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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 구단주-172화 (172/272)

172화

그날 밤.

“태훈씨! 괜찮아요!?”

“응. 괜찮아.”

“다친 데는 없죠?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냐? 어떻게!”

“정말 괜찮아. 진정해.”

소식을 듣고 찾아온 김 비서가 내 몸 구석구석 살피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연인이 되어서 그런가?

예전보다 뭔가 많이 다른 반응이다.

좋은 기분을 애써 숨기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범인은 어떻게 됐어요?”

“경찰에 신고했고, 지금 추적 중이야.”

“하아. 경호원을 계속 고용했어야 했어요.”

예전에 고용했던 경호원은 계약해지하고 보낸 지 오래였다. 딱히 위협이 될 만한 일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또 형 짓이겠지.”

“도대체 지태완 그 새끼는 사람 맞아요!?”

오우.

김 비서의 그 고운 입에서 상스러운 욕이 나올 줄이야.

어떤 상황에서도 욕설하지 않은 그녀가 욕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태훈 씨. 내일은 하루 쉬세요.”

“괜찮아. 게다가 내일 중요한 미팅도 있는걸?”

“하루 정도 쉰다 해서 문제될 것은 없잖아요.”

“괜찮은데…….”

“제 말 들어요!”

김 비서의 강력한 압박에 나는 난감했다. 무작정 회사를 안 갈 수는 없는데…….

“당신과 함께하는 유능한 인재들을 못 믿으세요?”

“그건 아니고.”

“그럼 하루 정도는 쉬어요. 제가 걱정돼서 그래요.”

“……알았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나도 고집을 부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회사를 하루 쉬는 걸로 결정했는데, 김 비서도 계속 내 옆에 있었다.

“회사 안 가?”

“대표가 여기에 있는데 비서가 어딜 가요.”

“…….”

“유지원 부장한테 이야기했어요. 오늘 저는 태훈 씨 옆에 계속 있을 거라고.”

“뭐라 안 그래?”

“오히려 잘됐다고 그러는데요?”

뭐, 이것도 나쁘지 않네.

“기사가 떴네요.”

“음?”

【속보】고양UTD 지태훈 대표, 귀가 중 의문의 피습! 범인 추적 중.

“뭐야. 이게 기사로 왜 올라가?”

“제가 그랬어요. 이광진 대표한테 이야기해서 기사 올려달라고요.”

“뭐?”

“더이상 이런 일을 당할 때 숨길 수 없어요. 이제 태훈 씨도 지태완에 비하면 꿀릴 것도 없고요.”

“…….”

“그리고 반응 보세요. 난리예요.”

김 비서 말대로 댓글을 확인하자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누가 우리 지 대표를 공격해!?

-어떤 새끼냐!

-지 대표가 누구에게 원한 만들 사람이던가? 뭐지?

-과거에 망나니 시절 때 복수하러 온 건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우리 대표님 건들면 가만 안둔다!

“대부분 태훈씨 편이에요.”

그녀의 말대로 여론은 나에게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이게 도움이 될까?”

“도움이 될 거예요. 우리도 이용할 것은 다 이용해야죠.”

김 비서 말이 옳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해야 했다.

“고마워.”

내 말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다가 곧 빙긋 웃더니 내 품에 가볍게 안겼다.

“오늘 아빠가 저보고 뭐라 하신 줄 아세요?”

“뭐라 했는데?”

“네가 많이 도와야 할 거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도와? 누굴?”

“누구긴 누구예요. 바로 당신이죠.”

“…….”

“저도 이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거예요.”

내 품에 안겨 올려다보는 김 비서의 눈에는 단단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런 그녀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짧게 키스했다.

“……!”

기습 키스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가 곧 빙긋 웃더니 양 팔로 내 목을 감싸더니 곧 깊게 키스했다.

그게 신호였다.

열락의 기운이 피어오른 우리는 격렬한 키스를 하며 그대로 침대로 향했다.

* * *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2027 K리그 팀별 경영 공시를 발표했다.

작년 한 해 팀별로 수입과 지출, 그리고 평균 관중수까지 모두 합산해서 발표됐다.

