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28화 (228/272)

228화

『가와사키의 수비를 뚫지 못하는 오사카입니다! 자~ 이제 가와사키의 역습인데요!』

『유토 달립니다! 빠른데요! 다닐손이 함께 뜁니다!』

『오사카의 수비는 3명! 오사카 선수가 한 명 더 많은데요! 어! 뚫어냅니다! 유토, 다닐손에게 패스합니다! 다닐손 슈우우웃! 들어갑니다!』

『가와사키의 역습이 골까지 만들어냅니다!』

“와~”

단 두 명이 만든 역습 플레이에 영상을 지켜보던 선수들이 감탄했다.

그런 선수들을 향해 곽찬구 감독이 말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가와사키의 공격은 이 두 명이 만든다고 봐도 무방해. 이번 시즌에 이 두 명이 만든 공격포인트만 해도 무려 30개가 넘어.”

경기당 최소 1개의 공격포인트는 만들어낼 정도로, 가와사키의 핵심 전력이었다.

“가와사키는 1골 또는 2골 정도로 승리를 거두는 팀이야. 그래서 우리가 저들을 꺾으려면 반드시 득점부터 해야 해.”

그 말에 선수들도 느끼고 있었다.

가와사키의 공격을 어떻게든 틀어막는다고 해도, 팀이 득점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게다가 1차전이 원정이다. 우리는 무리하지 않는다. 원정에서 무실점으로 무승부 또는 1:0 이상의 승리만 거둬도 2차전 홈에서 해볼 만한 경기가 될 거야.”

패배하는 순간 나락이다.

하지만 패배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최선을 다하자. 알겠나?”

“네!”

선수들의 힘찬 대답이 가득 퍼졌다.

*  *  *

저녁 시간.

최근 들어 부쩍 야근하는 시간이 많아진 천지원 이사는 오늘도 야근을 위해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든든하게 먹어야지. 언제 끝날지 모르니.”

다른 부장들을 제치고 이사직에 자신이 오른다는 소식을 그가 처음 들었을 땐 상당한 책임감을 느꼈었다.

다행히 동료들의 시기, 질투는 없었다.

오히려 그 소식을 들은 동료 부장들은 아낌없이 축하해주었다.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한참 전부터 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유지원도 천지원의 승진 소식에 누구보다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직장 후배로서 선배들을 제치고 높은 자리에 오른 일이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모범을 보이기 위해, 그는 스스로 더 채찍질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처럼 이사임에도 야근을 하게 된 것이다.

“사장님. 여기 라면에 김밥 하나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든든하게 먹을 생각이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던 그의 선택은 분식이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식당 한쪽에서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천지원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메일함을 살펴보다가, 문득 들려오는 학생들의 대화를 듣고 멈칫했다.

“야, 이번에 고양이 결승전에 올라가겠지?”

“올라가겠지. ㅈㄴ 잘하잖아.”

“용돈 모자라서 아빠한테 호프만 유니폼 사달라고 졸랐는데, 모의고사 시험 성적 보고 사주겠대.”

“낄낄. 나는 저번에서 샀는데.”

“아씨, 정말? 개부럽네.”

고양 유나이티드를 주제로 대화하는 학생들을 보며 천지원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아챔 직관 가야 하는데, 하필 시험 기간하고 겹치네. 아오.”

“리그 경기나 보러 가. 아챔은 평일이라 힘들어.”

“학원 튈까? 그럼 후반전부터라도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너 저번에도 몰래 보러 갔다가 혼났다며.”

“아오.”

스마트폰을 하는 척하면서 학생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천지원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감격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고양 유나이티드라는 팀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고양 유나이티드의 존재조차 몰랐던 몇 년 전과 달리, 요즘에는 이렇게 밖에서 고양 유나이티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었다.

격세지감(隔世之感).

지금 그가 느끼는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사자성어였다.

마치 유럽처럼, 어린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연고지 팀을 접하고 응원하며 팬으로 편성되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10대 팬들의 유입이 부쩍 늘었다고 하지.’

어린 친구들에게 익숙한 유럽의 스타플레이어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10대 팬들의 유입이 늘었다.

물론 스타플레이어만 영입했다고 해서 팬이 저절로 느는 것은 아니다.

스타플레이어는 일종의 어그로다.

막상 경기장을 찾은 10대 팬들은,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고양 더블은행파크의 웅장한 모습에 매료된다.

여기에서 뛰는 선수들의 플레이는 어린 팬들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마지막으로 구단에서 진행하는 어린 팬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들이 양념처럼 존재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휘어잡았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혼자서 왔던 어린 팬들이 자연스럽게 친구와 가족하고 함께 오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10대들만 모이는 소모임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들었지.’

박태준 고양 유나이티드 서포터스 회장이 최근 구단에 10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신규 소모임이 추가됐다고 했다.

이 소모임 회장은 고등학생이고, 중학생과 고등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그 소모임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잠깐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빨간 앞치마를 두른 사장님이 김밥과 라면을 가져다주었다.

“음식 나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라면과 방금 말은 김밥의 모습에 천지원은 저도 모르게 군침을 흘렸다.

‘먹고 생각하자.’

그렇게 그는 다른 생각을 잠시 접고 식사에 집중했다.

*  *  *

“일본 여행 가즈아!”

“태훈, 아니, 대표님. 누가 보면 우리 놀러 가는 줄 알겠어요.”

