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31화 (231/272)

231화

굳은 얼굴로 눈앞에 벽과 그 너머의 골문의 거리를 가늠하는 황진용이 작게 웃었다.

‘해볼 만하다.’

프리킥 지점과 골문과의 거리는 멀지 않았다.

이럴수록 프리킥을 차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프리킥은 거리가 가까울수록 차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황진용은 느낌이 왔다.

이건 넣어야 한다고.

팀에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황진용을 향한 관심은 대단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황진용이 프리킥을 찼다.

팡!

가볍지만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가는 공이 인간 벽으로 이루어진 선수들의 머리 사이로 절묘하게 빠져나갔다.

놀란 김신후 골키퍼가 공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팔을 길게 뻗으며 몸을 날렸다.

하지만 공은 아슬아슬하게 그런 골키퍼의 손끝을 지나쳤다.

출렁-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가와사키의 골망이 시원하게 흔들렸다.

그 순간, 골대 뒤에 있던 고양 유나이티드 팬들이 내지르는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뒤덮었다.

우와아아아!

득점한 황진용이 골대 뒤로 뛰어가 고양 유나이티드 서포터스들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포효했다.

그런 그의 뒤로 동료들이 우르르 몰려가 다 함께 포효했다.

중계 카메라도 그런 선수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대단한 골이 나왔습니다! 황진용의 프리킥이 팀을 구원합니다!』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빠진 프리킥이었는데요! 결국 고양이 경기 막판에 한 건 해내고 마네요!』

『경기 끝났습니다!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붑니다!』

이미 추가시간의 추가시간까지 갔던 터라, 주심은 추가 킥오프 없이 곧바로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다.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고양 벤치에서 코칭스태프들과 대기 선수들 모두 뛰쳐나와 필드에 있는 선수들과 서로 끌어안으며 기쁨의 포효를 내질렀다.

『정말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고양 유나이티드가 가와사키 원정에서 막판 황진용의 프리킥 득점으로 1:0 승리를 거둡니다!』

『아~ 좋습니다. 이렇게 되면 고양은 2차전에서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홈에서 경기를 준비해 볼 수 있겠고요. 고양이 또 홈에서 극강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는 2차전을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는 고양 유나이티드의 기적은 계속해서 이어져 가고 있는데요! 2차전은 다음 주 수요일 저녁, 고양에서 펼쳐집니다! 시청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오늘 중계 여기서 마칩니다! 여기는 일본 가와사키입니다! 감사합니다!』

*  *  *

“이겼다고요?”

두바이에 도착한 나는 뒤늦게 우리 팀의 승리 소식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황진용 선수가 한 건 했군요!”

“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황진용 선수를 영입한 일은 신의 한수가 되었습니다.”

“훌륭합니다.”

나는 환한 미소를 드러냈다.

정말 꿈에 그리던 결승전에 올라갈 수 있는 확률이 더 올라갔다.

이대로 2차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면 충분히 결승전에도 올라갈 수 있으리라.

하지만 기쁨 마음은 잠깐일 뿐이었다.

지금은 현안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나는 곧장 칼리드 왕자와 만났다.

“어서 오게. 이렇게 빠르게 와줘서 정말 고맙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 걸요.”

칼리드 왕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아버지라고 해도, 나는 별로 정이 없었어. 적대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런데…….”

“……왕자님.”

나는 보았다.

붉어진 그의 눈시울을.

그가 고개를 획돌렸다.

나도 몸을 살짝 돌리며 일부러 못 본 척하였다.

그사이 칼리드 왕자가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고 원래대로 돌아오며 말했다.

“문제가 하나 있네.”

“혹시 왕위 계승 문제입니까?”

“맞네. 확실히 아우님이 생각이 빠르군. 선왕께서 차기 왕위를 지목하지 않고 떠나셨어.”

“이런.”

왕위 계승 문제가 확실하게 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자칫 칼리드가 아닌 1왕자인 나바드가 왕위에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내 생각을 눈치챈 그가 말했다.

“나바드가 나를 제치고 왕위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게야. 선왕의 공식적인 지정이 없었기 때문에 나바드 또한 함부로 왕위에 오를 수 없지.”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지금 수도 아부다비에 토후국의 수장들이 모였네. 그들이 정하게 될 게야.”

“으음.”

7개의 토후국으로 이루어진 UAE.

두바이를 제외한 나머지 6개 토후국의 왕이 수도 아부다비에 모여 두바이의 차기 왕을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혹시나 두바이의 분열을 우려한 결과였다.

“만약 그들이 나바드 왕자를 지지할 확률이 어느 정도 될까요?”

“우리 두바이와 토호국 중 가장 세력이 넓은 아부다비를 포함해 샤르자, 라스 알 카이마, 푸자이라, 움 알 쿠와인, 아지만 이렇게 7개로 구성되어 있네. 이 중에서 샤르자와 푸자이라는 나바드와 혈연으로 묶여 있지.”

“그럼 샤르자와 푸자이라는 나바드를 지지하겠군요.”

“그렇지.”

칼리드 왕자의 설명에 따르면, 샤르자는 나바드 왕자의 어머니 쪽과 연관되어 있고, 푸자이라는 나바드의 부인 쪽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럼 왕자님을 지지하는 쪽은 어디입니까?”

“어린 시절 나의 스승님이 계시던 라스 알 카이마와 방계인 움 알 쿠와인, 나의 어머니 고향인 아지만. 이렇게 3곳이 지지하지.”

“그럼 확률적으로 왕자님이 좀 더 우위에 있군요.”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허나……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문제야.”

아부다비.

토호국 중 가장 넓은 영토를 지녔다.

두바이가 그다음 두 번째로 넓은 영토를 지녔다.

