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92화 (192/272)

192화

빠르게 침투해 들어오던 산드루를 막기 위해 급하게 발을 뻗던 정성진.

그런데 산드루는 그런 행위를 미리 알고 일부러 발에 걸려 넘어졌다.

그 결과 주심이 바로 PK를 선언했다.

“미, 미안.”

정성진이 당황한 얼굴로 한비오에게 사과했다. 한비오도 처음에 당황했지만, 금방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당황하면 안 된다.

그 생각이, 그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자, 전북이 PK를 얻었는데요. 더글라스가 공을 찰 준비를 합니다. 만약 여기서 득점한다면, 더글라스는 해트트릭을 달성합니다.』

해트트릭을 위해 더글라스가 직접 키커로 나섰다.

모두가 긴장한 분위기 속에서 더글라스와 한비오가 공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그때, 한비오의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비오야. 전북 같은 팀을 상대하다보면, 중요한 순간에 우리가 PK를 내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작년에 박지원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들었던 이야기였다.

“전북을 예시로 들었으니까, 전북이 상대라고 하면 아마 더글라스 같은 외국인 애들이 키커로 나올 텐데, 걔들은 은근히 스타일이 정해져 있어.”

“어떻게 정해져 있나요?”

“더글라스는 차기 전에 눈알을 살짝 굴리는 습관이 있어. 그때, 그 놈이 제일 먼저 쳐다보는 곳. 보통 거기다 차더라.”

“정말요? 그걸 어떻게 아세요?”

“어떻게 알긴. 내가 저번에 막아 봤으니까 알지. 동영상도 많이 봤고.”

“헐.”

“뭐, 궁금하면 나중에 직접 막아 보던가.”

“어휴, 그 사람이 먼저 K리그를 떠날 것 같은데요. 제가 어떻게 형을 밀어내요.”

“야, 너 나 못 밀어내면, 너 프로하면 안 되지. 짜샤. 어떻게든 나 밀어내고 네가 주전 먹어야, 나도 편하게 은퇴하지.”

“에이, 형! 무슨 은퇴예요!”

박지원은 그 말에 환하게 웃었다.

유독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잘 맞았다. 다른 선수들은 경쟁자였지만, 그 두 사람은 경쟁자이면서도 동반자였다.

그랬기에 박지원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후배의 성장을 응원했다.

‘왜 그때 이야기가 떠오른 걸까?’

한비오는 두 눈을 부릅 뜨고 더글라스를 쳐다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더글라스는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곧 왼쪽을 슬쩍 보는 것이 아닌가.

‘왼쪽? 내 기준으로 오른쪽?’

삑!

주심이 차라는 신호를 보냈다.

더글라스가 움직였다.

팡!

그와 동시에 한비오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모두의 시선이 한비오에게 향했다.

아주 짧지만,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곧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더글라스 차는데요! 오오오! 막아냅니다! 한비오의 슈퍼세이브가 나왔습니다!』

『이야~ 이거 읽었나요? 어떻게 저렇게 자신감 있게 움직여서 막아내죠!?』

한비오의 완벽한 슈퍼세이브.

그 순간 고양더블은행파크는 한비오를 외치는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한비오! 한비오! 한비오!

“비오야! 나이스!”

“잘했다!”

동료로부터 축하를 받는 한비오는 스스로도 얼떨떨했다.

‘내가 해냈어?’

관중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모자가 벗겨진 박지원이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상황이 카메라 화면에도 고스란히 잡혔다.

『한비오의 슈퍼세이브가 나오는 순간, 그 누구보다 제일 기뻐한 선수가 바로 박지원인데요!』

『보세요. 얼마나 기뻐합니까? 저게 바로 원팀의 모습이죠!』

리플레이 화면에서도 한비오의 선방이 나오는 순간, 조마조마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던 박지원이 벌떡 일어나더니 모자를 위로 집어 던지면서 포효했다.

