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일본 가와사키의 홈구장 토도로키 육상 경기장입니다.』
생생한 국내 Live 중계를 위해 TH미디어와 방송사에서 파견한 중계진이 일본 현지에 급파됐다.
축구해설에 있어 국내 최고의 투톱으로 평가받는 이형욱과 박천명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이곳에서 2028 AFC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경기가 펼쳐지는데요. 역사를 써내려가는 고양 유나이티드가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고양 유나이티드가 이번 대회에 역사적 첫 출전을 했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 반응은 ‘설마 우승까지 가능할까?’라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현재 결승전을 눈앞에 둔 9부 능선까지 왔습니다.』
『네. 시즌 전에 필립 호프만을 비롯하여 상당한 보강에 성공했던 고양인데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도 황진용, 카초 등을 추가로 보강하면서 스쿼드에 상당한 힘을 받으면서 준결승까지 올라왔습니다!』
[고양 유나이티드 선발 라인업]
박지원(GK)
카초-라시모프-백종수-정성진
스즈키
오세진-호프만-김지우
한석원-박형우
『고양 유나이티드의 선발 라인업인데요. 베스트멤버가 모두 나왔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카초가 이진수 대신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출전했는데요.』
『네, 카초가 수비 능력도 일품이지만, 역시 측면에서 오버래핑을 통한 크로스 연계와 중거리 슈팅이 가능하거든요? 아마 곽찬구 감독은 이러한 카초의 공격적인 재능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이 있는데요. 김지우 선수가 평소에 맡던 수비형 미드필더나 중앙 수비수가 아닌 2선 공격자원으로 올라왔습니다.』
『김지우 선수가 나이가 많고 이전보다 체력이나 속도가 떨어진다고 해도, 장거리 킥과 넓은 시야는 여전히 강점이 있는 선수거든요. 오늘 상대할 가와사키가 상당히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팀이다 보니, 김지우 선수의 경험 있는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가와사키 선발 라인업]
김신후(GK)
사토-유즈키-무토-카즈야
레안드로-료타
마르퀴뇨스-고바야시
유토-다닐손
『홈팀 가와사키의 선발 라인업인데요.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으로 나왔습니다. 오늘 이 팀에서 주목할 선수라면, 역시 유토와 다닐손이겠지요?』
『맞습니다. 사실상 가와사키의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공격 듀오죠? 가와사키의 전술은 사실 단순합니다. 일단 막고, 상대가 힘이 빠지거나 방심하면 유토와 다닐손으로 득점을 만든다. 이게 가와사카의 핵심이거든요? 고양이 오늘 득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두 선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느냐도 관건입니다.』
『가와사키에는 한국인 선수도 있는데요. 바로 김신후 골키퍼입니다. 과거 K리그 전북에서 활약했다가 재작년 가와사키로 이적해서 3시즌째 뛰고 있습니다.』
『김신후 선수의 선방, 빌드업 능력은 K리그 시절 때부터 인정을 받았었는데요. 가와사키가 수비 이후 역습 찬스일 때, 김신후 선수의 빌드업도 한몫합니다.』
『그렇군요. 어떻게 보면 오늘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는 두 팀의 대결인데요. 고양 유나이티드는 준결승전까지 평균 2.8득점 이상을 거두며 가장 파괴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다면, 가와사키는 평균 실점이 1점이 되지 않습니다.』
『양 팀 모두 실수하면 지는 게임입니다.』
『자, 그럼 저희는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여기는 가와사키 토도로키 육상 경기장입니다!』
* * *
평소보다 조금은 긴장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양 팀 선수들은 물론이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긴장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여러분! 우리 선수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힘차게! 응원! 갑시다!”
“와아아아!”
“하나! 둘! 셋! 고양의 승리를 위하여!”
“승리를 위하여~”
둥! 두둥! 둥!
검은 선글라스에 고양 유니폼을 입은 박태준이 노란 확성기를 쥐고 선창하자 서포터스들이 일제히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도 질 수 없다! 보여 주자!”
