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45화 (145/272)

145화

【지태훈 대표, K리그 팬들과 만남의 시간 가져.】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기사까지 떴다. 소모임에서 나왔던 어느 팬이 인별그램에 단체로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그걸 본 기자가 기사까지 작성했던 것이다.

기사를 접한 팬들은 다양한 반응을 드러냈다.

-부럽다.

-구단주가 팬들 모임에 끼어도 괜찮을까?

-나라면 쌍수들고 환영.

-저 사람들 전생에 나라 구하신 듯.

-에이, 그건 오바인 듯.

-가서 무슨 이야기 나눴을까? 궁금하다.

해당 기사는 나도 확인했다.

“기자님들 허락도 없이 기사 막 쓰시네.”

“대표님, 해당 기사 내리라고 할까요?”

천지원 부장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렇다고 내릴 필요는 없겠네요. 반응들도 나쁘지 않은데요, 뭘.”

“알겠습니다. 근데 소모임은 어떠셨습니까?”

천지원 부장을 비롯한 직원들도 기사를 보고 뒤늦게 내가 소모임에 참여했단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상당히 궁금해하는 눈초리였다.

“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죠. 평소에 팬들이 K리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각 팀 분위기가 어떤지도 알았고요.”

“좋은 시간 가지셨네요.”

“네. 그리고 팬들이 어떤 방향으로 리그가 발전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바람도 들었죠.”

“오, 구체적으로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기대에 찬 천지원의 물음에 나는 그때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 * *

“K리그가 예전보다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해도, 유럽에 비하면 관심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맞아요. 솔직히 열받기는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죠.”

“이런 현상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그 중 하나는 중계 문제라고 봐요.”

“중계요?”

함께 치킨과 맥주를 마시던 그들은 이야기 도중 중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대표님, 제가 어렸을 때 말이죠. K리그 중계 보려면 해외 불법 사이트로 중계를 봐야 했어요.”

“그런가요? 처음 듣는 이야기네요.”

“지금 K리그를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르는 이야기는 해요. 근데 아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알걸요? 여기는 최소 10년 이상 응원한 사람들만 있어서요.”

“맞아요. 저도 어릴 때 K리그 중계 보려고 외국 불법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고 그랬어요.”

고인물, 아니, 오래된 팬들의 증언에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정말 처음 알았다.

“물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중계도 많이 해주고 좋아졌지만, 그래도 부족한 부분들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예를 들면 어떤 부분들이 있을까요?”

“음. 가장 중요한 건, 중계의 질이죠.”

“질이요?”

“네. 해외 중계를 보면 상당히 다이나믹하거든요. 심지어 컴퓨터 게임을 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그, 라리가 중계 봐 보세요. 프리미어리그 중계도 대단하지만, 개인적으로 라리가 중계가 더 흥미진진해요.”

“저도 가끔 해외 중계 보기는 하는데, 확실히 중계 차이가 크긴 하더군요.”

“그렇죠? K리그 중계 퀄리티가 더 나아지지 않는 다면 팬들이 모일 수 없어요.”

“근데 왜 퀄리티가 안 올라갔던 걸까요?”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뭣보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가 크겠죠.”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지금의 K리그로는 수익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한국 프로스포츠 또한 수익성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매년 발표되는 구단별 경영공시만 봐도 그렇고, 중계 시청률도 상당히 저조하고요.”

“하지만 그건 제대로 된 노력을 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 아닐까요?”

“모두가 대표님처럼 생각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죠.”

“흐음.”

“하여튼, 저도 그렇고 여기 있는 사람들도 그렇고 K리그가 지속적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팬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거든요.”

“그렇겠군요.”

“그래서 대표님 같은 분이 K리그에 등장해 주셔서 저희는 너무 감사해요.”

“네?”

“대표님 덕분에 리그가 발전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죠.”

그들과 대화하면서 나는, 진정으로 이 사람들이 K리그를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덧붙여서 리그의 발전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알았다.

* * *

“단순히 상금만 늘려서는 해결되지 않겠어요.”

“네?”

“상금이 늘어나면 인프라는 자연스럽게 생길 줄 알았는데, 그건 순전히 제 착각이었어요.”

다음 시즌부터 K리그 메인스폰서는 나다.

그렇다면 메인스폰서의 입장에서 리그가 발전할수록 이득을 취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무언가를 더 해야만 했다.

“회장님!”

