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38화 (238/272)

238화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아우님! 반갑구만! 반가워!”

“반갑습니다.”

나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칼리드 왕과 만나 포옹을 나눴다.

나를 꽉 끌어안은 그는 함박웃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너무나 잘난 동생을 두어, 이렇게 왕의 자리까지 올랐으니, 동생의 모국인 대한민국은 우리 UAE에는 형제의 나라와 같소.”

“아이고. 감사합니다.”

파격적인 칼리드 왕의 발언에 대통령 이현승은 나를 곁눈질했다가 금방 밝은 웃음을 보였다.

이현승은 칼리드 왕이 보이지 않게 조용히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한국에 갑자기 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칼리드 왕의 한국행은 사실 갑자기 정해진 감도 있었다.

듣자 하니 대한민국 정부도 갑작스러운 칼리드 왕의 방문에 예정된 일정을 조율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앞으로 우리 두바이를 넘어 UAE의 외교 1순위 상대가 대한민국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네.”

“예?”

“그간 영신그룹 아니, TH투자회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한국 기업들이 본국에 헌신한 기여를 잊지 않고 있네. 여기에 최근 신도시 사업이 대성공하면서 본국의 국민들은 한국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높은 편이지.”

“그렇군요.”

“하여, 최근 왕위에 오른 내가 이렇게 오게 된 것일세. 혹시 이 과정을 불편하게 느꼈다면 미안하네.”

“아이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잘 오셨고요.”

고개 숙여 미안해하는 칼리드 왕의 태도에 놀란 우리가 손을 내저으며 말렸다.

그는 그런 우리를 향해 가볍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건 대외적인 명분인 거고, 원래 아우님을 보려고 온 거네.”

“엇? 저를요?”

“왕위에 올려준 아우님을 찾아뵙는 일이 당연하지 않는가.”

“어이쿠,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제가 뭐라도 된 것 같네요.”

“하하하! 아우님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구만. 그래서 내가 아우님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없어.”

호탕하게 웃던 칼리드 왕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러고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UAE 국부펀드가 움직일걸세.”

“예?”

“아부다비의 동의도 받았네. 그리고 그 액수는…….”

칼리드 왕이 손가락 3개를 폈다.

그걸 본 내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답했다.

“3조?”

칼리드 왕은 피식 웃었다.

“아우님은 나를 그렇게 쪼잔한 사람으로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실망일세.”

“예?”

“300조.”

뭐라고요?

얼마?

“사, 삼백조.”

천하의 대통령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가 운용할 수 있는 자원은 300조일세. 이 중에 100조를 한국 정부와 우리에게 우호적인 한국 기업들에게 분산 투자할 생각이네.”

“허.”

“이중 TH투자회사로 20조가 투입될 거고, 그중에 3조는 아우님이 운영하는 고양 유나이티드에 투자되기를 원하네.”

미쳤다.

돌았다.

이것이 석유 국가의 클라스인가?

지금까지 칼리드 왕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파격적인 지원은 확실했다.

“대통령님.”

“아, 네.”

“이 모든 투자는 내가 존중하는 아우님을 보고 투자하는 겁니다. 앞으로도 우리 아우님과 좋은 관계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별말씀을요. 오히려 저희가 잘 부탁드리죠. 지태훈 회장님이 아니면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겠습니까? 하하하!”

역시 돈 앞에서는 장사 없다는 말은 사실인 듯싶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통령마저 양손을 부비는 파리로 만들어버릴 정도였으니까.

“이 정도면 우리 아우님에게도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칼리드 왕이 내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그제야 나는 그가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줬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바이 왕의 힘을 등에 업은 나를 향해, 적어도 대한민국 내에서 칼을 쥐고 덤벼들 자는 없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힘이 납니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  *  *

리그 마지막 경기를 3일 정도 앞두고 있던 때였다.

김유리는 평소처럼 똑같이 일찍 눈을 떴다. 그녀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샤워를 했다.

쏴아아아.

따뜻한 물로 촉촉하게 샤워를 마친 그녀는 옷을 입고 화장까지 깔끔하게 마쳤다.

“가냐?”

“네.”

“그래. 잘 다녀와라.”

김진철 이사가 신발을 신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오늘은 집에서 출근하네? 요즘 애송이 놈 집에서 계속 사는 줄 알았건만.”

“아, 뭐래요.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꺼내요.”

그녀의 얼굴이 벌게졌다.

김진철 이사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태훈의 집에서 먹고 자는 빈도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 주말이나 쉬는 날에는 아예 지태훈과 함께 보내고 있었다.

“아빠는 출근 안 하세요?”

“나 같은 노땅이 무슨 출근이냐. 오늘은 그냥 집에 있으련다.”

“주말에 마지막 경기 있는데, 그때는 오시죠?”

“가긴 가야지.”

“꼭 오세요. 그럼 가볼게요. 아빠.”

문을 열고 나가려는 그녀의 뒤로 김진철이 말했다.

“오늘은 집에 들어오냐?”

“…….”

쿵.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나갔다.

그렇게 회사로 출근한 김유리는 회장실이 비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평소 출근 시간보다 빨리 오는 터라, 보통 이 시간대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출근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지태훈은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시지?”

순간 불안함을 느낀 김유리가 지태훈에게 전화했다.

“전화를 안 받네.”

그녀는 바로 박준후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즘 박준후 팀장이 이끄는 경호팀이 그녀를 대신해 출근 준비를 돕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뭐라고요? 회장님이 아프셔요!?”

*  *  *

어젯밤부터였을까?

갑자기 손과 발이 저릿저릿하더니 곧 몸에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몸살처럼 몸을 덜덜 떨면서 식은땀이 마구 흘렀다.

마침 늘 곁에 있던 김 비서도 없었다.

