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치열했던 하위스플릿 경기가 끝나고, 이제 모두의 관심은 상위스플릿으로 향했다.
이번 시즌 K리그 중계를 맡은 STV는 상위스플릿 특집 방송을 편성하고, 킥오프 1시간 전부터 프리뷰를 진행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프리뷰를 진행하는 캐스터 강찬수입니다. 게스트로 황찬혁 님과 명장훈 님을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황찬혁은 서울 드래곤즈에서 데뷔해서 K리그에서만 무려 280경기 이상을 미드필더로 뛰었던 레전드였다.
명장훈은 그보다 더해 포항에서 데뷔해서 K리그에서만 무려 310경기를 수비수로 뛰었다.
“2027시즌 K리그 경기도 어느덧 상위 스플릿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마지막까지 상당히 치열합니다.”
강찬수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먼저 1위 전북과 2위 울산이 현재 승점 1점 차이인데요. 두 팀의 경우의 수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강찬수가 말을 끝내자 화면에 경우의 수가 나왔다.
전북 승, 울산 승 : 전북 우승
전북 패, 울산 패 : 전북 우승
전북 무, 울산 무 : 전북 우승
전북 승, 울산 무 : 전북 우승
울산 승, 전북 무 : 울산 우승
울산 무, 전북 패 : 다득점에서 울산이 앞서면 울산 우승. (현재 전북이 울산에 다득점 +1점 앞선다.)
“자,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울산이 우승하려면 오늘 경기를 이겨놓고, 전북의 결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울산이 계속해서 전북에게 우승을 내주고 있고, 더불어 최다 준우승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번에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지 아니면 다른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강찬수가 명장훈을 보고 툭 던지듯 말했다.
“명장훈 님은 누가 우승하셨으면 좋겠습니까?”
“음, 역시 전북이겠죠?”
“하하하. 이유가 있으실까요?”
“네, 제 눈에 흙이 들어가도 울산 우승은 보고 싶지 않네요.”
“하하하! 역시 포항 출신다운 발언이군요!”
K리그에 손꼽히는 더비 중 하나인 동해안 더비의 주역, 울산과 포항.
그렇기에 포항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명장훈에게 울산은 급발진 버튼과도 같았다.
황찬혁이 그런 그를 보며 살짝 웃었다.
그러자 강찬수가 이번에는 그런 황찬혁에게 말을 걸었다.
“황찬혁 님도 오늘 경기를 좀 기대하시겠어요,”
“아, 네. 기대가 됩니다.”
“오늘 울산의 상대는 서울 드래곤즈인데, 최근 반등한 서울 드래곤즈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강찬수 캐스터의 말에 맞춰 화면에 문구가 나왔다.
[파죽지세 서울 드래곤즈, 우승 노리는 울산에게 고춧가루 뿌릴까?]
최근 5경기 결과
서울 드래곤즈 : 승승승승패
“자, 서울이 지난 37라운드에서 전북에게 패배하기는 했는데요. 전북이 상당히 어렵게 승리를 거두었단 말이죠. 이런 서울을 상대로 울산이 마지막 경기를 치릅니다.”
캐스터의 말에 황찬혁이 바로 말을 받았다.
“네. 아마 울산도 쉽지 않은 경기가 되리라고 보고요. 서울은 오늘 경기에서 이겨야만, 4위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다음 시즌 AFC챔피언스리그 본선티켓이 4장이 주어지는 K리그인데, FA컵 결승전에 이미 전북과 고양이 올라가 있는 상태여서 남은 1장이 리그 4위에 주어지죠.”
“그렇습니다. 그래서 서울은 현재 리그 5위지만, 오늘 4위 대구와 6위 수원 블루의 경기 결과에 따라서 4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4~6위 싸움도 치열한데요. 승점 차이가 굉장히 촘촘하네요.”
“4위 대구가 52점, 5위 서울이 52점, 6위 수원 블루가 50점인데요. 득실차로 지금 서울이 5위로 밀려나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까 상위 스플릿 팀 중에서 고양 유나이티드만이 여유롭네요.”
“네, 3위를 확정 지었는데요. 그래도 리그 경기가 끝나면 FA컵 결승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오늘 경기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겁니다.”
“그렇죠. 결승전도 하필 전북하고 붙는단 말이죠?”
“그렇습니다.”
캐스터와 게스트들이 고양 유나이티드 이야기를 꺼내자 화면에도 고양 유나이티드와 관련된 문구가 나왔다.
[FA컵을 앞둔 고양과 전북의 최종전 대결! 과연 승자는?]
“올 시즌 고양 유나이티드의 경기력은 경이롭다로 표현될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맞습니다. 개막전에서 파주FC를 3:0으로 누르고 이후 시즌 초반부터 연전연승을 거두면서, 잠깐이지만 리그 1위도 기록했었죠.”
