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85화 (185/272)

185화

『박형우는 다행히 뛸 수 있다는 사인을 보냈습니다.』

『아! 다행입니다! 만약에 박형우 선수가 부상당하면, 고양에게는 정말 치명적입니다!』

다시 필드로 돌아온 박형우를 향해 팬들이 힘찬 함성과 박수로 맞이했다.

다시 경기가 재개되면서 선수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더비전은 정말 방심할 수가 없네요!』

박천명 해설위원의 말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전반전에 박요한이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고양이 압도적으로 파주를 찍어누르는 듯싶었다.

그런데 후반전에 호프만이 퇴장당하면서 경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파주FC는 수적열세에 처한 고양을 상대로 맹공을 퍼부었다.

전반전에만 해도 그렇게 밀리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양을 몰아붙였다.

『세비치 슈웃! 박지원이 막아 냅니다!』

『파주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이번에는 천명훈인데요! 천명훈 슈우웃! 수비에 막힙니다!』

『어우, 파주의 파상공세도 대단하지만, 고양 선수들의 투혼도 대단하네요. 선수들이 몸으로 막아내고 있어요!』

파주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고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곽찬구 감독은 선수 교체를 시도했다.

“석원아. 네가 수고 좀 해줘야겠다.”

“넵!”

『고양이 선수를 교체하는데요. 오, 한석원 선수를 투입할 준비를 하네요. 1명 부족한 상황에서 수비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서는 고양입니다!』

『이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고양이 수적으로 1명 부족하긴 하지만, 수비수가 퇴장당한 것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지금 수비도 나쁘지 않고요. 이럴 때 오히려 공격적인 카드를 통해서, 파주의 뒷공간 역습을 노린다면, 오히려 파주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박천명의 분석대로, 곽찬구 감독은 공격적인 선택으로 파주의 뒷문을 노렸다.

‘석원이도 필요하면 패스나 침투 플레이가 가능한 자원이야. 파주가 지금 라인을 끌어올린 상태니까 충분히 해볼 수 있어.’

숫자가 10명인 상황에서, 곽찬구 감독은 선수들의 위치도 조정했다.

『정성진 선수가 빠지고, 한석원 선수가 들어가는데요. 이렇게 되면 고양의 포메이션도 변화가 있겠습니다.』

『어~ 한석원 선수가 2선 자원으로 들어갔는데요. 이렇게 되면…… 아!』

중계위원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지금 보니까 박요한 선수가 윙백으로 갔네요!』

박형우를 제로톱으로 두고, 그 밑에 한석원, 스즈키, 오세진이 있었다. 좌우 측면 윙백으로 박요한과 이진수가 있고, 후방에는 김지우, 라시모프, 백종수가 그대로 스리백을 유지했다.

『이건 비대칭 전술로 가겠다는 뜻이네요.』

『비대칭이요?』

『네. 곽찬구 감독 의도는 확실합니다. 기본적으로 파주의 공격을 내려서 막고, 역습 상황일 때는 윙백 박요한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리는 비대칭 공격 전술로 가겠다는 뜻으로 보이네요!』

1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전술적 선택이었다.

그야말로 통하면 대박, 안 통하면 밸런스가 파괴되어 완전히 무너질 수 있었다.

『고양이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고양의 승부수에 파주FC는 더욱 공격적으로 봉쇄했다.

“지금 상황에서 공격이야말로 최적의 선택이다!”

고양의 반격은 꿈도 꾸지 마라는 듯 파주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축구는 90분 내내 한쪽만 공격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이 악물고 파상공세를 버텨내던 고양에게도 마침내 찬스가 찾아왔다.

『세비치가 김교훈에게! 아! 김교훈, 미끄러집니다!』

공을 받다가 순간적으로 스텝이 꼬여 미끄러진 김교훈.

그 순간, 스즈키가 공을 잡아냈다.

볼 소유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지닌 스즈키가 공을 지켜내고, 가까이 다가온 한석원에게 패스했다.

