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77화 (177/272)

177화

【ACL】고양 유나이티드, 우라와 원정에 승리… 박형우 멀티골.

【ACL】박형우“우리는 승리할 자격이 있었어.”

까다롭다는 우라와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우리는 산뜻하게 조 1위로 치고 올라갔다.

같은 조에 있는 시드니가 허베이 원정에서 막판 극적 동점골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G조 순위표 (팀명/승점/다득점)

[1] 고양 유나이티드 | 6 | +8

[2] 우라와 레즈 | 3 | +3

[3] 시드니FC | 1 | -5

[4] FC허베이 | 1 | -6

“걱정과 달리 산뜻한 출발이네.”

순위표를 받아본 나는 흐뭇한 마음을 드러냈다.

“아직 4경기가 남았긴 해도, 이대로만 가면 조 1위로 가능하겠어.”

3차전 시드니 원정까지 잘 이겨내면 이후 2연속 홈경기다.

마지막 6차전 허베이를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르지만, 5차전에서 다시 맞붙는 우라와 레즈까지 잡게 되면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하고 편하게 허베이 원정을 떠날 수 있다.

“선수들도 분위기가 좋던데.”

경기가 끝나고 나는 직접 라커룸을 방문해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를 격려했다.

격려 과정 중에 선수단의 분위기를 살폈는데, 모두 밝은 얼굴이었다.

“이런 분위기로 개막전까지 잘 치르면 좋겠군.”

이제 주말에 기다렸던 K리그가 개막된다.

그것도 ㈜TH투자회사가 메인스폰서로 말이다.

“천 부장님. 홈 개막전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네, 대표님. 다양한 이벤트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업무는 막힘없이 진행 중이고요.”

“좋네요. 계속 힘내 주세요.”

“네!”

홈 개막전은 일정상 3라운드에 열리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는 존재했다.

하지만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했다.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걸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해.”

그렇게 구단 업무는 차근차근 이루어져 가고 있었고, 더불어 나는 박준후 팀장으로부터 후계자 교육을 받았다.

“같은 기업이라도 규모에 따라서 존재하는 시스템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규모를 논할 때,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죠.”

“시스템이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합니까?”

“인사, 업무적 소통방식, 복지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앞으로 대표님께서는 이 시스템을 얼마나 체계화하고 운영할 수 있는지 공부하셔야 합니다.”

“흐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계시지만, 영신그룹을 대표님께서 흡수하고 회장직에 오른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결코 그룹을 이끌 수 없습니다.”

“그렇군요.”

“한동안 기업 시스템을 주제로 수업이 진행될 겁니다. 덧붙여 대표님께 숙제도 내어드릴 거고요.”

“숙제요?”

내가 놀라서 눈을 깜빡이자, 박준후 팀장이 가볍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숙제라고 해서 학교 숙제 같은 것을 떠올리시면 안 됩니다. 기업 대표로서 수행해야 할 업무적 과제들이 될 테니까요.”

“흐음.”

“대표님께서 수업과 과제를 얼마만큼 완수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업의 난이도가 결정될 겁니다.”

박준후 팀장이 확실히 작정하고 후계자 수업을 준비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그에게 고맙기도 하면서도 긴장이 되기도 했다.

“그럼 오늘 과제를 드리죠.”

“뭐죠?”

“오늘 과제는…….”

꿀꺽.

긴장한 자세로 침을 꿀꺽 삼키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천지원, 유지원, 정소영 이 세 사람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십시오.”

“응?”

갑자기 저녁을 먹으라고?

“그게…… 과제입니까?”

“네. 물론 그냥 저녁만 먹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 세 사람의 스타일을 파악해서 내일 저에게 이야기 해 주시면 됩니다.”

“흐음.”

뜬금없이 저녁을 먹으라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데, 스타일을 파악하라니.

의도가 무엇일까?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아, 넵.”

시간을 보니 퇴근 시간이 다 됐다.

‘헉, 잠깐만. 시간이 없잖아?’

갑자기 저녁 먹자고 하면 싫어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과제니까 어쩔 수 없었다.

