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32화 (232/272)

232화

내가 귀국할 시점은 가와사키와의 2차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본 반응이 심상치 않네요.”

“뭔데?”

“이것 좀 보세요.”

김 비서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며 나에게 기사 하나를 보여주었다.

【ACL】4강 2차전 앞둔 가와사키, “우리는 충분히 결승전에 올라갈 수 있어.”

기사 내용은 이랬다.

비록 홈에서 0:1로 졌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2차전에서 언제든지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신박한 헛소리에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어디, 제대로 팩트체크를 해볼까?”

로치오 단장을 통해 섭외된 스포츠 분석 기관에서 매번 경기가 끝날 때마다 관련 통계 자료들을 받았다.

자, 먼저 볼 점유율부터 살펴보자.

경기 전체 점유율은 73:27로 고양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했다.

그럼 패스 횟수와 성공률은?

고양은 총 661회의 패스를 기록했고, 82% 성공률을 달성했다.

반면 가와사키는 422회의 패스를 기록하고, 67%의 성공률을 보였다.

슈팅과 유효슈팅도 차이가 있었다.

고양은 90분간 12번의 슈팅을 시도했고, 7번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가와사키는 5번의 슈팅 중, 3번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워낙 가와사키가 수비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슈팅 횟수가 전체적으로 많지는 않았지만, 밀집 수비를 뚫고 12번의 슈팅을 시도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전형적인 언플입니다.”

천지원 이사는 이 같은 기사 내용을 두고 단호히 말했다.

“언플이요?”

“네. 축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부분들이죠. 저희도 적당히 언플로 대응하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면…….”

【ACL】자신감 드러낸 고양 “2차전은 상대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것.”

이 소식을 들은 가와사키 구단과 팬들이 거칠게 반응했지만, 우리는 한 귀로 듣고 흘렸다.

그런 와중에 나는 신성한 요를 대표를 만났다.

“오랜만입니다. 대표님. 아니, 회장님. 잘 지내셨죠?”

“대표님도 잘 지내셨습니까?”

“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상장 준비하신다면서요?”

“네.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고, 올해 안으로 상장 진행됩니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유리구슬’을 비롯하여, 글로벌 히트 대작들을 연달아 성공시킨 요를은 최근 상장을 진행하게 되었다.

요를 대표의 수완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오늘 사업적으로 제안을 드릴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어떤 걸까요? 궁금하네요.”

신성한은 독특한 사람이다. 그냥 독특함만 지닌 사람이라면 평범한 오타쿠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업적 수완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제안할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상장이 끝나면,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플랫폼이요?”

“네. 웹콘텐츠 플랫폼이죠. 현재 이 시장은 초콜릿과 그린우드 이 두 개의 플랫폼이 독점하는 구조인데, 이 구조를 깨기 위한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쉽지 않겠네요.”

독점 중인 시장을 깨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담담했다.

“쉽지 않죠. 하지만 여태까지 제가 해왔던 일들을 보면 쉬운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군요.”

예전에 김 비서를 통해 신성한 대표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사업 초창기부터 그가 겪은 일들은 녹록지 않았다.

직장 생활하며 벌어둔 돈과 영혼까지 끌어모은 은행 대출금으로 사업을 진행했다가, 매출이 나오지 않아 자칫 사업장을 닫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투자도 쉽지 않았다.

그런 그가 유리구슬을 통해 대반전을 이루었다.

물론 중간에 나도 도움을 주기는 했다.

자금난을 겪었던 그가 망하지 않게 일부 자금을 지원해주기도 했었다.

그건 신성한도 잘 알고 있었다.

“회장님의 도움은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도와주신다면 충분히 값을 치르겠습니다.”

“대표님을 늘 믿으니까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움을 드리죠.”

“감사합니다.”

신성한은 공손한 자세로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나는 그와 상장을 앞둔 요를의 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장이 되면, 일전에 합의한 대로 20% 지분을 TH투자회사가 갖게 됩니다.”

“그렇군요.”

잘 키운 회사 하나가 20% 지분으로 돌아왔다.

나름 괜찮은 결과라고 봤다.

“아, 그리고 저 조만간에 결혼합니다.”

“예?”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상황에서 돌연 놀랄만한 이야기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누구랑요?”

이 사람이 연애하고 있었어?

그런 소리 전혀 못 들었는데?

슬쩍 곁에 있던 김 비서를 쳐다봤다.

그러자 김 비서도 처음 듣는다는 듯 놀란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예진 작가님이요.”

“네? 누구요?”

“기예진 작가님하고 결혼합니다.”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니, 기예진 작가면 그 요를을 넘어 국제 작가님 아니신가.

“어, 언제부터 그런 사이셨습니까?”

너무 놀라 당황하며 묻자,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몇 달 됐습니다. 상견례는 이미 진행했고, 내년 상반기에 결혼할 예정입니다.”

“와.”

세상에 이럴 수도 있구나.

대표와 그 회사 소속 작가하고 연애하고 결혼도 할 수 있구나.

그러다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슬쩍 김 비서와 눈이 마주쳤다.

“크흠.”

우리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결혼식은 꼭 초대해주세요.”

“물론입니다. 청첩장 만들어지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러다가 그가 우리를 슬쩍 번갈아 보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 두 분은 언제쯤……?”

“그건…….”

