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73화 (173/272)

173화

“황 실장이 잡혀!?”

“그, 그렇습니다. 조금 전에 붙잡혔다는 소식을 전달받았습니다.”

“이런 젠장!”

황 실장이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지태완은 그 누구보다 크게 분노했다.

“황 실장이 모든 걸 이야기하게 둬서는 안 돼.”

“회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모든 걸 총동원해서 황 실장을 빼내야지!”

“힘들 겁니다. 황 실장을 붙잡은 이들이 경찰이나 검찰도 아닌, 국정원 요원들이니까요.”

“…….”

“그곳까지 저희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오 비서의 말에 지태완은 주먹을 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더니 곧 악귀 같은 눈빛을 드러내며 차갑게 말했다.

“빼낼 수 없다면 죽여야겠지.”

꿀꺽.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모습에 오 비서는 두려움을 가졌다.

“황 실장을 쳐낸다.”

오랜 시간 자신을 보좌해온 황 실장을 손절하는 순간이었다.

* * *

“명천파의 황 실장. 이거 엄청난 거물이었더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 실장을 붙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지태선의 집무실에서 그와 만남을 가졌다.

“황 실장의 본명은 김도형. 15년 전, 불법으로 인증된 생화학무기를 국가에 반입하려다가 적발당해 국정원에서 추적하던 인물이었지. 용케 잡히지 않았다가 이번에 붙잡혔어.”

“그럼 요원들과 충돌했다는 이유가…….”

“김도형이 국가에서 수배 중인 인물이었기 때문이지. 그저 그런 조직폭력배를 소탕하는데 국가정보요원이 움직일 수는 없거든.”

“그랬군요. 이제 이해가 됩니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저 지태완의 수하 노릇을 하던 인물 정도로만 알고 있던 황 실장이 이렇게 엄청난 인물일 줄은 몰랐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영신그룹 밑에 숨어 있었으니 그 누구도 발견하기 어려웠지.”

“그럼 황 실장, 아니, 김도형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법대로 처리되겠지. 그건 그렇고 지태완이 문제야.”

그래, 지태완이 김도형과 연결되어 있다. 이 두 사람이 연결된 고리가 얼마만큼 단단한지는 알 수 없지만.

“지태완이 순순히 잡혀줄까요?”

“이번 사안은 상당히 심각해. 그리고 이미 우리 쪽 요원들이 지태완과 연결된 증거들을 확보했고.”

끝났다.

증거까지 확보됐다면, 지태완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했다.

회귀 전부터 지금까지 나를 괴롭혔던 그 거대한 존재가, 한순간에 무너져내릴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 왜 불안하지?

“지태완이 도주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기는 어려울 거야. 이미 해외출국 금지부터 시작해서 통장 거래 정지까지 해놨으니까.”

그때, 지태선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어. 그래? 알았어. 대통령님은? 그래. 알았어. 지금 가지.”

통화를 끝낸 그가 나에게 말했다.

“지태완을 체포했네.”

“네!?”

내가 놀라고 있는 사이, 그가 빠르게 리모컨을 이용해서 TV를 틀었다.

그러자 속보와 함께 체포된 지태완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속보】영신그룹 지태완 회장,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긴급 체포.

“……!”

TV를 바라보는 내 두 눈이 크게 떠졌다.

* * *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인 영신그룹의 총수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한민국 전역이 이 일로 시끌벅적했다.

“지태완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잡혔다니. 하,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인데?”

“명천파의 황 실장. 아니, 김도형이 과거에 엄청난 중죄를 저질렀던 인물이었다고 하더군요. 지태완은 그를 숨겨준 죄로 붙잡힌 거고요.”

“허어.”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퇴원한 김진철과 UAE에서 급하게 돌아온 용준형 사장 그리고 박준후 팀장까지.

그들 모두 지태완의 체포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본인 팔자인 거야. 이것 또한 본인이 대가를 치르는 거지.”

“그간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습니까. 지금이라도 이렇게 처벌받는 게 어디입니까. 비록 우리가 예상한 것과 다른 결말이기는 하지만요.”

