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05화 (205/272)

205화

쉬레가 찬 회심의 슈팅에 지켜보던 모두가 두 눈을 부릅떴다.

‘넘겼다!’

수비마저 무력화한 슈팅이다.

득점을 예상했던 쉬레.

하지만 곧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아!”

골키퍼 박지원이 날아오는 공을 정확하게 쳐낸 것이다.

손에 맞고 굴절된 공을 백종수가 빠르게 걷어냈다.

지켜보던 콘라드 감독도 아쉬움 가득한 손동작을 보이며 탄식했다.

한편, 위기를 넘긴 고양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뛰어가! 뛰어!”

한 차례 선방 이후 바로 역습 찬스를 만든 고양.

스즈키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박형우.

그 곁으로 강철인이 붙었다.

“……!”

박형우는 가벼운 턴 동작으로 강철인을 벗겨냈다.

드리블하는 그를 향해 이번에는 발베르데가 빠르게 붙었다.

하지만 박형우는 피지컬로 발베르데마저 탈압박에 성공했다.

와아아-

이 모습을 지켜보던 홈팬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2명을 벗겨낸 박형우의 플레이 덕분에, 맨시티 수비가 순간적으로 균열이 갔다.

툭.

박형우는 측면에서 쇄도하는 박요한을 향해 패스했다.

공을 받은 박요한이 질주했다.

그런 그의 곁으로 네벨이 붙었다.

하지만 박요한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뭐야? 왜 이렇게 빨라?’

네벨은 질주하는 박요한을 순간적으로 따라잡지 못했다. 당황한 네벨이 발이 엉키며 넘어졌다.

그 순간 박요한이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이했다.

골키퍼 조인스를 앞에 두고, 박요한은 침착하게 슈팅을 때렸다.

팡!

발끝을 벗어난 공이 조인스의 가랑이 사이로 흘러나갔다.

그렇게 흘러나간 공이 빈 골망을 흔들었다.

출렁-.

우와아아아아!

득점에 성공한 박요한이 포효했다.

* * *

『고양이 동점골을 만듭니다! 박요한의 골입니다!』

『K리그 득점 1위가 만든 골이네요! 박요한 선수 득점 이전에 박형우 선수가 강철인과 발베르데 2명을 벗겨내고 만든 찬스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박요한의 득점에 지켜보고 있던 고양 벤치는 환호했다. 곽찬구 감독이 주먹을 불끈 쥐었고, 벤치에 있던 대기 선수들은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관중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포효했다.

그런 관중들 앞에서 박요한이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쳐 보였다.

반면, 실점 당한 모습을 본 콘라드 감독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골키퍼 조인스는 얼굴을 붉히며 동료 수비수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

어이없이 넘어지는 실수를 저지른 네벨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아무리 친선경기였지만 굴욕적인 일이었다.

『전반전에도 고양이 맨시티를 상대로 선전을 펼쳤는데요. 후반전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동점골까지 만들었네요.』

『오, 이거 정말 흥미로운데요? 객관적 전력상 맨시티가 전력이 한 수 또는 두 수 위에 있는데, 이거 오늘 예상과 다른 경기 내용이네요.』

스코어는 2:2가 되었다.

이렇게 되자 맨시티는 이 경기를 단순한 친선경기로 볼 수 없게 됐다.

유럽 챔피언이 한국에서 굴욕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퍼질 수 있었다.

아니, 이미 퍼지고 있을 터.

어떻게든 승리해야만 했다.

『맨시티 선수들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올라오는데요. 이러면 맨시티의 뒷공간에 틈이 생길 거란 말이죠? 그러면 고양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올 시즌 고양에게 뒷공간을 내줬다가 참패를 겪은 팀들이 제법 많죠?』

『그렇죠. 맨시티라고 해서 위험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중계위원들의 말대로, 맨시티는 상당히 라인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렸다.

최후방에 튀랑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선수들이 라인을 올려 고양을 상대했다.

팡!

『맨티시의 슈팅! 하지만 고양이 막아냅니다!』

『맨시티 선수들이 계속 슈팅을 만들기는 하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요. 이런 슈팅은 그냥 낭비입니다.』

맨시티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조급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상대를 고양은 잘 막아내면서 오히려 상황을 역이용했다.

『고양! 역습이죠!』

김지우가 커팅한 공을 호프만에게 패스했다. 호프만은 박형우에게 패스했다.

어느샌가 최전방에 있던 박형우는 양쪽에 네벨과 카마도를 달고 뛰기 시작했다.

카마도가 박형우의 옷깃을 잡았다.

하지만 박형우는 흔들리지 않고 계속 질주했다.

