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11화 (211/272)

211화

고양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스즈키 안도.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여전히 팀내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무언가 스스로 돋보이는 플레이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플레이를 하며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만들었다.

팀 동료들과 팬들도 스즈키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K리그에서도 톱레벨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평가받았다.

스즈키의 활약 덕분에 고양은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흑. 흑흑.”

그런 그가 소파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무 슬퍼.”

거실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한국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조금은 감정을 건드리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드라마였다.

“아! 끝났다.”

최근 그는 쉬는 날에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 취미였다.

“역시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야.”

스즈키는 조금 독특했다.

보통 선수들이 이른 나이에 일찍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데, 스즈키는 30대가 되어도 여전히 혼자 지내고 있었다.

이에 대해 누군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세상에는 즐길 거리가 너무 많아. 굳이 결혼할 필요는 없어.”

어렸을 때부터 오타쿠 기질이 있었던 스즈키에게 결혼보다는 자신의 삶에 좀 더 집중했다.

그가 축구를 열심히 하는 이유도 오타쿠의 삶을 원활하게 즐기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의 부모님은 결혼하라고 구박하고 있지만, 한국으로 온 뒤부터 그런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이잉.

“응? 누구지?”

갑작스러운 전화에 어리둥절하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발신자를 확인했다.

[신성한 대표]

“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사초상.”

-아, 스즈키 상. 오늘 쉬는 날이죠?

“그렇습니다.”

-괜찮으면 오늘 만날래요?

“좋습니다.”

일전에 유리구슬 작가인 기예진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스즈키와 신성한.

두 사람은 서로의 기질을 대번에 알아버렸다.

공통점이 많았던 두 사람은 쉬는 날에 종종 만나서 교류했다.

그렇게 대화역 먹자골목 쪽에 있는 어떤 음식점으로 향하게 된 스즈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작가님?”

기예진 작가가 신성한과 함께 있었다.

“오늘 같이 저녁 먹자 해서 보게 됐네요.”

“아, 네.”

거의 현지인급 일본어 구사가 가능한 신성한은 스즈키와 일본어로 대화를 나눴다.

스즈키가 신성한과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언어적인 영향도 컸다.

스즈키도 번역 없이 드라마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신성한은 일부러 그를 배려해서 일본어를 사용했다.

그런 배려를 알고 있는 스즈키는 신성한을 신뢰했다.

“여기 돼지고기가 맛있어요. 돼지고기 괜찮죠?”

“오, 좋아요.”

돼지고기를 주문한 뒤, 세 사람은 대화의 꽃을 피웠다.

“요즘 고양이 승승장구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네요. 스즈키 씨의 활약도 멋지고요.”

“고마워요. 사장님은 요즘 어떠세요?”

“뭐, 똑같죠. 이번에 작품 하나가 애니메이션 제작이 확정돼서, 일본에 있는 애니메이션 업체가 우리 작품을 만들어 주기로 했어요.”

“오, 어느 회사하고 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라쿠나라는 곳이에요.”

“오오오!”

스즈키가 거의 비명에 가까울 정도로 격하게 반응했다.

그런 반응에 신성한의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기예진 작가만이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대표님. 라쿠나가 어딘데 그래요?”

“그, 일본 내에서 역사가 오래된 애니메이션 업체예요. 본사가 교토에 있는데, 바이올렛 위시하고 이웃집 코바야시 드래곤 같은 작품들을 만들어 냈죠.”

“아! 저도 그 애니메이션 다 봤어요. 정말 거기하고 제작하기로 한 거예요?”

“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기예진도 깜짝 놀랐다.

“사장님. 무슨 작품하고 계약됐습니까? 혹시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사실 그 이야기하려고 오늘 스즈키 씨를 만나자고 한 거예요.”

“네?”

“일전에 고양 유나이티드를 소재로 축구 웹소설 하나 만들었던 거 기억하시죠?”

그의 물음에 스즈키는 모를 수가 없었다.

구단 내에서 동료들도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성적도 예상보다 잘 나오고 있었다. 웹소설 최대 플랫폼인 초콜릿페이지에서 상위권 순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알죠. 기억합니다. 어? 설마?”

신성한이 씨익 웃었다.

“네, 바로 그 작품이 계약되었습니다!”

“헉!”

하마터면 스즈키는 쥐고 있던 젓가락을 놓칠 뻔했다.

“내일쯤 지태훈 대표님에게도 연락이 갈 겁니다.”

“이, 이걸 저한테 먼저 알려주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후후. 스즈키 씨라면 누구보다 이 결과가 가치있다는 것을 알아줄 테니까요. 그래서 먼저 알려드렸습니다.”

“오오. 사장님.”

감격하는 스즈키와 콧대가 올라간 신성한.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는 기예진 작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오랜 기간 신성한을 지켜봤던 기예진은 예측하지 못할 때 벌어지는 그의 엉뚱함이 때론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그의 묘한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하는 걸지도…….’

무심결에 든 생각에 기예진은 깜짝 놀랐다. 다행히 아무도 그녀의 생각을 눈치채지 못했다.

* * *

“후반기 시작도 좋군요.”

짧은 휴식기가 끝나고 후반기를 진행하게 된 K리그.

고양 유나이티드는 후반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여전히 리그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나는 용준형 사장과 만나게 됐다.

