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64화 (164/272)

164화

“지금 3번 카메라로 돌리세요!”

강시윤PD는 이번 태훈컵 중계의 실질적인 지휘자였다.

수십 년간 쌓아왔던 경험과 영국에서 배운 것들을 합해 이번 중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카메라 이상 없는지 계속 확인하세요!”

이번 경기에 투입하는 카메라는 무려 21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비슷한 규모였다.

단순히 카메라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빼어난 중계에는 그만큼 능력 있는 카메라 감독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TH투자회사에서 돈을 주고 스카이레볼루션에서 활약하는 스포츠 전문 카메라 감독들을 대거 초청해 왔다.

그들은 이번 대회가 끝날 때까지 중계를 돕고, 거기에 더해 우리가 새로 영입한 국내 촬영 감독들에게 튜터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중계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입니다! 스토리에 맞춰 빠르게 카메라 전환되어야 합니다!”

카메라마다 주어진 임무에 맞춰 촬영이 진행됐다.

강시윤은 카메라에 잡히는 영상들을 빠르게 훑어보면서 필요한 상황에 맞춰 화면 전환을 지시했다.

“제레미 표정이 심각해 보이는데! 5번 카메라로 전환!”

5번 카메라는 필드에 뛰는 선수들만 촬영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화면이 전환되자 TV화면에는 바로 제레미의 굳은 얼굴이 나타났다.

그걸 본 중계위원들도 바로 말했다.

『전반전이 진행되는 동안 울산의 제레미 선수의 활약이 생각보다 없습니다.』

『지금 표정 보세요. 본인도 아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저 선수가 자존심이 강하거든요? 오늘 필립 호프만에게 밀리고 있으니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겁니다.』

『박하윤 해설님도 선수 시절에 잘 못하는 날에는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기분 나쁘죠. 특히 스스로가 잘 알거든요. 이거 해결 못 하다가 제일 먼저 교체당하면, 그날 하루 기분 안 좋습니다.』

『그렇군요.』

강시윤은 중계위원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외쳤다.

“지금 7번 카메라로 전환하세요!”

벤치를 담당하는 7번 카메라가 울산 쪽 벤치를 화면에 담고 있었다.

굳은 얼굴로 필드를 바라보고 있는 울산 감독의 모습이 잡혔다.

그걸 본 박하윤이 바로 입을 열었다.

『유태형 감독의 모습인데요. 답답하죠. 아직 스코어는 나지 않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울산이 밀리고 있거든요. 제레미 같은 선수들이 터져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요.』

“11번!”

강시윤의 외침에 맞춰 화면이 전환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선수들이 뛰는 필드 전체가 나왔다.

『울산은 오늘 포백 기반의 4-3-3 전형인데요. 울산은 작년에도 그랬지만, 하프스페이스에서 권태훈 같은 선수들이 좌우 측면으로 벌려주는 패스를 넣어주면, 측면에 있는 발이 빠르고 크로스가 정확한 이지훈 같은 윙어들이 올려주거나, 직접 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박스 투 박스 같은 플레이로 득점을 만들었는데요. 오늘 그런 플레이가 잘 안 나오네요.』

『그렇습니다.』

『반면, 고양은 오늘 전술은 단순하지만 위력적이죠. 지난 시즌에도 스즈키 같은 볼 간수가 좋은 선수로 장현우나 오세진 같은 패싱 좋은 선수들에게 연결하면 박형우나 박요한 같은 돌파력 좋은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를 뚫어서 기회를 만들었거든요? 근데 오늘 그 모습이 잘 나오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이, 고양이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다.

“5번! 6번! 빠르게 번갈아 가면서 보여 주세요!”

5번 카메라가 공을 잡은 선수의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잡는다면, 6번은 공을 잡은 선수를 중심으로 넓게 화면에 담았다.

두 카메라를 빠르게 여러 번 전환하자 중계 자체가 상당히 속도감 있게 느껴졌다.

그에 맞춰 중계위원들의 목소리도 다급해졌다.

『자~ 고양 반격하는데요! 다시 필립입니다! 이번에도 전방으로 정확하게 패스하는 필립입니다!』

『찬쓰죠-! 이번에도 빡형운데! 빡형우! 때려야죠!』

『박형우 때립니다!』

울산 수비수들 사이로 절묘하게 빠진 필립 호프만의 패스를 받은 박형우가 상대 박스 근처에서 낮고 강한 슈팅을 때렸다.