그러다가 튀랑이 튀어나와 박형우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박형우는 그런 튀랑을 염두에 두었기에 침착하게 공을 대각선으로 흘려보냈다.

튀랑이 황급히 발을 뻗어 공을 커팅하려고 했지만, 이미 뛰어오고 있던 정성진이 먼저 공을 잡았다.

측면 수비수로 위치를 바꿨던 정성진은 어느샌가 박형우와 함께 최전방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는 박형우가 흘린 공을 잡고 그대로 골문 쪽으로 슈팅을 때렸다.

팡!

빨랫줄 같은 낮고 빠른 슈팅에 조인스가 황급히 몸을 날렸다.

캉!

“아!”

하지만 정성진의 슈팅은 조인스를 지나치는 것은 성공했지만, 그만 골대를 맞추고 말았다.

정성진이 안타까움에 탄식했다.

그런 그를 박형우가 다가가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잘했어.”

“죄송해요. 제가 너무 성급하게 찼네요.”

“아니야. 바로 못 찼으면 막혔을 거야.”

한편, 맨시티는 가슴 철렁한 위기를 겪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이대로 또 실점했다면, 맨시티의 멘탈도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생각보다 맨시티가 너무 못하는데?”

“유럽 챔피언 별거 아닌데?”

지켜보던 일반 관중들은 기대와 달리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는 맨시티에게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히려 고양이 너무 잘하는데? K리그 팀이라고 얕잡아보면 안 되겠네.”

“K리그 개노잼이라며? 전혀 아닌데?”

“나 오늘부터 고양 응원하련다.”

경기를 직관하고 있던 일반 관중들 사이에서 고양을 응원하는 신규 팬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고양의 서포터스들은 더욱 열정적으로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나의 사랑 고양!

이곳의 주인은 고양 유나이티드!

지금 노란 깃발을 올려라!

우리가 바로 고양이다!

그들이 부르는 응원가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응원가를 들으며 뛰는 선수들도 더욱 힘을 내며 뛰었다.

* * *

“계약서에서 정한 시간은 한참 지나 버렸네.”

이번 친선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의 출전 시간은 최소 45분.

그런데 지금 45분을 훌쩍 넘겼음에도 주전 선수들이 계속 뛰고 있었다.

오히려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전 선수들마저 모두 투입했다.

『알려드립니다. 맨시티에서 선수교체가 있습니다. 오데사, 데이비스, 네벨 선수가 나가고, 티에리, 라파엘, 쿤데 돌만 선수가 들어갑니다.』

주전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콘라드 감독도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네.”

나는 슬쩍 내 옆에 앉아 있는 맨시티 관계자들을 봤다.

라시드 이사나 토레스 단장은 아까와 달리 어떤 여유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굳은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고양에서도 선수 교체가 있었다.

『돌보다 단단한 석—종호--!』

『김지우 선수가 나가고 석종호 선수가 들어옵니다. 홈팬 여러분 모두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짝-

김지우는 주장 완장을 박형우에게 넘겨주고 천천히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런 그에게 홈팬들이 모두 기립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석종호가 대신 필드로 들어갔다.

“수비를 좀 더 보완할 생각인가?”

공격적인 김지우를 빼고, 좀 더 수비력이 있는 석종호를 투입하며 수비를 보강할 생각인 것 같았다.

경기는 여전히 치고받고 있었다.

주로 맨시티가 공격을 주도하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상대의 뒷공간을 노리는 고양의 역습도 매서웠다.

“이쯤에서 포털사이트하고 커뮤니티를 좀 볼까?”

스마트폰을 열어 슬쩍 포털사이트부터 들어갔다.

포털사이트에서도 오늘 경기를 온라인 생중계하고 있었다.

“호오.”

포털사이트 대문부터 눈에 들어왔다.

[K리그1 1위 팀의 저력! 고양 유나이티드 2:2 맨체스터시티 78분 Live]

맨유만세 : 짭시티 K리그팀에 말리죠? ㅋㅋ

시티천하 : 진짜 뭐해 새끼들아! 똑바로 해라!

나의 고양 : 대---고---양--!

뱃추토토 : 아 ㅅㅂ 망했다.

국대FC : 박형우 개잘하네. 국대 왜 은퇴했냐?

포털사이트 응원란은 혼돈의 도가니였다.

맨시티가 압도할 줄 알았던 그들은 예상과 다른 박빙에 충격과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그 와중에 우리팀 팬들의 응원이 담긴 메시지도 보였다.

포털사이트 반응을 살핀 뒤, 커뮤니티 반응도 살폈다.

커뮤니티도 거의 비슷했다.

다만, K리그 팬들은 지금 경기에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 *

시간은 어느샌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후반전 정규시간 종료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스코어는 여전히 2:2였다.

