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54화 (154/272)

154화

박요한이 일대일 상황에서 슛을 때릴 때, 이 모든 상황을 바로 옆에서 보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사무엘이었다.

그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세컨볼을 노릴 생각으로 전북 골문 쪽으로 쇄도해 들어가고 있던 참이었다.

사무엘은 곧장 주심에게 달려가며 외쳤다.

“골라인 넘었어요! 내가 봤어요!”

골라인을 넘었다는 사무엘의 주장에 주심은 어리둥절했다.

사실 주심도 거리가 있던 터라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았으니까, 일단 진정해 봐. VAR하고 이야기 나눠 볼 테니까.”

주심이 흥분한 사무엘을 진정시키고 바로 VAR과 교신을 시도했다.

“사무엘, 무슨 일이야?”

“요한! 내가 봤어! 네가 찬 공이 골대 맞고 내려올 때 라인을 넘었다가 다시 밖으로 흘러나온 걸 내가 봤어!”

“어어? 정말?”

“정말이라니까!”

그제야 다른 선수들도 상황을 파악하고 모두 주심을 쳐다보았다.

양 팀 벤치와 관중들도 작금의 상황을 주시했다.

현장에서 중계하던 중계진도 상황을 보고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자, 지금 보니까 사무엘 선수가 박요한이 일대일 찬스에서 골대 맞고 나온 슈팅이 골라인을 넘었다고 주장하는 거 같은데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 VAR이죠? 골라인 판독기도 있고요.』

『주심이 VAR과 교신을 하는 가운데, 모두가 주심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심은 선수들을 향해 왼쪽 손바닥을 펼쳐보이고, 오른쪽 손은 교신기가 있는 귓가에 손을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저희도 지금 리플레이 화면을 보고 있는데요. 이렇게 보면…… 안 넘은 것 같기도 한데요.』

중계화면에서 제공되는 리플레이 화면에서는 먼저 정면에서 때리는 슈팅을 보여줬다. 이 부분에서는 명확하게 골라인을 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이어서 골문 사이드 쪽에서 찍은 카메라가 나오자 중계진이 탄성을 질렀다.

『어~ 잠시만요. 이렇게 보니까 골라인을 넘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자, 골라인을 완벽하게 넘어야 골로 인정됩니다. 라인에 조금이라도 걸쳐 있으면 득점 인정이 안 되는데요!』

모두가 긴장된 상황에서 주심이 휘슬을 짧게 불더니 양쪽 손가락을 사용해 네모박스 표시를 보였다.

『온 필드 리뷰 들어갑니다! 이거 봐야죠!』

『주심도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오늘 경기를 맡은 양광종 주심이 온 필드 리뷰를 위해 뛰어갑니다!』

주심이 직접 경기 영상을 수차례 돌려보았다.

모두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상황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중계화면에서는 결과를 기다리는 박요한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박요한은 복잡한 얼굴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어서 전북 골키퍼의 모습과 양 팀 벤치의 모습도 비쳤다.

『자, 긴장되죠. 만약에 여기서 고양의 득점이 인정되면, 전북은 치명타에요.』

『그렇습니다. 한정희 해설위원님 말씀대로 이렇게 되면 고양이 종합스코어에서도 고양이 3:2로 앞서나가는 건데요. 그렇다면 경기 양상이 완전히 바뀔 수가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영상을 분석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잠시 후, 판독을 끝낸 주심이 다시 필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휘슬을 입에 물었다.

『자, 주심이 다시 들어오는데요. 어떤 판정을 내릴까요!』

주심은 오른쪽 손으로 전북 골문 쪽을 가리켰다.

삑!

그 순간 고양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관중들이 모두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

『주심이 고양의 득점을 인정합니다!』

『이야, 이렇게 되면 고양이 완벽하게 분위기를 바꿉니다! 1차전에서 보여 줬던 그 불안한 모습 어디 갔나요! 역시 고양입니다!』

득점을 인정받은 박요한은 뒤늦게 동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았다.

“축하한다!”

