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15화 (215/272)

215화

【단독 보도】셀틱, 고양 박요한에게 오퍼. 이적료 500만 파운드 + 4년 계약 제의.

여름 이적 시장도 거의 끝나가는 무렵에 등장한 이적 보도에 K리그 관계자와 팬들 모두 놀랐다.

“뭐야? 뭐야? 요한이 셀틱 오퍼 뭔데?”

“야, 요한아! 너 진짜 셀틱 가냐?”

팀 동료들도 난리가 났다.

“네, 그렇게 됐습니다.”

박요한은 순순히 오퍼 사실을 인정했다.

“요한아. 잠깐 나 좀 보자.”

김지우가 박요한을 따로 불렀다.

“너 정말 갈 거냐?”

“그게…….”

박요한은 그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김지우도 상황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나. 그럼 감독님하고 단장님에 대표님까지 모두 이적을 허락한 거네?”

“네. 만약 붙잡는다면 남을 생각도 있었는데, 그분들 모두 제 뜻을 존중하겠다고 말씀하셔서요.”

“잘됐다. 너도 알겠지만, 선수로서 유럽에 가는 기회는 흔치 않다. 셀틱이 작은 구단도 아니고 말이야.”

“죄송해요. 시즌 중간에 이렇게 떠나고 싶지는 않았는데…….”

“괜찮아, 인마. 우리 팀 강하잖아. 물론 네가 가면 조금 힘이 빠지긴 해도 말이야.”

“지우 형.”

김지우는 박요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고는 굳은 눈빛으로 박요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요한아. 가서 네 꿈을 확실하게 펼쳐라. 알겠지?”

“…고맙습니다.”

박요한의 이적은 상당히 빠르게 진척했다.

【오피셜】고양 유나이티드 “박요한 셀틱 이적은 사실. 곧 발표 있을 듯.”

팀 내 프랜차이즈 스타인 박요한이 셀틱으로 떠난다는 사실이 기정사실이 되자 팬들은 아쉬워했다.

하지만 선수의 꿈을 위해 응원했다.

고양 또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박요한의 이적을 도왔다.

그리고 이적이 가까워질 무렵, 박요한은 뜻밖의 일을 겪게 됐다.

“바보!”

“…….”

“진짜 이러기예요! 왜! 왜! 어째서!”

“……죄송해요.”

박요한은 눈앞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김현지를 심통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쪽 좋아하는 거 알면서!”

“…….”

박요한도 눈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있었다. 다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박요한의 이적이 성사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지 씨.”

“흑흑.”

“현지 씨. 기다려줘요.”

“흑흑. 네?”

“스코틀랜드 가서 빠르게 자리 잡고 현지 씨 부를게요. 이번 겨울에 시즌이 끝나면 꼭 오세요. 기다릴게요.”

“……!”

“그리고 나도 현지 씨 좋아해요. 그러니까 우리……!”

박요한은 뒷말을 삼켜야 했다.

그녀가 키스했기 때문이다.

눈만 동그랗게 뜬 박요한은 곧 그녀와 뜨겁게 키스를 나눴다.

짧지만 강렬한 키스가 끝난 뒤, 김현지가 말했다.

“약속, 지켜요. 알겠죠?”

“물론이에요. 반드시 지킬게요.”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미래를 위해 약속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박요한은 고별 경기를 치르고 스코틀랜드로 떠났다.

【오피셜】셀틱, 고양 박요한 영입! 새로운 코리안리거의 탄생! ……이적료 600만 파운드 + 4년 계약.

고양은 셀틱이 처음 제시한 이적료 500만 파운드에서 100만 파운드를 추가로 불렀다.

이미 추가 금액을 예상하고 있던 셀틱은 흔쾌히 600만 파운드를 수락했다.

셀틱 유니폼을 입고 환한 얼굴로 오피셜 사진을 찍은 박요한의 모습이 각종 포털사이트에 올라왔다.

스코틀랜드 현지에서도 기대하는 의견들이 많이 올라왔다.

그렇게 박요한의 유럽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 *

“대표님. 최근에 저희 팀과 관련해서 소문 하나가 돌고 있는 걸 알고 계십니까?”