“오, 지 대표! 무슨 일인가?”

그렇게 나는 석정원 회장을 만났다. 그리고 그에게 내 생각을 전달했다.

“허어, 정말 그렇게까지 할 생각인가?”

“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 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분명 K리그는 더욱 크게 발전할 거야.”

“그래서 회장님의 지원이 더 필요합니다.”

“말만 하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끌어내서 자네를 돕겠네.”

“고맙습니다.”

석정원 회장으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은 나는 바로 행동력을 보였다.

【오피셜】비시즌 기간에 K리그 팬들을 위한 컵 대회가 열린다! ‘태훈컵’ 확정!

유럽 축구와 다르게 비시즌 기간에 별달리 즐길 거리가 없는 K리그 팬들을 위해, 컵 대회를 하나 만들었다.

이 컵대회는 이벤트성으로 만들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보통의 대회하고는 결이 다르다.

이 대회는 K리그1 1, 2위 팀과 K리그2 1위, FA컵 우승팀이 참여한다. 만약 FA컵 우승팀에 중복 팀이 있다면, K리그1 3위 팀에게 출전권이 넘어간다.

총 4개의 팀이 참여해서 풀리그로 경기를 진행하며, 가장 많은 승점을 기록한 팀이 우승트로피를 차지한다.

이 대회는 1월 말에서 2월 초에 진행되며, 참여하는 팀에게는 각각 1억원의 참가비를 지원하고, 우승팀에게는 상금 2억을 준다.

그래서 우승팀은 최종적으로 3억을 가져갈 수 있다.

K리그 관계자들이나 팬들에게는 갑자기 벌어진 일이지만,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비시즌 기간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컨텐츠가 생긴데다가, 참가하는 팀들도 만만치 않았다.

시즌 전에 각 팀의 자존심 대결을 볼 수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광고를 문의하는 기업들도 적잖이 있었다.

“이 대회는 단순히 이벤트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야.”

내가 이 대회를 만든 궁극적인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주)TH투자회사는 앞으로 미디어 사업도 뛰어든다. 그 미디어 사업의 첫 시작은 비시즌에 치러질 태훈컵이 되겠지.”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소식을 들은 이들이 미끼를 물고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이고, 유명하신 대표님을 이렇게 뵙네요!”

“아! 매번 해설 재미있게 듣고 있습니다. 영광입니다.”

“제가 더 영광이죠! 하하하!”

한국 축구의 레전드이자 현재는 축구 해설자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박하윤이 나를 찾아왔다.

“연맹을 통해서 듣게 됐는데요. 컵대회 진행할 인력을 구하신다면서요?”

“네. 이번 컵대회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다양한 실험의 장소가 될 예정이거든요.”

“오, 그거 무척 기대되는데요. 그럼 제가 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제가 친하게 지내는 후배PD 하나가 있는데, 이 친구가 제법 실력도 좋거든요? 대표님께 소개하면 꽤 죽이 잘 맞을 것 같고요.”

“궁금하네요. 바로 만나볼 수 있을까요?”

“아휴, 물론이죠. 안 그래도 그 후배에게 제가 얘기는 해놨거든요. 한번 연락해보죠.”

박하윤이 전화해서 후배PD를 불렀다. 그러자 후배PD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구단 사무실로 방문했다.

“안녕하십니까! SKB PD 강시윤입니다!”

“반갑습니다. 지태훈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강시윤PD는 상당히 유쾌하고, 독특한 사람이었다.

“제가 지금까지 스포츠쪽 PD만 20년을 넘게 했는데요. 그 누구도 대표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시는 분을 본 적이 없네요.”

“그런가요?”

“네. 그래서 기대가 큽니다. 꼭 대표님과 함께 하고 싶네요.”

“SKB면 공영방송인데, 저희쪽으로 합류가 가능하시겠습니까?”

“언제든지 제 마음속에 사표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제 이 사표를 내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니, 문제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언제부터 합류하면 좋을까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강시윤PD는 다음날 SKB에 사표를 냈다고 연락을 해왔다.

굉장한 추진력에 나도 깜짝 놀랐다.

그렇게 강시윤PD는 내가 새롭게 시작할 미디어 사업의 주요 인물로서 합류하게 되었다.

* * *

어느덧 K리그의 파이널라운드도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상위 스플릿은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가 걸린 순위 싸움이 치열했고, 하위 스플릿은 잔류를 위한 순위 싸움으로 치열했다.

