며 모였다.

“라시모프, 너도 와!”

머뭇거리는 라시모프의 팔을 붙잡고 함께 어깨동무한 김지우가 선수들에게 말했다.

“기죽지 마! 우리가 조금 더 많이 뛰고 잘하면 돼! 시팔! 우리 할 수 있잖아! 어! 할 수 있어! 고양! 해보자!”

“오!”

이례적으로 욕설까지 하며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주장의 외침에 동료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 와중에 박지원이 끼어들었다.

“야, 걱정 마. 수비 뚫려도 형이 딱 막아줄게! 전반전에 봤지? 후반전에도 내가 딱 막아줄 테니까 걱정 말고 뛰자!”

그 말에 백종수가 살짝 투덜거리며 말했다.

“형! 후반전에는 형이 선방할 틈도 없이 막을 거니까 그런 줄 아세요!”

“그래? 하하하! 좋아! 한번 보여줘!”

김지우가 씩 웃었다.

그리고는 동료들에게 외쳤다.

“우승컵이 코앞이다! 우승 가즈아!”

“가즈아!”

그렇게 라커룸 안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짜식들.”

인터뷰 때문에 조금 늦게 돌아왔던 곽찬구 감독은 이 모든 상황을 밖에서 듣고 있었다.

“나 없어도 어련히 잘하고 있잖아.”

곽찬구 감독은 씩 웃었다.

왠지 오늘 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런 느낌을 안고 그는 힘차게 라커룸 안으로 들어갔다.

*  *  *

하프타임이 지나고 양 팀 모두 후반전에 돌입했다.

『고양은 교체 없이 후반전을 시작하고요. 서울은 고준 선수 대신 양찬우 선수가 들어왔습니다.』

『양찬우 선수는 개인 기술이 좋은 선수인데요. 특히 문전 앞에서 보여주는 드리블과 중거리 슈팅이 일품인 선수입니다. 전반전에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실바 감독도 그 점을 염두하고 개인 기술과 슈팅력이 있는 양찬우 선수를 투입한 것 같습니다.』

후반전은 서울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

서울은 수적 우위를 활용해 주도권을 잡고 몰아붙일 심산이었다.

하지만 고양의 수비는 철벽과도 같았다.

전반전보다 더 탄탄한 수비력을 보이며, 서울의 공격을 차단했다.

“이 새끼들 뭐야.”

서울 선수들은 고양의 수비력에 혀를 내둘렀다.

『지금 저희가 현장에서 지켜봐도 느껴지지만, 고양 선수들의 투혼이 대단합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뛰고 있네요.』

위기가 찾아올 것 같으면, 고양 선수들은 서울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고 몸을 날려 위기를 차단했다.

이러한 고양의 투혼에 지켜보던 홈팬들도 응원을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할 수 있어! 고양!”

박태준이 노란 확성기를 쥐고 할 수 있어 고양을 외쳤다.

그러자 서포터스가 힘차게 후창했다.

[할 수 있어! 고양!]

그러자 경기장 대형 전광판에도 [할 수 있어! 고양!] 문구가 등장했다.

장내 아나운서 박창훈이 마이크를 쥐고 뜨겁게 타오르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우리 모두 투혼으로 뛰고 있는 고양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다 같이 ‘힘을 내라! 고양!’”

아나운서의 간절한 외침에 일반 관중들도 외쳤다.

[할 수 있어! 고양!]

모든 홈팬이 ‘할 수 있어! 고양!’을 외쳤다.

응원을 들은 고양 선수들도 자극을 받았다.

“팬들이 응원한다! 힘내자!”

“오!”

선수들도 팬들의 응원에 상당한 힘을 얻었다.

고양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하지만 이런 고양에게도 결정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이 빠르게 쇄도하는데요! 강유찬이 짧게 페리시치에게 내줍니다! 페리시치 슈우우웃!』

아크 정면에서 공을 받은 페리시치가 힘차게 슈팅을 때렸다.

발끝을 벗어난 공이 절묘하게 수비 사이를 지나쳐 그대로 골문으로 향했다.

“젠장!”

박지원이 황급히 공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땅볼에 가까울 정도로 낮게 깔린 채로 날아온 공이 바닥에 한 번 튕겼다.

