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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 구단주-214화 (214/272)

214화

8월 극성수기를 맞이해, 나는 여름 휴가를 떠났다.

“어서 오십시오!”

호텔 입구에서부터 전 직원이 도열해 나를 맞이했다.

“음. 반가워요.”

나는 조금 어색한 얼굴로 직원들에게 인사했다.

그런 나에게 어떤 여인이 나타났다.

“어서 와. 우리 차기 회장님.”

“고모. 나 조용히 왔다 가려고 온 건데.”

“어머, 애. 말은 그렇게 하면서 다 살펴보려고 온 거 아니니?”

“그럴 리가요. 진짜로 조용히 쉬러 온 거예요.”

“농담이야, 농담. 그래도 우리 조카가 처음으로 고모가 운영하는 리조트에 왔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니?”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속초에 있는 영신리조트였다.

이 영신리조트는 아버지의 동생이자 나에게는 고모인 지선화가 운영하고 있었다.

젊을 때부터 리조트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회장이 된 아버지와 협의해서 영신리조트 사장이 되었다.

고모와 아버지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고, 수완이 좋은 고모였기에 그룹 내에서도 평가가 좋았다.

무엇보다 고모는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그룹 사람들이 서자 출신인 나를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고모는 평범하게 대했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그게 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온갖 차별을 당해왔던 나에게는 이것도 감지덕지했다.

게다가 내가 이번에 회장으로 선임될 때,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기에 감사 인사도 전할 겸, 휴가를 맞이해 일부러 고모가 운영하는 리조트까지 오게 된 것이다.

“고모, 고마워요.”

“어휴. 내가 뭘. 다 네가 잘해서 된 거지. 오빠도 널 보고 자랑스러워할 거야.”

고모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그건 그렇고, 유리도 오랜만에 보네. 잘 지냈니?”

“네. 사장님.”

“너도 많이 예뻐졌네. 시집가도 되겠다. 둘이 사귄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래, 태훈이가 결혼하자고 안 하니?”

“그건…….”

김 비서가 나를 흘끔보고 대답을 주저했다. 그 모습을 본 고모가 내 등을 때리면서 말했다.

“애! 너 김 비서가 어때서 아직도 머뭇거리니! 너 같은 애한테 김 비서면 ‘감사합니다!’ 하고 프로포즈 해야지!”

“읏, 고모.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러기입니까?”

“어유. 내가 못 살아! 앗, 내 정신 좀 봐. 우리 유리를 계속 서 있게 할 수는 없지. 자, 방키.”

고모가 김 비서에게 키를 건넸다.

“방은 최고로 좋은 방으로 잡았어. 편하게 놀다가.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하고.”

“앗,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지배인! 이 두 사람 안내해줘요. 어서.”

남자 지배인이 우리를 안내했다.

그렇게 안내받아서 도착한 곳은, 리조트 최상층에 있는 로열스위트룸이었다.

“오, 엄청 좋다.”

“저, 여기 말만 들어봤지. 처음 봐요.”

나도 김 비서도 다 같이 놀랐다.

“고모가 신경 많이 써준 것 같네.”

“정말 좋으신 분이네요.”

나는 침대에 가볍게 몸을 누웠다.

침대의 푹신한 감촉을 느끼고 있는 나에게 그녀가 말했다.

“태훈씨. 씻을 거예요?”

“음, 오자마자 뜨밤?”

“뭐래요. 진짜.”

“컥!”

김 비서가 나에게 베개를 던졌다.

나는 상관없는데…….

“우리 밥 먹으러 가요.”

“밥? 좋지. 뭐 먹을까?”

“제가 검색해 둔 곳 있어요. 그곳으로 가요.”

“좋아.”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입구에서 대기 중이던 박준후 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동하십니까?”

“네, 식사하려고요.”

“알겠습니다. 목적지는…….”

“그건 제가 알려드릴게요.”

김 비서가 박준후에게 목적지를 알려주었다.

“알겠습니다.”

박준후가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휴가 중인데도 경호를 이유로 속초까지 따라온 그에게 조금 미안하면서도 부담이 됐다.

나와 김 비서 둘만 가도 된다고 이야기해도, 박 팀장은 단호했다.

-그간의 사건들을 떠올렸을 때, 차기 회장님이 된 이상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이제는 그룹을 이끄는 분이 된 이상, 저희가 더 신경 써서 경호하는 것이 맞습니다.