이어 벤치에서도 두 눈을 부릅 뜨고 지켜보던 곽찬구 감독도, 슈퍼세이브하는 장면을 보고 격하게 박수치며 좋아했다.

『이렇게 골키퍼가 하나 해주면 팀도 힘이 날 수밖에 없죠? 안 그렇습니까, 위원님?』

『당연하죠! 이거 지금 고양에게는 기회입니다!』

중계진이 말한대로, 경기 분위기는 단숨에 고양 쪽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그 기세를 이어받은 형들의 퍼포먼스는 경기장을 완벽하게 뒤집었다.

『호프만 패스합니다! 박요한인데요!』

『빡요한이죠! 롸인브뤠이커 빡요한!』

박요한이 전북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환상적인 침투 드리블로 순식간에 일대일 찬스까지 만들었다.

팡!

『박요한 슈우우웃!』

『우오오오오오!』

출렁이는 전북의 골망.

박요한의 득점과 함께 스코어는 2:3이 되었다.

『경기 정말 어떻게 되나요! 고양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고양의 퍼포먼스에 전북도 본능적인 위기를 느꼈다.

하지만 한번 터진 고양의 기세는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치고 올라갔다.

그리고 결국 고양은 저력을 보여 주었다.

『경기는 동점으로 향합니다! 호프만의 동점골이 나옵니다!』

당황한 전북이 무리한 플레이로 골문과 멀지 않은 위치에서 반칙을 범했다.

프리킥을 얻은 고양은, 키커로 나선 호프만이 너무나도 깔끔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우와아아아아!

경기장은 광란의 도가니였다.

0:3에서 3:3까지 스코어를 만든 고양의 저력에 팬들은 미쳐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고양이죠! 늘 말씀드리지만! 고양의 무서움은 바로 이런 겁니다!』

『오늘 이 경기는 한비오 골키퍼가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정말 오늘 한비오 선수가 지옥과 천당을 오고 갈 텐데요.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데뷔전이 되겠네요!』

동점 상황에서 승리에 필요한 득점은 딱 1점이었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치게 생긴 전북도 모든 힘을 끌어내서 고양을 상대했다.

몇 번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고양에게는 한비오가 있었다.

정말 박지원 못지않은 든든한 선방을 보여 주면서 상대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고양도 한비오의 든든함을 믿고 전북을 계속 몰아쳤다.

하지만 이런 양 팀의 승부에도,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경기 종료합니다! 2028 TH투자회사 K리그 7라운드 고양 유나이티드 대 전북 모터스의 경기는 3:3 동점으로 마무리됩니다!』

『아, 오늘 경기 정말 재미있었네요! 전반전에 고양이 0:3으로 밀릴 때만해도, 설마 이대로 끝나는 건가 싶었는데, 결국 고양이 한비오 선수의 PK 선방 하나로 분위기를 뒤집으면서 기어코 3:3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자, 이렇게 되면, 두 팀 모두 사이좋게 승점을 1점씩 나눠 가지게 되었는데요. 고양은 5승 2무 승점 17점으로 여전히 리그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전북은 5승 1무 1패 승점 16점으로 리그 3위가 됩니다.』

『어, 같은 시간에 경기를 치렀던 서울이 승리했네요.』

『네, 그렇습니다. 서울 드래곤즈가 방금 파주를 무려 5:1로 잡았네요? 서울은 5승 2무 승점 17점으로 리그 2위에 오릅니다. 다득점에서 서울이 고양보다 3점 차이가 나기 때문에 2위로 랭크됩니다.』

『아직 울산이 경기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내일 경기 결과에 따라서 이 순위가 바뀔 수 있는데요. 이번 시즌에는 고양, 서울, 전북, 울산 이렇게 초반 4팀이 ‘빅4’를 이루네요.』

『그렇습니다. 네, 그럼 저희 중계는 여기서 마칩니다. 여기는 고양더블은행파크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 * *

우리팀이 전북을 상대로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하던 그 시각, 나는 강시윤PD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표님께 제안하고 싶은 사업이 하나 있습니다.”

“사업이요?”