【오피셜】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첫 1,000억대 운영비 나왔다. 주인공은 고양 유나이티드.

당연하게도, 그리고 모두를 놀라게 할 주인공은 바로 우리 고양 유나이티드였다.

고양 유나이티드는 프로축구를 넘어 국내 프로스포츠 역사상 한 해 운영비 1,000억을 기록했다.

정확히 1,041억 7,285만 4,280원.

자산가치가 1,000억대거나 리그 전체가 1,000억대 규모를 찍는 경우가 있었지만, 개인 팀이 1,000억대를 찍는 일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양이 엄청 투자했다는 건 알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진짜 오일머니가 대단하구나.

-오일머니뿐이겠음? 고양 팬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오일머니 말고도 외부 투자 상당히 많이 받았음. 스폰서 계약도 돈 많은 곳들하고 했고. 진짜 고양은 앞으로 미래가 확실한 곳임.

-대표 한 명이 바뀌었을 뿐인데, 팀만 아니라 리그 전체가 바뀌는구나.

-이래서 리더가 중요하다니까.

-햐~ 올해는 이것보다 더 많을 거 아냐?

-호프만 영입으로 이미 끝남. ㅅㄱ

-올해 최소 3,000억 찍을 거 같은데.

-미쳤다 ㄷㄷ

-만수르가 아니고 지수르네.

단순히 축구팬을 넘어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고양 유나이티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는 고양특례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고양특례시 곳곳에 고양 유나이티드와 관련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혹시 여기가 처음이신가요? 그러면 고양 유나이티드 경기장부터 들려야죠. 우리 시 명물인데. 예전에는 호수공원하고 광장에 오뎅탑보러 갔는데 요즘은 고양 유나이티드 경기장 보러 많이들 간다니까요.”

“이제 우리 동네 명물이 뭐냐고 물으면 고양 유나이티드지.”

“고양 유나이티드 덕분에 지역이 살았다니까? 진짜! 여기가 베드타운으로 악명 높았는데, 고양 유나이티드 덕분에 관련 일자리 사업이 늘고 외부 방문객도 늘어서 상권이 엄청 살았어!”

고양더블은행파크가 있는 대화역 주변 상권의 경우, 경기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그 덕분에 대화동 주변 땅값이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고양특례시는 덕양구, 일산동구, 일산서구 이렇게 3개의 구로 나누어져 있다.

덕양구와 일산동구는 상당한 발전을 이룬 반면, 일산서구의 경우 구일산과 섞여 약간 불모지 취급받는 경우가 있었다.

근자에 킨텍스 주변이 엄청난 개발을 이루긴 했지만, 여전히 변방 취급받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그로 인해 서구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히 컸다.

시에서 지역 정책을 추진할 때 서구 지역 사람들은 은근히 배제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국회의원에게 “00아, 우리하고 이야기 좀 하자”고 플랜카드를 걸었겠나.

그랬던 서구 지역 주민들에게 있어 고양 유나이티드는 한 줄기의 희망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고양 유나이티드의 존재를 아는 서구 주민들은 많지 않았다.

안다고 해도 진성 축구팬이 아닌 이상 그저 그런 축구팀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랬던 서구 주민들의 대부분이 이제 고양 유나이티드의 열성적인 팬으로 바뀌었다.

“형님, 가게 쉬는 날인데 어디 가세요?”

“어디 가긴. 오늘 고양 홈 경기 있잖아. 경기 보러 간다.”

“엥? 형님 스포츠 안 좋아하셨잖아요.”

“그랬지, 근데 고양이잖냐. 우리 바로 앞에서 여는데 한번은 가봐야지. 양심이 있다면 말이야.”

“그럼 같이 가시죠. 저도 보러 가려고 했거든요.”

“좋지. 그럼 티켓은 내가 살게. 네가 맥주 사라. 콜?”

“좋습니다!”

계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렇게 경기장을 찾아온 서구 지역 주민들은 수준 높은 서비스와 경기력에 감탄하고 팬이 되었다.

