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70화 (170/272)

170화

“국대 데뷔 축하한다~”

“멋지더라~ 어시도 기록하고.”

“감사합니다!”

멋지게 국대 데뷔를 마친 정성진과 오세진이 팀에 복귀했다.

그런 두 사람을 팀 동료들이 축하해줬다.

“국대는 경험해 보니 어때?”

팀 고참이자, 국가대표 경험이 풍부한 박형우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그러자 정성진이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시, 신기했어요. 늘 TV로 보면서 꿈꿔왔던 국가대표였는데…… 상상만 했던 곳에 실제로 뛰어서 꿈만 같았어요.”

“하하하. 나도 처음에 그랬지. 이제 시작이니까 잘해 봐. 마지막 일본전에서 좋은 모습 보였으니까 또 기회가 올 거다.”

“넵. 명심하겠습니다!”

박형우는 고개를 돌려 오세진을 봤다.

“세진아. 너는 그래도 청소년 대표팀을 경험해 봤으니까 좀 다르겠다. A대표팀은 어때?”

“리그 경기에서 마주쳤던 형들하고 같은 팀이 돼서 뛰니까 새로운 기분이더라고요. 그리고 소속팀하고 국대하고 분위기 자체가 달랐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소속팀에서는 뭔가 집 같은데 국가대표는 정말 내가 나라를 위해 뛰어야 하는 사명감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좋은 경험 했네.”

박형우는 무럭무럭 자라나는 후배들을 보며 속으로 방긋 웃었다.

이제 자신은 국가대표에서 은퇴했지만, 재능 넘치는 후배들이 빈자리를 채워 주니 안심이 됐다.

“저희 없는 동안 컵 대회 우승하셨다면서요.”

“어. 우리도 질 수 없어서 트로피 하나 들었지.”

“축하해요.”

“고맙다.”

서로 축하해 주는 훈훈한 광경이 벌어졌다.

그 뒤로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들에게는 짧은 휴식이 주어졌다.

개막까지 얼마 안 남은 상태에서 체력을 회복하고, 다시 새시즌을 위한 준비 기간이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새 시즌 일정이 발표됐다.

* * *

『【오피셜】2028시즌 K리그1 일정 발표!』

『울산 VS 고양 개막전 격돌, K리1 새시즌 돌입한다!』

『총상금 규모 1,000억! 역대급 K리그1 시즌이 온다!』

“대표님! 새 시즌 일정표가 발표됐습니다!”

“보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새 시즌 일정을 보고 나는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번 시즌부터 TH투자회사가 메인스폰서로 활약하면서 늘어난 상금 규모와 새로운 규칙들도 리그 수준이 확 달라진다.

“저희 개막전 상대는 울산이군요.”

“K리그는 예전부터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개막전에 붙는 것이 역사처럼 이어져 왔으니까요.”

“보니까 울산은 원정으로 치르고, 우리 홈 개막전은 3라운드에 치러지더군요.”

1라운드 울산 원정.

2라운드 서울 원정.

3라운드 파주 홈.

공교롭게도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홈 개막전 경기에서 파주를 만나게 됐다.

“시즌 시작부터 2연속 원정이 부담되기는 해도, 선수단의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습니다.”

“좋네요.”

“그것보다 이번 시즌부터 바뀌는 규칙을 살펴봐야 합니다.”

“아, 그렇죠.”

2028시즌 시작을 앞두고 K리그 규칙이 일부 바뀌었다.

첫째, 승격과 강등의 기준이 바뀐다.

지난 시즌까지 승강 구조가 2+1 구조였다면, 이번 시즌에 한시적으로 3+1 구조로 바뀐다.

상금 규모가 늘면서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과감하게 1부 리그 팀을 늘렸다.

지난 시즌까지 K리그1은 12개, K리그2 11개였다.

그런데 K리그1 상금 규모가 대폭 상승하면서 프로구단 가입을 희망하는 팀이 늘어나면서, 2부 리그 클럽이 총 14개 팀이 되었다.

