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이어서 감독상 수상이 있겠습니다. 2027 K리그 감독상은…….”
모두가 긴장하는 가운데, 진행자가 감독상을 발표했다.
“울산 모터스 이호진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자리에서 일어난 이호진이 주변으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시상식 무대로 걸어갔다.
진행자가 그런 이호진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이번 시즌 이호진 감독님은 울산 오랜 시간 염원하던 K리그 우승을 이루었습니다. 지난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이어 올해는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이호진 감독님은 K리그 올해의 감독상 수상에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하여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감독상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던 두 사람, 곽찬구 감독과 이호진 감독을 두고 많은 말들이 있었다.
올해 고양 유나이티드가 K리그1 돌풍을 일으키면서 하마평에 오른 곽찬구 감독이지만, 결국 리그 우승에 성공한 이호진 감독에게 감독상이 돌아갔다.
만약 FA컵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면, 곽찬구 감독이 수상할 확률도 컸다.
하지만 K리그 대상이 FA컵 결승전이 치러지기 전에 진행됐기에, 곽찬구 감독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아쉽지만 다음을 노려야겠군.’
사실 곽찬구 감독은 작년 K리그2 감독상을 받았었다.
올해도 받게 되면 1, 2부 통틀어 2관왕에 오를 수 있었지만, 그 기회는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어야만 했다.
감독상에 이어 베스트일레븐 시상도 진행됐다.
보통 베스트일레븐 상에는 그 해 리그 우승팀이 휩쓰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고양 유나이티드의 박형우, 장현우, 박지원 축하드립니다!”
4-4-2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각각 박형우, 장현우, 박지원이 베스트일레븐에 선정되어 상을 받았다.
박지원은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제가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팀 동료들 덕분이고요.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아내 예지 그리고 딸 서연이, 아들 재호 모두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MVP 수상이 남았다.
“대망의 K리그1 MVP 발표가 있겠습니다. MVP의 주인공은…… 울산 권태훈! 축하드립니다!”
MVP는 울산의 권태훈이 받았다.
하지만 이 MVP 수상을 두고 의외로 호불호가 갈렸다.
“왜 박형우가 아니지?”
“권태훈도 잘하긴 했지만, 조금 그런데…… 솔직히 형우가 받아야 하지 않나?”
“나도 박형우가 받을 줄 알았는데.”
시상식장에서 미약한 웅성거림이 발생했다가 사라졌다.
상을 받기 위해 무대로 걸어가던 권태훈도 이야기를 듣고 순간 멈칫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박형우 쪽을 바라봤다. 박형우는 애써 아무렇지 않게 박수로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무대 위로 올라간 권태훈이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한 뒤, K리그1 대상도 끝을 맺게 됐다.
* * *
K리그1 대상은 선수 개인상도 있지만, 각 구단에 주는 상도 존재했다.
우리 팀은 두 개의 상을 수상했다.
【오피셜】고양UTD, 2027 K리그1 ‘플러스 스타디움’, ‘팬 프렌들리 클럽’ 수상!
플러스 스타디움상은 작년 대비 평균 관중이 가장 많이 늘어난 팀에게 시상하는 상이다.
팬 프렌들리 클럽상은 가장 관중친화적이고, 팬 서비스를 잘한 팀에게 시상하는 상이다.
우리 팀은 작년 대비 평균 관중이 약 5,000명 정도 늘어난 올해 평균 관중 16,781명으로 집계되었다.
이 정도 규모면 홈 관중이 가장 많은 풀스타디움상도 노려볼 만했지만, 서울 드래곤즈가 18,216명으로 우리보다 조금 더 많았다.
그리고 팬 프렌들리 클럽상은 미디어 투표로 진행됐는데, 우리 팀이 압도적인 득표로 1위를 차지했다.
“기념비적인 일입니다!”
“우리가 그만큼 잘하고 있다는 뜻이죠!”
구단에게 수여하는 상은 이것 말고도 다른 것이 더 있기는 하다.
