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40화 (140/272)

140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포항이 빠르게 공격을 전개했다.

『저스틴의 전방 스루패스! 라울이 볼을 잡습니다!』

『교체로 들어간 라울이죠! 라울, 때려야죠!』

라시모프와 김지우를 앞에 둔 라울이 절묘한 발기술로 슈팅까지 만들어냈다.

팡!

둘 사이를 교묘하게 빠져나간 공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향했다.

하지만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박지원이 몸을 날림과 동시에 팔을 길게 뻗어서 쳐냈다.

팡!

『오우! 박지원의 선방!』

『이건 박지원 선수의 슈퍼세이브입니다! 잘 차고 잘 막았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지켜보던 고양의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위기를 넘겨낸 고양에게 금방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고양의 역습입니다! 오세진이 중앙에서 볼을 우측 측면으로 넘깁니다!』

『한석원이죠! 한석원, 발 빨라요!』

중앙에서 포항의 우측 측면으로 치고 들어간 한석원이 크로스를 올렸다.

절묘하게 꺾이듯 올라간 공이 포항의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정확하게 떨어졌다.

그렇게 떨어지는 공을 사무엘이 펄쩍 뛰어올랐다.

사무엘 곁에 있던 포항 수비수도 함께 뛰어올랐다.

하지만 사무엘의 높이가 좀 더 높았다.

타점을 확보한 사무엘은 떨어지는 공에 맞춰 이마를 댔다.

팡!

이마에 닿은 공의 방향이 골문 쪽으로 꺾였다.

포항의 골키퍼가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지만, 공은 절묘하게 안쪽 구석으로 꽂히며 그물을 출렁였다.

우와아아아아!

『순식간에 득점이 나옵니다! 사무엘의 감각적인 헤딩 골입니다!』

『이야, 역시 사무엘이에요! 사무엘이 비록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폼이 떨어지기는 해도, 여전히 이런 한 방이 있거든요!』

『이번 시즌 FA컵에서 2번째 골을 만들어 내는 사무엘인데요!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 팀에게 필요한 골을 만듭니다!』

지난 시즌보다 득점력이 떨어졌던 사무엘.

그는 모처럼 득점포를 가동하고 환한 표정을 드러냈다.

팀 동료들도 그런 사무엘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곽찬구 감독의 전략이 먹혔습니다. 지금 사무엘의 득점도 보면, 오세진 선수의 패스와 한석원 선수의 크로스 마무리까지. 이 두 선수의 공격적인 능력을 믿고 투입된 거거든요.』

『맞습니다. 곽찬구 감독도 뿌듯할 겁니다. 감독 입장에서 이렇게 전략이 먹히면 좋을 수밖에 없거든요!』

스코어는 3:2가 되었다.

다시 앞서 나가기 시작한 고양은 전체적으로 경기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다.

이에 맞서는 포항도 어떻게든 득점하기 위해 이 악물고 뛰었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포항의 코너킥입니다.』

경기 도중 코너킥을 얻은 포항.

뻥!

높이 올라간 공이 혼전 상황 중인 고양의 골문 앞으로 뚝 떨어졌다.

그것도 포항의 공격수 라울 앞에.

“위험해!”

누간가의 다급한 외침.

라울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골문을 향해 강하게 찼다.

팡!

하지만 그가 찬 공이 누군가에게 맞고 굴절됐다.

그 순간, 포항 선수들이 손을 들며 항의했다.

“페널티킥! 페널티킥이에요!”

“손에 맞았어요!”

포항 선수들의 항의에 주심도 경기를 잠깐 멈추게 했다.

『포항 선수들이 손을 들면서 PK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VAR부터 봐야죠. 이번 시즌 FA컵 준결승전부터 VAR이 가동합니다.』

『마침 주심이 VAR 심판진들과 교신을 하고 있네요. 오늘 VAR에는 박동준, 강태하 심판이 맡고 있습니다.』

VAR과 무언가 교신하던 주심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고양의 페널티박스 쪽으로 손을 가리켰다.

삑!

『아! 찍었습니다! 주심이 PK를 선언했습니다!』

『리플레이 장면을 다시 보고 싶은데요. ……음, 나오네요. 다시 보니까, 오세진 선수의 손에 맞았네요.』

『그렇군요. 오세진 선수가 의도에 상관없이 팔을 위로 드는 동작을 취했고, 라울의 슈팅이 손에 닿았군요.』

결국 PK를 얻어낸 포항은, 라울이 직접 키커로 나섰다.

그 사이 오세진은 옐로카드를 받았다.

『라울이 준비하죠. 자신이 만든 PK를 차겠다는 건데요. 여기서 골을 만들면, 경기는 포항에게 기울 수 있는 확률이 큽니다!』

『고양에게는 박지원 골키퍼가 있는데요. 작년에 이어서 이번 시즌에도 여러 차례 PK 선방을 보여준 전적이 있습니다.』

모두가 긴장되는 순간.

삑!

주심이 차라는 신호와 함께, 라울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곧 힘차게 공을 찼다.

팡!

정확하게 골문 왼쪽 위 구석으로 향해 날아간 순간!

박지원도 날렵하게 몸을 날렸다.

라울의 발끝을 벗어난 공이 골문까지 오는데 1초.