클럽이 늘어난 만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다음 시즌부터 K리그1 13, K리그2 13으로 팀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시즌 한시적으로 1개 팀이 추가로 더 올라오게 된다.

정리하자면, K리그2 승격은 최대 4개 팀까지 올라올 수 있고, K리그1은 기존 그대로 최대 3개 팀까지 강등당한다.

“우리보단 2부 리그 쪽이 박 터지겠군요.”

“그렇겠죠. 올해 한해서 누구나 승격 도전이 가능한 상황이니까요.”

“이것보단 우리에게 두 번째 변화가 눈에 더 들어오는데요.”

“대표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두 번째.

이번 시즌 하반기부터 외국인 선수(용병)에 대한 규칙이 바뀐다.

기존 K리그는 3+1+1이었다.

국적제한 없는 3명의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1명 그리고 동남아시아쿼터 1명.

이렇게 최대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둘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 이적시장부터 국적 상관없이 외국인 선수 4명과 아시아쿼터 1명으로 바뀐다.

이건 AFC챔피언스리그 때문에 바뀐 규칙이기도 했다.

AFC는 2023년부터 ACL에 참여하는 클럽은 국적 제한 없이 5명, AFC회원국(아시아쿼터) 1명까지 해서 최대 6명의 외국인 선수 출전을 허용했다.

K리그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지만, 리그 여건상 쉽게 변화를 가져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메인스폰서가 바뀌면서 국적불문 4명에 아시아쿼터 1명으로 바꾼 것이다.

이번 시즌 적용한 이후, 클럽별 반응도에 따라 내년 시즌부터 국적 불문 5명에 아시아쿼터 1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 변화는 K리그1에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K리그2부터는 기존 외국인 선수 규칙이 계속 적용된다.

“가용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의 폭이 넓어진다면, 향후 전개될 리그 판도에 있어 대단한 변수가 될 겁니다.”

“그렇겠죠. 옛날이나 지금이나 K리그는 여전히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리그니까요.”

실력 있는 한국 선수들은 일찌감치 유럽 빅리그로 나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 빈자리를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이 채워주고 있었다.

“지금 우리 팀의 경우 라시모프, 사무엘, 스즈키에 이번에 영입한 호프만까지 총 4명인데, 여기서 1명 더 추가할 수 있다면 운용할 수 있는 선수단의 폭이 넓어질 겁니다.”

이번에 필립 호프만이 보여준 파괴력만 봐도 그렇다.

유능한 외국인 선수의 퍼포먼스는 그 가치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번 태훈컵이 끝나고 외국인 선수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대두되기도 했었다.

전북이 태훈컵에서 체면을 구긴 것도, 주요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외국인 선수 한 명의 추가는 그저 선수 한 명의 추가가 아닌 선수단 전력이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이 외에 자잘한 변화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 2가지군요.”

“그렇습니다.”

“다가올 새 시즌이 중요해졌습니다. 모두 이점 명심하고 움직여주십시오.”

“네!”

* * *

여전히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느닷없이 백태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친구야. 연애하고 있었으면 나한테 먼저 얘기해 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

“미안하다. 그때 너하고 만나던 날에 그렇게 됐다.”

-아, 그랬냐. 뭐, 나도 정신없었고.

“회장 자리에 오른다며? 축하한다.”

-고맙다.

백우진 천산그룹 명예회장이 결국 백태현을 차기 회장으로 지목했다.

상당한 이슈가 되었지만, 최근 백태현이 보여준 능력들을 보면 충분히 회장직에 어울린다는 주변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었다.

“좋겠다. 네가 먼저 회장되고.”

-부러워하지 마라. 난 네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니까. 나야 물려받는 거지만, 너는 네 스스로 만든 거 아니냐?

“엄밀히 따지면 나도 물려받았지.”

고양 유나이티드는 물려받았다.

-버린 걸 주워담은 거겠지.

“그런가.”

-반응이 뭐 그러냐.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전화했냐? 나하고 농담이나 하자고 전화한 건 아닐테고.”

-아, 맞다. 너 카드 하나 안 쓸래?

“갑자기 왠 카드?”

