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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 구단주-159화 (159/272)

159화

고양 유나이티드가 프랑스에서 친선 경기를 진행하는 동안, 나는 영국으로 넘어갔다.

런던 히드로공항에 도착한 나를 강시윤PD가 반갑게 맞이했다.

“대표님! 여깁니다!”

“오, PD님.”

파란 모자에 체크무늬 셔츠에 긴 롱패딩을 입은 그는 특유의 입담으로 나에게 이런저런 말을 줄줄이 꺼냈다.

“런던은 저도 처음 와봤는데, 정말 세련된 도시더라고요. 뭐랄까, 고풍스럽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음식은 좀 별로였어요. 그 정어리파이? 그거 먹었는데, 어우, 어쨌든…….”

“그래서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을 끊어야만 했다. 끊지 않으면 계속 그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 확실히 중계 수준이 다르더라고요. 저희가 배울 게 많아요. 그쪽 직원들이 처음에는 까칠하게 굴었는데, 친해지니까 대체로 살갑게 대해주고요.”

“김진철 이사는 어디에 있죠?”

“스카이레볼루션에 있습니다.”

스카이레볼루션.

최근 자국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진행하는 스포츠 전문 방송사였다.

최신 기술들을 도입하여 수준 높은 중계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우리가 사업적인 교류를 진행하는 곳이기도 했다.

강시윤이 직접 운전해서 나를 스카이레볼루션으로 데리고 갔다.

런던 한복판에 있는 스카이레볼루션 본사에 도착한 나는 김진철 이사를 만날 수 있었다.

“왔나.”

“아, 이사님.”

김진철 옆에는 처음 보는 빨간 스웨터를 입은 대머리 남자가 있었다.

내가 그를 쳐다보자, 김진철이 바로 소개했다.

“이쪽은 제임스 스튜어드. 스카이레볼루션 축구중계 총괄 팀장이지.”

“아, 반갑습니다.”

우리는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곧 그에게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저희는 매 시즌 프리미어리그 경기만 무려 380경기 이상을 송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분데스리가와 라리가와 타국 리그 경기와 챔피언스리그 경기까지 합산하면 1,000경기가 훌쩍 넘죠.”

“대단하네요.”

“저희는 매 경기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시청자들에게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수익분배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습니까?”

“저희는 기본적으로 외부 투자와 광고 스폰서 그리고 시청자들로부터 받는 구독료로 충족하고 있습니다.”

“호오.”

“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구독경제 시스템에 맞춰, 저희도 완벽하게 적응한 상태입니다. 이걸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는 나에게 가격이 적혀 있는 종이를 넘겨주었다.

“여기 보시면, 저희는 기본 15파운드, 유로는 18유로부터 시작합니다. 최대 30파운드까지 금액이 형성되어 있는데, 금액을 올릴수록 제공되는 서비스는 다양하죠.”

“매달 내는 금액이 1년으로 환산하면 만만치 않을텐데, 이걸 사람들이 매년 지불하면서 본다는 거죠?”

“그렇죠. 아시다시피 프리미어리그는 전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받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리그답게 수요도 대단하죠. 하다못해 자국인 잉글랜드만 하더라도 축구에 미쳐 사는 나라고요.”

“허어.”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수익은 매년 최소 수조 원입니다. 그렇게 발생한 수익의 일부는 각 클럽들의 수입으로도 들어가고요.”

“엄청나군요.”

프리미어리그가 아직도 세계 최고 리그로 평가받는지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자금이 돌아가는 규모 자체가 달랐다.

K리그와 비교도 할 수 없는 공급과 수요량이 존재했다.

국방 예산을 매년 천조씩 쓰는 천조국 미국이 있다면, 축구에는 프리미어리그가 있는 것이다.

이걸 과연 향후 K리그가 따라잡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참 암담하다.

“사실 대표님의 소식은 우리도 어느 정도 듣고 있습니다.”

“네? 제 이야기를 들었다고요?”

갑작스러운 제임스의 이야기에 내가 흠칫하고 놀랐다.

“최근에 한국에 젊은 구단주가 축구팀을 인수해서 자국의 인기 클럽으로 만들었다는 기사를 봤거든요.”

