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63화 (163/272)

163화

태훈컵 개막일을 앞두고 석정원 회장이 나를 만나러 왔다.

“지 대표!”

그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내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자네 덕에 우리 K리그는 새롭게 나아갈 수 있게 됐네!”

“회장님께서 잘하셨으니 발전한 거지요.”

“하하. 자네는 말도 참 예쁘게 하는구만.”

약간의 아부성 멘트에 석정원 회장은 입이 찢어져라 좋아했다.

“이번 태훈컵에 거는 기대가 크네. 비록 공식 대회는 아니지만, K리그 역사상 이런 경기는 처음이니까 말이야.”

“저도 기대가 큽니다.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계 퀄리티도 상당히 개선되었고요.”

“맞군. 이번 컵대회는 자네 회사에서 직접 중계한다고 했지?”

“네. 방송사와 연계해서 저희 중계팀이 직접 송출합니다.”

영국 스카이레볼루션의 도움을 받아 중계 퀄리티를 확연하게 높였다. 아마 보는 이들이 모두 놀랄 것이다.

“기대되는구만.”

“충분히 기대하셔도 됩니다.”

“우리가 도울 일이 있겠는가?”

“이미 충분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태훈컵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보이지 않은 지원이 함께했다.

경기를 진행하기 위한 진행요원과 안전요원, 공식 기록관, 주부심과 VAR 등, 컵대회 진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부분들을 모두 지원해 주었다.

“보통 비시즌 대회에서 VAR이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우리도 체면이 서지 않겠나. 우리가 자네에게 신세진 게 얼만데.”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컵대회에 참여하는 팀들이 고양시에 도착했다.

“반갑습니다. 대표님.”

“어서 오십시오.”

울산, 전북, 부산의 주요 관계자들이 나와 인사를 나누었다.

“좋은 경기 기대합니다.”

“저희도 좋은 경기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웃는 얼굴로 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역시 돈이었다.

돈은 사람의 태도마저 바꾸게 한다.

이번 대회에 참여하는 팀들은 참가만 해도 1억씩 받는다.

우승할 경우 추가로 2억이 지급되어, 총 3억을 가져간다.

지난 시즌까지 K리그1 우승 상금이 5억 조금 넘는 금액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들 입장에서 돈도 받고 꽤 괜찮은 팀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시즌을 준비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대표님, 궁금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렇게 진행하면 도대체 대표님께 무엇이 남습니까?”

“뭐, 이러저러하게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나라고 무작정 퍼주는 건 아니다.

대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TH투자회사가 가져간다.

그 말은, 대회를 진행하는 동안 발생하는 티켓 매출과 광고 그리고 중계 비용까지 모두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

이미 광고로 발생한 비용과 팬들이 선구매한 티켓 비용으로 투자금액의 반은 회수했다.

여기에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컵대회 기념 굿즈도 판매하고 있는데, 여기서 기대하는 매출도 꽤 된다.

“이번 중계는 저희와 연계한 유료 방송사를 통해서 대회 첫날 경기는 무료로 오픈되지만 이후 경기는 유료 시청자들만 시청이 가능합니다.”

“음, 그렇게 하면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는데요.”

“아마 첫날 경기를 보면 부정적인 생각은 완전히 날아갈 겁니다.”

이 대회는 이미 시작 전부터 짙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관심의 중심은 역시나 고양 유나이티드다.

새로 바뀐 스폰서가 진행하는 첫 번째 컵대회이면서 동시에 새로 영입한 필립 호프만까지.

울산에서 영입한 제레미에 대한 관심도 컸다.

여러모로 관심받을 수 있는 조건들이 대거 갖춰진 셈이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 속에서 대회가 진행됐다.

* *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태훈컵 중계를 맡은 캐스터 이형욱입니다. 박하윤 해설과 함께합니다.』

『반갑습니다!』

『오늘도 상당히 활력이 넘치시네요.』

『활력! 넘치죠! 이렇게 비시즌에 유럽이 아닌, 한국에서 축구를 볼 수 있는데! 넘쳐야죠!』

『하하하.』

국내 축구팬들에게 인지도 높은 이형욱과 박하윤이 이번 대회 메인 캐스터와 해설자로 나섰다.