사실상 단 1골 싸움이었다.

이대로 무승부가 날 수도 있지만, 현재 분위기에서 양 팀 모두 무승부는 원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걸린 상황에서 서로가 1골을 넣기 위해 각축전을 벌였다.

공격을 주도하던 맨시티도 체력적으로 고전하면서 점차 힘이 빠지고 있었다.

그러자 고양에게 좀 더 많은 찬스가 나왔다.

『석종호가 몸을 막아냅니다! 호프만이 잡고 패스! 박요한인데요!』

박요한이 드리블을 하려다가 쉬레에 밀려 넘어졌다.

“이거 반칙 아니에요!?”

박요한이 반칙 아니냐며 어필했지만, 주심은 정당한 몸싸움으로 보았다.

다시 공을 잡은 쉬레가 골문 쪽으로 공을 차올렸다.

『쉬레 붙이는데요!』

교체로 들어온 티에리가 펄쩍 뛰어오르면서 헤딩을 시도했다.

옆에서 라시모프가 어깨를 내밀며 그런 티에리를 견제했다.

그런데 공이 쓱 그 둘을 지나쳤다.

“위험해!”

어느샌가 나타난 강철인이 공을 잡고 반박자 빠르게 슈팅을 때렸다.

팡!

“안 돼!”

혼전 상황이다 보니 박지원도 미처 막아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백종수가 몸을 날렸다.

팡!

백종수의 몸에 맞고 굴절된 공.

그때,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맨시티 선수들이 모두 손을 들어 올렸다.

“PK!”

주심과 부심도 PK를 선언했다.

삐이익!

“왜!?”

당황한 백종수가 왜 PK냐고 항의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있던 박형우가 황급히 백종수를 밀쳐내고, 직접 주심에게 다가가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주심이 말했다.

“팔에 맞았어요.”

“VAR 봐주세요!”

“기다려봐요.”

오늘 친선경기이지만 VAR이 가동되고 있었다.

주심은 VAR과 소통했다.

그러더니 재차 PK를 인정했다.

“아!”

VAR도 핸드볼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경기 막판에 PK를 내주게 된 고양.

“거의 다 왔는데!”

벤치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그렇게 중요한 고비에서 PK를 내주게 된 고양에게 기적이 필요했다.

박지원은 굳은 얼굴로 골문 앞에서 자세를 잡았다.

그런 그의 앞에 쉬레가 섰다.

원래대로라면 PK키커로 강철인이 나섰지만, 강철인이 쉬레에게 양보한 것이다.

키커로 나선 쉬레가 침착한 얼굴로 호흡을 고르며 찰 준비를 마쳤다.

삑!

주심의 사인과 함께 쉬레가 움직였다.

팡!

쉬레가 찬 공이 오른쪽 구석으로 향했다.

박지원도 궤적을 읽고 공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출렁-.

“아!”

와아아아!

쉬레가 찬 공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맨시티는 마치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것처럼 격렬하게 환호했다.

지켜보던 콘라드 감독도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가 뒤에 있던 코치들을 끌어안고 크게 기뻐했다.

박지원은 아쉬움에 주먹을 쥐고 잔디를 내려쳤다.

그런 그에게 박형우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이 다가와 위로했다.

벤치에서 지켜보던 곽찬구 감독도 아쉬움을 삼켰다.

‘다 왔는데, 정말 아쉽네.’

스코어는 2:3이 되었다.

추가 시간만 남은 상태에서 고양 선수들이 어떻게든 동점골을 만들기 위해 뛰었다.

애석하게도 시간이 너무 짧았다.

삑! 삐익! 삐이익!

결국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종료 휘슬을 들은 고양 선수들이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기쁜 얼굴로 서로 하이파이브 하는 맨시티 선수들과 달리 고양 선수들은 아쉬움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강철인과 박형우가 만났다.

“좋은 경기였어요.”

“그래. 너희 엄청 잘하더라.”

“유럽 챔피언이잖아요.”

“짜식.”

“뭐, 겨우 체면치레했지만요.”

강철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고양 유나이티드가 예상보다 잘했다는 것을.

막판 PK가 아니었다면 위험할 뻔했었다.

“형. 대표팀에 복귀할 생각 없어요?”

“없어.”

“아쉽네요.”

후반전에 보여준 박형우의 퍼포먼스는 대단했다.

다시 대표팀에 들어와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랬기에 그의 은퇴가 아쉬웠다.

“형,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그래. 시즌 끝나면 내가 영국 한번 찾아갈게.”

“정말요?”

강철인이 환한 표정을 드러냈다.

그런 그에게 박형우는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러고는 VIP 좌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자신들을 바라보며 박수 치고 있는 지태훈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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