뜬금없이 카드 얘기를 꺼내는 백태현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우리 계열사에 천산카드 있는 거 알지?

“알지.”

-이번에 우리도 블랙카드 만들었거든. 꽤 중요한 사업인데, 블랙카드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섭외하고 있는데 그 안에 내가 널 추천했어.

“뭐? 나를?”

-어. 솔직히 너 정도면 괜찮다고 보거든? 내부에서도 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블랙카드.

1999년 아메리칸 엑스프레스에서 만든 신용카드로, 일반적인 신용카드와는 전혀 다르다.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다.

철저한 인증과 절차를 거쳐서 최종 승인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0.1%만의 카드였다.

-지금 당장 우리가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나중에 걔들하고 비벼볼 정도로 키울 생각이야.

“좋은 포부네.”

-하하. 어쨌든 지금은 국내에서 1,000명 정도만 추천받아서 진행할 예정이거든.

“뭐, 나야 해준다면 고맙기는 한데, 혜택이 좀 있냐?”

-혜택이야 당연히 있지. 우리를 뭘로 보고.

백태현은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게 제휴를 맺었다고 자랑했다.

“뭐, 주면 써볼게.”

-그래, 그럼 내일쯤 사람 보낼 테니까 잘 써 봐.

그렇게 다음날, 백태현이 예고했던 대로 천산카드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차려입은 남자 직원 2명이 내 앞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지태훈 대표님.”

“아, 예.”

“이번에 저희 천산카드에서 기획한 블랙카드 회원에 대표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까지야.

“블랙카드는 써보신 적 있으신가요?”

직원의 물음에 나는 순간 뭐라 대답할까 고민했다.

과거 아버지가 아메리칸 엑스프레스에서 발급한 오리지널 블랙카드를 사용했었다.

20대 초반에 아버지가 내 생일이라고 흔쾌히 블랙카드를 빌려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 봤었다.

“딱 한 번 있었네요.”

“그렇군요.”

나에게 말을 걸던 직원이 옆에 있던 직원에게 눈으로 신호를 줬다.

신호를 받은 직원이 검은 가방을 열고 안에 담긴 블랙카드를 보여주었다.

“지금 보시는 카드가 저희 천산카드에서 만든 블랙카드입니다. 각 카드마다 고유 숫자가 적혀 있는데요. 대표님의 경우 2번입니다.”

“오, 숫자에 의미가 있나요?”

“네. 대표님께서 2번째 블랙카드 고객님이시라는 뜻입니다.”

오, 내가 2번째라니.

이거 영광인걸?

“1번은 누군가요?”

“백태현 차기 회장님이십니다.”

“아아.”

나는 직원으로부터 블랙카드에 대해 다양한 설명을 들었다.

“차기 회장님의 지시로, 대표님께서는 올해 한해서 연회비는 무료입니다. 대신, 올해 최소 3~5억 이상 해당 카드로 지출을 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음, 그 정도야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 주세요.”

대표가 된 이후로 신용카드를 마구 남발하며 쓴 적은 없었다.

하지만 블랙카드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렇게 새로운 블랙카드를 획득하게 된 나에게 김 비서가 다가왔다.

“이게 블랙카드에요?”

“응.”

“저 블랙카드 처음 봐요.”

“나는 2번째인가 그래.”

“그래요?”

나는 손에 쥔 블랙카드를 앞뒤로 돌려가며 감상하다가 이내 김 비서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김 비서.”

“네?”

“데이트하러 가자.”

“……!”

블랙카드가 생긴 기념으로 돈 좀 써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생각한 나는 김 비서의 손을 잡고 대표실 밖으로 나갔다.

“어어, 태, 태훈씨!?”

당황하는 김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밖에서 일을 보고 있는 직원들에게 말했다.

“저하고 김 비서 먼저 퇴근합니다. 일들 보세요.”

“어멋. 들어가세요. 대표님. 호호호.”

어째서인지 정소영 부장을 비롯한 몇몇 인원들이 부모님 미소를 보이며 잘가라고 손을 흔들어 줬다.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데이트를 하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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