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35화 (235/272)

235화

고양 유나이티드가 한점 더 달아났다.

가와사키는 경기를 뒤집으려면 추가 실점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소 2골은 만들어서 승부차기를 노리거나 3골을 만들어 경기를 뒤집어야 했다.

이는 쉽지 않았다.

축구에서 1골과 2골 차이는 심했다.

하지만 가와사키는 이번 시즌 J1리그 1위 팀으로서 자존심을 지켜야 했다.

사실상 동아시아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이 경기에서 이렇게 무기력하게 패배할 수 없었다.

『가와사키가 반격합니다! 가가와 신지! 드리블하는데요! 스즈키를 제칩니다!』

유지 감독이 회심의 카드로 내세운 가가와 신지가 베테랑인 스즈키를 제치고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갔다.

한순간이지만 고양의 수비에 틈이 생겼다.

그 빈틈으로 패스를 찔렀다.

가가와의 발끝을 벗어난 공이 오른쪽 측면 뒤쪽 공간으로 빠졌다.

쇄도하던 카즈야가 공을 잡고 크로스를 올렸다.

팡!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간 공이 페널티박스 쪽으로 뚝 떨어졌다.

떨어진 공을 백종수가 헤딩으로 걷어냈다.

그렇게 걷어낸 공을 마르퀴뇨스가 아크 정면에서 잡고 강하게 슈팅을 때렸다.

카앙!

“아!”

마르퀴뇨스가 때린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고양 유나이티드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순간이었다.

『다행입니다! 가와사키의 반격이 매서운데요! 고양도 빠르게 재정비하고 다시 주도권을 되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터치라인 앞에 선 곽찬구 감독이 목소리를 높였다.

“집중 안 해!? 혼자 수비하지 말고! 함께 수비하라고!”

감독의 질타에 선수들도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곽찬구 감독이 경기 중에 저렇게 격렬하게 반응하는 경우는 드문데, 그만큼 이 경기가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그렇죠. 고양도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창단 이후 첫 대회에서 그것도 첫 4강을 넘어 결승까지 올라가는 거거든요.』

『잠시 기록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현재까지 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첫 출전에 바로 대회 우승을 기록한 팀은 호주의 웨스턴 시드니가 유일합니다. 이 팀이 2014년에 우승을 했는데요. 창단 2년 만에 우승을 했는데, 현재까지 호주 A리그의 유일한 우승팀이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만약에 고양 유나이티드가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고 결승에 올라가서 우승까지 한다면, 이 대회에서 2번째로 첫 대회 출전해서 우승하는 팀이 됩니다!』

『K리그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남은 시간 잘 버텨내서 좋은 결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와사키의 맹공에 잠깐 흔들렸던 고양은 또 하나의 카드를 꺼냈다.

『김지우 선수가 출전을 준비합니다! 팬들의 환호가 대단한데요!』

현 고양의 캡틴!

김지우가 벤치에서 일어나 몸을 풀고 빠르게 유니폼을 입었다.

그 모습을 본 팬들이 환호성을 지른 것이다.

중계카메라도 집중적으로 김지우를 잡아주었다.

“지우야. 들어가면 네가 수비 좀 잡아줘. 슬슬 집중력 떨어질 타이밍이니까, 종수 혼자서는 힘들 거야.”

“그럼 스리백으로 가나요?”

“아니, 태준이 빠지고 들어가는 거니까. 포백으로 바꾸고, 네가 카초 자리로 들어가. 카초 보고 측면 수비수로 뛰라 그래.”

“그럼 형우는 톱으로 가나요? 아니면?”

“4-3-3 제로톱. 형우 최전방으로 올려보내고. 석원이가 측면으로.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좋아. 부탁한다.”

“넵!”

이 대화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를 타고 중계진에 흘러갔다. 말소리는 들지 않았지만,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대략적으로 파악이 가능했다.

『아마 김지우가 중앙 수비수로 기용이 될 것 같고, 카초가 측면 수비수로 올라가는 것 같네요.』

『그러면 박형우 선수가 최전방으로 올라갈까요?』

『네, 제로톱으로 갈 수 있겠죠.』

삐이익!

