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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 구단주-176화 (176/272)

176화

미사일처럼 날아간 슈팅이 우라와 골문으로 정확히 날아갔다.

경기장에 있던 관중들도 그 순간 모두 눈을 부릅뜨며 기립했다.

팡!

『마스모토 골키퍼의 선방!』

와아아아!

수문장 마스모토의 완벽한 선방에 골대 뒤쪽에 있던 우라와 서포터스들이 환호했다.

반면,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팬들은 크게 아쉬워했다.

『벤치에서 지켜보던 곽찬구 감독이 상당히 아쉬워합니다!』

팔짱을 낀 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던 곽찬구 감독이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자 무릎을 뒤로 살짝 굽히면서 아쉬워했다.

『사이타마 원정이 상당히 까다로운데, 예상보다 고양이 잘해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직 전반 초반이기는 하지만, 지금 10분에서 15분 정도 고양이 좀 더 경기를 주도하고 있네요.』

고양의 좀 더 주도권을 지니고 있어도, 전체적으로 두 팀의 경기는 상당히 박빙이었다.

우우우---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우라와의 홈팬들은 고양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거친 야유를 쏟아냈다.

하지만 선수들은 야유에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그렇게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양이 또 한 번 찬스를 만들었다.

『자, 다시 한 번 호프만인데요! 이번에는 정성진이 볼을 잡습니다! 측면에서 달리는 정성진!』

측면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정성진이 공을 잡고 드리블하며 상대 측면 공간을 파고들었다.

『정성진 빠른데요! 코너킥 존 부근까지 왔습니다! 크로스 올리나요! 앞에는 요시다가 있습니다!』

길목을 막고 있는 요시다를 앞에 두고 정성진은 과감하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왼쪽으로 움직이는 척하다가 공을 살짝 툭 건드려서 요시다의 가랑이 사이로 공이 빠졌다.

당황한 요시다의 자세가 흐트러진 순간, 정성진이 그런 요시다를 제치고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진입했다.

『정성진이 요시다를 제쳤습니다! 기회인데요!』

『찬쓰죠!』

이미 양 팀 선수들이 대거 페널티박스 안쪽에 모여 있는 상황이었다.

정성진은 미야자키와 칸지로 사이에 있는 박형우를 봤다.

툭.

정성진이 박형우에게 공을 짧게 패스했다. 공을 받은 박형우는 뒤에서 자리 잡고 있던 박요한에게 패스했다.

완벽한 삼각 패스에 순간적으로 우라와의 수비가 휘청였다.

『기횝니다! 박요한!』

골문 코앞에서 공을 잡은 박요한.

놀란 마스모토 골키퍼가 박요한 발밑으로 몸을 날렸다.

박요한은 그보다 한발 빠르게 공을 찼다.

팡!

출렁-

『들어갑니다! 박요한입니다!』

『이야아아! 최곱니다!』

우와아아아!

득점을 기록한 박요한이 골대 뒤쪽에 있는 우라와 서포터스 쪽으로 뛰어가더니 곧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뛰었다.

마치 산책하듯.

『아, 박요한이 산책 세리머니를 하는군요! 우라와 팬들이 거칠게 반응합니다!』

2010년, 일본의 남아공 월드컵 본선 출정식 경기에서 치러진 한일전. 그 경기에서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이 선제골을 기록하고 보여줬던 산책 세리머니는, 이곳 사이타마에서 등장했었다.

이후 사이타마에서 골을 기록하는 한국 선수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산책 세리머니를 했다.

우라와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하지만 우라와의 모기업이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전범 기업이고, 평소 우라와가 한국을 상대할 때 보여주는 행동을 생각한다면 적절한 대응책이라고 볼 수 있었다.

우우우우-

성난 우라와 팬들의 야유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그런 상황에서 주심이 귀에 손을 올리고 VAR과 교신하고 있었다.

『오프사이드 여부를 체크하는 것 같은데요.』

『지금 리플레이 화면을 보면, 오프사이드는 아닌 것 같은데요.』

주심은 VAR과 교신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온 필드 리뷰를 확인할 것도 없이, 주심은 손가락으로 센터서클을 가리키며 득점을 인정했다.

와아아아!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팬들의 함성이 다시 울려 퍼졌다.

