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화
【오피셜】고양, 도르트문트 신성 필립 호프만 영입! 계약기간 3년. 이적료 장현우+8,000만 유로. K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 등극.
【오피셜】고양 장현우, 도르트문트 이적!…… 계약기간 4년.
【오피셜】고양, 한석원 완전 이적 성공.
하룻밤 사이에 올라온 소식에 K리그를 넘어 대한민국이 화들짝 놀랐다.
-뭐야?
-이게 무슨 일이지?
-저기요. 누가 설명 좀 해주세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팬들도 놀라움을 넘어 당황스러운 반응을 드러냈다.
-장현우가 도르트문트 가는 건, 루머로 계속 돌아서 알고는 있었는데, 근데 누가 와?
-필립 호프만이 왜 K리그로 와?
-내가 꿈을 꾸나?
필립 호프만의 위상은, 과거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하던 엘링 홀란드와 거의 맞먹었다.
쉽게 말해 홀란드가 K리그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관계자한테 들었는데, 장현우 몸값을 2,000만 유로 정도로 책정해서 도합 1억 유로에 영입했데.
-1억? 1억 원도 아니고 1억 유로?
-와, X발. K리그에서 나올 수 있는 금액이 맞냐?
-이 정도면 고양 유나이티드가 아니고 레알 마드리드나 파리생제르망에서 영입한 걸 잘못 기사 낸 거 아니냐?
-저 축알못인데요. 호프만이 그렇게 대단해요?
-대단하죠. 분데스리가 씹어 먹는 선순데. 저런 선수 데리고 리그 우승 못 하는 도르트문트를 빙신이라고 욕하는데요.
-작년에 쌓은 공격포인트만 해도 18골 22도움. 분데스리가 도움왕 출신. 이걸로 설명 끝.
-올해도 전반기에만 10골 넘게 넣었지? 도움도 9개인가 해서 1위고.
팬들의 반응도 이러한데, 관계자들 반응은 더했다.
“진짜 미친놈들 아냐!”
“와, X발! 진짜 너무 부럽다!”
“진짜 돈으로 다 하네!”
“고양 저 새끼들은 혼자서 우주방위대 만들려고 하나?”
“누구는 시의회가 예산 반 토막 내서 거덜 나는 판인데!”
“조만간에 K리그는 고양의 손에서 놀겠네.”
늘 돈이 없는 시도민구단은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기업구단 또한 상상을 뛰어넘는 고양의 광폭 행보에 혀를 내둘렀다.
“우리도 돈을 더 풀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도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서 운영하는데, 여기서 또 어디서 돈을 구해와?”
“소문에 의하면 고양 구단주가 아랍 왕자하고 친하데요. 저희도 아랍 가서 구걸이라도 해올까요?”
“쨔샤! 할 수 있으면 벌써 했다!”
이 상황에서 한석원의 완전 이적 소식은 허무하게 묻혔다는 것을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다.
* * *
고양 유나이티드가 아직 프랑스에서 원정 경기를 치르고 있을 때 이적이 확정되었다.
따라서 장현우의 공식적인 마지막 경기는 원정 경기가 되었다.
“이적 축하한다.”
“드디어 유럽 무대로 가는구나. 부럽다.”
“가서 잘해라.”
팀 동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은 장현우는 고마워했다.
“다들 고마워요. 저 유럽 가서도 열심히 할게요.”
곽찬구 감독도 그런 장현우에게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우야. 너라면 충분히 독일 가서도 잘할 수 있을 거다. 들어보니까 대표님도 네가 제대로 뛸 수 있게 도움을 준 모양이더구나.”
“그래요?”
“필립 호프만은 사실 내가 원하던 선수는 아니었지만, 네가 빠진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요청해서 데리고 온 선수다. 어떻게 보면 가자마자 너의 강력한 경쟁자가 빠져나간 셈이지.”
“그랬군요. 몰랐습니다.”
“대표님은 비밀로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아무래도 너한테 말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이야.”
“너무 감사하네요.”
“그만큼 네가 잘했으니까 대표님도 그렇게 해주신 거지.”
감격하는 장현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준 곽찬구 감독이 말했다.
“가서 네가 원하는 꿈을 마음껏 펼쳐봐라. 응원하마.”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장현우는 독일로 떠났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새로운 동료가 등장했다.
“와, 살면서 호프만을 가까이 볼 줄이야.”
“진짜 필립 호프만이 왔구나.”
K리그 공식 등록명 필립.
그가 팀 동료로 합류하자, 고양의 모든 관계자들이 신기해했다.
월드클래스급 선수가 동료로 합류했으니 모두들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필립 호프만도 조금은 낯설어했다. 그런 그에게 다가오는 인물이 있었다.
“만나서 반갑다. 박형우라고 한다.”
“아!”
박형우의 등장에 필립도 그를 알아보았다.
지난 월드컵에서 대활약한 모습을 봤었기 때문이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주장 김지우도 가세했다.
과거 분데스리가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있는 김지우가 직접 독일어로 말을 걸어왔다.
팀에 독일어가 가능한 동료가 있다는 사실에 필립도 화들짝 놀랐다.
“독일어 할 줄 아세요?”
“나? 나도 예전에 분데스리가에서 활동했었어. 보훔이라고.”
“헉. 아, 기억나요. 예전에 보훔에서 한국 선수가 뛰었다는 거. 혹시 당신이 김지우?”
“어, 나를 알아?”
“알죠. 어릴 때, 아버지 손 붙잡고 보훔 경기할 때 뛰는 거 봤어요.”
“와. 이거 영광이네.”
분위기가 금방 훈훈해졌다.
김지우와 박형우의 도움으로 필립은 금방 동료들과 친근한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었다.