“하하. 이게 득점이 되네요!”

득점한 박요한도 얼떨떨해 했다.

홈팬들은 그런 박요한의 이름을 외쳤다.

장내 MC도 힘차게 외쳤다.

-오늘 완벽한 날입니다! 고양의 두 번째 득점의 주인공은…… 라인브레이커 박! 요한!

짝짝짝짝-.

경기장 대형 전광판에 환한 얼굴로 손가락으로 ‘V’ 표시하는 박요한의 프로필 사진이 나타났다.

반면, 전북의 분위기는 확 가라앉았다. 우승을 자신하던 그들은 순식간에 뒤바뀐 경기 분위기에 당혹스러워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모르겠어.”

“제기랄!”

전북의 벤치와 응원하던 전북 팬들도 당황스러울 지경.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고,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다.

* * *

『사무엘 슈우웃! 하지만 벗어납니다!』

『고양이 전북을 상대로 파상공세를 펼치는데요! 전북이 이렇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보기 드문 일이거든요!』

“지 대표. 자네가 정말 팀을 무섭게 바꿔놨구만.”

“제가 뭘 한 건 없습니다. 저는 그냥 돈만 썼고, 나머지는 저 사람들이 알아서 한 건데요. 뭘.”

“그런 점이 대단하다는 걸세.”

석정원은 경기를 지켜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또 한 명의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국가대표팀 감독 김용수였다.

그는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며 종이에 뭔가를 자꾸 적었다.

그걸 본 내가 석정원 회장에게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김 감독님도 바쁘신 모양이네요.”

“바쁘지. 당장 다음 달에 동아시안컵 대회가 일본에서 개최되니까 말이야.”

동아시안컵.

가끔 아시안컵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다른 대회다.

정식명칭은 EAFF E-1 풋볼 챔피언쉽으로, 동아시아 축구 연맹에 속한 국가들이 참여하는 대회다.

쉽게 예시를 들자면, 동남아시아에서 진행하는 스즈키컵과 비슷하다.

내년 1월에 이 대회가 진행되는데, 이번에는 대한민국, 일본, 중국, 홍콩이 참여한다.

사실 대회의 가치로만 보면 상당히 권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K리거들에게는 중요한 대회였다.

대회 규정상 유럽파들의 의무차출 규정에 해당하지 않다 보니, 주로 K리거나 J리거 선수들이 뽑혔다.

이를 통해 기존에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새롭게 기회를 받고, 대표팀 주전 선수로 올라서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오늘 경기를 통해서 저희 팀 선수들이 많이 뽑혔으면 좋겠네요.”

내 말에 석정원 회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대표팀에 차출되는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자네에게는 손해 아닌가?”

“뭐, 그럴 수도 있지요. 그래도 거시적 관점에서 봤을 땐, 선수들이 대표팀에 꾸준히 차출되면 저희의 가치도 올라가니까요.”

이미 우리는 박형우와 장현우를 통해 국가대표 출신 선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간접적으로 체험했다.

그래서 나는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을 반기는 편이다.

뭐, 곽찬구 감독은 조금 불편해하는 것 같긴 했지만.

“자네 같은 생각을 지닌 클럽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구만.”

“하하.”

나는 그냥 멋쩍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 * *

전반전이 끝났다.

여전히 고양이 2:0으로 앞서고 있었다. 종합스코어로는 3:2였다.

하프타임을 보내는 동안 해설자들이 대화를 나눴다.

『축구에서 종종 ‘전쟁 같은 경기다.’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이것은 그만큼 정말 치열하고 생존을 위해 뛰는 경기를 표현할 때 쓰이는데요.』

『맞죠. 축구에서 표현하는 전쟁은 그만큼 치열한 과정을 소개하고자 표현하는 것일 뿐이죠.』

『오늘 경기도 정말 ‘전쟁’ 같은 경기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실제로는 절대 전쟁이 나면 안 됩니다.』

『당연합니다.』

『그럼 저희는 잠시 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여기는 고양별무리 경기장입니다.』

라커룸으로 들어온 선수들의 분위기는 활기찼다.