『주심이 제대로 봤네요.』

『자, 이렇게 고양 유나이티드가 우라와를 상대로 앞서 나갑니다!』

『지난 경기에 이어서 고양의 분위기가 상당히 좋습니다!』

까다로운 우라와 원정에서 1골 앞선 고양 유나이티드는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여유도 오래가지 못했다.

“積極的に!”

“早く!”

실점 이후 우라와 선수들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격해 왔다.

『요시다가 앞쪽으로 길게 패스합니다! 측면에 페트로비치가 받습니다!』

우라와에서 뛰고 있는 세르비아 출신 측면 미드필더 패트로비치가 공을 받고 쇄도했다.

190에 가까운 체격에 빠른 주력을 가진 그를, 김지우가 가로막았다.

하지만 페트로비치는 그런 김지우를 기술적인 플레이로 가볍게 제치고, 빠르게 다가온 이진수마저 뚫어냈다.

순식간에 위기를 맞이한 고양 유나이티드.

『위험한데요! 페트로비치 슈우웃!』

눈앞에 수비수가 있는 상황에서 페트로비치가 페널티박스 라인 앞에서 과감하게 슈팅을 때렸다.

발끝을 벗어난 슈팅이 골문으로 향했다.

팡!

『박지원 막아냅니다!』

박지원이 손으로 간신히 쳐냈다. 하지만 손에 맞고 굴절된 공을, 수비수 사이를 뚫고 쇄도해오던 우라와 선수의 발밑으로 향했다.

팡!

출렁-

『아! 실점하고 맙니다. 아우렐리오의 득점입니다.』

브라질 출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아우렐리오가 마무리하고 팬들 앞에서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젠장!”

박지원이 골문 안에 있는 공을 집어던졌다.

실망하는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들에게 곽찬구 감독이 외쳤다.

“아직 안 끝났다! 정신들 차려라!”

비록 실점하기는 했어도 아직 전반전이었다. 여전히 시간은 많이 남았다.

『고양이 다시 볼을 소유합니다.』

동점이 된 후 재개한 경기에서 고양이 볼을 소유하고 패스를 주고받으며 기회를 살폈다.

『실점이 아쉽기는 한데, 고양이 쉽게 볼을 뺏기는 팀은 아닙니다. 아직 시간 남았고,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고양은 빠른 삼각 패스로 볼 소유 시간을 늘려갔다.

우라와도 기회를 엿보다가 달려들었다.

그 순간, 공이 필립 호프만의 발밑으로 향했다.

『호프만인데요! 오세진과 이대일 패스!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치고 들어갑니다!』

쇄도해 들어오는 호프만을 본 우라와 선수들이 달려들었다.

쿵!

『호프만 넘어집니다! 주심이 반칙을 선언합니다!』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기회인데요!』

페널티박스 코앞에서 반칙을 얻어낸 호프만.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은 고양은, 키커로 호프만, 오세진, 박형우 세 명이 공 앞에 섰다.

세 명의 선수가 공 앞에 서서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할래?”

박형우의 물음에 호프만과 오세진이 서로 눈빛으로 시선을 교환했다.

“형이 찰래요?”

“내가?”

“네. 오늘 저는 아닌 것 같네요.”

“호프만, 너는?”

호프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형우에게 차라는 뜻이었다.

“좋아. 그럼 내가 찰게.”

키커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세 명의 선수가 공 앞에 서 있었다.

『자, 누가 찰까요.』

『주심이 신호를 주는데요.』

오세진이 킥을 차는 것처럼 움직이는 척했다. 그 순간 벽을 쌓은 우라와 선수들의 시선이 오세진에게 향했다.

팡!

오세진에게 시선이 가는 동안 박형우가 빠르게 공을 찼다.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간 공이 우라와 선수들의 벽을 절묘하게 빠져나갔다.

출렁-

『골! 골입니다! 기막힌 프리킥 득점이 나왔습니다!』

『박형우 선수 대단합니다!』

골키퍼마저 꼼짝 못 하게 하는 빠르고 정확한 프리킥 득점이었다.

득점한 박형우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등번호를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리고 곧 자신에게 다가온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박형우 선수가 정말 대단하네요. 이번 ACL에서 2경기 4골입니다!』

박형우의 득점으로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한 고양 유나이티드.