세비치가 한석원에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한석원은 기술적인 턴 동작으로 세비치를 탈압박한 다음, 센터 서클 근처에 있던 박형우에게 공을 건넸다.

공을 받기 전에 이미 동료들의 위치 파악을 끝낸 박형우는, 받자마자 바로 측면 쪽으로 공을 올려보냈다.

『박형우가 길게 공을 보내는데요! 박요한에게 정확히 떨어집니다! 박요한이 질주합니다!』

오늘 무서운 활약을 보여주는 박요한이 엄청난 드리블 질주를 보여주었다.

『박요한 지치지 않고 빠르게 달리는데요! 마치 황소 같습니다!』

“뭐해! 막아!”

파주 선수들이 드리블하는 박요한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박요한! 제칩니다!』

달려드는 파주FC 선수들을 드리블로 모두 제쳐버렸다.

마치 전성기 시절 리오넬 메시 같은 드리블을 선보인 박요한에게는 어느 순간, 골키퍼만 앞에 두고 있었다.

『박요하아아안! 기회죠오오오!』

『가나요오오오오!』

지켜보던 모두가 기립했다.

그 상황에서 박요한이 침착하게 빠르고 낮게 슈팅을 때렸다.

팡!

미사일처럼 날아간 슈팅이 그대로 골키퍼를 지나쳐 골망마저 흔들어 버렸다.

우와아아아아!

지켜보던 모두가 비명 같은 탄성을 내질렀다.

『우와! 우와아아아! 이게 지금 무슨 일이죠! 세상에! 와! 세상에!』

『엄청난 득점입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어메이징합니다!』

『박요한이 포트트릭을 달성합니다!』

손가락 4개를 펴고 서포터스가 있는 쪽으로 뛰어간 박요한.

포효하는 그를 앞에 둔 고양 서포터스들은 그야말로 광기에 물들었다.

“박요한 이 미친놈아!”

“으아! 갓요한! 갓요한!”

고양 벤치에서도 난리가 났다.

곽찬구 감독을 비롯하여 벤치에 있던 모두가 박요한을 향해 뛰어갔다.

몸을 풀고 있던 대기 선수들도 박요한의 4번째 득점이 터진 순간 본능적으로 박요한에게 다 뛰어갔다.

한편, 박요한의 4번째 골이 터진 순간을 목격한 이광용 감독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드러냈다.

윤태준 골키퍼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파주FC 서포터스들 중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정말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통산 106번째 경기북부더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1경기에 4골을 기록한 선수가 나왔습니다!』

『오늘 박요한 선수는 인생 경기를 펼치는데요! 와, 이게 말이 되나요? 1경기에 4골이라니!』

『과거에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에서 서울의 윤준태 선수가 1경기 4골을 기록한 적이 있었는데요. 경기북부더비에서는 박요한이 4골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아, 저는 박형우 선수 칭찬도 안할 수가 없는데요. 박요한 선수에게 패스할 때, 이미 위치를 파악한 박형우 선수가 제대로 찔러줬거든요.』

경기장 대형 전광판에 박요한의 모습이 나왔다.

-믿을 수 없는 득점이 나왔는데요. 다 같이 힘차게 외쳐봅시다! 오늘 4번째 골의 주인공은!

-박---요---한!

-다시! 4번째 골의 주인공은 누구!

-박---요---한!

-오늘 승리의 주인공은 누구!

-고—양--!

경기장은 광란의 도가니였다.

스코어는 4:1로 벌어졌다.

자칫 모든 분위기가 어그러질 수 있었던 고양은 박요한의 득점으로 다시 분위기 변화에 성공했다.

“으아아아!”

한편, 암울한 얼굴로 라커룸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호프만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포효했다.

『지태훈 대표도 벌떡 일어나서 포효하네요! 오늘 지태훈 대표는 박요한 선수에게 금일봉이라도 줘야되겠습니다!』

『정말 어메이징 고양입니다!』

* * *

[고양 유나이티드 4:2 파주FC]

[박요한 9, 17, 30, 72 | 세비치 58, 90+5]

106번째 경기북부더비는 고양 유나이티드가 파주FC를 4:2로 대파했다.