팡!

울산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공은 정확하게 울산의 골망을 흔들었다.

『들어갑니다! 박형우의 골입니다!』

『이야아아아! 이거죠! 이게 바로 고양이죠!』

“14번! 14번으로 돌려요!”

박형우가 득점하는 순간, 14번 카메라로 전환됐다. 14~16번까지는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를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는 임무를 받았다.

14번 카메라가 달려오는 박형우의 모습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잡았다.

무릎 슬라이딩을 하며 어퍼컷을 선보이는 박형우를 중심으로 카메라가 빙그르르 돌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박형우가 뒤늦게 달려오는 동료들과 어깨동무하는 사이, 카메라는 그의 등번호가 보이게끔 화면에 잡았다.

그러자 10번 박형우를 끌어안은 고양 선수들의 모습이 흐뭇하게 연출됐다.

“10번!”

10번은 리플레이 카메라였다.

이를 통해서 환호하는 고양 벤치의 모습과 관중석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이제 19번부터 21번 카메라까지 등장하세요!”

드론으로 띄운 21번 카메라는 경기장 위에서 모든 상황을 담고 있었다.

이 카메라에게 주어진 역할은 상당히 컸다.

바로 리베로 비전 테크놀로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19~21번 카메라로 선수들의 플레이, 득점 상황, 전술적 대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분석해서 제공된다.

이 카메라가 사실상 이번 중계의 핵심 카메라였다.

전환된 화면에서 박형우의 골장면을 분석하는 장면이 나왔다.

『자, 박형우 선수의 득점 장면인 것 같은데요. 화면 보시죠.』

『이야~』

필드 전체를 잡아주는 상황에서 필립 호프만이 볼을 잡은 상태에서 멈췄다.

그 상태에서 필립 호프만이 패스를 보낸 경로가 화살표 표시로 길게 나타났다.

다시 화면이 움직이더니 필립 호프만이 패스하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발끝을 벗어난 공이 방금 보여준 화살표를 따라 정확하게 울산 수비수들 뒷공간으로 정확하게 빠져나갔다.

그 상태에서 화면이 다시 멈췄다.

이번에는 라인을 부수고 들어가는 박형우를 동그라미 마킹한 상태에서 그가 어디서 어떻게 이동했는지 화살표로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오프사이드 판별을 위해 울산 수비수들과 박형우를 선상에 두고 노란색 작대기가 그어졌다.

그러다가 다시 움직이는 화면에서 박형우가 화살표를 따라 움직여서 필립 호프만이 보낸 패스를 받는 장면이 나왔다.

그 상태에서 슈팅 자세를 취한 박형우를 중심으로 카메라가 가까이에서 크게 한 번 돌았다.

그리고 이어서 슈팅을 때리자, 슈팅 궤적이 표시되면서 그 위에 슈팅 속도까지 함께 나왔다.

그걸 본 중계진도 놀라면서 허허 웃었다.

『어, 저희가 지금 뭘 본 거죠?』

『이번 대회에서 새로운 중계를 도입했다고 했는데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좋았어!”

강시윤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하지만 강시윤은 느끼고 있었다.

자신들을 향한 환호를 말이다.

* * *

“대단하구만.”

석정원 회장은 스카이박스 좌석에 설치된 TV를 보고 감탄했다.

중계 수준이 유명 해외 리그 수준 못지않은 퀄리티였기 때문이다.

“회장님. K리그 중계 계약이 얼마나 남았죠?”

“기존 계약은 올해까지네.”

“바꾸실 생각 없으십니까?”

“마음 같아서 당장 바꾸고 싶네만…… 그러면 위약금이 상당히 쌔서 말이야.”

“그 위약금을 저희가 지불한다면요?”

“……!”

“고민할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다행히 석정원 회장은 판단이 빠른 사람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하네.”

“저희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우리의 새로운 계열사인 TH미디어가 K리그 중계권을 획득하는 순간이었다.

* * *

태훈컵 첫 경기가 끝났다.

결과는 고양이 울산을 2:0으로 잡으며 승리했다.

이 경기의 수훈 선수는 당연히 필립 호프만이었다.

필립 호프만은 이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전반전에 박형우의 도움을 만든 그는, 이어지는 후반전에서 본인이 직접 득점까지 만들었다.

한 박자 빠른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울산의 골망을 흔드는 그의 모습을 본 팬들이 크게 환호했다.