박준후의 단호한 태도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심지어 함께 휴가를 보낼 김 비서도 박준후의 말에 동의했다.

‘뭔가 눈치 보인단 말이지.’

회장이 된 이상 앞으로 적응해야 할 부분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어느 자그마한 식당에 도착했다.

“손님?”

“아, 네.”

나이 많은 할머니가 운영하는 자그마한 식당에는 테이블 5~6개가 전부였다.

벽면에는 오래된 메뉴판이 걸려 있었다.

“사장님. 도치 알탕 2인분 주세요.”

빈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김 비서가 능숙하게 주문했다.

나는 궁금해서 물어봤다.

“도치가 뭐야?”

“동해안에서 잡히는 물고기래요. 속초에 오면 꼭 이걸 먹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

처음 알았다.

주문한 음식은 금방 나왔다.

“물레. 물레.”

알탕이 담긴 냄비를 들고 오신 할머니가 이상한 말을 외치시면서, 테이블에 있던 버너 위에 내려놓았다.

“오, 이게 알탕이구나.”

빨간 국물 안에 다양한 채소와 도치 그리고 알이 한가득 있었다.

“선남선녀들, 혹시 처음이쇼?”

할머니의 물음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도치가 겨울이 제철인데, 그래도 맛은 있을 거요. 국물 끓으면 공기밥에 국물하고 알하고 비벼서 먹으면 돼. 그럼 맛있게 드쇼.”

“예.”

우리는 곧 맛있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펄펄 끓는 국물에 숟가락을 넣고 한입 떠먹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생각보다 맛있는데?

“이거 완전 소주를 부르는 안주야!”

“그럼 소주 드실래요?”

“응. 반주로 딱 1병만 먹자.”

“좋아요. 나눠 먹어요.”

“응.”

우리는 소주까지 시켜서 함께 먹었다.

“크으. 죽인다.”

술을 잘 안 먹는 김 비서도 오늘만큼은 마셨다.

그렇게 즐겁게 식사하면서 말했다.

“오늘 같은 날이 매일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좋은 날만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숨 가쁘게 살아온 지난날들 속에서 느끼는 이 한 줌의 여유.

이 여유가 그간의 압박을 조금이나마 해소했다.

“밥 먹고 어디 갈까?”

“수영할까요?”

“수영?”

하긴 바닷가까지 왔는데 바닷물에 발이라도 담가야지.

마침 수영복도 챙겨왔다.

“좋아. 그럼 밥 먹고 수영하러 가자.”

“좋아요.”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친 우리는 수영복을 챙겨 바닷가로 향했다.

“고모가 여기면 조용히 즐길 수 있다고 하시더라.”

“정말 조용하네요. 다른 데는 사람 엄청 많던데.”

고모가 알려준 곳에서 우리는 수영복을 입고 바다로 향했다.

수영복 바지를 입은 나와 비키니를 입은 김 비서가 바다에 몸을 담갔다.

“앗, 차가!”

김 비서가 차가운 바닷물을 손으로 퍼올려서 나에게 뿌렸다.

나도 지지 않고 반격했다.

철썩.

“앗!”

우리는 마치 어린아이라도 된 것처럼 깔깔대면서 놀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조금 지친 우리는 미리 준비한 돗자리 위에 누웠다.

“오늘 너무 즐겁다.”

“저도요.”

나는 몸을 돌려 김 비서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도 몸을 살짝 돌려 나를 쳐다봤다.

쪽.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가볍게 입맞춤을 나누었다.

“늘 고마워. 유리야.”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그녀가 있기에 나는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아무리 고맙다고 말해도 모자라다.

“태훈 씨.”

“응?”

“우리 결혼할래요?”

“어?”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순간 움찔했다. 이런 내 반응에 그녀가 긴장했다.

“혹시 싫어요?”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절대 아니야. 그냥…….”

“……?”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었는데…… 먼저 말을 꺼내서.”

나와 그녀 사이에 얼굴이 붉혀졌다.

“유리야.”

“네?”

“조만간에 정식으로 프로포즈할게. 조금만 기다려줘.”

“알았어요.”

이미 일찌감치 그녀와 결혼할 마음이 있었던 나였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프로포즈를 하고 싶었다.

“언제고 기다릴게요.”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깊게 키스를 나누었다.