“리퀘스트를 진행해본 결과, 홈 경기 때 재방문이 높은 지역은 역시 일산서구였습니다. 좀 더 세분화해서 데이터를 확인해 보면, 대화동이 1위고, 탄현과 일산, 풍동 쪽의 재방문도 상당히 높습니다.”

“좋군요.”

우리의 투자는 단순히 팀 성적이 좋아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공생과 상생.

우리의 성장이 주변의 성장마저 이끌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모두 함께 누렸다.

“서구 지역에 거주하는 팬들의 지지는 절대적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들을 위한 팬서비스 정책도 준비하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한번 준비 해 보세요. 천 부장님.”

“네. 그럼 계획서를 만들어서 결재 올리겠습니다.”

볼품없던 우리의 노력이 이제야 현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걸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했다.

“대표님, 시청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아, 그래요?”

시에서도 우리는 주목받았다. 그 예로 이렇게 시청 관계자가 종종 우리를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지태훈 대표님.”

“어서 오세요. 최 국장님.”

문화스포츠 부서를 담당하는 국장과 주무관이 나를 찾아왔다.

“요즘 고양 유나이티드 덕분에 시에 활력이 넘쳐나서 너무 좋습니다.”

“하하. 별말씀을요. 저희뿐이겠습니까. 고양 버팔로 같은 팀도 있으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죠.”

“대표님께서는 아량도 넓으시군요. 하하.”

“그건 그렇고 이번에는 무슨 일로 저희를 찾으셨는지?”

보통 공무원들의 엉덩이는 무겁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내가 겪어본 공무원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그런 그들이 이렇게 먼저 찾아온다는 것은 뭔가 필요한 게 있으니 연락한 거겠지.

그런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바뀐 시장님께서 시축 행사를 진행하고 싶다고 이야기가 나와서요. 혹시 가능하신지…….”

“개막 시축이요?”

“아, 언제든 상관없습니다. 이번 시장님께서 시민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시는데, 요즘 화제가 되는 고양 유나이티드와 함께 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주셔서요.”

요컨데, 자신의 이미지 활용을 위해 우리를 이용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이번에 새로 바뀐 시장의 인지도가 썩 좋지 않은 모양이다.

“시축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만, 그런데 저희도 아무 이유 없이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만?”

예전 같으면 ‘아, 예, 해 드리죠’하고 진행했겠지만, 이제는 그런 태도를 보일 이유가 없었다.

예전과 달리 우리의 덩치가 상당히 커졌다.

게다가 나는 청와대 실세와도 대화하는데 굳이 꿀릴 태도를 보일 것도 없고.

“혹시 저희가 도울 일이 있겠습니까?”

“도울 일이요?”

“예. 시장님께서 대표님이 추진하시는 사업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흐음.”

안 그래도 몇 가지 지역과 연계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시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사업을 좀 더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겠지.

“좋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이야기드리죠.”

“알겠습니다.”

“그럼 시축 일정을 잡아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기뻐하는 국장의 모습을 보고 나는 말없이 미소만 드러냈다.

* * *

“범인이 죽었다고요?”

“네. 범행이 벌어진 곳에서 10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는데, 아무래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습니다.”

“…….”

나를 습격했던 범인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탈했다.

경찰이 발견했을 때, 차 안에서 부탄가스를 피워 죽었다고 한다.

‘세상이 너무 미워서 시기 질투로 그만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미안하다.’라는 짧은 유서까지 남겼다고 한다.

내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타살 의혹은 없습니까?”

“혹시 몰라 부검을 의뢰했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아. 알겠습니다.”

경찰이 돌아가고, 김 비서와 박준후 팀장이 다가왔다.

“범인이 자살했다고요?”

“그렇다네요. 아무래도 그쪽에서 손을 쓴 게 분명합니다.”

“정말, 그 인간은 사람이 아니네요.”

살짝 한숨을 내쉬는데 갑자기 나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 실장님.”

지태선 청와대실장으로부터의 연락이었다. 곧 나는 그에게서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네? 누가 잡혀요? 황 실장이요!?”

명천파의 황 실장.

그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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