“오!”
가와사키 서포터스들도 응원단장의 지휘 아래 힘차게 응원가를 불렀다.
경기장 곳곳에 가와사키를 상징하는 하늘색 깃발이 펄럭였다.
한쪽에는 원정팀 고양 유나이티드를 상징하는 노란 깃발이 펄럭였다.
양 팀 서포터스들의 응원전을 펼치는 신경전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선수단이 입장했다.
‘이놈들 작정하고 나왔네.’
벤치 앞 터치라인에 선 곽찬구 감독은 상대 선수단을 슬쩍 보고 미간을 좁혔다.
‘유토와 다닐손을 투톱으로 내세우다니. 둘 다 측면에서 뛰는 자원을 최전방 투톱으로 내세울 줄이야. 이건 뭐, 대놓고 역습하겠다는 뜻이군.’
가와사키의 의중을 파악한 곽찬구 감독의 머릿속으로 오늘 경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 팀 선수들이 각자의 진영에서 원을 이루었다.
김지우가 선수들을 향해 말했다.
“이제 결승까지 문턱 하나 남았다. 평소 하던 대로! 우리의 플레이면 충분히 이 문턱도 넘을 수 있을 거다. 긴장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면 돼. 알았지?”
“오!”
“좋아! 그럼 다 같이 파이팅하자. 하나! 둘! 셋!”
“고양! 고양! 고양!”
선수들이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각자 위치로 향했다.
골문으로 향한 박지원은 멀리 원정까지 와준 고양 팬들을 향해 머리 위로 박수 치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런 그를 향해 서포터스들이 외쳤다.
박지원! 박지원! 박지원!
토너먼트는 단 1골 차이로도 승부가 갈릴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골키퍼 박지원의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주심이 좌우를 살핀 다음, 힘차게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익!
우와아아아아!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가!”
“뛰어!”
원정팀 고양의 선축으로 시작된 전반전.
고양은 볼을 빠르게 돌리며 점유율을 가져갔다. 그 사이, 가와사키는 예상이라도 한 듯 빠르게 수비적으로 움직였다.
최전방에 유토 한 명만 남고, 모두가 내려앉았다.
“허, 이 새끼들 보소.”
예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하자마자 내려앉는 상대를 보게 된 고양 선수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엄청 촘촘한데요?”
“괜찮아! 내가 어떻게든 넣어줄게!”
상대의 촘촘한 수비벽에 고양 선수들은 쉽게 상대 진영으로 파고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양에는 유능한 패스마스터들이 존재했다.
“호프만!”
센터에 있던 호프만이 공을 받고, 눈을 번뜩이며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그런 그의 앞으로 료타가 나타났다.
“어딜!”
“흥.”
그의 눈에는 상대의 미세한 틈이 보였다.
그곳을 향해 호프만은 과감하게 패스를 시도했다.
팡!
“뭣!?”
당황한 료타가 몸을 돌렸다. 하지만 공은 이미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오른쪽 페널티박스 쪽으로 빠졌다.
패스를 예상하고 있던 박형우가 누구보다 먼저 빠르게 들어가서 공을 잡았다.
그런 박형우 근처로 유즈키와 레안드로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툭, 툭.
“……!”
박형우는 가벼운 터치 두 번으로 달려오는 그들을 탈압박하며 벗어났다.
순식간에 가와사키의 수비에 균열이 생겼다.
‘찬스다!’
기회를 맞이한 박형우가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했다.
그런데 슈팅하려던 박형우가 멈칫했다.
어느샌가 사토, 무토, 카즈야까지 세 명의 선수가 박형우의 슈팅 공간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어쩔 수 없나.’
박형우는 슈팅 대신 패스를 선택했다.
측면으로 향하는 패스를 정성진이 잡았다. 빠르게 쇄도하던 정성진은 공을 받자마자 반박자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팡!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간 공이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떨어지던 공을 유즈키가 헤딩으로 걷어냈다.
바닥에 떨어진 공을 김지우가 잡았다.