“겸사겸사 즐기는 거지.”

아챔 1차전 가와사키 원정을 앞두고 나는 일본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경기 준비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고, 나는 지켜만 보는 입장이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쉬어? 응?”

“그렇기는 하지만…….”

“게다가 나 혼자 가는 게 아니잖아?”

김 비서도 같이 간다.

가와사키의 연고지는 도쿄와 요코하마 사이에 있는 가나가와현 가와사키 시다.

도쿄만을 끼는 항구 도시이기도 했다.

“스시 먹고 오자고.”

“정말이지.”

내가 일본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단주로서 이렇게 타국의 문화를 유람하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자, 그럼 출발하자고.”

우리는 선수단보다 하루 먼저 출발했다.

영신그룹 회장을 위한 전용기를 타고 도쿄 국제공항인 하네다에 내려, 미리 준비한 차량을 타고 가와사키로 이동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예약한 호텔에 가서 짐부터 푼 다음, 주변을 관광했다.

‘이게 바로 데이트지!’

김 비서와 맛있는 음식도 먹고, 주변 관광지를 돌며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예정된 시간에 도착한 선수단을 직접 맞이했다.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조금은 형식적인 말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결승에 진출하면 보너스 있습니다.”

“우와아아!”

역시 돈 앞에서는 모두가 웃는다.

이후 나는 우리 팀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과 마주했다.

구단 역사상 첫 준결승 진출까지 이룬 우리 팀에 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았다.

한국 기자들도 많이 있었지만, 일본 현지 기자들도 많이 찾아왔다.

그런 기자들 사이로 나는 익숙한 인물을 찾아낼 수 있었다.

“기자님.”

“오, 대표님.”

고양 스포츠의 이광진 대표였다.

내가 구단주로 부임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우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운영하는 고양 스포츠의 규모도 이전보다 크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데스크가 아닌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었다.

“저희 팀 취재하러 오셨나요?”

“네. 겸사겸사 일본 여행도 할 겸 해서 왔죠.”

역시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한가 보다.

“괜찮으시면 식사라도 하실까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제가 괜히 민폐가 되는 건 아닌지.”

“민폐는요. 이럴 때 아니면 제가 언제 또 식사를 대접하겠습니까.”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근처 괜찮은 식당을 섭외해서 이광진과 함께 식사를 하며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많이 바쁘시죠?”

“뭐, 똑같습니다.”

“회장님이 되셨으니, 어깨가 많이 무거우실 것 같습니다.”

“하하. 기자님은 요즘 어떻게 생활하십니까?”

“저희야 계속 스포츠 관련 기사들을 작성하고 있죠.”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있을까요?”

술을 한잔 마시면서 툭 물어보았다.

그러자 이광진이 조금 생각했다가 대답했다.

“음. 최근에 전북이 모기업으로부터 다음 시즌을 대비해 넉넉하게 자금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요?”

“네. 금액이 약…… 1,000억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좀 더 조사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1,000억?”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고양이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북은 K리그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는 팀이었다.

그 액수만 해도 약 500~600억 정도.

그런데 1,000억이면 거의 2배 정도 되는 금액이 늘어나는 것이다.

“뭐, 저도 내부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기는 한데, 이번에 전북이 충격을 좀 많이 받았나 봅니다.”

“음. 그렇겠죠. 올해 까딱하면 무관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매 시즌 트로피를 최소 1개씩은 들어 올리던 전북이, 올해는 무관의 위기에 봉착했다.

아챔은 탈락하고, 리그는 사실상 우승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나마 FA컵이 남아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전북은 울산과 아챔 티켓을 걸고 순위 경쟁이 치열한데, 만약 아챔 티켓까지 얻지 못하면 굉장히 치명적인 결과가 올 겁니다.”

“그렇죠.”

K리그에 배정된 아챔 티켓은 총 4장. 리그 1위부터 3위까지 본선 티켓이 주어지고, FA컵 우승팀에게 1장이 추가로 주어진다.

현재 전북은 리그 3위.

리그 4위인 울산과 승점이 고작 1점 차이에 불과하다.

리그 30라운드에서 울산이 포항을 잡았더라면, 순위가 뒤집혀질 수 있었지만, 패배했기 때문에 오히려 승점이 벌어졌다.

하지만 아직 잔여 경기의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전북은 최악의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좀 더 극대화된 투자를 진행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흠. 전북이 다시 올라오면 다음 시즌도 쉽지 않겠네요.”

“대표님, 실례가 안 된다면 올해 고양의 운영비가 어느 정도 될까요?”

올해 운영비는 내년에 확정되기에, 그 누구도 올해 운영비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도 대략적으로만 말해줄 수 있었다.

“음. 지금까지 2,000억 정도 됩니다.”

“…….”

선수 연봉과 수당, 직원들 급여, 마케팅 비용 등이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이적 자금은 별도로 빼고요.”

“허어.”

생각 이상의 금액에 이광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북이 1,000억을 써도 고양을 못 따라가겠네요.”

“글쎄요. 축구판이 단순히 돈으로만 전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그렇죠.”

이광진은 술을 마시면서 ‘대단하네.’를 연발했다.

그런 그의 반응을 지켜보던 나는 조금 굳은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이것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의아한 표정을 짓는 이광진에게 나는 단호히 말했다.

“최종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자생력을 키우는 겁니다. 자생력이 형성되면 지금과 같은 투자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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