“거봐, 할 수 있잖아!”

“진짜 다들 잘했어!”

선수들은 희망을 보고 있었다.

전북은 정말 강한 상대다.

그걸 1차전에서 제대로 느꼈던 선수들은 부담감이 컸었다.

하지만 전반전을 겪고 나니 새삼 그토록 커 보였던 상대가 다시 해볼만 하게 느껴졌다.

“방심은 하지 말자. 상대는 그래도 전북이다. 걔들 우승 트로피 한두 번 들어온 팀이 아니야. 후반전에 또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김지우가 주장답게 선수들에게 방심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형, 너무 걱정말아요.”

“맞아요. 저희가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방심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다행이고.”

김지우도 슬그머니 웃었다.

그때, 곽찬구 감독이 들어왔다.

쉬고 있던 선수들이 감독을 보고 살짝 긴장했다.

“모두 고생했다. 하지만 아직 후반전이 남아 있어. 이대로 지키는 것도 좋겠지만, 너희들도 알다시피 전북은 언제든지 이 스코어를 뒤집을 수 있는 팀이다. 전반전에서 보여줬던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플레이에 집중해야 해. 알았나?”

“넵!”

“좋아. 그럼 후반전을 위한 전술을 설명하겠다.”

* * *

하프타임 동안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김현지를 필두로 치어리더들의 춤을 따라서 추면 경품을 준다던가, 숫자 맞추기 같은 게임에서 정답을 맞히면 경품을 줬다.

그런 이벤트들이 하프타임이 끝날 때 맞춰 끝났다.

그리고 곧 양 팀 선수들이 중앙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짝짝짝-.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선수들에게 양팀 서포터들이 박수치며 환호했다.

선수들은 위치를 바꿔 자리를 잡았다.

그 상태에서 주심의 휘슬과 함께 후반전이 킥오프됐다.

『후반전이 시작됐는데요. 교체가 있습니다. 전북이 먼저 교체를 진행했는데, 황진용이 빠지고 구본철 선수가 들어갑니다.』

『오늘 황진용 선수가 보여준 모습이 많이 없어서, 전술적으로 뺀 것 같습니다.』

『반면 고양은 선수 변화 없이 그대로 갑니다.』

선수 교체까지 시도한 전북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패스와 연계를 통해 고양 진영 안으로 빠르게 침투했다.

『구본철이 전방에 있는 더글라스에게 공을 보내는데요! 더글라스 슈우우웃! 하지만 라시모프 몸에 맡고 나옵니다!』

전북의 슈팅은 날카로웠지만, 몸을 날리는 고양의 육탄 수비 앞에 막혔다.

『전체적으로 전북이 후반 시작과 함께 밀어붙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고양의 수비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확실히 전북에게는 산드루 선수가 빠진 영향이 커요. 보통 이럴 때 산드루 선수가 전방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동료에게 기회를 주거나 필요하면 마무리까지 해주거든요.』

『오늘 황진용 선수에게 산드루 선수의 모습을 기대했을 것 같은데, 그것도 쉽지 않았고요.』

『전체적으로 고양이 잘했습니다. 오늘 황진용 선수가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했던 것은, 스즈키와 석종호 선수가 단단하게 황진용을 틀어막았거든요.』

전반전 내내 황진용을 번갈아서 마킹해 왔던 스즈키와 석종호의 수비 플레이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 결과, 전북은 어쩔 수 없이 황진용을 빼야 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전북에게는 기회가 아닌 악수가 됐다.

『지금 전북에게 플레이메이커가 없어요. 산드루도, 황진용도 모두 빠졌거든요.』

그래서일까?

전북의 공격은 상당히 단조로운 플레이로 변질되고 있었다.

그런 변화를 선수들이 더욱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의 플레이가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팡!

의미 없는 슈팅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전북은 계속해서 볼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고양은 상대로부터 볼 소유권을 가져오려 했지만, 전북이 워낙 악착같이 볼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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