“네? 소문이요?”

경영지원 유지원 부장의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혹시 나쁜 소문이라도 도는 걸까?

다행히 나쁜 소문은 아니었다.

“최근에 저희 팀 선수들이 연이은 유럽 이적으로 인해 K리그 선수들 사이에서 저희가 유럽 리그로 가는 허브라는 이야기가 많이 돈다고 합니다.”

“오호. 그건 좀 흥미로운 이야기인데요?”

“그만큼 저희 팀이 잘하고 있으니까요. 어쨌든 리그에서 날고 긴다는 선수들은 저희 팀으로 이적하고 싶어한다는 군요.”

“그런 이야기는 어디서 들으셨나요?”

“친한 에이전트들한테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잘된 일이다.

장현우와 박요한의 이적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걸로 다음 이적 시장 때는 우리가 좀 더 괜찮은 보강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이제 다음 달부터 AFC챔피언스리그도 재개됩니다. 선수들이 차질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잘 진행해 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문제없이 준비하겠습니다!”

9월부터 AFC챔피언스리그 8강전이 시작된다.

만약 우리가 다음 라운드에 올라간다면 10월에 준결승전을 치르고, 11월에 결승전을 치른다.

그리고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면 12월에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클럽 월드컵에도 나가게 된다.

쟁쟁한 팀들이 모여서 경쟁을 펼치는 클럽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우리 팀의 가치를 더욱 높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했다.

그런 생각을 안고 다가올 8강전에 대해 곽찬구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8강전에서 만나게 될 상대가 울산이죠?”

“네, 공교롭게도 그렇습니다.”

추첨을 통해 우리는 함께 8강에 진출했던 울산과 맞붙게 되었다.

같은 K리그 팀과 외나무다리에서 경쟁하게 된 상황에서 곽찬구 감독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울산은 AFC챔피언스리그에서 3번이나 우승할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팀입니다.”

“그래도 리그 맞대결에서는 최근 저희가 성적이 더 좋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죠. 그래도 아챔은 다릅니다.”

이미 2번의 맞대결에서 2승을 거두었고 특히 최근 치러진 리그 경기에서 3:1의 대승을 거둔 만큼 울산에 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곽찬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현재 울산을 이끄는 유태형 감독은 과거 선수 시절에 울산에서 아챔 우승을 경험했던 인물입니다. 재작년에도 감독으로서 울산에서 아챔 우승을 했었고요. 팀 컬러도 토너먼트에 강한 팀이라서 쉽게 볼 게 아닙니다.”

“흐음. 이렇게 듣고 보니까 쉽지 않겠네요.”

“그래도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저나 선수들 모두 승리만을 생각하고 뛰고 있으니까요.”

“믿습니다.”

* * *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상황에서 김 비서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태훈 씨. 동문회에서 연락 왔어요.”

“동문회? 어느 동문회?”

“서연대학교요.”

“……?”

서연대학교 동문회?

이제는 나하고 별 상관없는 학교가 아닌가.

“아, 혹시 김 비서한테 볼일이 있는 건가?”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번 동문회에 태훈 씨가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아니, 내가 왜?”

서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중퇴자인 내가 무슨 동문회인가.

내가 그 학교와 연을 끊은 지가 벌써 십수 년이 넘었다.

“학교 입장은 다른가 봐요. 비록 중퇴했다고 해도, 차기 영신그룹 회장님을 동문회에 모시고 싶은 의도인 거겠죠.”

“아~ 나보고 저 사람들 장식이 되라~ 이 말인가?”

“그렇다기보단…….”

김 비서도 내 말에 쉽게 반박하지 못했다.

“에휴. 거기를 뭐 하러 가.”

언제부터 동문이라고 나를 챙겨줬단 말인가?

애초에 1년 잠깐 다니다가 썩 좋지 않은 일로 헤어진 곳이다.

소속감도 뭣도 아무것도 없다.

“태훈 씨.”

“왜?”

“동문회 다녀와요.”

“뭐?”

그녀의 뜻밖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제 회장이 되시잖아요. 그러면 좋든 싫든 다방면으로 두루두루 인간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어요. 혹시 알아요? 서연대학교가 태훈 씨 편이 되어줄지?”

