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49화 (149/272)

149화

오랜 시간 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울산이 마침내 숙원을 이루었다.

울산이 K리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고양의 승리 덕분이었다.

그래서일까?

희박한 확률을 뚫게 해준 고양에게 울산 팬들은 감사를 표했다.

-고맙다! 고양!

-최고다고양!

-사랑한다고양!

국내 축구 커뮤니티 사이트에 있는 고양 게시판에는 울산 팬들의 감사 게시글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울산은 그간의 한을 풀 듯 리그 우승 행사도 큰 규모로 진행했다.

그렇게 울산의 선수와 팬들은 모두가 환하게 웃으면서 행복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전북은 이를 갈았다.

-FA컵 결승전에서 복수하자!

-그래, 아직 더블 남았다! 아챔 먹고 FA컵까지 먹는 거야!

-까짓것 리그 우승 한 번쯤은 주라고 해. 리그 우승 주고, 아챔은 우리가 먹자.

비록 리그 우승을 놓친 전북이지만, AFC챔피언스리그와 FA컵이 남아 있기에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는 더블이 되었다.

“전북이 AFC챔피언스리그부터 먼저 치르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그러게. 솔직히 말하면 힘 좀 많이 빠져서 왔으면 좋겠다.”

전북이 AFC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예정되었던 일정이 변동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의 아시아 무대 선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유동적인 일정 변경이었다.

원래 FA컵을 먼저 치러져야 하지만, 전북을 위해 FA컵이 일주일 정도 뒤로 늦춰줬다.

“우리에게 시간이 생겼지.”

“전북이 힘을 빼는 동안 우리는 힘을 모으자고.”

곽찬구 감독은 프런트와 협의해서 선수단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그동안 소모된 체력을 충천할 필요가 있던 것이다.

3일 정도 휴식을 취한 선수단은 다시 구슬땀을 흘리며 다가올 FA컵을 준비했다.

그사이, 전북은 중동에서 AFC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을 치렀다.

『2027 AFC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전북 모터스 대 알 아흘리의 대결를 중계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알 아흘리를 결승 상대로 맞이한 전북.

준우승만 여러 차례한 알 아흘리는 이번 결승전을 통해 사상 첫 아챔 우승트로피를 차지하기를 원했다.

그런 알 아흘리를 상대로 뜨겁고 메마른 중동에서 1차전을 치러야 하는 전북은 생각보다 몸이 무거운 모습을 보였다.

『아! 결국 실점합니다! 전반 23분, 알 아흘리의 모하메드 알리에게 실점하는 전북입니다.』

『전북이 몸이 상당히 무거웠는데요. 이렇게 되면 전북이 상당히 불리합니다.』

알 아흘리에게 실점한 전북은 이후 경기에서 계속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K리그 최종전의 영향이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 리그 우승을 놓친 충격도 남아 있고, 그때 그 경기에서 소모된 체력이 아직 회복이 덜 된 것 같아요.』

안타까운 목소리로 중계하는 해설자의 말대로 전북은 리그 최종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그 결과 전북은 1차전에서 믿을 수 없는 결과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경기 끝났습니다. 전북이 알 아흘리에게 0:2로 패하면서 1차전을 마무리합니다.』

『오늘 전북에게 굉장히 불행한 날인데요. 아직 2차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실망할 필요없고요. 2차전을 잘 준비해서 반전을 노려야겠습니다!』

결국 전북은 수렁 속에서 2차전을 준비해야 했다.

* * *

전북이 AFC챔피언스리그를 치르는 동안, 나는 우리 팀에 다가올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경기장 보수 공사도 잘 이루어지고 있고, 클럽하우스 공사도 거의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용준형 사장의 말에 나는 흡족한 미소를 드러냈다.

“조감도 보다 실제 건물이 더 잘 꾸며진 것 같아 보이네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조감도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현장에서 체크해서 보완했거든요.”

“훌륭하십니다. 모쪼록 기대가 큽니다.”

다음 시즌에 사용할 경기장과 클럽하우스가 모두 완공되면, 우리 팀은 이전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내년에 AFC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합니다. 이를 위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요.”

“그렇죠. 제가 듣기로는 고양 유나이티드 역사상 첫 AFC챔피언스리그 출전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창단 후 첫 출전이죠.”

고양 유나이티드는 단 한 번도 겪지 못했던 AFC챔피언스리그.