지태훈이 특별히 이번 태훈컵의 중계진으로 이 두 사람을 섭외하기 위해 연락했는데, 그들은 모두 흔쾌히 이번 일을 맡아 주었다.

그것도 적당한 가격선에서.

두 사람 모두 축구에 대한 열정이 넘치다 보니, 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저희가 있는 곳은 고양 더블은행파크입니다. 과거 고양종합운동장이었던 곳인데요. 최근 고양 유나이티드가 K리그 팀으로는 처음으로 경기장 인수를 한 뒤, 리모델링을 진행했다가 오늘 처음으로 팬 여러분에게 선보입니다.』

『정말 유럽에 있는 축구 경기장을 보는 것 같은데요. 제가 여기서 몇 번 국가대표 경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경기장이 맞나 의심될 정도로 달라졌네요!』

『지금 화면으로 경기장이 보이는데요. 시청자 여러분도 한번 보시죠.』

리모델링한 고양 더블은행파크의 모습이 카메라를 통해 나타났다.

과거 트랙이 있던 자리에는 관중석으로 채워진 상태였다. 유럽의 축구 경기장처럼 바로 코앞에서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자리에 따라서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 바로 뒷자리에도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좌석에서는 열선 시트가 깔려 있으며, 추운 날씨에는 엉덩이가 시리지 않게 따뜻하게 경기를 볼 수 있었다.

홈팀 좌석은 전체적으로 팀 컬러를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고, 한글로 ‘고양 유나이티드’라고 적혀 있었다.

보통 축구 경기장에서 좌석을 영어로 표기하는 편인데, 고양 유나이티드는 한글을 사용하는 참신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경기장의 전광판 또한 새것으로 바뀌었다.

일전에 조그마한 전광판에서 초대형 전광판으로 바뀌었으며, 전광판은 최소 4K급 화질을 제공해 2층과 3층 높이에서도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로 볼 수 있었다.

달라진 것은 경기장 좌석만이 아니었다.

『고양 유나이티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곳에 최신형 하이브리드 잔디가 깔려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유명 빅클럽들이 사용하는 그 잔디죠!』

『그렇습니다. 이 잔디 위에서 우리 K리그 선수들이 좀 더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이 외에 경기장에는 복합쇼핑몰 공간이 생겼고, 화장실의 개수도 늘렸고 모든 칸에 비데가 설치되었다.

『이렇게 보니까 약간 독일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네요.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이번에 고양으로 이적한 필립 호프만! 아주 익숙하겠어요!』

『하하, 네. 마침 필립 호프만의 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K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를 갱신했습니다.』

『그렇죠.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장현우 선수를 더해 8,000만 유로.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1075억 2400만원이죠. 소위 말해 유럽의 빅클럽도 아닌 K리그 팀이 이 정도 금액을 이적료로 낼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필립 호프만을 영입하기에 앞서 울산에서 영입 발표한 제레미의 경우 약 100억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이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으로 고양이 필립 호프만을 영입을 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죠. 역시 이게 오일머니의 힘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자, 그럼 오늘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이형욱 캐스터가 주제를 돌렸다.

그러자 중계 화면에도 관련 정보가 흘러나왔다.

『이번 태훈컵은 K리그1 우승팀, K리그1 2위팀, FA컵 우승팀, K리그2 1위 팀 등 총 4팀이 풀리그로 진행합니다. 대회는 총 열흘에 걸쳐서 진행하고요. 우승팀에게는 2억의 상금 돌아갑니다.』

『비시즌에 치러지는 별거 아닌 대회로 볼 수도 있는데, 의외로 상당히 자존심이 걸린 대회라고 볼 수 있어요.』

『그렇습니다. 지난 시즌에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 줬던 팀들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인데요. 어떻게 보면 K리그만의 슈퍼컵 또는 커뮤니티실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죠.』

『자, 그럼 오늘 경기 소개하겠습니다. 잠시 후 진행할 첫 번째 경기는 고양과 울산의 경기입니다. 이어서 이 경기가 끝난 뒤 1시간 뒤에 같은 장소에서 전북과 부산의 경기가 진행됩니다.』

고양은 울산, 부산, 전북 순으로 맞붙게 된다.