지태완의 체포에 만족하는 그들과 달리 나는 불안함을 느꼈다.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아무리 국정원이 나섰다고 해도, 지태완이 이렇게 쉽게 잡혀줄 사람이 아닌 걸요.”

“흐음. 지태완을 너무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그도 사람이야.”

“…….”

“애송이. 너무 겁내지 마라.”

김진철은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지금은 지태완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지 않나. 고양 유나이티드의 일도 있고, 앞으로 영신그룹의 일도 있을 거고.”

하긴, 영신그룹도 혼란할 거다.

회사 총수가 붙잡혔으니 향후 그룹의 미래가 흔들리겠지.

물론 영신그룹이 단숨에 망할 기업은 아니지만.

“흔들리는 영신그룹을 공략할 준비를 해야해. 이렇게 타이밍 좋을 때도 없어.”

“그렇죠.”

“나는 영신그룹 내부 주요 관계자들을 좀 더 포섭할 수 있도록 하지.”

“부탁드립니다.”

“그래. 너는 박 팀장한테 후계자 교육을 제대로 받고. 알겠나?”

“그러죠.”

* * *

K리그 개막일이 성큼 다가왔다.

모든 구단이 새로운 시즌을 코앞에 두고 준비할 때, 고양 유나이티드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을 맞이했다.

바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이번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1월에 플레이오프 일정을 치르고, 2월부터 본선 일정에 돌입한다.

4월까지 조별리그 일정을 소화한 뒤, 5월에 16강전을 치르고, 이후 브레이크 기간을 거친 뒤, 9월에 8강전부터 순차 진행한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11월 말과 12월 초 사이에 모든 일정을 마친다.

고양 유나이티드의 첫 상대는 허베이였다.

허베이를 홈에서 상대한 뒤, 2차전에서 우라와를 원정에서 상대하고, 3차전 시드니 원정을 떠난다.

그리고 4차전에서 다시 시드니와 홈에서 맞붙고, 5차전에서 우라와를 홈에서 상대한 뒤, 마지막 6차전은 허베이 원정을 떠난다.

각 조 1위만이 16강 직행 티켓을 따내고, 조2위 중에 상위 3개 팀만이 추가로 토너먼트에 올라갈 수 있다.

이 대장정의 일정 중, 첫 경기가 바로 이번 주 수요일에 치러졌다.

“첫 ACL이다. 우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창단 이후 역사상 첫 ACL을 치르는 고양 유나이티드를 주목하는 시선이 많았다.

곽찬구 감독은 훈련에 앞서 이 부분을 강조하며 선수들의 멘탈을 점검했다.

“너희들이 이 첫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가 치를 경기 내용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너희들이 정말 대단한 각오를 안고 경기를 치르기 바란다.”

“넵!”

“그럼 우리 한번 힘내 보자!”

“네!”

전의를 불태우며 준비한 첫 번째 ACL.

이 ACL 경기를 위해, 프런트도 상당히 많이 신경을 썼다.

“AFC 관계자들하고 이야기해서 경기 진행 세부 사항과 관련해 조율 완료했습니다!”

“잔디 관리도 재점검했는데 문제없다고 합니다!”

“라커룸 상태도 완벽합니다!”

클럽 경기를 넘어선 준국가대항전이다.

완벽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모두가 준비했다.

그리고 대망의 첫 경기 날이 밝아왔다.

구단주 지태훈부터 시작해 고양 유나이티드의 모든 이들이 직접 현장관람했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보니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팬들도 구름 관중을 이루었다.