마침 공이 라인 밖으로 벗어나면서 교체가 이루어졌다.

『유태준 선수가 교체아웃됩니다. 오늘 프로데뷔전, 그것도 중요 경기에서 선발로 기용됐던 유태준 선수였는데요. 앞으로 기대되는 활약을 펼쳤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유태준은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천천히 밖으로 걸어나갔다.

팬들도 그런 유태준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그리고 바로 김지우가 교체로 투입됐다.

그는 들어가자마자 곽찬구 감독에게 지시받은 대로 바로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바로 고양의 전술이 바뀌기 시작했다.

『고양이 포백으로 바뀌었네요. 카초 선수가 본래 포지션인 측면 수비로 가고, 전체적으로 4-3-3 제로톱으로 바뀌었습니다.』

『곽찬구 감독의 지략도 상당한데요. 이렇게 변화무쌍한 전술이면 상대 감독도 당황스럽겠습니다.』

이형욱 캐스터가 반쯤 농담 삼아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가와사키의 유지 감독은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칙쇼! 갑자기 전술 변화라니!’

상대가 갑자기 큰 변화를 주면, 상대 입장에서는 당황스럽다.

물론 훈련 중에 다양한 시뮬레이터를 돌리며 대응 전술을 짜기는 하지만, 경기 중에 그걸 바로바로 적용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고양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베테랑 자원들이었다.

노련한 베테랑들의 지휘 아래 고양은 순식간에 주도권을 되찾았다.

그리고 반격이 시작됐다.

『측면에서 카초가 공을 잡습니다. 종횡무진하는데요! 마르퀴뇨스가 막지만 제칩니다! 레안드로, 료타까지 막아서는데요! 또 제칩니다!』

본래 포지션인 측면 수비수로 돌아온 카초의 움직임은 상당히 날카롭고 위협적이었다.

한때 유벤투스에서 유럽 최고의 측면 수비수로 평가받았던 그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그렇게 뚫려 버린 가와사키의 빈틈을 향해 카초가 강하게 슈팅을 때렸다.

팡!

빨랫줄 같은 낮고 빠른 슈팅이 박스 안쪽에 있던 가와사키 수비수들 사이를 지나쳐 그대로 골문으로 향했다.

놀란 김신후가 몸을 날렸다.

하지만 공은 그대로 김신후의 손을 지나쳐 골망을 강하게 흔들었다.

출렁-

우와아아아아!

비명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득점에 성공한 카초가 카메라 앞으로 뛰어가 무릎 슬라이딩을 하며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그런 카초 뒤로 동료 선수들이 우르르 뛰어가 덮쳤다.

『골! 골입니다!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골이 나왔습니다! 카초의 엄청난 중거리 골로 고양이 3:1, 종합스코어 4:1로 앞서나갑니다!』

『대단하네요! 고양의 화력이 이 정도까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정말 대단합니다!』

『가와사키가 경기당 평균 실점이 1점이 되지 않는데, 오늘 경기에서만 무려 3골을 실점하고 있습니다!』

가와사키가 무너져 내렸다.

3골 차이는 선수들의 정신력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격차였다.

심지어 상대는 철옹성이었다.

쉽게 뚫리지도 않고, 위기도 금방 기회로 바꿔 버리는 팀이었다.

“망했어.”

가와사키의 원정팬이 절망하듯 중얼거렸다.

응원하던 팬들도 기세가 꺾였다.

일부 팬들은 눈물 쏟기도 했다.

반면, 고양의 홈팬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우리 잘 가라고 한마디 해줍시다! 다 같이! 잘 가세요!”

잘 가세요~ 잘 가세요~

그 한마디였었네~

경기장에는 고양 홈팬들이 외치는 ‘잘 가세요’ 노래가 가득 울려퍼지고 있었다.

얼마나 크게 부르는지 경기장 바깥에 있는 시민들도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카메라도 그런 팬들의 모습을 가득 담아내고 있었다.