『누가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팀들이 모였는데요. 저희는 잠시 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여기는 고양 더블은행파크입니다!』

* * *

경기장에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중이 모여들었다.

팬들은 경기장을 보며 감탄했다.

“와, 내가 예전에 유럽으로 축구 여행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봤던 경기장보다 좋은 거 같은데?”

“와, 선수들이 코앞에 있어.”

“의자도 좋은데? 푹신해!”

그런 팬들의 반응을 VIP 좌석에서 지켜보는 나는 흡족한 미소를 드러냈다.

“아주 수고 많으셨습니다. 용준형 사장님.”

“감사합니다.”

내 곁에 서 있던 용준형 사장도 작게 웃었다.

“자고로 건설은 돈을 들인 만큼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어디서 중간에 빼먹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맞습니다. 대표님.”

경기장에 쏟아부은 금액만 해도 남들은 듣기만 해도 억소리 나올 만큼 상당한 금액이다.

그만큼의 돈을 모두 10원 한 푼 남기지 않고 경기장에 쏟아부었다.

“저희도 이번 경기장 리모델링을 즐겁게 진행했습니다.”

“그래요?”

“네. 대표님께서 지시하신 부분이기는 해도, 저희에게 모든 걸 맡겨주셨으니까요.”

“…….”

건설에 대해 아는 게 없는데, 내가 뭐라고 이러저러하게 말을 하겠는가.

그런데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알아서 하라고 말한 게 오히려 득이 되었던 것 같았다.

“모쪼록 이번 대회는 잘 풀리겠군요.”

내 말에 용준형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경기가 시작됐다.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고양과 짙은 파랑색 유니폼을 입은 울산이 맞붙자 관중들의 환호가 울려 퍼졌다.

* * *

『경기 시작합니다! 2028 태훈컵 1라운드, 고양과 울산의 전반전 경기를 시작합니다!』

고양은 새로운 얼굴을 포함한 선발 명단을 내세웠다.

그 안에는 필립 호프만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였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공을 잡았다.

『등번호 6번, 호프만의 첫 터치!』

공을 잡은 호프만의 발 끝에 불이 붙었다.

팡!

『호프만 패스하는데요! 정확하게 박형우 쪽으로 향합니다!』

『찬쓰죠-!』

놀랍도록 정밀한 패스플레이를 보여준 호프만의 클래스에 지켜보던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단 한 번의 패스로 울산의 수비라인이 완벽하게 무너진 것이다.

무너지는 울산의 수비 사이로 박형우가 재빠른 드리블로 순식간에 기회를 만들었다.

팡!

『박형우 슈우우웃! 아깝습니다! 골문을 살짝 빗나갑니다!』

『이야, 방금 호프만의 패스 너무 좋았습니다. 호프만의 패스에 이은 박형우의 드리블에 마무리 슈팅까지. 두 월드클래스가 만들어 낸 광경이 대단하네요.』

슈팅 이후 아쉬운 표정을 드러내던 박형우는 곧 호프만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호프만도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호프만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다시 호프만인데요!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들어갑니다! 호프만 슈우웃! 하지만 윤진호 골키퍼의 선방에 막힙니다!』

『와, 진짜 대단하네요. 이거 뭐, 전반전은 호프만 대 울산이라고밖에 표현을 못하겠네요.』

『혹시나 호프만이 K리그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하던 시선이 있었는데, 호프만에게는 적응할 시간 따윈 필요없었습니다.』

이런 호프만의 대활약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제레미였다.

오늘 선발로 출전한 그는 별다른 활약 없이 전반전을 뛰고 있었다.

‘이런 XX.’

AT마드리드 시절부터 그는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는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눈앞에 젊고 어린 독일인 미드필더에게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제레미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제대로 보여 주마! 이 몸이 어떤지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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