“허허.”

“대표님께서 이번에 저희와 교류하시는 이유도, 자국에 열릴 컵 대회 때문이라는 것은 여기 이사님을 통해서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네.”

“하지만 정말 컵대회만을 위해 이걸 준비하시는 게 맞습니까?”

“…….”

“대표님께서 진행하시려는 사업의 규모는, 상당히 큽니다. 저로서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요.”

제임스, 이 사람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눈치챈 것 같았다.

그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대표님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저희에게 공유해주신다면, 저희도 최대한 협력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상대가 적극적인 자세를 드러내었다. 여기서 나는 잠깐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슬쩍 김진철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시선을 받은 그가 대답했다.

“어느 정도 믿어도 될 거다.”

그 말에 나는 생각을 조금 정리했다.

어차피 우리에게 이득이 될 부분을 취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적당히 주고받으면 문제없으리라.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여기를 찾은 것이니까.

“좋습니다. 그럼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시간은 충분하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오늘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길게 비웠으니까요.”

그렇게 나는 제임스에게 이야기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는 그의 표정이 처음에는 진지했다가 점차 놀라움에 두 눈이 커졌다.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쯤에는 그가 감탄했다.

“어떻습니까?”

“훌륭합니다. 이런 계획이라면, 향후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군요.”

“좋은 기회라. 그쪽에게는 무엇이 이득일 수 있겠습니까?”

“저희에는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창출할 수 있는 사업들이 많습니다. 향후 대표님이 운영하는 K리그의 판이 커져서 이곳 잉글랜드까지 완벽하게 적용되기를 바랍니다.”

제임스는 약간의 사심을 드러내었다가 곧 덧붙여 말했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시지요. 저희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의 일정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 * *

그날 저녁, 일을 마치고 셋이서 기분 좋게 저녁을 먹고 호텔로 들어갔다.

“나하고 이야기 좀 나누지.”

“네?”

“그래. 이야기 나눌 사람이 누가 있겠나?”

방으로 들어가려던 나를 김진철이 붙잡았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강시윤은 눈치껏 먼저 빠져버렸다.

졸지에 단둘이 남게 된 상황에서 나는 약간 긴장했다.

안 그래도 김 비서도 없는 상황이다.

그녀는 프랑스에 남아서 친선 경기를 치르는 팀을 돕고 있었다.

“따라와라.”

그를 따라 호텔 최상위층에 있는 스카이펍으로 향했다.

조용한 분위기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그는 맥주를 두 잔 시켰다.

맥주는 거의 주문하자마자 바로 나왔다.

“마시지.”

“예.”

가볍게 잔을 부딪치고 맥주를 마셨다. 맥주를 마시다가 김진철이 잔에 담긴 맥주를 거의 비우는 걸 보고, 나도 꾹 참고 후르륵 다 비웠다.

완벽한 원샷.

속은 부르륵 올라오고 있지만 트름이 나오지 않게 겨우 참았다.

“후우.”

맥주를 마신 그가 약한 한숨을 내쉬었다.

“너, 내 딸하고 사귀냐?”

“……!”

아, X 됐구나.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빨리 왔다.

“저, 장인어른?”

“이런, 미친 새끼!”

“히끅!”

버럭 소리 지른 김진철 이사 때문에 나도 모르게 딸꾹질이 나왔다.

딸꾹질하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그가 직원을 불러서 물을 달라고 요청했다.

“마셔라.”

“어으, 넵.”

황급히 물을 마시자, 조금 진정이 됐다.

내가 진정된 걸 본 김진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대체 내 딸은 저런 놈이 뭐가 좋다고 그러는 건지.”

여전히 나를 못마땅해하는 그였다.

예전 같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지금은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사님. 이사님이 보셨을 때는 제가 많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 비서. 아니, 유리가 이제 제 여자가 된 이상, 저는 유리를 평생 지켜줄 겁니다. 부족한 부분이 없게 노력할 거고요.”

“그건 당연한 거고.”

“네, 당연…… 네?”

“후우.”

김진철은 맥주를 하나 더 주문했다. 맥주가 나오자 그는 맥주를 마시고 다시 말했다.