『팬들은 정말 힘이 나죠.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렇게 신나게 이기면 기쁘죠!』

그런 와중에 또 한 번 팬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형우인데요! 호프만의 패스가 대지를 가릅니다!』

호프만으로부터 킬패스를 받은 박형우.

그런 그의 앞에 가와사키의 수비수들이 막아섰지만, 기세가 꺾인 수비수들을 상대하는 일은 박형우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팡!

수비 3명을 앞에 둔 상태에서 때린 슈팅이 그대로 가와사키의 골망을 흔들었다.

출렁-

우와아아아아!

『또 들어갑니다!』

『가와사키는 오늘 일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박형우의 득점으로 스코어는 4:1로 벌어졌다.

종합스코어로는 5:1, 사실상 결과가 정해졌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고양의 무서운 점은 상대에게 자비가 없다는 것이다.

『황진용이 볼을 잡습니다! 황진용 뛰어가는데요! 아! 넘어집니다!』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뛰어들어가던 황진용이 무토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삐이이익!

주심은 망설임 없이 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찍었습니다! PK를 얻습니다!』

PK는 전담 키커인 박형우가 아닌, 김지우가 준비했다.

김지우는 호흡을 고르고 강하게 슈팅을 때렸다.

출렁-.

와아아아!

깔끔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또다시 득점합니다! 이번에는 김지우의 득점입니다!』

김지우의 득점으로 경기는 2차전 스코어 5:1, 종합 스코어는 6:1까지 벌어졌다.

이후 추가 득점은 없지만, 고양은 시종일관 가와사키를 위협했다.

그리고 주심은 정규 시간이 끝나자마자 추가 시간도 없이 경기를 끝내버렸다.

삑! 삐이익! 삑!

와아아아!

『경기 끝났습니다! 고양이 가와사키를 종합스코어 6:1로 꺾고 결승에 진출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런 경기를 중계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네요!』

주심의 종료 휘슬만을 기다리고 있던 벤치에서 대기하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종료 휘슬을 듣자마자 필드로 뛰어나갔다.

“해냈어!”

“시X! 우리가 해냈다고!”

“으아! 으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수들과 코치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기뻐했다.

어떤 선수는 무릎 꿇고 감사 기도를 하기도 했다.

팬들도 자리에서 방방 뛰며 응원가를 불렀다.

경기장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타났다.

『고양 유나이티드, 2028 AFC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 확정!』

구단 역사상 첫 대회 출전에 이어 결승 진출까지 해낸 대업적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에는 팬들의 응원가와 함성이 한동안 이어졌다.

*  *  *

다음 날, 주요 포털사이트 스포츠 기사 코너에는 우리 팀 관련된 소식으로 가득했다.

【ACL】창단 후 첫 결승 진출에 성공한 고양 유나이티드, 내친김에 우승까지?

【오피셜】고양 유나이티드 VS 알두하일 결승전 매치 성사.

“캬~”

뉴스 기사와 실시간 커뮤니티 반응들을 보는 나는 짜릿했다.

어제 경기를 직관했지만 그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여기저기 축하 인사도 쇄도했다.

“대표님! 고양특례시 공식 SNS에서도 저희 팀 결승 진출 관련해서 축하 게시글을 올렸습니다!”

“그래요? 어디 한번 봐요.”

[고양시청]

고양 유나이티드의 창단 첫 ACL 결승 진출을 축하합니다!

우리 시를 대표하는 축구팀인 고양 유나이티드가 ACL 결승전에 올랐습니다! 이대로 우승까지 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양시민이라면 모두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 사람들 우리가 2부 우승할 때나 FA컵 우승할 때도 조용하더니, ACL 결승 가니까 반응해 주네.”

“대표님, 좋게 생각하시죠.”

“음. 나쁜 뜻으로 말한 거 아닌데요?”

여기에 또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졌다.

“알 두하일 팬들이 저희 SNS에 집단으로 와서 댓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깜짝 놀라서 황급히 우리 팀 공식 SNS 계정에 들어갔다. 그러자 정말로 알 두하일 팬들이 별별 희한한 댓글들을 남겨놓고 있었다.

-فوز

-تخسر.

-رعشة

음,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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