그렇게 묘한 분위기가 감도는 와중에 그녀와 얼굴을 가까이 댄 상태에서 속삭이듯 말했다.

“방에 들어갈까?”

“좋아요.”

그날 우리는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 * *

짧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나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박요한 선수 쪽으로 오퍼가 들어왔다고요?”

“네. 대표님께서 휴가를 다녀오시는 사이에 연락이 왔습니다.”

셀틱과 박요한의 에이전트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천지원 이사로부터 보고를 받던 나는 조금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선수는 뭐라 하던가요?”

“고민 중인 것 같은데…… 지금 곽찬구 감독님과 로치오 단장님하고 이야기하는 모양입니다.”

“그렇군요.”

우리에게 있어 갑작스러운 오퍼였다.

최근 박요한이 엄청난 활약을 보이기는 했어도 이렇게 빠르게 유럽 팀에서 오퍼를 보내올 줄은 몰랐다.

“보스.”

“아, 단장님.”

박요한과 면담을 마친 로치오 단장이 보고를 위해 나를 찾았다.

“셀틱이 꽤 진지하게 박요한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이걸 보시죠.”

로치오 단장으로부터 받은 서류.

그 서류에는 이적과 관련된 내용이 정리되어 있었다.

“저희에게 이적료로 500만 파운드를 제안했습니다.”

“그 정도면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과거 파리생제르망에서 영입했던 오드손 에드아루가 900만 파운드니까, 셀틱 입장에서 적은 금액을 제안한 것은 아닙니다.”

“어째서 그렇게 액수를 부른 거죠?”

셀틱이 이런 조건으로 영입을 시도한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시즌까지 주전으로 활약했던 공격수 핸더슨이 이번 여름에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으로 이적했습니다.”

“그렇군요.”

“이 핸더슨이 박요한과 같은 포지션에 뛰는 선수인데,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24골을 기록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SPL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동시에 리그 우승과 스코티시컵 우승까지 차지했죠.”

“흐음.”

“울버햄튼이 2,000만 파운드에 핸더슨을 영입하면서 셀틱은 공격수 자리가 비게 됐죠.”

나는 그 말에 문득 의아한 부분이 생겼다.

“박요한 선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셀틱 정도의 구단이라면 여러 후보를 둘 것 같은데요?”

“네. 정확히 보셨습니다. 셀틱은 핸더슨의 후보로 여러 선수와 접촉했지만 애석하게도 불발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박요한 선수한테까지 영입 제안이 갔다?”

“네. 그리고 마침 셀틱 스카우터들이 박요한을 오래 지켜봤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셀틱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영입을 시도한 것 같고요.”

“흐음.”

“셀틱도 이적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서 꽤 높은 금액을 부른 것 같습니다.”

곧 있으면 스코티시 프리미어리그도 개막한다. 개막 전에 선수 영입을 끝내야 하는 그들도 빠르게 박요한을 영입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선수는 뭐라 하던가요?”

“많이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유럽 이적의 기회가 왔지만, 저희도 중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박요한 선수가 원래 팀에 애정이 많은 선수였으니까요.”

박요한의 충성심은, 김지우나 박지원 같은 베테랑 못지않다.

애초에 팀 유소년 출신이다.

애정이 없을 수가 없다.

팬들도 박요한을 두고 고양의 성골 출신 선수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그런 평가답게 시즌마다 제 몫을 해주었다.

그렇기에 팀도 그가 보여준 헌신과 노력을 알고 있었다.

“사실 예전에 국내 팀 몇 군데에서 박요한 선수에게 오퍼가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박요한은 자신은 고양이 아닌 다른 팀에서 뛸 생각이 없다며 거절했었죠.”

“그랬군요. 요즘 보기 드문 인성을 가졌군요.”

로치오 단장도 조금은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 셀틱 오퍼에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유럽 진출이 간절하다는 뜻이겠죠.”

“그렇죠.”

내가 비록 선수는 아니어도, 선수들이 유럽진출에 목말라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과거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장현우도 그랬으니까.

“곽찬구 감독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답니까?”

“전력 누출이 생긴다 해도, 선수의 입장을 고려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군요.”

곽찬구 감독도 결론을 내렸다.

“단장님.”

“예.”

“선수의 뜻을 존중한다고 전해 주세요. 이적을 원한다면, 허락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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