두 구간 모두 대혼전 양상으로 가고 있었다.

리그 1, 2위를 다투고 있는 전북과 울산은 37R까지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여전히 승점 1점 차이를 유지하는 가운데, 마지막 1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마지막 38R 결과에 따라서 우승팀이 바뀔 수 있었다.

3위 고양 유나이티드는 리그 우승이 불가능해졌다.

37R 울산 원정에서 0:1 패배를 당하면서 1위와 승점이 8점 차이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3위를 확정 지었기 때문에 오히려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에 반해 4위부터 6위는 대혼전이었다.

다음 시즌 아챔 본선 티켓이 주어지는 1~3위 중 고양과 전북이 마찬가지로 본선 티켓이 걸린 FA컵 결승전을 앞둔 상태였다. 이런 경우 K리그에 주어지는 총 4장의 티켓 중 한 장이 리그 4위 팀에게 주어지기에 가능성이 있는 팀들은 사력을 다했다.

그 결과 마지막까지 4~6위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결국 최종 라운드 결과에 따라서 4위에 오를 팀이 나타나게 된다.

상위 스플릿 못지않게 하위 스플릿도 만만치 않은 혼전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잔류를 일찌감치 확정지은 7위 인천과 뒤이어 포항을 제외하고 9위부터 11위까지 치열한 잔류 싸움이 펼쳐지고 있었다.

12위 강원은 최하위로 강등이 확정된 가운데, 남은 강등 팀 1자리와 승강플레이오프 자리를 걸고 싸우게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주말, 하위 스플릿 팀부터 최종라운드를 치렀다.

『성남! 구준모! 득점합니다! 이렇게 되면 성남이 9위로 올라갑니다!』

『이야~ 구준모 선수! 팀을 살리는 골을 넣었네요!』

『아! 근데 지금 막 다른 경기장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수원 유나이티드의 해럴드 선수가 득점했다고 합니다!』

『어~ 이러면 수원 유나이티드가 다시 9위로 올라갑니다!』

수원 유나이티드는 지난 시즌 상위스플릿에도 올라갔던 팀이었지만, 올 시즌 중반부터 추락을 거듭하면서 강등 위기까지 겪고 있었다.

10위 성남과 승점 1점 앞선 상태였다.

『마지막 라운드다 보니 지금 동시에 경기들이 치러지고 있는데요. 순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자, 지금 이렇게 되면, 성남이 인천을 상대로 리드를 잡고 있지만, 수원 유나이티드가 강원에게 득점하면서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습니다!』

『어! 또 새롭게 들려온 소식인데요! 포항이 제주에게 먼저 골을 넣었습니다!』

『아~ 이러면 제주는 힘들어집니다!』

11위의 제주의 현실적인 목표는 승강플레이오프로 가는 10위로 올라가야 했다.

그래서 잔류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더 보장받아야 했지만, 상대하고 있는 포항이 너무 강팀이었다.

포항은 비록 하위 스플릿으로 밀려내려왔지만, 이 구간의 팀들 중에서 강력한 상대로 꼽혔다.

그렇게 팀들이 엎치락뒤치락하던 중, 결국 경기도 끝을 달리면서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제주와 포항의 경기는, 포항의 1:0 승리로 먼저 끝났습니다. 제주는 11위로 강등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다른 팀들 경기가 남아 있는데요.』

『어어! 지금 이게 무슨 일이죠!』

막판 반전이 일어났다.

『후반 추가 시간에 강원의 맹강훈 선수가 득점합니다!』

『이야아! 이거 엄청난 득점이 나왔습니다!』

『성남 팬들도 타구장 소식을 들은 것 같습니다! 성남의 모든 서포터스들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자, 이렇게 되면 성남이 다시 9위로 올라가고요! 수원이 10위로 내려앉게 됩니다!』

그렇게 추가시간의 추가시간까지 거듭하던 경기는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끝을 맺게 됐다.

『경기 끝났습니다! 성남이 인천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고 9위로 잔류를 확정 짓습니다!』

『이야, 강원이 성남을 살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성남은 작년에 이어서 이번에도 가까스로 살아남게 되네요!』

수원 유나이티드가 막판 실점을 허용하면서 승강 플레이오프로 가는 결말을 맞이했다.

그렇게 하위 스플릿 경기가 끝나고, 드디어 상위 스플릿 팀들의 최종 일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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