그렇기에 준비할 게 많았다.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발표가 내년 1월에 있습니다. 1월에 발표되는 결과를 보고 상대 팀들을 분석하기 위한 분석팀도 꾸려질 예정입니다.”

“호오, 정말 철두철미하시군요.”

“이 정도는 해야죠.”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용준형 사장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신 회장님께서도 이렇게 발전한 고양 유나이티드를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겁니다.”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은 침울한 마음이 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준비하시는 사업은 어떻게 되십니까?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미디어 사업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 부분은 김진철 이사님과 새로 합류한 강시윤PD를 투입한 상태입니다.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고요.”

“그런데 어쩌다 미디어 사업까지 진행하시게 된 겁니까?”

용준형이 궁금한 얼굴을 드러내며 물었다.

아무래도 신도시 사업 건으로 계속 중동 지역 출장을 나가다 보니 정보가 한 발짝 느릴 수밖에 없었다.

“TH투자회사의 규모를 늘리려고 선택한 방법입니다. 이게 잘된다면 예상하는 부가 수익 창출도 제법 크고요.”

“호오.”

“요를에 신성한 대표가 저한테 그러더군요. 미디어 사업은 현재 무한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콘텐츠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그렇군요.”

“미디어의 장점은 어느 분야와 연계해도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저희는 이 장점을 가지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고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축구를 시작으로 영역을 늘리실 예정이군요.”

“그렇죠.”

용준형이 희미하게 웃었다.

동시에 그에게서 나를 향한 굳건한 신뢰가 느껴졌다.

“대표님께서 생각한 방향이 옳은 길입니다. 계속 쭉 나아가십시오. 이 용준형이는 언제나 대표님의 곁을 모실 겁니다.”

“고맙습니다. 용 사장님.”

서로를 향해 웃어 보인 우리는 곧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그건 그렇고 칼리드 왕자는 잘 지내고 있습니까?”

“그분이야, 대표님께서 더 잘 아시겠죠. 많이 바쁩니다. 저도 중동에 있으면서 몇 번 만나지 못했고요.”

“뭐, 듣기로는 최근에 축구팀 하나 인수할 준비한다고 하던데.”

“네. 그게 다 대표님 영향을 받아서 벌어진 일입니다.”

“네? 저 때문이라고요?”

“네. 칼리드 왕자도 향후 사업을 위해 축구팀을 인수할 생각인 것 같더군요.”

“흐음. 자세히는 얘기하지 않습니까?”

“추후에 이야기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가 굳이 축구팀을 인수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의 일이다.

내가 뭐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리고 조만간에 한번 보자고 전해달랍니다.”

“흐음. 언제쯤이요?”

“유럽에서 보자는군요.”

“아아.”

칼리드 왕자는 고양 유나이티드가 이번 겨울에 프랑스에서 원정 친선 경기를 치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 만나자는 뜻이다.

“뭐, 잘됐네요. 저도 칼리드 왕자를 한번 만나봐야 하던 참인데.”

“그럼 제가 두바이로 가서 전달하겠습니다.”

“부탁드리죠.”

UAE 신도시 사업을 통해서 영신건설의 가치가 뛰어오르는 중이었다.

“아, 이제 이름도 바뀌죠?”

“네. 공식적으로 내년 1월부터 서류상의 법인명도 바뀝니다.”

내년 1월부터 영신건설의 이름은 사라진다.

“TH건설. 앞으로 저희가 사용할 이름이죠.”

“TH투자회사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기는 한데, 그래도 내부에서 직원들이 선택했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네요.”

“모두 만족했습니다. TH투자회사의 계열사로 들어간 이상, 그 이름을 따라서 가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그렇군요.”

TH건설.

대외적인 이름은 그렇고, 실상 태훈건설인 셈이다.

내부에서도 TH건설 말고 태훈건설로 부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조금 낯뜨겁긴 하다.

“어찌됐든 잘 부탁드리죠.”

“네,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변화와 성장은 멈추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었다.

* * *

FA컵 결승을 준비하는 동안, 2027 K리그 대상이 열렸다.

K리그 대상은 1, 2부 나누어서 각기 다른 날에 진행되는데, K리그1 시상식이 먼저 진행된다.