그는 적응은 필요 없다는 듯, 동료들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췄다.

마치 오랜 시간 함께 한 사이처럼 좋은 호흡을 보이며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고양이 울산을 잡은 뒤, 이어서 진행된 전북과 부산의 경기는 의외의 반전이 벌어졌다.

『경기 끝났습니다! 전북과 부산이 득점 없이 0:0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전북에게는 아쉬운 경기지만, 반대로 부산에게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경기였다고 볼 수 있겠네요.』

부산은 단단한 수비를 앞세워서 전북의 공격을 꽁꽁 묶었다. 그러면서 역습으로 여러 차례 전북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전북은 전체적으로 몸이 덜 풀린 모습을 보이며 아쉬운 모습들을 여러 차례 보였다.

그렇게 태훈컵 첫날의 경기는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경기 중계와 관련해서 상당한 호평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앞으로 저희가 K리그 중계를 맡아서 진행할 예정이니까 강 PD님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렇게 나는 스포츠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차근차근 확장하며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에게 중요한 날이 밝았다.

“지금부터 2028 AFC챔피언스리그 조편성 발표가 있겠습니다!”

올해 AFC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클럽들의 조편성 발표가 바로 오늘이었다.

조편성은 AFC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한다.

나는 태훈컵 일정으로 현장에 참가하지 못했다. 대신 유지원 부장이 나를 대신해서 현장에 참가했다.

나는 인터넷 라이브 중계로 이를 지켜봤다.

“조편성에 앞서 말씀드립니다. 이번 2028 AFC챔피언스리그는 총 40개 팀이 참여하는데요. 동아시아와 서아시아 포트는 각각 4개씩 존재합니다. 서아시아부터 A~E조까지 존재하고, 동아시아는 F~J조까지 존재합니다.”

조편성에 앞서 진행위원 나와서 AFC챔피언스리그의 규칙을 설명했다.

“각 조 1위 16강에 자동 진출을 하고, 2위팀 중 최상위 성적 3개팀이 16강에 진출합니다. 또한, 각 조에는 같은 리그의 클럽이 중복으로 들어갈 수 없으며, 이는 플레이오프에도 적용됩니다.”

기본적인 설명이 끝나자 바로 조편성으로 이어졌다.

“그럼 지금부터 조편성을 진행하겠습니다.”

서아시아 클럽들부터 조편성이 정해졌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팀들이 포트에 들어가 있었다.

조편성이 진행되는 동안 누군가는 기쁨의 탄성을 내거나 누군가는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렇게 서아시아 조편성이 끝났다.

“서아시아 조편성이 끝났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동아시아 조편성을 진행하겠습니다.”

드디어 기다렸던 동아시아 조편성이 시작됐다.

나는 긴장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먼저 F조입니다.”

진행위원이 손을 넣고 종이를 뽑았다.

“상하이FC.”

지난 시즌 중국 리그 챔피언 상하이FC가 뽑히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시작부터 상당히 하드하다.

이어서 F조 2번째 팀을 뽑았다.

“부리람.”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태국 챔피언 팀이 뽑혔다.

중국 챔피언에 태국 챔피언이라니.

이제 3번째 포트를 뽑을 차례다.

“호앙라이!”

베트남 클럽이다.

여기는 그렇게 잘하는 팀이 아니다.

호앙라이 입장에서는 좀 안 됐다.

그렇게 네 번째 포트 팀이 뽑혔다.

“플레이오프 위너4.”

헐.

각 리그마다 예선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팀들이 있다.

K리그의 경우 리그 랭킹이 높아서 플레이오프 치를 팀이 없지만, 과거에 리그 2, 3위 팀은 플레이오프를 치러서 올라가야 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가만 있어 보자. 플레이오프 위너4면…… 일본하고 말레이시아 승리 팀인데. 이야~ 여기 엄청 빡세네.”

플레이오프4에 들어가 있는 팀은 J리그 히로시마FC와 말레이시아 조호르FC다.

두 팀 모두 만만치 않지만, 히로시마FC가 좀 더 우세한 것은 사실.

“여기는 중국팀과 일본팀의 대결로 가겠구만.”

그렇게 F조는 한국팀 없이 조가 편성됐다.

이어서 G조의 조편성이 진행됐다.

“우라와.”

와, 여기도 만만치 않네.

이번에는 시작부터 일본 챔피언이 뽑혔다.

그런데…….

“고양 유나이티드!”

“야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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