“솔직히 네 놈이 내 딸과 사귄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지만 딸의 선택을 존중할 생각이다.”

“아!”

“기뻐하지 마라.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지 네놈을 지켜볼 거니까. 내 딸에게서 눈물 한방울 나오는 순간, 너는 내 손에 죽는다.”

“…….”

호랑이 김진철.

왜 그렇게 불리는지 이 순간 다시 새삼 깨닫게 됐다.

눈에서 시퍼런 불빛이 솟구쳐 나오는 것 같았다.

무시무시한 기세에 나도 모르게 오금이 저릴 지경이다. 하지만, 여기서 지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호오?”

“제 울타리에 안에 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만든 울타리는, 적어도 제가 죽을 때까지 무너지는 일 없이 만들 겁니다. 그게 제 역할이고, 사명입니다.”

“…….”

김진철은 굳은 얼굴을 하다가 이내 피식하고 웃었다.

내가 뭐 실수한 건 아니겠지?

“좋다. 방금 네가 한 말, 내 머릿속에 똑똑히 기억해 두마.”

그는 그렇게 말하고 맥주잔을 손에 쥐고 내 앞으로 내밀었다.

나도 맥주잔을 쥐고 그와 잔을 부딪쳤다.

그렇게 맥주를 비운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앞으로 장인어른이라 불러도 되죠?”

“살아 있는 채로 혓바닥 뽑히고 싶으면 마음껏 지껄여라.”

“…….”

비록 말은 험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비록 K리그는 비시즌이지만, 겨울나기를 위한 이적 시장이 열린 상태였다.

이번 이적 시장은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다.

다음 시즌, K리그 스폰서가 더블은행에서 TH투자회사로 바뀌면서 지금까지와 다른 규모의 상금 액수로 시즌이 진행된다.

리그 꼴찌도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순위가 높을수록 받을 수 있는 상금의 규모는 상당하다.

그래서 차기 시즌에 반전을 꿈꾸는 클럽들이 많았다.

팬들도 그런 클럽들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기대감을 잔뜩 표출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신호탄을 쏘아올린 클럽이 등장했다.

【오피셜】울산 모터스, 제레미 영입 완료!

-제레미? 설마 내가 아는 그 제레미?

-오, X발! 맞네!

-와, 제레미 뭔데!?

-울산 시작하자마자 큰 거 쏘네!

-미쳤다! 울산!

울산을 상징하는 짙은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제레미가 울산 간절곶 앞에 환한 표정과 함께 푸른 머플러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찍은 오피셜 사진을 공개했다.

제레미는 과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적이 있었다.

약 3년 전에 고양 유나이티드의 첫 원정 유럽 친선경기에서 선발로 뛰었다가 이진수의 뒤통수를 후려친 그 선수이기도 했다.

-이진수하고 만나면 개꿀잼이겠네 ㅋㅋㅋ

-이번에 진수가 을룡타 하는 거 아닌가? ㅋㅋ

제레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다가 최근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1년 정도 활약하였고, 이번에 울산으로 이적하게 된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남겼다.

“K리그에서 가장 우수한 팀인 울산에 입단해서 영광이다. 과거 K리그 팀과 붙어본 경험이 있다. 이곳은 우수한 리그다. 팬들을 위해 뛰겠다.”

그런 제레미의 인터뷰를 남몰래 지켜보던 관계자는 혀를 찼다.

“어휴, 말은 XX 잘하네.”

“생각보다 돈 많이 밝히더라. 오사카에서 돈 밝히다가 거의 쫓겨난 거라며.”

“아, 여기서는 제발 돈값만 해줘라. 진짜 저 새끼 데려온다고 돈 XX 많이 썼다.”

팬들은 모르는 비하인드가 있었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제레미가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고양은 뭐 없나?”

“그러게. 지금 친선경기 치르러 유럽에 가 있다던데.”

“대표도 거기에 가 있다며?”

“그럼 뭐 조만간에 엄청난 거 하나 터지지 않을까?”

국내 관계자들은 매 시즌 고양이 터트리는 폭탄이 무엇일까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야 고양은 그런 기대에 부합하는 폭탄을 들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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