김진철 이사도 두 눈을 부릅뜨고 박준후 팀장 말을 잘 들으라고 했으니 말이다.

“하아. 어쩔 수 없군.”

나는 곧장 세 명의 부장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 * *

“대표님, 맛을 좀 보시겠습니까?”

일산 백병원 뒤쪽 주택가에 있는 어느 고깃집에서 나와 세 명의 부장들이 모였다.

우리를 대표해서 열심히 고기를 굽는 천지원 부장이 다 구운 한우 등심 한 점을 내 앞접시에 올려놨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젓가락질로 고기를 먹었다.

“맛있네요. 잘 구워졌습니다.”

“오, 다행이네요.”

“자자, 드시죠. 드세요.”

“잘 먹겠습…… 아! 술부터 짠할까요?”

“그러죠.”

우리는 각자 앞에 놓인 소주잔을 쥐고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우리는 한 번에 소주를 원샷 했다.

“크으. 퇴근 후 소주는 기가 막히단 말이지.”

유지원 부장의 말에 정소영 부장이 작게 웃었다.

“대표님 덕분에 한우도 먹네요.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좀 더 좋은 대접을 해드려야 했는데 이 정도 뿐이어서 죄송하네요.”

“아유, 대표님.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저희는 늘 대표님께 감사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죠? 정 부장? 천 부장?”

유지원 부장의 물음에 두 사람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늘 신세 진다 생각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세 사람의 반응에 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한우 등심을 먹다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같이 식사하는 일은 처음이네요?”

“그렇네요.”

먹다 보니 새삼 깨달았다.

부장급 인사들이 모두 모여 이렇게 회식을 한 적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부임하고 몇 년이 지났것만, 처음이라니.

“허허.”

괜히 미안해지네.

“그간 바빴으니까요. 그리고 요즘 분위기가 잦은 회식보단 워라벨이 보장된 저녁 있는 삶을 더 추구하고요.”

“아, 맞습니다. 대표님,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눈치 빠른 천지원 부장과 유지원 부장이 재빠르게 나섰다.

그때 정소영 부장이 끼어들었다.

“저는요,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인데요. 유 부장님하고 천 부장님 이름 때문에 헷갈려요.”

“하하. 처음에 다들 헷갈려했죠.”

“지금도 헷갈려하는 직원들도 있고요.”

성만 다를 뿐, 똑같은 ‘지원’이란 이름을 쓰는 두 명의 부장들 때문에 혼동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게 이 사람들 잘못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은 적응한 상태다.

“두 분의 이름이 어떻든,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저한테는 두 분은 최고의 인재들인데요.”

두 명의 지원이 만들어 내는 존재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유지원 부장이 조금 답답한 면이 있어도, 확실히 본인 일에는 능력을 보여왔다.

내가 대표로서 주로 외부 활동을 한다면, 유지원 부장이 구단 경영과 관련해서 전반적인 안살림을 맡아왔다.

천지원 부장은 말할 것도 없다.

구단의 전반적인 외부 마케팅과 기획, 이 모든 게 그의 손을 거쳐서 진행되고 있다.

작년 FA컵 결승전 2차전에서 선보였던 AR을 활용한 이벤트도 천지원 부장의 기획으로 진행됐었다.

이렇게 두 명의 지원이 노력해 준 덕분에 고양 유나이티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대표님, 저는요?”

“하하. 정 부장님도 빼놓을 수 없죠. 가장 중요한 ‘돈’을 우리 정 부장님께서 맡아주시니까요.”

각종 정산과 회계를 맡는 정소영 부장은, 적어도 K리그 내에서 탑급이라고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아무 문제 없이 자금을 집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소영 부장의 환상적인 회계 처리 덕분이었으니까.

달리 말하면, 그녀가 OK하지 않으면 아무리 대표인 나도 자금을 운영할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곳간 열쇠를 담당하는 그녀는 가장 공정하고 혹독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으니까.

그걸 알기에 나도 그녀에게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부장님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대표님께서 그렇게 말씀하니까…… 이거 한잔 안 할 수가 없군요! 한잔 어떠십니까!”

“좋습니다.”

소주가 훅 들어간다.