중요한 건 이 상들이 각 구단 프런트가 한 해 동안 얼마나 클럽을 건실하게 잘 운영해 왔느냐를 알 수 있는 결과물이기도 했다.
나는 구단주 입장으로 수고한 직원들에게 보상을 지급했다.
“직급에 상관없이 전 직원에게 500만원을 보너스 지급하겠습니다!”
“우와아아아아!”
선수에게 보너스로 지급된 3억에 비교하면 굉장히 낮은 금액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직원들은 기뻐했다.
“추가 보너스는 FA컵 결승전 결과에 따라 예정되어 있습니다.”
“우오오오!”
나는 직원들에게 추가 보너스를 약속했다. 그러자 직원들도 더욱 열의에 불타며 다가올 FA컵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도 다가올 결승전을 위한 새로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아주 잘 되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자금도 넉넉하게 지불하셨고, 저희도 지금 전직원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간 내에 최고의 퀄리티로 보답드리겠습니다.”
“믿겠습니다.”
“넵!”
AR(증강현실) 전문 제작 업체와 협약을 맺은 우리는 다가올 결승전을 통해 선보일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게 성공한다면, 축구 역사상 오랜시간 기억에 남을 퍼포먼스가 될 겁니다.”
“저희도 만들면서 무척 기대가 큽니다. 기대 이상의 결과물로 보여드리죠!”
사실 이 업체는 신성한 대표를 통해서 알게 됐다.
뭔가 기억에 남을 만한 행사를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신성한 대표가 AR을 활용한 행사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나는 바로 신성한 대표를 통해 지금 협약을 맺은 AR업체와 제휴 계약을 맺은 것이다.
“설렌다.”
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다가올 결승전을 기다렸다.
* * *
FA컵 결승전을 일주일 앞둔 주말 저녁.
전북이 홈으로 알 아흘리를 불러들여 AFC챔피언스리그 2차전을 진행했다.
『전북의 홈인 전주성은 이미 관중들로 가득한 상황인데요. 전북을 상징하는 녹색물결 외에도 상당히 많은 K리그 팬들이 오늘 경기를 위해 움집했다고 해요.』
『K리그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인데요. 전북이 1차전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오늘 뒤집어야 할 이 경기를 앞두고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양 팀 모두 최정예 멤버들이 모두 출격했다.
아시아 최고 클럽 타이틀을 걸고 싸우는 마지막 한판.
오늘 이 한판에 많은 것들이 걸려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2차전.
경기는 모두의 예상을 깨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주심이 휘슬을 불고 경기 시작을 알립니다! 화면 기준 좌측이 홈팀 전북이고요. 우측이 원정팀 알 아흘리입니다.』
『자, 전북이 시작부터 빠르게 치고 가는데요!』
『황진용이 키를 넘기는 패스! 산드루인데요! 산드루 슈우우웃!』
『어어! 들어갔어요오오오! 산드루에요!』
우와아아아아-!
경기 시작 49초 만에 터진 산드루의 선제골.
알 아흘리의 좌측 하프스페이스에서 황진용으로부터 패스를 받은 산드루가 때린 중거리 슈팅이 그대로 알 아흘리의 골망을 흔들어버린 것이다.
시작하자마자 터진 득점에 전주성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켜보던 팬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함성을 터트렸다.
반면 알 아흘리의 선수들과 팬들 모두 얼떨떨했다.
『우리가 알던 원래의 전북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제가 객관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전북이 제대로 실력을 선보이면 알 아흘리도 힘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선제 득점 이후 전북이 일방적으로 알 아흘리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1차전과 전혀 다른 전북의 플레이에 알 아흘리는 이렇다 할 반격도 못 해보고 수비하기만 급급했다.
그리고 전북은 이른 시간 내에 또 추가 골을 만들어냈다.