우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  *  *

가와사키와 2차전 경기가 다가올수록 곽찬구 감독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하필 이럴 때, 문제가 생기다니.”

아챔 경기가 끝난 이후 치러진 주말 경기에서 포항을 상대하게 된 고양.

시즌 막바지로 치닫는 상황에서 선수단 체력이 상당 부분 고갈되고 있었다.

그래서 특히 후반기에 체력 저하로 인한 부상을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포항과의 경기에서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라시모프가 부상을 입은 것이다.

올해도 고양의 핵심 수비수로 활약하던 라시모프의 부상은 뼈아팠다.

정밀 검사 결과 발목이 부어 최소 2주는 경기를 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가와사키 2차전을 포함해서 리그 2경기나 못 나오는군. 후우.”

곽찬구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라시모프 빈자리는…… 카초가 맡으면 된다 해도, 흠, 다른 포지션도 문제군.”

최근 김지우나 박형우 같은 노장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눈에 보였다.

여전히 팀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번 가와사키와 1차전을 치를 때 확연히 느껴졌다.

“형우가 정상적인 폼이었으면 아마 다 재치고 넣었을 상황에도, 그러지 못했어.”

체력 저하로 일시적인 폼 저하가 발생했다.

가장 중요한 후반기에 주요 선수의 폼 저하는 좋지 않았다.

“어쩔 수 없나.”

감독으로서 선택을 내려야 했다.

*  *  *

회의 중에 이런 의견이 나왔다.

“슬슬 카퍼레이드 행사를 준비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카퍼레이드요?”

“네. 외국에서 우승하면 2층 버스에 선수들 태우고 카퍼레이드 행사를 진행합니다. 저희도 우승을 했다는 가정하에 그런 행사를 기획해 보면 어떤가 싶어서요.”

2차전을 앞두고 나온 의견에 나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아챔 같은 경우에는 아직 결승전에 진출하지도 않았고, 리그 경기도 거의 끝까지 가봐야 하는 상황에서 벌써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닐까요?”

그러자 천지원 이사가 말했다.

“카퍼레이드는 시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지금 10월인데, 11월에 이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촉박할 수 있습니다.”

“흠. 그럼 이야기만 진행해 보는 것으로 하죠.”

“알겠습니다.”

우리는 시 관계자들과 카페레이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협조를 구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조금은 답답한 상황을 느끼고 있는데, 시의원 박정민이 나를 찾아왔다.

“회장님. 카퍼레이드 진행하신다면서요?”

“예. 어떻게 아셨습니까?”

“허허, 저야 다 알 수 있죠.”

박정민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슬슬 연말이라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난감한 듯 되묻자 그가 씩 웃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대신 카퍼레이드 행사가 진행되면 제 이름을 꼭 넣어주십시오.”

“성사만 된다면 보도자료와 행사 때 의원님을 초청해 드리죠.”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박정민의 도움으로 우리의 카퍼레이드 행사는 문제없이 진행됐다.

‘생각보다 실력 있는 인물이네.’

어떻게든 일을 만들지 않으려던 공무원들이, 박정민의 압박에 움직였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박정민에 대해 플러스 점수를 주었다.

*  *  *

2차전 경기가 진행되는 고양 아레나는 몰려드는 관중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본디 홈구장 이름은 고양 더블은행파크였지만, AFC 계약상 아챔 진행 시엔 고양 아레나로 불렸다.

과거 아챔에 진출했던 대구도 홈구장의 이름이 아챔 경기를 치를 때만 이름이 바뀌었다.

평일임에도 고양 아레나에는 많은 사람이 몰렸다.

집계 결과, 원정팀 관중들을 포함하여 약 4만 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자지를 채웠다.

오늘 이 경기도 방송사 Live 중계로 진행됐다.

1차전과 마찬가지로 이형욱과 박천명 콤비가 호흡을 맞췄다.

경기 시작 전, 두 사람은 필드 위에서 마이크를 쥐고 등장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고양 아레나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2028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고양 유나이티드 대 가와사키의 경기가 치러지는데요. 저는 캐스터 이형욱, 옆에는 박천명 해설위원님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오늘 날씨가 무척 좋네요. 바람도 적당히 불고, 춥지도 않고요.』

『하하. 맞습니다. 오늘 좋은 날씨만큼 고양 유나이티드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는데요. 1차전에서 고양이 1:0으로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조금은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는데요. 최근 며칠 사이에 고양에게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왔습니다.』

『네. 지난 주말에 포항과의 경기에서 라시모프 선수가 수비 중에서 충돌로 부상을 당했는데요, 2주는 출전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늘이죠? 훈련 중에 정성진 선수가 몸살로 출전이 어렵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고양에게 이 두 선수가 상당히 중요한데요. 여기에 두 명 모두 수비수라는 점이 뼈아픕니다.』

『그렇습니다.』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들려온 안 좋은 소식들로 인해 경기 전부터 고양을 향한 우려의 시선들이 있었다.

『주축 선수 2명이 이탈하기는 했어도, 고양의 스쿼드가 두텁기 때문에 충분히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K리그1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고양인데요. 지난 포항전에서도 3:1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네. 2차전을 대비해서 로테이션을 돌렸는데도 시종일관 포항을 압도했던 고양인데요. 리그에서도 계속 순항 중입니다.』

『그렇습니다. 자, 그럼 오늘 고양의 선발 명단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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