“어?”

땅에 맞고 굴절된 공이 그대로 박지원을 지나쳐 골망을 흔들었다.

출렁-.

우와아아아아아!

『들어갑니다! 데얀 페리시치!』

『결국 서울이 한 골 만들어내네요!』

득점에 성공한 페리시치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전력 질주했다.

그렇게 서울 서포터스 쪽으로 뛰어간 그는 유니폼 상의를 벗고 포효했다.

“바모스!”

포효하는 페리시치의 곁으로 서울 선수들이 우르르 다가가 끌어안고 같이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되면 서울은 자력으로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올지 알 수 없지만, 서울에게 유리한 것은 확실합니다.』

『창단 이후 K리그1 우승트로피를 노리는 고양과 8번째 리그 우승을 노리는 서울의 맞대결인데요. 현재 상황에서는 서울이 우승 트로피를 향해 한 걸음 앞서 나갑니다!』

서울 벤치에서도 실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대기 선수들 모두 환호했다.

서울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천 명의 서울 팬들이 내지르는 함성이 경기장을 넘어갔다.

『유니폼을 벗은 페리시치에게 주심이 경고를 줍니다. 페리치시도 웃으면서 경고를 받는군요.』

『이 정도 경고는 괜찮죠.』

한편, 결국 실점 당한 고양 선수들과 벤치 그리고 지켜보던 팬들 모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팬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직 안 끝났어.”

주장 김지우가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아직 시간 남았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그런 주장의 모습에 박형우도 동조했다.

“그래, 아직 시간 남았어! 만회하면 돼! 할 수 있어!”

팀 내 베테랑 고참들이 할 수 있다고 외치니, 다른 고양 선수들도 정신을 차렸다.

“그래, 해보자!”

『주심이 킥오프와 함께 경기를 재개합니다. 서울이 한 골 앞서나가며 경기를 계속 이어나갑니다!』

굳은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던 곽찬구 감독이 승부수를 띄었다.

“진용아! 준비해!”

“네!”

벤치에서 대기하던 황진용이 벌떡 일어나서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그 모습을 중계카메라가 잡았다.

『황진용 선수가 준비하고 있는데요. 곽찬구 감독이 승부수를 띄울 모양인 것 같습니다.』

『고양은 이제 공격적으로 나가야죠. 어차피 오늘 고양은 지면 끝납니다. 최소 무승부라도 해야 우승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곽찬구 감독이 황진용에게 전술 설명을 한 뒤, 교체를 위해 터치라인 쪽으로 보냈다.

대기심과 함께 교체를 기다리던 황진용은 경기 도중 볼이 라인 바깥쪽으로 나가면서 주심으로부터 교체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오, 스즈키 선수가 나가네요.』

『이거 확실한 승부수네요. 이렇게 되면, 황진용 선수가 2선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게 되고, 김지우 선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오겠네요.』

고양은 수비력이 좋은 스즈키를 빼는 초강수를 뒀다.

그렇게 교체 투입한 황진용이 동료들에게 작전을 지시했다.

“나한테 볼 줘!”

황진용이 부여받은 역할은 ‘찬스메이커’였다.

그는 볼을 잡을 때마다 좌우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패스를 뿌려주며 동료들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서울은 황진용을 막기 위해 압박했지만, 체력적으로 우위에 서 있는 황진용은 상대 압박을 잘 버텨냈다.

그렇게 황진용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나선 고양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툭.

공을 받은 황진용이 측면에서 뛰어가는 정성진을 보았다.

“…….”

황진용 앞에는 한동수가 막아서고 있었다. 그는 정성진에게 로빙패스를 시도하는 척했다가 공을 옆으로 흘렸다.

“엇!”

놀란 한동수의 자세가 무너졌다.

순간 경기장에 있던 모두의 시간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험……!”

“지금……!”

느려진 시간 속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 틈으로 김지우가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팡!

미사일처럼 날아간 슈팅이 그대로 서울의 수비를 지나쳐 서울의 골망마저 흔들었다.

출렁-.

1초 정도 정적이 흐른 뒤, 지켜보던 홈팬들이 환호했다.

우와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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