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화
【K리그】‘대역전 드라마’ 고양, 포항 상대로 0:4 → 5:4 역전.
흐뭇하구만.
나는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를 읽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일이 있어서 직관하지 못했던 나는 경기 후에 대역전 드라마를 펼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훌륭한 결과를 만든 우리 선수들에게, 구단주로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겠군.”
최선의 결과를 만든 이에게는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피셜】고양 지태훈 대표, 선수단에게 화끈한 보너스 지급!
총 50억 정도 되는 금액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에게 나눠서 지급했다.
뜻밖의 보너스를 받게 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크게 환호한 일은 후문이다.
이렇게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지는 와중에 나는 강시윤 PD로부터 OTT 사업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네, 올해 연말에 플랫폼 오픈을 위해 TH미디어의 모든 인원이 힘을 쓰고 있습니다.”
플랫폼을 여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막강한 자금력과 강시윤 같은 능력 있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일이 진척되고 있었다.
그래서 내년 상반기쯤 예정했던 사업이 올해 연말로 앞당겨졌다.
“타 영상 제작 업체나 스튜디오 쪽과 협의해서 타 플랫폼에 유통되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끌어오는데는 성공했지만, 기본적으로 오리지널 프로그램 제작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준비하고 있는 오리지널 프로그램들은 어떤 것들 있습니까?”
“축구 예능과 드라마 이렇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양 유나이티드 관련 미디어 영상이 독점으로 방영될 거고요.”
“그러고 보니 다큐 제작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플랫폼 오픈과 동시에 서비스될 수 있게 제작 중입니다.”
플랫폼 오픈에 맞춰 고양 유나이티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있었다.
현재 선수단 내에 벌어지는 모든 상황들이 다큐멘터리 제작팀에 의해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해당 다큐멘터리 제작 관련 기사가 곧 나올 겁니다. 모쪼록 잘 준비해 주세요.”
“넵.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강시윤과 미팅이 끝나고 나는 대한축구협회 본사가 있는 종로구로 향했다.
나는 그곳에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만났다.
“어서 오세요. 지태훈 대표님.”
“반갑습니다. 회장님.”
현 대한축구협회 회장 강찬욱.
올해 60세인 그는 젊은 시절 국가대표에서 맹활약할 정도로 재능 있는 선수였다.
은퇴 이후 축구 행정가로 활약했다가 최근 대한축구협회 회장까지 오르게 됐다.
그런 그가 나에게 대뜸 감사 인사부터 했다.
“축구협회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자라나는 유망주들에 대한 투자를 약속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나는 대한축구협회가 관리하고 있는 산하 연령별 대표팀에 대해 투자를 결정했다.
“대한민국의 축구 미래는 이제 지태훈 대표님의 손에 달렸습니다.”
“어휴, 그렇게 거창하게 이야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그저 판만 깔았을 뿐이니까요. 나머지는 협회의 몫입니다.”
향후 각급 연령별 대표팀이 치를 때 들어가는 대회 준비 비용은 TH투자회사가 지원한다.
동시에 TH투자회사는 연령별 대표팀의 제1 스폰서로 대우받는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우리 쪽에서 제공하는 협찬 물품을 쓰며, FIFA 주관 공식 대회를 제외한 모든 친선 대회에서 TH투자회사와 관련된 광고가 들어간다.
사실 스폰을 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게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봉사였다.
건전한 미래를 위한 선투자.
김진철 이사와 박준후 팀장의 적극적인 조언에 따라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태수 코치는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이 코치는 이번에 U-17 월드컵을 위해 모로코로 떠난 상태입니다. 혹시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 건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태수 코치가 연령별 대표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그가 좀 더 자신의 꿈을 쉽게 펼칠 수 있게 지원하는 것도 있었다.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하세요.”
“네, 고맙습니다. 대표님.”
대한축구협회와 미팅까지 마친 나는 오늘의 마지막 일을 처리하러 움직였다.
“오랜만이야~”
손지영이 웃으며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이제 회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마음대로 불러.”
“역시 너는 그대로구나.”
나와 그녀가 서로를 보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잘 지냈어?”
“매일 똑같이 바빴지.”
“그래서 회사가 급성장하고 있는 거구나.”
손지영이 운영하는 ‘라 르 테일’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신규 스포츠용품 제작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경쟁자들과 경쟁에서 이겨가면서 빠르게 궤도에 올랐다.
“그래도 너만 하겠어? 우리 대표님에 비하면 나는 새 발의 피지.”
“어휴, 내가 좀 잘나긴 했지.”
“진짜 뭐래.”
그녀가 웃었다.
“그건 그렇고 지영아. 너 백태현하고는 어떻게 됐어?”
바빠서 연락을 잘하지 못하다 보니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잘 몰랐다.
“아, 백태현?”
손지영이 뭐라 대답하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그녀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빠르게 전화를 받은 그녀가 갑자기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가.
“자기야~”
“…….”
“웅. 웅. 보고 싶지. 자기가 이쪽으로 올래? 웅. 지금 태훈이도 여기 있어. 웅. 알았어. 이따 봐~”
“…….”
나는 말 없이 그녀를 쳐다봤다.
“뭐야, 표정이 왜 그래?”
“아니, 뭐, 음.”
음. 뭔가 보면 안 될 걸 보게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조금… 음, 역겹기도 하고.
“아무튼! 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됐어.”
“그렇게 됐구나. 축하해.”
“고마워.”