전화를 걸고 싶어도, 너무 아파서 전화조차 걸 수 없었다.

그렇게 밤새도록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다.

그러다 고통에 지쳐 겨우 잠들었다가 간신히 눈을 뜰 수 있었다.

“태훈 씨! 괜찮아요?”

“유, 유리?”

아, 꿈인가?

안 그래도 우리 김 비서가 계속 보고 싶었었는데.

정신이 오락가락하니까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조차 안 된다.

그녀가 슬픈 얼굴로 나를 보며 이곳저곳 만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다가 나는 다시 잠들었다.

*  *  *

김유리는 다시 잠들어버린 지태훈을 보고 침통한 표정을 드러냈다.

“태훈 씨가 너무 무리했어. 내 책임이야.”

고양 유나이티드의 대표 이사로 부임한 이후, 지태훈은 거의 쉬지 않고 일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쉬는 것처럼 보여도, 틈틈이 서류를 보거나 외부 연락을 받으며 업무를 봤었다.

그녀는 몇 번이나 그를 말리기도 했지만, 지태훈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며 계속 일을 했다.

실제로 대표이사는 남들이 보지 않은 곳에서 처리하는 일이 많았다.

게다가 그는 영신그룹의 회장이기도 했다.

회장으로서의 업무가 완벽하게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그가 처리해야 할 업무량은 상당했다.

그러다 보니 탈이 안 나는 게 이상했다.

지태훈은 건강한 편이었지만, 사람인 이상 이렇게 계속 무리를 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좀 더 잘해야 했는데…….”

아무리 그녀가 돕는다고 해도, 회장이 아니면 처리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끄응.”

신음하는 지태훈의 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다.

급하게 구한 수액을 맞은 그는 다행히 빠르게 회복하고 있었다.

그 사이 그녀는 다른 이들은 물려놓고, 그녀가 직접 그를 간호했다.

자신이 모시는 상사지만, 이제는 몸과 마음까지 준 소중한 연인이기 때문이다.

“…….”

그녀는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  *  *

다행히 하루 만에 나았다.

그리고 나는 뒤늦게 김 비서가 종일 나를 간호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괜히 김 비서에게 미안하네.”

그녀를 걱정하게 만든 사실에 괜히 미안한 마음만 더해졌다.

“태훈 씨. 이거 드세요.”

어디선가 구해온 보약을 거의 반강제로 먹게 만드는 김 비서였다.

“으, 써.”

“몸에 좋은 거니까 이제 매일 드세요. 제가 옆에서 챙겨드릴게요.”

“끄응.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투정하는 나와 달리 그녀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이거 안 드시면, 저 태훈 씨 안 볼래요.”

“……그건 너무한데.”

이런 협박이면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까짓것 먹지 뭐.

그래도 다 나를 위해서 챙겨주는 것들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사탕 하나를 먹으려던 나는 엄청난 소리를 듣게 됐다.

“아이 셋은 가지려면 건강하셔야죠.”

“쿨럭. 쿨럭. 쿨럭.”

*  *  *

어느덧 리그 최종전이 다가오고 있을 무렵,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강등을 앞둔 팀들이 사활을 걸고 마지막까지 싸우고 있는데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토요일 오후, 하위스플릿에 속한 클럽들의 경기가 먼저 치러졌다.

동 시간대에 한 번에 펼쳐진 이 경기의 결과에 따라 강등 팀의 여부가 가려지는 상황이었다.

7위 수원 블루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마지막까지 살얼음판 경쟁을 하는 가운데, 대반전이 일어났다.

『경기 끝났습니다! 이렇게 이번 시즌 강등 팀은 FC성남 그리고…… 파주FC로 결정됐습니다!』

올해 시작부터 거대한 암초에 걸려 나락의 길을 걷던 파주FC가 결국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이랙트 강등이 확정되었다.

강등이 확정된 순간, 파주FC 홈경기장은 난리가 났다.

경기장에서 홈팬들의 야유가 퍼지는 것은 당연했고, 일부 좌석에서 홍염이 터져 불길이 치솟았다가 경기장 관리위원에게 발견되어 바로 진화되는 일도 벌어졌다.

일부 강성 팬들은 선수단을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오피셜】파주FC 충격적인 강등 확정. 구단 역사상 첫 강등 시련 겪어.

최근 몇 년 사이에 거대 구단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고양 유나이티드와 달리, 라이벌인 파주FC는 몰락하며 결국 강등이라는 치욕적인 상황까지 겪게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고양 유나이티드는 구단 역사상 첫 K리그1 우승트로피를 손에 넣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음 날, 일요일 오후.

고양의 홈구장인 고양 더블은행파크에는 몰려든 팬들로 인해 구름 관중을 이루었다.

최근 급격한 상승세로 엄청난 팬층을 확보한 고양과 서울을 연고로 두며 상당한 팬층을 가진 두 팀이었다.

이 경기는 이미 매진이 확정되었다.

현장 구매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티켓은 모두 동이 났다.

경기장은 노란 물결과 검붉은 물결이 모여 출렁이고 있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양팀 서포터스들은 응원 대결을 펼치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었다.

“야, 어제 파주 새끼들 강등한 거 봤냐?”

“어, 당연히 봤지. 이 새끼들 우리 강등당할 때 열라게 놀려대더만, 이제 즈그들이 강등당하네.”

“아~ 2부 나쁘지 않아. 이왕이면 평생 2부에서만 있으면 좋겠다.”

“뭐, 듣기로는 K3하고 K4하고도 승강제 통합될 거라고 하던데. 그러면 저 새끼들 K3이나 K4까지도 내려갈 수 있을걸?”

“낄낄.”

팬들은 어제 있었던 파주FC의 강등과 관련해서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와중에 경기 시작 전에 중요한 행사 하나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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