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07화 (207/272)

207화

여름 휴식기라고 해서 한가하지 않다. 오히려 시즌 시작하기 전보다 더 바빴다.

“이적시장이 열렸습니다.”

여름 이적시장.

전반기에 추가 등록하지 못한 선수들을 추가 등록하거나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해 등록할 수 있는 기간이다.

나와 곽찬구 감독 그리고 로치오 단장.

여기에 로치오 단장의 통역사까지.

우리 4명이 한자리에 모여 이적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전반기 선수들에게 매긴 평가지입니다. 확인해 보시죠.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합니다.”

로치오 단장이 선수들에 대한 평가지를 보여주었다.

내용을 확인한 나와 곽찬구 감독은 침음을 흘렸다.

“전반기에 대활약을 펼친 박요한이 어째 7점이죠?”

이번 시즌 K리그 득점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요한이 의외로 7점밖에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에 로치오 단장이 냉정하게 이야기했다.

“전반기에 박요한이 보여준 피니시 능력은 폭발적이었죠. 리그 18경기 16골. 기록으로도 증명되죠.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부분을 보면,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박요한의 장점은 상대 라인을 부술 수 있는 오프 더 볼 움직임과 빠른 주력. 여기에 최근에 결정력까지 겸비했죠. 하지만.”

“…….”

“수비력이 부실합니다. 공격적인 재능은 넘치지만, 현대 축구에서 수비력이 부족하면 문제가 많습니다.”

“아.”

듣고 있던 곽찬구 감독이 탄식했다.

“로치오 단장의 말이 맞습니다. 요한이가 수비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죠. 그래서 일부러 공격 쪽으로 집중하게 한 거고요.”

“그렇군요.”

나는 다른 선수들도 쭉 살펴보았다.

“박형우는 10점이네요?”

“K리그 8골 8도움. AFC챔피언스리그 13골 7도움. 단순히 기록뿐 아니라 팀에서 끼치는 영향력과 플레이 스타일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지금 선수단에 있는 그 어떤 선수보다 대단합니다.”

“호오.”

그 말에 문득 궁금해진 부분이 있었다.

“호프만은 8점이군요.”

“준수하게 활약했지만, 적응 기간이 아직 좀 더 필요합니다.”

로치오 단장의 냉철한 분석에 나와 곽찬구 감독은 혀를 내둘렀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조목조목 선수의 장, 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유럽의 거물급 클럽들이 왜 그를 영입하려고 애썼는지 알겠다.

우리가 그를 영입해서 천만다행이었다.

“지금 우리 선수단에 부족한 부분은 어디라고 보십니까?”

내 물음에 로치오 단장이 대답했다.

“오른쪽 풀백과 센터백, 플레이메이커가 가능한 중앙 미드필더. 이렇게 3곳이 부족합니다.”

“음.”

“현재 오른쪽 풀백은 이진수가 주전으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만, AFC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하는 입장에서 이진수 하나만 계속 쓸 수는 없습니다. 백업이 필요합니다. 센터백도 같은 이유고요. 백종수와 라시모프가 잘하고 있지만, 둘 이외에 괜찮은 백업 수비수가 없습니다. 부상이라도 당해서 이탈한다면 치명적일 겁니다.”

“그렇죠. 그런데 궁금한 부분이 있습니다. 플레이메이커 미드필더는 왜 필요한가요?”

“현재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담당하는 선수는 호프만과 박형우가 있습니다만, 그 둘은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하기보다 좀 더 공격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 박형우의 득점량이 줄어든 이유도 그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자처했기 때문이죠.”

“…….”

“과거 토트넘의 해리 케인과 같은 상황입니다. 케인을 보고 누가 미드필더라고 합니까? 케인은 공격수지.”

“어떤 이야기인지 확 이해가 됩니다.”

“호프만도 플레이메이커에 소질이 있지만, 적응 기간도 필요하고 플레이메이커보다 윙어로 기용해서 좀 더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이는 게 맞습니다.”

듣고 보니 그의 말이 다 맞다.

어지간한 감독 못지않게 분석력이 뛰어났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곽찬구 감독이 말했다.

“딱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모두 다 하셨네요.”

“그렇습니까?”

“사실 시즌 시작 전에 황진용을 영입하려고 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고요.”

전북에서 뛰던 황진용을 영입하려 했다가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듣던 로치오 단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마디 했다.