2027 K리그 대상을 진행하기에 앞서 시상식 후보 명단이 발표됐다.

이 후보 명단에 쟁쟁한 선수들이 다수 올랐는데, 여기에는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들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K리그1 영플레이어상 후보]

정성진

가장 먼저 영플레이어상, 예전엔 신인선수상으로 불렸었지만 2013년부터 지금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이 영플레이어상을 받기 위해서는 ‘K리그 출장횟수 3년 이내’, ‘해당 시즌 1/2 이상 출장’, ‘만 23세 이하’, ‘대한민국 국적 선수’ 등이 있다.

이 상의 후보로 정성진이 올라간 것이다.

정성진은 곽찬구 감독이 부임한 이후 시즌 중반에 고교데뷔한 신인으로, 아직 21세에 불과했다.

벌써 K리그를 누빈 지 2년 반이 되고 있었고, 올해도 붙박이 주전으로 대활약했었다.

측면 수비수로서 팀 내 다른 쟁쟁한 선수들과 비교하면 묻히는 감이 있지만, 충분히 제 몫을 해줬다.

올 시즌 고양의 폭풍 같은 질주에는 정성진의 보이지 않은 활약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분명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오를 만했다.

“후보에 오르다니. 축하한다.”

“형들, 감사합니다!”

“꼭 상까지 받기를 바란다!”

“넵!”

막내가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선수들이 정성진을 축하해 줬다.

그리고 상은 이것만 있지 않았다.

[K리그1 감독상 후보]

곽찬구

올 한해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인 감독에게 준다는 감독상 후보에 곽찬구 감독의 이름이 올랐다.

보통 리그 우승한 팀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올 시즌 고양의 3위를 이끈 곽찬구 감독도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다.

[K리그1 베스트일레븐 후보]

박지원 (골키퍼)

라시모프 (중앙수비수)

장현우 (미드필더)

박형우, 박요한 (공격수)

한 시즌 동안 각포지션별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게 주는 베스트일레븐상 후보에도 선수들이 포지션별로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상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K리그1 MVP 후보]

박형우

올해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박형우가 K리그1 MVP 후보에 오르게 되었다.

이 MVP도 보통 우승팀 선수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박형우의 활약이 너무 뛰어나서 예측이 불가능했다.

“이 중에 누가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다 받았으면 좋겠다.”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은근한 기대를 가졌다.

그리고 시작된 2027 K리그 대상.

K리그1 클럽들의 주요 관계자들과 방청권을 얻은 팬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시상식이 거행됐다.

“영플레이어상 발표하겠습니다! 2027 영플레이어상의 주인공은 바로…… 축하드립니다! 고양 유나이티드의 정성진!”

“아야! 축하한다! 성진아!”

“우리 막내가 받았어!”

쟁쟁한 후보들이 올라온 가운데, 정성진이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상을 받은 정성진은 얼떨떨했다.

“저, 음, 정말 제가 이 상을 받아도 되는 건가요?”

정성진의 수상 소감 첫 마디에 시상식은 가벼운 웃음바다가 되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저를 프로에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곽찬구 감독님과 고양 유나이티드의 모든 동료 선배 형들 어, 그리고, 프런트 분들, 팬 여러분들, 어, 음, 너무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짝짝짝짝-

시상식에 있던 사람들이 정성진에게 박수를 보내줬다.

이어서 득점왕과 도움왕 수상도 진행됐다.

득점왕은 28골을 기록한 박형우가 차지했고, 도움왕은 19도움을 기록한 장현우가 차지했다.

두 선수가 각각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안녕하세요. 박형우입니다. 작년에는 2부 리그 득점왕 상을 받았는데요. 올해는 1부 리그 득점왕 상을 받게 됐네요. 작년에 제가 K리그로 복귀할 때 우려했던 시선들은 실력으로 보여드렸고, 올해 1부에서도 똑같이 보여드렸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고양 유나이티드의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프런트 관계자분들의 도움과 한결같이 팀을 응원해 주는 팬 여러분들의 응원과 격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희는 내년에 아시아로 가고요. 내년에도 열심히 팀과 팬들을 위해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박형우가 담담하게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곽찬구 감독님의 요청으로 작년에 임대 신분으로 왔다가 올해는 완전한 고양 선수로서 뛰었는데요. 이렇게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약을 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고 기쁩니다. 아직 FA컵 결승전이 남아 있는데요. 마지막까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장현우의 소감이 끝나고, 이어서 감독상 발표가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