아크 정면에서 10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공을 잡은 김지우는 이번에는 왼쪽 측면으로 패스하며 방향 전환했다.
왼쪽 측면에는 카초가 있었다.
공을 잡은 카초가 측면에서 쇄도하며 깊게 들어갔다.
그런 그의 앞으로 오른쪽 측면 수비수인 사토가 막아섰다.
하지만 카초는 드리블로 쉽게 사토를 제쳤다.
왼쪽 측면 코너킥 존 근처까지 도달한 카초 근처로 레안드로가 가까이 다가와 막아섰다.
카초는 그런 레안드로를 앞에 두고 크로스를 시도하는 척했다가 드리블로 제친 다음,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상대 골문 앞에는 양팀 선수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즈키와 마르퀴뇨스가 카초를 틀어막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카초는 그런 두 사람 사이로 패스를 찔러넣었다.
툭.
“……!”
당황한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그런 두 사람 뒤로 한석원이 뛰어들어가 다리를 길게 뻗었다.
팡!
‘닿았다!’
한석원은 이건 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와사키에는 최후의 벽이 존재했다.
바로 골키퍼 김신후였다.
팡!
“아!”
거의 골이라 생각했던 한석원은 양팔을 길게 뻗어 선방하는 김신후의 모습을 보고 두 눈을 부릅떴다.
완벽한 선방이었다.
“정신 차려!”
김신후가 일본어로 정신 차리라고 외치면서 동료들을 질타했다.
한편, 벤치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곽찬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대기선수들 모두 탄식했다.
“아깝다.”
* * *
『아! 아깝습니다!』
『정말 결정적인 찬스였는데요! 이걸 놓치네요!』
중계하던 중계진들도 안타까워했다.
『역시 경기는 예상대로인데요. 가와사키 선수들 대부분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수비가 상당히 촘촘해서 고양 선수들이 쉽게 뚫지는 못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계속해서 조금 전 상황처럼 기회를 만들고는 있습니다.』
중계 도중, 화면에 제공된 자료가 표시됐다.
[10분간 점유율]
[가와사키 | 고양]
[ 19% | 81%]
[ 슈팅(유효슈팅) ]
[가와사키 0 | 1(1) 고양]
『경기 초반 고양의 점유율이 압도적인데요.』
『가와사키가 워낙 수비적으로 나오다보니, 이 점유율이 그렇게까지 의미가 있나 싶은데요.』
화면에는 원정팀 좌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지태훈의 모습이 잡혔다.
조금은 답답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중계진이 반응했다.
『지태훈 대표, 아니, 이제는 회장님이시죠. 상당히 답답해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저희와 같은 입장이겠죠.』
『그렇죠.』
양팀 서포터스들의 응원은 상당히 치열했다. 어깨동무한 상태로 자리에서 방방 뛰며 응원가를 열창하며 내뿜는 열기가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서포터스들의 응원 열기가 대단히 뜨거운데요. 아! 가와사키가 역습합니다!』
때마침 가와사키가 역습을 시도했다.
고양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던 가와사키가 공을 소유하고 반격한 것이다.
역습의 시발점은 마르퀴뇨스였다.
브라질에서 온 외국인 미드필더 마르퀴뇨스가 볼을 소유하고 바로 고바야시에게 패스했다.
고바야시는 전방에 있는 유토를 향해 길게 패스했다.
떨어지는 공을 잡기 위해 유토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 그의 옆으로 라시모프가 다가와 어깨로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유토는 감각적인 개인 기술로 라시모프와의 경합에서 이겨내고,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위험한데요!』
이형욱 캐스터의 다급한 외침.
파상공세를 펼치던 고양의 선수들이 대부분 올라와 있던 상황이었기에 뒷공간이 훤히 드러나 있던 상황이었다.
드리블하는 유토 앞에는 박지원 골키퍼 한 명뿐이었다.
단 한 번의 역습으로 일대일 찬스를 만든 가와사키였다.
‘기회!’
유토는 골문을 향해 힘껏 슈팅을 때렸다.
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