“다시 영입해 보죠.”

“네?”

“이번에는 우리 팀으로 올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제가 생각했던 영입 목록 대상에도 있었고요.”

곽찬구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진용을 영입한다면, 여러 방면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흐음.”

“지금 고양은 댑스가 두껍지 않습니다. 활용 가능한 선수들이 많아야 합니다.”

로치오 단장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대표님. 여름 이적에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어느 정도 됩니까?”

“어느 정도 필요하십니까?”

“음?”

내 물음에 이번에는 로치오 단장이 의아해했다.

“으음. 제가 정해도 되는 겁니까? 아니면 혹시…… 아닙니다.”

“아, 말씀하신 금액에서 후려치려고 물었던 건 아닙니다. 진짜 얼마나 필요한지 궁금하니까요.”

나는 알고 있다.

로치오 단장이 유벤투스에서 겪어보지 않은 일을 지금 겪고 있다는 것을.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하는데 K리그 선수들로만 채운다면 그렇게 많은 금액이 필요하지는 않을 겁니다.”

K리그 선수들의 몸값이 예전보다 많이 오르기는 했어도, 유럽 정상급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몸값에 비하면 코 묻은 수준이다.

“100~200억 정도면 리그 내 정상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할 수 있더군요.”

“그렇죠.”

조금은 심드렁한 반응에 로치오 단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이 바뀝니다.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아.”

무언가 깨달은 로치오 단장.

그런 그에게 물어봤다.

“외국인 선수 영입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십니까?”

“흐음. 안 그래도 이야기하려고 했던 부분이기는 합니다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데 갑자기 저렇게 뜸을 들이는 거지?

그런데 곧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에 나와 곽찬구 감독 모두 경악했다.

“유벤투스에서 뛰는 센터백 카초를 영입하려고 합니다.”

“뭐라고요?”

* * *

【오피셜】지태훈 대표 “여름 이적 자금으로 최소 200억 이상 쓴다.”

고양 유나이티드에서 발표한 소식에 K리그가 또 한 번 요동쳤다.

“정말 이번에도 통이 다르네.”

“햐, 우리 구단은 일년 운영비가 100억이 안 돼. 근데 뭐? 이적 자금이 200억? 햐. 부럽다.”

K리그 관계자들은 고양 유나이티드를 시기와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런데 또 누구를 영입하려고 하는 걸까?”

“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풀백하고 센터백 노린다던데? 미드필더도 하나 노린다고 하고.”

“워, 정상급 선수들 영입하려고 하나?”

“그럴지도 모르지.”

“좋겠다. 그 정도 금액이면…… 수원 블루에 한정수 정도 노려볼려나?”

수원 블루에서 오랜 기간 뛰던 한정수는 리그가 인정하는 최고의 센터백이였다.

국가대표 경험까지 있었던 그는 최근 구단과 재계약하지 않고 이적을 천명했다.

“고양은 뭐, 라시모프하고 백종수도 있는데, 한정수가 갈까?”

“거절하기에는 너무나 큰 금액을 제시하면 갈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겠다.”

한정수가 수원에서 고양으로 이적하지 않을까 예상하던 관계자들.

그런데 모두 예상을 깨는 일이 벌어졌다.

【오피셜】서울 드래곤즈, 국가대표 센터백 한정수 영입 완료!

“엥?”

“뭐야? 이거 무슨 일이야?”

“아니, 한정수가 왜 서울로 가?”

오랜 기간 K리그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서울 드래곤즈와 수원 블루.

그런데 정신적 지주였던 한정수가 돌연 서울로 이적하면서 수원 블루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말도 안 돼.”

“어째서?”

【인터뷰】한정수 “실망스러운 구단의 행동에 이적했다.”

모종의 이유로 프런트에 크게 실망한 한정수는 라이벌 팀으로 이적해버렸다.

“아니, 수원은 이걸 또 보내줬어? 계약기간이 남았는데?”

“아냐. 계약기간 끝났어. 여름 시장 열리면서 끝났대.”

“와. 그럼 한정수가 제대로 통수 쳤네.”

한정수의 이적 사건으로, 관계자들은 또 궁금해했다.

“한정수가 고양에 연결됐다는 이야기는 그냥 루머로만 끝나버렸네.”

“그럼 누구를 영입하려는 걸까?”