“네. 혹시 OTT 플랫폼 사업을 진행해 보실 생각 있으십니까?”

“OTT요?”

“네. over the top. 약칭 OTT라고 불리는데요. 드라마플릭스, 팡팡플레이 같은 곳이 대표적인 OTT죠.”

“아아. 그렇군요. 그런데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꺼내시는 건가요?”

“그건 앞으로 저희가 진행할 업무방향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될 부분이기 때문이죠.”

“흥미롭네요. 좀 더 듣고 싶네요.”

갑자기 얼굴 보면서 할 이야기가 했다는 양반이 뭔가 잔뜩 준비한 모양이었다.

강시윤은 현재 TH미디어가 진행하는 사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원래라면 최소 본부장급 직책을 주려고 했지만, 본인이 PD면 만족한다고 이야기해서 직책만 PD일 뿐, 하는 일은 그 이상이었다.

그랬던 그였기에 이번에 그의 제안은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지금 TH미디어가 추진하는 주력 사업은 ‘K리그’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중계를 위한 영상 사업 정도 수준에 불과하죠.”

“그렇죠.”

“하지만 TH미디어가 지금보다 더 크게 확장하고, 대표님께서 추진하는 목표에 맞게 진행하려면 여기에 OTT 플랫폼 사업이 반드시 추가되어야 합니다.”

“흐음.”

“우리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서 K리그를 다루고 있지만, 이대로 가면 회사는 파산합니다. 이 상황을 개선하려면 다양하고 수준 높은 콘텐츠 서비스가 필요하죠. 문제는 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마켓, 즉, 플랫폼을 선별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현재 저희와 협업하는 곳은 방송사 정도죠?”

“그렇죠. 그들은 저희가 제공하는 영상을 받아서 판매하고 광고료와 수신료를 챙기는 정도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렇군요.”

강시윤은 현재 K리그가 갖는 구조적 문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현재 K리그의 문제는 바로 대중적 인식입니다. K리그를 즐겨보는 사람을 제외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K리그에 관해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뭐죠?”

“K리그는 재미없다.”

“…….”

“그냥 재미없는 수준이 아닙니다. K리그는 수준이 떨어지고 언제든지 불법 사설 도박자들에 의해 조작 가능한 리그. 이게 지금도 일반인들이 가진 인식입니다.”

“좀 심한데요.”

“아닙니다. 제가 세게 말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

“지금 K리그에 필요한 건, 인식 개선입니다.”

너무나도 신랄한 비판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그의 비판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듣는 이야기들이 있었으니까.

“최근 대표님이 운영하는 고양 유나이티드나 TH투자회사로 인해 인식 수준이 조금은 나아졌다고 해도, K리그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계속 말씀하세요.”

“대표적으로 콘텐츠의 질적 상승입니다. 잘나가는 해외 리그를 보면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여기에 상당히 많은 부가 콘텐츠 제작이 들어갑니다.”

“거기에 영상 콘텐츠도 포함되어 있군요.”

“그렇죠.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시각적인 효과가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그 시각적인 부분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서 팔아야죠.”

강시윤의 말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됐다.

내가 투입한 자금력으로 리그의 질적 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제법 많은 구단들이 거액을 투자하면서 수준 높은 선수들이 K리그에 투입되었다.

이로 인해 이번 시즌부터 경기력 수준이 확연히 올라갔다는 평가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TH미디어가 확보한 중계권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 뒤, 직접 만든 플랫폼에서 유통까지 진행한다면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을 이해한 나는 강시윤이 다르게 보였다.

“제법이군요. 강PD님.”

“후후. 사업적인 면에서 대표님이 최고시죠. 저는 그저 제안만 던질 뿐이고요.”

“아주 훌륭한 제안입니다. 세부적인 내용을 좀 더 보완한다면 꽤 먹음직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네요.”

결론을 내린 나의 추진력은 그 누구보다 빠르다.

“강PD님. 방금 이야기한 내용대로 사업 추진하죠. 시작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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