경기 막판 추가 시간에 힘이 빠진 고양을 상대로 세비치가 추가골을 넣었지만 주심은 그대로 종료 휘슬을 불었다.

경기가 끝나고, 고양이 보여준 저력에 모두가 놀랐다.

특히 박요한의 4골은 계속 회자가 되었다.

【K리그1】‘김용수 감독님, 보고 있나요?’ 박요한, 파주FC와의 경기에서 1경기 4골 기록!

【오피셜】박요한, 경기북부더비 MVP 선정!

이 경기 이후 박요한은 리그에서만 5골을 기록하면서 K리그1 득점 랭킹 단독 1위로 올라섰다.

그렇게 3라운드까지 경기를 치른 K리그는 A매치 휴식기에 돌입했다.

“경기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네요.”

“진짜 너무 대박이지 않습니까? 박요한 선수가 4번째 골 넣었을 땐 진짜 오줌 지릴 뻔했습니다!”

내 말에 유지원 부장도 흥분한 상태로 반응했다. 그런 그를 보며 속으로 웃었다.

A매치 휴식기라고 해서 우리 업무가 쉬는 것은 아니다.

평일이 되었음에도 주말 경기에 대한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팀 선수들 중에 이번에 A매치에 차출된 선수들이 제법 되죠?”

“네? 아, 네넵. 박요한 선수를 포함해서 꽤 됩니다.”

박요한, 오세진, 정성진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차출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라시모프는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로, 필립 호프만은 독일 국가대표로 차출됐다.

독일 현지에서는 호프만이 K리그로 이적하면서 자연스럽게 국가대표에서도 멀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현 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인 ‘토마스 하퍼’는 3월 A매치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필립 호프만은 우리에게 중요한 선수다. 분데스리가를 떠났다고 해서 바로 뽑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내가 확인해 본 바로 그는 여전히 실력이 있는 선수다.”

이후 필립 호프만이 독일 국가대표팀으로 차출된 이후 K리그 팬들의 기대감이 부쩍 올랐다.

-크, 독일 국대 선수들 중에서 소속팀에 K리그 클럽이 뜨는 건가?

-토마스 하퍼가 호프만은 계속 주전으로 기용하니까, 이번에도 선발로 나오지 않을까?

-크~ 국뽕 취한다.

-이게 국뽕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취한다~!

독일은 이번 3월 A매치에서 유럽 네이션리그를 치르는데, 스페인과 네덜란드 2연전이 예정되어 있다.

“다들 부상 없이 잘 뛰고 왔으면 좋겠네요.”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 일은 선수들에게 있어 자긍심 넘치는 일이지만, 소속팀 입장에서는 부상 없이 뛰고 오는 게 중요했다.

국가대표 경기에서 부상을 겪으면 그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곽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화요일 오전까지 휴식을 부여했습니다. 이후 회복 훈련을 진행하고 다음 라운드 준비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렇군요.”

A매치 휴식기라고 해도, 나는 여전히 업무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휴식기를 이용해서 맨시티 관계자가 온다고 했었죠?”

“네, 그렇습니다. 모레 오후에 입국한다고 합니다.”

“차질 없이 준비 잘해 놓으세요. 우리에게 중요한 파트너니까요.”

“네. 확실하게 준비해 두겠습니다.”

* * *

인천국제공항.

“네, 지금 도착했습니다.”

대머리의 중년 남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입국장을 걷고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그의 왼쪽 가슴팍에는 엠블럼이 있었다.

하늘색과 흰색이 섞인 바탕에 범선과 빨간 장미로 이루어진 엠블럼 위에는 [MANCHESTER]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 그가 한손에 검은 가방을 쥐고 입국장을 벗어난 순간, 누군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고양 유나이티드의 유지원입니다. 맨체스터시티의 라시드 기술이사님 맞으십니까?”

“오, 미스터 유? 반갑습니다. 제가 기술이사 라시드입니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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