캐스터와 게스트들이 설명을 하는 동안, 고양 유나이티드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들이 흘러나왔다.
“역시 고양 유나이티드의 활약에는 박형우와 장현우 같은 특급 선수들의 활약도 빠질 수가 없죠?”
“그렇습니다. 이번 시즌 리그 득점 1위와 도움 1위가 모두 같이 있죠? 고양 유나이티드 창단 역사상 득점과 도움 1위 선수를 함께 데리고 있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확실히 이 두 선수를 비롯해서 각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이 상당히 좋은 모습들을 보여 줬습니다.”
27골로 득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박형우는 득점 2위와 무려 9골 차이를 보이며 사실상 득점왕 등극이 유력한 상태였다.
도움 1위 장현우는 현재 18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는데, 오늘 경기에서 K리그 한 시즌 역대 최다 도움을 노린다.
“현재 K리그 한 시즌 최다 도움이 19개인데요. 2012년 몰리나가 기록한 도움인데, 2027년이 된 지금까지 누구도 깨지 못한 기록입니다.”
“1개의 도움만 추가하면 장현우 선수는 몰리나 선수와 최다 도움 타이 기록을 달성합니다.”
“그렇습니다.”
“울산은 고양이 오늘 전북을 잡아주기를 바랄 겁니다. 고양이 전북을 잡아주려면 장현우 선수의 활약이 상당히 중요하겠습니다.”
고양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자 이번에는 전북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전북이 가장 우승할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전북도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전북의 경우 지난 평일에 AFC 4강전 경기를 치렀는데요. 가와사키와의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국 결승전으로 올라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K리그 팀이 계속해서 결승전으로 올라가는 모습은 좋지만, 전북 입장에서 평일에 치러졌던 이 경기가 변수로 작용될 수 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가와사키전에서 더글라스가 부상으로 나갔고요. 산드루 선수도 지난 경기 후유증인지, 오늘 아예 명단에서 제외가 되었어요.”
“그렇습니다. 이게 이번 최종전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알 수 없지만, 전북이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위기에서 강했던 전북이었기 때문에 오늘 경기도 전북이 이겨 낼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상대가 고양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 * *
최종전을 앞두고 우리 팀은 신상품을 발표했다.
[고양 유나이티드 X 라 르 테일]
[스포츠 유니폼의 혁신, 라 르 테일이 보여 주다.]
손지영이 운영하는 라 르 테일에서 만든 새로운 신상품들을 선보였다.
겨울용 스포츠 점퍼와 트레이닝 운동복들이 주를 이었다.
단순한 스포츠웨어를 넘어, 벽수그룹 특유의 감성을 넣은 제품들은 자연스럽게 착용자들의 몸매를 부각하면서 실용적인 기능 또한 우수했다.
신상품이 발표되자마자 주문이 폭주했다.
“대박입니다!”
“좋았어!”
신상품 모델로 구단 내 주요 선수들을 적극 활용 했다. 선수들이 직접 실착용하고 후기까지 남겨서 팬들에게 신뢰를 주었다.
그리고 여기에 기름을 붓는 사건을 하나 더 추가했다.
[라 르 테일의 감성과 지태훈 대표가 만났다.]
“이야, 우리 대표님이지만 엄청 멋있다.”
라 르 테일이 만든 구단 로고가 박힌 정장을 발표한 것이다.
그렇게 만든 정장을 내가 직접 모델이 되어 착용했다.
이것은 손지영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왜! 라세라티만 너를 모델로 쓰게 해! 우리도 너를 모델로 쓰게 해줘! 우리도 스폰서잖아!”
“어, 음. 알았어.”
졸지에 모델이 된 나는 그녀가 직접 디자인했다는 정장을 입었고, 그 결과 정장은 불티나게 팔렸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기세를 몰아 리그 마지막 홈경기를 대비해서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했다.
“김치~”
“헤헤~”
오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이 경기장을 돌아다니면서 팬들과 사진도 찍고 사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다양한 장외 행사들을 진행해서 팬들에게 경품을 뿌렸다.
“자! 골대를 맞춰라! 시작합니다! 골대를 맞추면 상품 드립니다!”
“아자!”
팡!
“아이고! 멀리 날아가네요! 아깝네요!”
“한 번만 더 기회 주면 안 돼요?”
“한 번 더? 정말 한 번 더 주면 할 수 있어요?”
“네! 할 수 있어요!”
“좋습니다. 그럼 딱 한 번 더 기회드릴게요!”
“와아!”
올 시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터라 팬들도 편한 마음으로 부대 행사를 참여하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경기 전에 미니 콘서트도 열었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고양시에 사는 가수를 초대해서 초청공연을 진행했다.
초청공연까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최종전이 진행됐다.
[안녕하십니까! 고양 유나이티드 팬 여러분들!]
장내MC 박창훈이 마이크를 잡고 등장했다.
김현지를 비롯한 치어리더들도 지정된 관객석에 등장했다.