결국 둘이 사귀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겠지만, 벽수그룹과 천산그룹 모두에게도 득이 되는 결과일 것이다.
“우리 자기, 아니, 태현 씨도 곧 여기로 온대. 시간 되면 같이 밥 먹자.”
“내가 껴도 되는 거야?”
“어유~ 애! 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당연히 되지. 음, 김 비서님도 같이 부를까? 넷이서 같이 밥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음. 미안한데 유리는 오늘 오기 힘들어. 그쪽도 오늘 다른 일이 있어서 노선이 다르거든.”
“아, 그렇구나. 그래서 혼자 왔던 거구나.”
마침 오늘 일정은 손지영과 만나는 것으로 끝나는 상황이었다.
나는 박준후 팀장에게 연락했다.
“박 팀장님. 오늘 여기 라 르 테일 대표님하고 식사한 후에 퇴근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저는 계속 대기하겠습니다.
“먼저 퇴근하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회장님께서 퇴근해야 저도 퇴근할 수 있습니다.
집에 가라고 이야기해도 박준후 팀장의 태도는 단호했다.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이야기하고 전화를 마친 나에게 손지영이 말했다.
“차기 회장님 되더니 완전히 달라졌구나?”
“조금 불편하기도 해.”
“하긴, 전에는 혼자거나 김 비서하고 둘이서 돌아다니더니, 이제는 딸린 식구들이 많네.”
나를 호위하러 온 경호원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아직 적응이 안 돼.”
“그렇기도 하겠다. 그래도 이제 귀하신 몸이 되었으니 처신 잘해야지.”
“그렇기는 해.”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백태현이 등장했다.
“여~ 친구~”
“회장님 등장하셨네.”
백태현은 나를 끌어안고 인사한 뒤, 곧 곁에 있던 손지영에게 향했다.
“보고 싶었어. 자기야.”
“나두.”
“사랑해, 자기.”
“나두 사랑해.”
와, 진짜 이게 무슨 일이야.
순간 욕이 나올 뻔했네.
“너희들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었잖아. 특히 백태현! 네가 언제부터 그런 캐릭터였다고!”
그들은 내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태훈아. 회장 된 걸 축하한다. 먼저 연락했어야 했는데, 미리 못한 점은 미안하다.”
“아니야. 서로 피차 바쁜 거 아는데 뭘. 이렇게라도 말해줘서 고맙다.”
영신그룹 차기 회장으로 확정된 나를 두고 백태현이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우리 친구 회장된 기념으로 내가 쏜다. 콜?”
“콜.”
“좋았어! 그럼 내가 잘 아는 곳 있으니까. 그쪽으로 가자.”
그렇게 그날 우리는 셋이서 신나게 달렸다.
* * *
이번 시즌에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보인 선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이 사람을 이야기할 것이다.
바로 고양 유나이티드 공격수 박요한.
리그 22경기에서 19골을 넣으며, 이번 시즌부터 완벽한 피니셔로 재탄생한 선수였다.
같은 소속팀에 있는 박형우가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무섭게 치고 올라와서 22경기 12골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 2위를 차지했지만 골 격차가 무려 7골이나 차이가 났다.
고양 유나이티드가 선두 질주를 하는 요인 중에 박요한의 득점이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박요한에게 엄청난 일이 생겼다.
“뭐라고요?”
박요한은 에이전트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정말, 정말 그곳에서 저한테 영입 제안을 했단 말인가요?”
“어. 나도 제안받고 깜짝 놀랐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서류에는 ‘셀틱’이라는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스코틀랜드 리그의 양대산맥인 레인전스와 셀틱. 이 두 개의 팀 중, 셀틱이 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꽤 오랜 시간 관찰했었나 봐. 조건도 상당히 상세하게 작성해서 보내왔어.”
셀틱은 4년 계약에 연봉 10억을 제안했다.
“솔직히 연봉이나 보너스 액수는 고양에서 받는 것보단 적지만, 그래도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 거 알고 있지?”
“알고 있죠.”
박요한도 축구선수로서 유럽 진출을 꿈꾸고 있었다.
이제 한국 나이로 26세. 만으로 25세인 그에게 있어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유럽에 진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너도 알지? 셀틱에서 괜찮게 활약하면 바로 프리미어리그 팀들도 관심을 보인다는 거.”
영국연방에 들어가는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이웃사촌 같은 관계였다.
과거 한국 선수 중에 셀틱에서 활약했다가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한 케이스도 있었다.
“조금 고민 좀 해볼게요.”
“야, 이게 고민할 게 있겠냐? 시간이 없어. 셀틱도 이번 여름 이적 시장 이후에 너한테 제안하지 않을 수도 있어.”
셀틱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주전 공격수가 이적을 한 상태였다.
새로운 공격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박요한이 그들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이번에 이적하면 바로 주전 자리 꿰찰 수도 있어.”
에이전트도 지금 절정의 활약을 보이는 박요한을 한층 더 높은 곳으로 뛰어오르게 만들고 싶었다.
허나, 박요한은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팀이 시즌 중이고, 제가 여기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아요. 갑자기 중도에 팀을 떠나는 것도 지금까지 저와 함께해 준 구단에게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의리 지키다가 타이밍 놓쳐서 후회할 수도 있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단호한 박요한의 태도에 에이전트도 그 이상 뭐라 이야기할 수 없었다.
“알았어. 대신 길게 시간은 못 준다.”
“알았어요.”
그렇게 박요한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