이 두 곳이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단숨에 뒤바뀔 수 있었다.

“그래도 두바이의 경우 최근 신도시 사업 건으로, 나를 지지하는 세력이 많이 늘었어. 지금도 내 편이 늘어나고 있지. 허나, 아부다비는 달라.”

균형을 위해 아부다비는 지금껏 중립을 고수해오고 있었다.

“함부로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지는 않겠지만, 편을 얻기 위해서는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하겠군요.”

“그렇지.”

아부다비를 다스리는 왕, 카라얀은 아직 40대에 불과한 젊은 왕으로 인접 국가인 사우디와 카타르를 경쟁국으로 선정하며 다양한 개혁 정치를 추진하는 인물이었다.

“카라얀의 선택에 두바이의 군주가 확실히 정해지겠군요.”

아랍에미리트는 선거군주제로 왕을 뽑는다. 보통 미리 정해진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 형식적인 투표를 받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선왕의 간택을 확실하게 받지 못한 상태에서, 그 어느 때보다 선거군주제가 중요해졌다.

“왕자님.”

“음?”

“제가 카라얀 왕을 만나 보겠습니다.”

“……!”

*  *  *

수도 아부다비.

두바이에서 사막을 건너가야 나오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이다.

나는 그곳을 다스리는 왕 카라얀을 만났다.

“어서 오시오.”

“알현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두바이의 왕자가 인정하는 하나뿐인 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고 궁금하던 차였소만.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반갑구려. 게다가 이번 UAE 신도시 사업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들었소.”

카라얀은 선한 인상처럼 보였지만, 눈매만큼은 야수처럼 빛나는 남자였다.

그는 나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금방 두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그래, 이렇게 멀리서 나를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군. 혹시 칼리드 왕자 때문인가?”

그는 내 목적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충분히 알 수 있겠지.

그렇기에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칼리드 왕자를 지지해 주십시오.”

“흐음. 갑자기 대뜸 그렇게 말하면, 내가 무슨 이유로 그를 지지해줘야 한단 말인가?”

“시간이 많이 없으니,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계속 말씀드리죠.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도 신도시 사업 건으로 대한민국의 건설 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것으로 압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라얀을 향해 슬쩍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들을 모두 막아드리죠.”

“뭐?”

“사우디아라비아가 UAE 신도시 사업 건을 눈여겨보고 한국 기업들을 대거 선정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죠. 거기에 선정된 한국 기업들의 사업을 제가 막아드리겠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뭐, 전부 무효로 만들 수는 없지만, 적어도 3개월 정도는 시간을 끌어들일 수 있죠. 영신그룹의 힘을 이용한다면 말이죠.”

“…….”

“그렇게 하면, 폐하께서 원하는 월드컵 유치 건도 해결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카라얀은 나를 보고 어이없어 했다. 그러다가 곧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다 알고 찾아왔군.”

그 말에 나는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짐이 차기 월드컵 유치권을 생각해 둔 것은 어찌 알았나?”

“제가 축구 사업을 하고 있으니 그 정도 생각은 충분히 알아낼 수 있죠. 여기에 영신그룹의 회장까지 맡고 있고요.”

“허허.”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칼리드 왕자와 저는 긴밀하게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적 파트너입니다. 그 관계가 폐하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내게는 칼리드 왕자를 지지하지 않으면 그 모든 게 없어질 거라고 들리는군.”

“제대로 들으셨습니다.”

칼리드 왕자가 왕위에 오르지 못한다면, 작금의 관계는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이미 사이가 틀어진 나바드 왕자는 제일 먼저 칼리드 왕자와 그 세력부터 숙청하려 들 터.

그렇게 되면 그와 나의 관계는 끝나버릴 수 있었다.

카라얀은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짐의 대답은…….”

*  *  *

며칠 후.

두바이에 변화가 찾아올 소식이 들려왔다.

【속보】칼리드 왕자, 차기 두바이 군주로 확정.

칼리드 왕자가 나바드 왕자의 세력을 꺾고, 마침내 두바이 군주로 확정되었다.

이 같은 결과에는 아부다비의 군주 카라얀의 지지가 컸다.

그는 향후 UAE의 세력 확장에 있어 칼리드 왕자가 군주에 더 어울리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 결과 두바이도 이미 칼리드 왕자에게 포섭된 세력에 의해 동의했다.

“이 모두 아우님 덕분이네! 하하하!”

칼리드 왕자, 아니, 이제는 칼리드 왕이 된 그가 호탕한 웃음과 함께 나를 끌어안고 기뻐했다.

“어떻게 아부다비 왕을 구워삶았는가?”

“그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했죠.”

나는 카라얀과 있었던 일에 관해 설명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그가 감탄했다.

“자네에게서 이런 협상력이 있었을 줄은 몰랐네. 자네도 회장이 되더니 더 성장했구먼.”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렇지. 자네 말대로 이제 시작이네.”

칼리드는 두바이를 긍정적으로 변화할 다양한 개혁 과제들을 준비했다.

그 과제 중에서 일부는 우리와 연계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 두바이는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 자네의 영원한 동지로서 함께 할 것이네. 이건 왕으로서 거는 약속이네.”

“고맙습니다.”

나는 그렇게 두바이를 완벽하게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나를 반기는 것은…….

“무슨 서류가 이렇게 많아?”

“어쩔 수 없어요. 며칠 자리를 비우시는 동안 생긴 업무들이니까요.”

“아니, 두바이에서도 업무는 계속 봤는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하, 씨.”

밀린 업무들이 쏟아졌다.

나는 업무의 파도 속에 휩쓸리며 하나씩 업무를 정리해 나갔다.

그렇게 여전히 나의 일은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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