『오늘 고양 유나이티드의 역사적인 선발 명단인데요! 골키퍼 박지원. 수비는 백스리입니다. 라시모프, 백종수, 김지우입니다. 미드필더는 5명인데요. 이진수, 필립 호프만, 오세진, 스즈키, 정성진입니다. 그리고 최전방에는 박형우와 박요한이 나섭니다.』

『좀 더 공격적인 운용을 하기 위한 3-5-2 포메이션인데요. 어디까지나 이건 기본형태일 거고요. 수비적이거나 볼을 소유하며 빌드업하는 상황에서 김지우 선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오는, 더블볼란치 형태의 4-2-3-1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최전방에는 박형우와 박요한 선수를 넣었는데요. 이건 허베이의 수비수들이 발이 느린 부분이 있는데, 그점을 참고해서 언제든지 수비라인을 부수고 들어갈 수 있는 두 선수를 최전방에 넣은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상당히 중요한 경기가 되겠는데요. 오늘 구단 역사상 첫 번째 ACL 경기를 치르는 고양 유나이티드가 과연 중국 슈퍼리그의 허베이를 맞이해서 어떤 결과를 보일지 주목해야겠습니다!』

양팀 선수가 모두 모인 가운데, 주심의 휘슬을 기다렸다.

고양 유나이티드 팬들은 경기에 앞서 [가자! 챔피언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서 적극적으로 응원했다.

멀리 중국에서 온 허베이 원정 응원단도 열심히 팀 이름을 외치며 응원했다.

“이게 ACL이구나.”

지금까지 경험했던 K리그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렇게 모두가 설레고 긴장된 마음으로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그 순간, 주심이 휘슬을 길게 불었다.

삐이이익!

『경기 시작됐습니다! 2028 AFC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1차전 고양 유나이티드 대 허베이FC의 전반전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홈팀 고양 유나이티드가 볼을 소유하고 적극적으로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역사적인 첫 경기에 모두가 의욕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런 의욕적인 플레이는 허베이를 상당히 위협하게 만들었다.

『자, 필립 호프만인데요! 호프만이 전방으로 길게 패스합니다!』

『아~ 호프만 정확하죠!』

마치 자로 잰 것처럼, 아니, 대지를 가르는 발밑 패스가 나왔다.

허베이FC의 수비수들이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 틈을, 박형우가 공을 잡고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무너뜨리며 침투했다.

『이번에도 박형우입니다! 호박라인의 환상적인 침투연계인데요!』

『자, 박형우! 기회죠!』

『엄청난 속도로 뛰어가는 박형우입니다!』

단숨에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낸 박형우.

그는 침착하게 슈팅을 때렸다.

팡!

놀란 골키퍼가 황급히 몸을 날렸지만, 공은 그런 골키퍼의 옆구리를 절묘하게 스치고 지나가더니 그대로 골망마저 흔들었다.

『골입니다! 박형우가 득점합니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득점을 기록한 박형우가 카메라 앞으로 뛰어갔다.

무릎 슬라이딩을 하며 오른손을 주먹 쥐고 하늘 높이 올렸다.

그리고 곧 뒤따라오던 동료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기쁨을 누렸다.

『역사적인 첫 득점이 나옵니다! 고양 유나이티드에게 가장 필요했던 득점은 딱 3분이면 충분했습니다!』

『거의 컵라면 익는 시간밖에 안 걸렸는데요! 태훈컵에서도 봤지만, 호프만의 저 환상적인 발밑 패스에 이은 박형우의 침투 마무리. 정말 이번 시즌에 가장 기대되는 플레이입니다!』

호박라인이 만든 퍼포먼스는 허베이를 충격에 빠뜨렸다.

득점 이후 둘의 플레이는 불이 붙었다.

『이번에도 호프만인데요! 박형우 슈우우웃! 그러나 이번에는 골키퍼에게 막힙니다!』

『코너킥인데요! 호프만이 올립니다! 박형우 헤디이이잉! 아! 빗나갑니다!』

호박라인의 압도적 파괴력에 허베이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허베이의 벤치에서도 감독이 두 선수를 마킹하라고 지시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더 큰 악재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허베이의 모든 선수가 호프만과 박형우에게 집중하는 사이,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에는 박요한입니다! 박요한 슈우우웃! 들어갑니다!』

박형우에게 집중된 시선 덕분에, 박요한에게 기회가 왔다. 그리고 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렇게 고양 유나이티드가 2:0으로 앞서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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