“회장님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아휴, 아직 취임식도 안 했습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확정 발표까지 나지 않았습니까? 취임식은 형식적인 거죠.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용준형 사장은 여전히 TH건설의 사장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UAE 신도시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습니까?”

“전체적인 프로젝트는 아직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저희가 맡은 구역의 개발은 거의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현지 반응은 어떻던가요?”

“저희 TH건설에 대해 우호적인 이미지가 생겼습니다. 최신 공법으로 제작된 건물들이, 중동 특유의 환경과 적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죠.”

“훌륭하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모두 대표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이죠.”

TH건설은 UAE를 넘어 중동 지역의 신흥 건설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UAE 신도시 프로젝트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덕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같은 국가에서도 수주가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용준형은 지금까지도 한국에 있는 시간보다 중동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귀국하기 전에 칼리드 왕자님을 뵙고 왔습니다.”

“오, 뭐라 하던가요?”

“최근 칼리드 왕자님에 대한 UAE 국민들의 인지도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로 인해 차기 후계 구도도 뒤바뀐 모양입니다.”

“호오.”

칼리드 왕자는 기존 계승 서열 1위였던 나바드를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차기 후계 구도가 뒤바뀌면서 UAE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칼리드 왕자님은 대표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아유, 고마운 건 오히려 우리 쪽이죠. 매번 신세만 지고 있는데요.”

“아닙니다. 충분히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왕자님도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셨고요.”

정말 칼리드 왕자는 고마운 존재다. 이런 사람과 우호적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있었다.

“칼리드 왕자님께서 조만간에 두바이로 초청하겠다고 했습니다.”

“음, 시간을 비워야겠군요.”

다른 이들도 아니고 칼리드 왕자의 초대라면 일부러 시간을 비워서라도 가야지.

“그건 그렇고 국내 사업은 어떻습니까?”

“아, 최근에 보수 관련으로 사업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보수요?”

“네. 전남 쪽에 있는 축구 경기장을 보수해 달라는 의뢰였는데요. 아무래도 저희가 고양더블은행파크를 보수하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곳에서 꽤 관심을 가졌던 모양입니다.”

“흐음.”

“진행할까요?”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전개이긴 한데, 진행하세요. 해외 사업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국내 시장 개척도 중요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 * *

고양특례시 시의회는 시민당과 대한당 그리고 청년당, 이렇게 3개의 정당에 속한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고양 특례시 일산서구를 지역구로 둔 대한당 소속 시의원 박정민은 야망이 큰 인물이었다.

“다음 선거에서는 좀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야 해.”

평생 고양특례시 토박이로 살아온 그는 다양한 지역 사업을 벌이다가 시의원까지 올라온 케이스였다.

그런 그가 지금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윤 비서, 뭔가 방법이 없을까?”

박정민을 보좌하는 윤민수는 조금 생각했다가 대답했다.

“최근 고양 유나이티드가 뜨겁습니다.”

“아아. 알고 있지. 젊은 대표가 이끄는 축구팀이지 않은가.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축구팀이기도 하고.”

일산서구에 지역구를 둔 박정민이 고양 유나이티드에 대해 모를 수가 없었다.

일전에 고양 유나이티드가 초대한 행사에서 몇 번 지태훈 대표와 마주친 적도 있었다.

“그 사람을 의원님 편으로 끌어오는 것은 어떠십니까?”

“지태훈 대표를?”

“네. 현재 지태훈 대표는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만약 그 사람이 의원님 편에 선다면 상당히 큰 힘이 될 겁니다.”

“흐음.”

윤민수의 의견에 박정민은 잠깐 고민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윤 비서. 듣기로는 지태훈 대표의 사촌이 청와대에 비서실장으로 있는 지태선이라고 들었어. 알지 않은가? 지태선은 우리와 반대되는 시민당 소속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태선과 사촌이라고 해도, 그의 정치적 행보가 지태선과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째서? 이유는?”

“지태훈 대표에게 있어 고양 유나이티드는 근본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게 해줬으니까요. 만약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충분히 그쪽도 우리에게 관심을 가질 거라고 봅니다.”

“그 말은, 지태훈 대표와 거래를 시도해 보라, 이말 인가?”

윤민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은 곧 긍정의 표시였다.

“허.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인 것 같군.”

“…….”

“좋아. 그럼 지태훈 대표에게 연락해.”

“네.”

* * *

“태훈 씨, 아니, 대표님. 대한당 소속 박정민 의원님께서 대표님을 만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김 비서의 보고에 나는 혓바닥으로 입술을 축였다.

“최근에 정치적으로 접근하려는 사람이 많단 말이야.”

“아무래도 태훈 씨가 가진 영향이 지역 전체에 끼치고 있으니까요.”

무슨 축구팀에 정치인이 기웃거리냐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를 수 있다.

우리는 전례 없던 파격적인 행보로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역사를 뒤흔들고 있었다.

대한민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었다.

이로 인해 우리 팀이 연고로 있는 고양특례시 또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김진철 이사의 도움을 받아 확인한 결과, 고양특례시는 최근 4년간 막대한 관광 수입을 얻었다고 한다.

특히 경기장이 있는 일산서구 쪽의 지역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로 인해 우리를 향한 지역 시민들의 지지율 또한 최고점을 찍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금이라도 높은 지지율이 필요한 정치인들에게는 우리의 존재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겠지.”

“어떻게 하실 건가요?”

“글쎄…….”

나는 조용히 웃었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들로 인해 과연 어떤 결과들이 나올지 무척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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