“…….”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저도 이제 서연대학교에 대한 감정도 정리가 됐고요.”

“흐음.”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고민했다. 그녀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차마 거절할 수는 없었다.

“알았어. 김 비서 말대로 할게.”

“네, 고마워요.”

환하게 웃어 보이는 그녀를 보며 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 * *

서연대학교.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교로 평가받은 이곳은 명성에 걸맞게 매년 최고의 인재들을 배출했다.

각 정재계에 서연대학교 출신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학교에서 개최하는 동문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각 분야에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동문회에 참석했다.

이번 동문회는 서울에 있는 천산호텔에서 진행했다.

천산그룹이 운영하는 천산호텔은 5성급 호텔로, 이곳 지하에는 거대한 연회장이 있었다.

호텔 입구에서부터 연회장까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서연대학교 동문회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 기자들도 있었다.

“하하하. 역시 우리 학교지만 대단해.”

“맞습니다. 선배님. 도대체 어떤 학교가 이렇게 동문회를 하겠습니까?”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은 두 명의 남자가 손에 와인잔을 하나씩 쥐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나저나 선배님, 이번에 영신그룹 차기 회장이 동문회에 온다고 하던데 이야기 들으셨나요?”

“아, 그 망나니? 망나니가 정말 온다던?”

“동문회 측에서 나온 이야기는 그렇다던데요?”

서연대학교 동문회도 영신그룹 차기 회장에게 깊은 관심을 보였다.

워낙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고작 1년 다니다가 중퇴했는데 무슨 동문이라고…….”

“선배님. 그래도 영신그룹 회장이면 언젠가 저희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글쎄다. 내가 학교 다닐 때 그 새끼가 워낙 개차반이라서. 사람이 달라져 봤자 얼마나 달라졌겠어.”

“아, 선배님은 그 차기 회장하고 동기라고 하셨죠?”

“어. 솔직히 밥맛 없었다.”

알고 보니 선배라 불린 남자는 지태훈과 동기였었다.

“운 좋아서 회장 됐겠지.”

남자는 지태훈을 무시했다.

그런데…….

웅성웅성.

“음?”

잠시 후 입구에서부터 소란스럽기 시작했다.

곧이어 이 소란의 정체를 알게 됐다.

“지태훈……!”

“헉!”

훤칠한 키에 누구보다 오만한 눈빛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지태훈이 등장했다.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그의 뒤로 마치 후광이 펼쳐진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주시했고, 지켜보던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를 지태훈도 보게 됐다.

시선을 마주친 지태훈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선배?”

다가오는 지태훈의 행동에 놀란 남자가 선배를 불렀다.

하지만 선배라 불린 남자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사이 눈앞까지 다가온 지태훈이 선배라 불린 남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랜만이네. 박정석.”

“…….”

“네 낯짝을 여기서 또 볼 줄은 몰랐다?”

무시무시한 눈으로 박정석을 쳐다보는 지태훈의 모습에 순간 주변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 * *

박정석.

과거 내가 학교를 그만두게 만들었던 서지후의 똘마니.

“요즘도 서지후 그 새끼 똘마니 짓 하고 다니냐? 뭐, 그 새끼 시민당에서 잘렸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니 더는 안 하려나?”

“지태훈, 너……!”

“됐고, 오늘 같은 날에 너 같은 놈하고 별로 말 섞고 싶지 않다.”

서지후가 김 비서를 건드릴 때, 옆에서 도와줬던 놈이 이 새끼였다.

당장 패 죽여도 이상하지 않지만, 오늘은 참았다.

김 비서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나에게 어떤 일이 있든 참으라고 했으니까.

“야, 지태훈!”

화가 난 박정석이 내 어깨를 잡았다. 그런 그를 굳은 얼굴로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이거 실수하는 거야. 잘 생각해. 서지후가 왜 잘렸을까?”

“…….”

스르륵 손을 내리는 녀석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쳐준 다음 자리를 옮겼다.

“반갑습니다. 여기서 또 뵙네요.”

“오, 지 대표! 아니, 이제 회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석정원 회장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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