『황진용이 측면에 올려주는데요!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더글라스입니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바로 이게 전북이죠! 전북이 왜 전북이겠습니까! 아시아의 자존심! 전북입니다!』
측면에서 올려준 황진용의 크로스를 최전방 공격수 더글라스가 절묘하게 알 아흘리의 수비 사이를 뚫고 헤딩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이렇게 되면 종합스코어는 2:2가 됩니다. 전북은 아주 빠르게 스코어 동률을 만드는데요! 저희는 이제 조금은 편하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속 밀어붙여!”
박정혁 전북 모터스 감독이 터치라인에 서서 선수들을 진두지휘했다.
알 아흘리는 전북의 원투펀치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Fuck!”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니 욕설을 내뱉으며 거친 플레이를 선보이는 알 아흘리였다.
이런 알 아흘리의 플레이는 곧 전북에게 기회였다.
『알 아흘리의 모하메드 알란 선수가 경고를 받습니다.』
『이 선수가 지난 1차전에서도 그렇고, 알 아흘리의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하는데요. 오늘 경기가 안 풀리니까 거칠게 나오네요.』
『전체적으로 알 아흘리는 경기력이 답답합니다.』
알 아흘리의 타르모 와서 감독은 벤치에 앉아서 답답한 표정을 드러내며 필드를 쳐다볼 뿐이었다.
워오~ 워오~ 워오~ 워오~
전북~ 전북~ 어~ 오오~
전북 서포터스들이 부르는 응원가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멀리 한국까지 원정 온 알 아흘리 팬들은 멍하니 경기를 볼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북은 또 한 번 진가를 드러냈다.
『산드루, 패스하는데요! 황진용이에요! 황진용 슈우우웃!』
『들어갑니다!』
전반 30분 만에, 전북의 3번째 골이자 황진용의 득점이 터졌다.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알 아흘리가 무너졌다.
* * *
결국 전북이 2027 AFC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차전 스코어 4:1.
종합스코어 5:3을 만들며 역사를 쓴 것이다.
“전북도 장난 아닌데.”
“결승전에서 저렇게 이겨 버리면 우리도 부담되는데…….”
전북이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상대를 짓눌러버렸기 때문에 우리도 살짝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결승 1차전이 전북 홈이지?”
“어. 이러면 엄청 부담되는데.”
“혹시 몰라. 우리도 충분히 잘할 수 있어! 힘 내자고!”
선수들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결승전을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단은 결승 1차전을 치르기 위해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결전을 치르는 선수들을 위해 우리는 승리버스를 마련했다.
1차전이 평일 저녁에 치러지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팬들이 승리버스를 신청했다.
40인승 버스 20대가 전주로 향했다.
이들이 전주의 홈구장, 일명 전주성에 도착했다.
녹색 물결과 노란 물결이 출렁이는 가운데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부터 2027 FA컵 결승 1차전 전북 모터스 대 고양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생중계해드립니다.』
2027 K리그 시즌 마지막 경기나 다름없었다.
오늘 경기를 치르는 두 팀 팬들을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이 경기를 주목하고 있었다.
『고양 유나이티드는 창단 첫 우승을 노리고 있는데요. 이에 맞서는 전북 모터스의 경우 통산 6회 우승을 달성한 최다 우승팀입니다.』
『모두 알고 있으시겠지만 FA컵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회인데요. 아마추어와 프로팀이 모두 참여하는 역사적인 대회입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단순히 다음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으로 향하는 것 외에도, 올 한 해 아마추어, 프로 통틀어 최고 클럽으로 올라선다는 명예도 함께 따라옵니다.』
『한정희 해설님께서 말씀 주신 대로 상당히 명예가 있는 대회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제 누가 최고의 팀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노란 상의를 입은 주심이 입에 휘슬을 물고 손목에 찬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긴장된 분위기가 경기장 전체를 휩쓰는 가운데, 손목시계가 정확하게 경기 시간을 가리키자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익!
『네, 주심의 휘슬과 함께 2027 더블은행 FA컵 결승전 1차전이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