같은 외국인 동료들도 가세했다.
“안녕. 나는 사무엘이야. 너의 미래의 한국어 선생님이기도 하고.”
“……?”
“나는 라시모프야. 저 형이 한국 생활을 오래 해서 한국어를 잘해. 나한테도 한국어 많이 가르쳐 준다.”
“아아.”
사무엘이 필립에게 어깨동무하며 말했다.
“혹시 매운 거 잘 먹으면 이따가 우리 함께 불닭볶음면 먹을래?”
“부다크보큰면?”
“불닭볽음면. 한국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야.”
그러자 상황을 지켜보던 김지우가 어이없어했다.
“오자마자 애 하나 잡을 일 있냐?”
“아하하.”
“됐고, 우리 같이 공놀이나 하자. 축구 선수가 공놀이하면서 친해져야지. 안 그래?”
그렇게 고양 선수들은 새로 합류한 필립과 함께 미니게임을 진행했다.
미니게임을 진행하면서 그들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공 XX 잘 찬다.’
‘이게 월클이구나.’
‘패스하고 슈팅 수준 자체가 다르네.’
‘공을 따내질 못하겠네.’
직접 겪은 필립의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왜 세상이 그를 두고 월드클래스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이런 수준 있는 동료가 합류했다는 사실에 선수들의 신뢰와 믿음도 올라갔다.
그러던 와중에 묵묵히 훈련에 임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한석원이었다.
‘억울해서라도 잘해야겠다.’
왠지 조금은 분한 기분이 들었다.
* * *
“진짜 이번에 돈 정말 많이 썼다.”
유럽 일정을 마친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 유럽 일정을 진행하면서 정말 큰 지출을 했다.
하지만 이 지출은 모두 의미가 있었다.
“지태훈 대표님!”
“대표님! 저희하고 인터뷰 부탁드립니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입국 게이트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나를 향해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내가 도착했을 시점에는 이미 구단에서 공식 오피셜을 발표한 상황이었고, 이와 관련해서 몸이 달아오른 기자들이 내가 돌아오는 날에 맞춰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막 몰려오시면 안 됩니다!”
“모두 거리 유지해 주세요!”
구단에서도 이미 이런 상황을 눈치채고 발빠르게 상황을 대처했다.
미리 대기하던 경호원과 구단 직원들이 나서서 몰려든 기자들을 정리했다.
“도련님. 이대로 기자들을 무작정 보낼 수만은 없을 거예요.”
“음. 알았어. 그럼 잠깐 상대하는 걸로 하자고.”
나는 기자들과 간단하게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지태훈입니다.”
기자들 앞에 서자 바로 질문이 우후죽순 들어왔다.
“대표님! 이번에 도르트문트에서 필립 호프만을 영입하셨는데요! 어떻게 영입했는지 과정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호프만의 영입은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자세한 것까지 말씀드릴 수 없지만, 양쪽 다 만족할 만한 조건 속에서 일이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죠.”
“거액의 이적료가 들어갔다고 발표가 나왔는데, 진짜 그 액수가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
공식 기사를 통해 이적료가 공개됐지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지금까지 K리그에서는 겪어볼 수 없었던 거액의 이적료였기 때문이다.
“대표님, TH투자회사의 자금이 중동의 오일머니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한 기자의 물음에 모두가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봤다.
어느 정도 소문이 돌고 있지만, 한번도 오일머니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한 적이 없었다.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아니지만, 일부러 밝힐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세상에 드러날 일이었다.
“맞습니다. TH건설이 진행하는 UAE 신도시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대량의 오일머니가 저희 쪽으로 들어오고 있지요.”
“헉.”
“오일머니 외에도 저희가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원들이 존재합니다. 그것들을 모두 합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고요.”
“맙소사.”
사람들이 놀라서 웅성거렸다.
그런 그들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조만간 지금 내가 한 말들이 세상에 모두 알려질 것이다.
과연 이 이야기를 들은 이들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하다.
“올해 고양 유나이티드가 원하는 목표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습니다.”
“작년에 저희는 기대 이상의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그보다 더 높은 목표를 노리고 있죠. K리그와 아시아,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목표가 크지 않으면, 통 큰 투자도 불가능하다.
반대로 돈만 많이 들이부어도 목표가 작으면 의미 없는 지출이다.
목표에 맞는 금액이 들어가야지만 사업의 효율성이 발생한다.
이것이 경영의 기본이라고, 일전에 박준후 팀장이 나에게 말을 해줬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이미 경험을 통해 깨닫고 있었다.
“슬슬 마무리 지으시죠.”
김 비서가 슬쩍 다가와 내게 귓속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을 것을 요청했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안 그래도 슬슬 마무리 지을 때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본 어떤 기자가 돌발 질문을 던졌다.
“대표님! 소문에 의하면 대표님과 비서님이 사귄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입니까?”
“…….”
일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유는 모르겠다.
나는 슬쩍 김 비서 쪽을 바라봤다.
어째서인지 평소와 달리 당혹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그녀를 보고 나는 씩 웃었다.
그리고는 씩씩하고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저희 사귑니다.”
“……!”
“공식적으로 사귄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서로 진지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내 말에 김 비서가 상당히 당황한 얼굴로 다가오더니 내 팔을 툭 쳤다.
“어쩌려고 그러세요?”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묻는 그녀에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어차피 나중에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건데, 지금 말해도 상관없잖아.”
“하지만!”
“괜찮아. 자기야.”
“……!”
그녀가 얼굴을 붉히더니 곧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살짝 웃으면서 그녀를 감싸 안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오늘 인터뷰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세요.”
그렇게 우리는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올라온 나와 관련된 기사 중에 나와 김 비서의 열애 소식 기사가 제일 많은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