사이타마 경기장에 있던 우라와의 홈팬들은 충격을 받고 침묵했다.

『충격받은 우라와 팬들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우라와가 오늘 경기가 있기 전까지 홈에서 2실점 이상 하는 경우가 없었거든요.』

『그렇습니다. 기록으로 살펴보면, 작년 3월, J리그에서 도쿄FC와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던 그 경기 이후 약 1년 만에 2실점이네요.』

고양 유나이티드의 선전은 우라와를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었다.

* * *

두 팀의 경기가 진행하는 동안, 한국과 일본 커뮤니티의 실시간 반응이 엇갈렸다.

두 팀 모두 각 국가에서 워낙 주목받는데다 한일전이기 때문에 팬들도 상당히 주목하고 있었다.

-고양 방금 추가 골 넣음. 2:1

-박형우 프리킥 지렸다.

-박형우 ACL 2경기 4골 ㄷㄷ

-대—고--양!

-우라와 개털리넼ㅋㅋㅋ

-개꿀이다.

-전범 클럽은 탈탈 털어야지!

신난 한국 커뮤니티와 달리, 일본 커뮤니티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역시 한국 클럽에게 상대가 안되는건가.

-처음 ACL 출전하는 팀에게도 지고 있는…… J리그 클럽의 현실.

-일본 챔피언이 털리고 있어www

-최악이야.

-저기도 챔피언이야. FA컵 우승팀이라고.

-위에 그만해. 그렇게 말해도 위로가 되지 않아.

암울한 일본 커뮤니티의 반응.

그리고 그걸 실시간으로 보는 나는 작게 웃고 있었다.

“대표님, 뭐를 그렇게 보세요?”

“아, 아무것도.”

신진호 과장이 일본의 축구 커뮤니티 링크를 보내줘서 실시간으로 반응을 볼 수 있었다.

신진호 과장은 어떻게 이런 걸 잘 알고 있는 걸까?

신기하다.

“생각보다 선수들이 잘하네요.”

“ACL에 대한 선수들의 의지가 워낙 크잖아요. 지난 경기 대승에도 분위기에 영향을 끼쳤고요.”

아직 후반전이 남아 있다.

방심할 수는 없지만 이 좋은 분위기가 끝까지 갔으면 싶었다.

그리고 이런 내 바람을 담아 후반전이 시작됐다.

『우라와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선수 2명을 교체하면서 과감하게 변화를 가져갔는데요. 그런데도 생각보다 경기가 풀리지는 않습니다.』

『전반전보다 후반전 들어서 고양의 플레이가 더 안정적인데요. 사실 우라와가 좀 더 공격적으로 나와야 하는 상황인데, 여기서 라인을 올리게 되면 박형우와 박요한 같은 속도가 빠른 선수들이 언제든지 뒷공간을 파고들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우라와 입장에서 공격적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경기에도 필립 호프만의 활약은 눈이 부셨다.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정확하고 감각적인 패스가 상대 수비를 크게 흔들었다.

그런 패스 끝에는 박형우나 박요한 같은 피니셔들이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우라와에게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슈팅하려는 아우렐리오! 하지만 스즈키의 커팅!』

『작년까지 함께 했던 친정팀을 상대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이는 스즈키입니다!』

후반전 들어서 스즈키의 활약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찾아온 기회마저 스즈키에게 막혔다.

라시모프와 백종수 그리고 박지원 같은 수비수와 골키퍼의 선방도 눈부셨다.

그런 상황에서 고양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또 찾아왔다.

『페널티박스 앞에서 볼을 잡는 호프만! 호프만이 패스합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깊게 들어온 호프만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쇄도하는 박형우를 보고 짧게 패스했다.

상대 선수들을 가로질러 들어가는 환상적인 킬패스를 박형우가 받아 그대로 슈팅을 때렸다.

팡!

놀란 골키퍼가 다리를 길게 뻗었지만, 공은 쓰러지는 그의 다리 위를 스쳐 지나쳤다.

출렁-

와아아아아!

『득점합니다! 오늘 멀티골을 기록하는 박형우입니다!』

『이번에도 호박라인이 만든 득점입니다!』

스코어는 3:1.

사실상 경기는 끝났다고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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