다른 팀들이 영입 소식을 발표하는 동안 고양은 아직 조용했다.

지태훈 대표가 통 크게 돈을 쓰겠다는 오피셜을 냈는데도 말이다.

“뭔가 큰 거 하나 오는 거 아닐까?”

“으음. 이 시기에 무슨 큰 거야. 보통 여름에 큰 영입은 어렵지 않나? 다들 시즌 중이니까.”

“으음. 그렇기는 하지.”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각 구단에서는 꽤 비싼 금액이 아니면 주전급 선수들을 내주지 않는 편이었다.

“100억 주고 주전 선수 하나 빼올 수도 있지 않을까?”

“아, 그럴 수도 있겠다. 100억이면 K리그에서는 엄청 크니까.”

“100억 주면 솔직히 누구라도 팔 만하겠다. 어느 팀한테는 일 년 운영비가 들어오는 건데.”

모두가 궁금해하는 가운데, 기다렸던 영입 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오피셜】고양 유나이티드, 전북 황진용 영입!

“얼레?”

“황진용이 지난겨울에 고양하고 연결된 소식은 들었는데, 무산된 줄 알았는데 이번에 영입했네?”

환한 얼굴로 고양 유니폼을 들고 오피셜 사진을 찍은 황진용의 기사가 나왔다.

“황진용 이적에 80억 썼대.”

“뭐? 진짜야?”

“어. 전북이 어떻게든 안 놔주려고 했는데, 80억에 놔줬네.”

“와, 전북도 80억에 그냥 두 손 들었구나. 돈이 대단하기는 하다.”

“로치오 단장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데.”

황진용 영입 소식에 일부 관계자들은 부정적으로 봤다.

“황진용을 80억에? 아무리 그래도 80억 정도 줄 몸값은 아닌 거 같은데? 호구 잡힌 거 아냐?”

“이번에 영입한 단장이 예상보다 무능력한 게 아닐까?”

“음. 혹시 그런 거 아닐까? 유럽에서는 천억, 이천억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양반이 아직 물가 개념이 안 잡혀서 80억이면 엄청 싸다고 생각하고 데려온 걸 수도 있어.”

“낄낄.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다가 의문이 생겼다.

“센터백이나 풀백 영입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런 의문이 단번에 깨지는 소식이 들려왔다.

【단독】고양 유나이티드, 유벤투스 센터백 ‘카초’ 노린다!

“뭐여?”

“실화냐?”

* * *

올해 K리그는 여름 이적 기간을 기점으로 외국인 선수 보유 숫자가 변경된다.

기존 3+1+1에서 4+1로 1부 리그 한정으로 바뀐다.

국적 상관없이 4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추가로 아시아쿼터에 있는 선수 1명을 보유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고양이 보유한 외국인 숫자는 4명.

여기서 추가로 1명 더 영입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그런데…….

“저희 선수를 영입하고 싶다고요?”

콧수염을 기른 배가 툭 튀어나온 거구의 남자가 다소 건방진 자세로 우리 앞에 앉아 있었다.

로치오 단장은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았다.

“베르나르 씨. 유벤투스의 카초를 영입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시죠.”

“흐음.”

베르나르.

유럽 리그에서 슈퍼에이전트로 군림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와 함께 하는 고객들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월드클래스급 선수들로 즐비했다.

그런 그가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로치오 단장. 사실 우리가 전화로 이야기를 끝낼 수도 있지만, 굳이 내가 여기 한국까지 온 이유는 당신이 있어서였습니다.”

“그렇습니까?”

“도대체 여기서 무얼 하나 궁금했는데…… 그런데 뭐? 카초를 영입하고 싶다고?”

“문제 있습니까?”

“문제 있죠! 당연히 문제 있죠!”

베르나르가 부르르 떨며 외쳤다.

“우리 월드클래스 고객을 이런 변방에 내다 팔 거라고 생각합니까!? 그렇다면 나를 아주…….”

로치오 단장이 손가락 2개를 펴고 말했다.

“수수료 200억”

“아주 잘못……!”

그러자 이번에는 손가락 3개를 폈다.

“300억.”

“잘못 보지는 않으신 것 같군요.”

“…….”

“그럼 좀 더 이야기하실까요, 고객님? 우헤헤.”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글생글 웃고 있는 베르나르를 우리는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봤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