[드디어 2027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가 시작될 예정인데요. 자, 이제 숫자가 카운트가 되면 팬 여러분들께서 힘차게 숫자를 외쳐주시면 됩니다! 모두 전광판을 바라봐 주세요!]
박창훈의 외침에 경기장을 거의 가득 채운 팬들이 모두 전광판을 쳐다봤다.
노란 물결이 출렁이는 가운데, 전광판에서 웅장한 배경음과 함께 영상이 재생됐다.
[드디어 2027시즌 첫 경기가 시작됐는데요!…… 득점합니다! 고양이 앞서나갑니다!]
[해트트릭하는 박형우!]
[고양이 승리하면서 리그 1위로 올라갑니다!]
[결국 대역전을 만들어 내는 고양입니다!]
[고양의 노란 질주는 계속됩니다!]
고양 유나이티드가 이번 한 시즌 동안 치른 경기들이 압축되어 주르륵 흘러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에 불이 활활 타오르면서 하나의 문구가 흘러나왔다.
[모든 것을 종결할 38R]
그리고 카운트가 시작됐다.
팬들도 카운트되는 숫자에 맞춰 힘차게 외쳤다.
10! 9! 8! 7! 6! 5! 4! 3! 2! 1!
우와아아아!
[선수들 이이이이입자아아아앙!]
마침내 양 팀 선수들이 입장했다.
* * *
고양별무리 경기장은 노란 물결과 초록 물결로 출렁이고 있었다.
마침내 시작된 리그 최종전인 38R.
양 팀 모두 전력으로 승부했다.
『두 팀의 맞대결에 따라 오늘 K리그 우승팀이 결정되는데요! 초반부터 상당히 치열합니다!』
전북은 가와사키와의 일전으로 빠진 더글라스와 산드루, 두 명의 브라질 콤비가 빠진 상태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오늘 그 빈자리를 황진용과 한성태가 채웠다.
전북이 결승전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최고의 활약을 펼친 황진용에게 산드루가 맡던 포지션을 맡겼다.
그리고 황진용은 과거 친정팀을 상대로 상당히 위협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팡!
『황진용, 공을 잡고 때립니다! 아! 아슬아슬하게 골대 위로 향합니다!』
『오늘 황진용 선수의 발끝이 무섭습니다! 전방으로 주는 패스도 그렇고 때리는 슈팅도 매섭습니다!』
『전북이 초반부터 상당히 매섭습니다!』
전북이 초반 주도권을 잡고 고양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고양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초반에 전북이 보여 주는 기세에 살짝 우왕좌왕하던 고양은 장현우의 발끝에서부터 엄청난 반격이 흘러나왔다.
팡!
『장현우가 공을 길게 보냅니다! 최전방에 있는 사무엘이 받아내는데요! 사무엘이 들어가는 박형우를 봅니다! 박형우! 치고 들어갑니다!』
드리블하는 박형우 앞에는 3명의 전북 수비수들이 지역 수비를 펼치며 길목을 막으려고 했다.
자칫 드리블이 막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 박형우는 왼쪽 측면에서 뛰어들어가는 박요한을 봤다.
박형우는 그런 박형우에게 로빙 패스를 시도했다.
『패스하는 박형우! 절묘하게 빠집니다! 박요한인데요!』
라인브레이커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는 박요한의 플레이가 나왔다.
박형우가 뿌려준 패스와 박요한의 절묘한 침투가 섞이자, 순식간에 박요한의 앞에는 아무도 없게 됐다.
그걸 본 고양의 모든 팬들이 자리에서 기립하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와아아아아!
팬들이 내지르는 함성 속에서 박요한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다.
페널티박스의 라인을 밟은 그가 과감하게 슈팅을 때렸다.
팡!
대각선 방향으로 때린 슈팅이 그대로 골문 구석을 향해 날아갔다.
“어엇!”
전북의 골키퍼마저 스쳐 지나간 공.
그 순간 엄청난 위기가 찾아온 전북.
하지만 전북에게는 수호신이 있었다.
팡!
『어느샌가 달려온 황진용이 공을 걷어냅니다!』
『이야! 이건 황진용이 한골 막아냈습니다!』
『전방에 있는 미드필더가 언제 이렇게 내려왔죠? 대단합니다!』
황진용 덕분에 실점을 막아낼 수 있었던 전북.
전북 선수들이 황진용에게 다가와 어깨와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 상황에서 고양의 코너킥이 선언됐다.
『자, 골라인을 넘어갔기 때문에 고양이 코너킥을 얻습니다. 고양의 코너킥. 키커는 장현우 선수가 나섭니다!』
코너킥을 준비하는 장현우.
그런 그의 시야에는 문전 앞에서 경합을 벌이는 양 팀 선수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왔다.
장현우는 동료들을 향해 양팔을 들어올려서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바로 공을 찼다.
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