“크으. 오늘 완전 날이네. 소주가 그냥 들어가네요.”

유지원 부장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됩니다. 우리는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요.”

“하하. 저희가 누굽니까? 어련히 알아서 관리할 수 있으니, 대표님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하하하.”

술자리는 화기애애했다.

그렇게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샌가 다들 기분 좋게 취기가 올라왔다.

“우리 쉣째가~ 이번에 초등학생이야. 근데 내가 놔이가~ 몇이야? 올해 47이야. 만으로. 우리 셋째 대학 졸업할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앞으로 최소 16년은 더어~ 일해야 한단 말이쥐~”

“와, 유 부좡님. 좌식이 쉣이나 있으셨어요~?”

“웅! 정 부장은 둘이쥐~?”

“네엥! 둘이죠!”

“정 부좡도 고쉥이 많쿤!”

혀가 꼬부라져서 대화를 나누는 유지원 부장하고 정소영 부장이었다.

유지원 부장이 천지원 부장을 보고 말했다.

“춴 부좡~”

“예. 유 부장님.”

“우리 쳔 부장뉨은, 그, 다녀온 남자잖아.”

“그렇지요.”

“그, 외롭지 않아? 원하면 눼가 괜촤는 여좌, 소개해 줄 수 있는뒈.”

“괜찮습니다. 저는 혼자가 좋습니다.”

“그뤄지 말고~ 나이 먹고 혼좌면 너무 외로워~”

“…….”

보다 못한 내가 끼어들었다.

“유 부장님, 많이 취하신 것 같습니다. 슬슬 정리할까요?”

“아! 대표뉨~ 저 괜촨쑵니돠. 같이! 어! 같이 2차 가쉬죠! 줴가 쏘궸습니다~”

“하하. 2차는 다음에 또 같이 먹거든, 그때 하시죠. 오늘은 여기서 끝내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천지원 부장에게 슬쩍 눈치를 주며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받은 천지원 부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유지원 부장을 부축하고 일으켜세웠다.

“부장님. 제가 모시죠. 일어나세요.”

“으응. 알아쒀~”

부장들이 일어나서 정리하는 동안, 나는 빠르게 계산하고 나왔다.

“아무래도 유 부장님 먼저 보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천지원 부장이 스마트폰으로 초콜릿택시를 불렀다. 택시는 금방 잡혀서 왔다.

“부장님, 들어가세요!”

“으웅! 내일 뵙겠습니다~”

그렇게 유지원 부장을 보낸 뒤, 천지원 부장이 말했다.

“대표님. 괜찮으시면 한잔 더 하시겠습니까?”

“괜찮겠습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한잔 더 먹을까?

적당히 먹고 끝내고 싶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과제를 진행하기 위해선 아직 스타일을 많이 파악하지 못했다.

“좋습니다. 한잔 더 하죠. 정 부장님은 어떠세요?”

“음~ 좋아요~”

정소영 부장이 취하기는 했어도 만취한 것은 아니었다.

슬쩍 봐서 정소영 부장도 보내야지.

유지원 부장 보낼 때 보내도 됐으나, 그렇게 하면 정소영 부장이 너무 아쉬워하는 것 같아서 2차까지 함께 하는 것으로 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호프집에 들어갔다.

맥주와 마른안주를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천지원 부장이 말했다.

“대표님.”

“네?”

“진행하시는 일은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진행하는 일이라면…… 후계자 건을 이야기하는 건가.

내가 말없이 그를 쳐다보자, 천지원 부장이 말을 덧붙였다.

“지태완 회장이 체포된 이후, 영신그룹 내에서 대표님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

천지원 부장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대표님께서 박준후 팀장님으로부터 후계자 교육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천 부장님은 많이 알고 있으시네요.”

박준후 팀장에게 후계자 교육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극소수의 관계자만 아는 이야기다.

구단 내 대부분은 박준후 팀장이 김 비서와 함께 나를 보좌하는 역할로 들어온 줄로 알고 있었다.

워낙 극비라서 천지원 부장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런데 그가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여러 생각이 드는 와중에 천지원 부장이 말했다.

“대표님께서는 영신그룹 회장이 되실 생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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