그리고 그 공을 박지원이 정확히 쳐내는데 1초.

팡!

공이 골라인 바깥으로 넘어가는 순간, 보는 이들이 환호했다.

『오오오! 막았어요!』

『박지원의 슈퍼세이브가 나왔습니다! 엄청난 세이브입니다!』

『고양의 수호신 박지원이죠! 왜 그가 수호신인지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포효하는 박지원과 그런 그를 향해 몰려든 동료 선수들이 거의 골을 넣은 것처럼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줬다.

PK의 주범이었던 오세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렇게 박지원의 슈퍼세이브로 고양은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반면, 포항은 PK를 놓친 후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양은 그런 포항을 거세게 밀어붙였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포항을 더욱 힘들게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삑. 삐익. 삑.

『주심이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붑니다! 고양이 포항을 3:2로 누르고 결승전에 오릅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이번 시즌에도 고양 유나이티드가 폭풍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결국에는 결승전까지 오르네요!』

곽찬구 감독과 선수들은 서로 끌어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했다.

고양 팬들도 환호했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포항은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팬들은 달랐다.

포항-! 포항-! 포항-!

고개를 숙이고 잔뜩 실망하는 포항 선수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비록 패배하기는 했어도 최선을 다해 뛴 선수들이었다.

짝짝짝-.

비록 상대 팀이기는 하지만 고양의 팬들도 최선을 다한 포항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어서 잔뜩 흥분한 고양 서포터스들이 다가오는 고양 선수들을 보고 반응했다.

일부는 웃통을 벗고 북을 치고 깃발을 흔들며 응원가를 불렀다.

우리의 고양~

승리를 위해서~

함께 나아가자~

위대한 고양~

너희 뒤에 우리가 있어~

고양 선수들은 자신들을 위해 응원가를 부르는 팬들에게 고마워했다.

『같은 시간에 경기를 치른 전북과 성남의 경기는, 전북의 승리로 마무리됐네요. 여기도 다득점 경기가 나왔군요. 4:2로 전북이 이겼습니다.』

『전북이 4골 차이로 리드하다가 막판에 성남이 저력을 보여줬네요.』

『이렇게 해서 고양과 함께 전북이 결승전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럼 고양과 전북이 결승전에서 맞붙네요. 이거, 결승전 매치가 상당히 볼만 하겠는데요? 두 팀 모두 선두 싸움 중이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리고 이 결승전의 1차전은 12월 8일 수요일에 진행되고요. 2차전은 12월 11일 토요일에 진행됩니다. 팬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

우리 팀이 FA컵 결승전 진출을 확정 짓는 날, 우리는 모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가 결승전까지 오르다니. 믿을 수 없어!”

“이러다가 정말 우승하는 거 아냐?”

“에이, 그래도 상대는 전북이야. 쉽지 않아.”

“그래도 해볼 만하지 않아? 이번 시즌에 1승 1무로 우리가 상대 전적이 더 좋잖아.”

“그렇기는 하지.”

직원들의 대화 소리를 듣고 있던 나는 빙긋 미소를 드러냈다.

다가올 결승전 결과가 어찌 됐든, 결승전에 올랐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

여기에 우승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 없고.

“우승하면 다음 시즌에 AFC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을 받는다고 했지?”

FA컵 우승이라는 우승커리어에 차기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은 정말 매리트 있다.

물론 우리가 현재 순위를 유지한다면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받을 수 있기는 하다.

그래도 이왕이면 우승 커리어 하나 추가하고 멋지게 본선으로 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결승전이 12월이니까…… 리그 일정이 모두 끝난 이후겠구만.”

FA컵 결승전과 승강 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가 끝난 이후에 진행된다.

“어떻게 될까?”

구단주 입장에서 정말 흥분되는 상황이다.

이왕이면 내가 바라는 상황대로 굴러갔으면 좋겠다.

마침 석정원 회장에게서 축하 전화도 왔었다.

-축하하네.

“고맙습니다.”

-자네 팀이 잘 됐으면 좋겠구만. 다음 시즌에 자네 덕분에 리그 전체가 크게 바뀔 예정인데, 그만큼 자네가 잘 됐으면 좋겠어.

“잘 될 겁니다.”

-그래, 그래야지.

석정원 회장의 말대로 우리는 많이 잘 될 필요가 있다.

내년에 공식적인 메인스폰서로 활동하게 될 텐데, 우리 팀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도 문제다.

다행히 어렵지 않게 술술 풀려가고 있었다.

“계속 전진이야.”

* * *

축구는 축구대로, 사업은 사업대로 무언가 술술 풀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만큼 나는 호수 위에 떠 있는 백조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죽을 거 같아.’

쌓여있는 업무량이 살인적이다.

인력을 추가로 뽑고는 있지만, 결국 최종 결정권자인 나를 대체할 사람은 없었다.

“도련님. 괜찮으세요?”

옆에 있던 김 비서마저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다른 부장들도 볼 때마다 퀭한 얼굴을 하는 나를 두고 걱정했다.

“대표님. 쉬면서 일하시죠.”

“그렇습니다. 나머지 일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대표님은 쉬었다 오시지요.”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권유에 나는 결국 휴식을 결정했다.

평일임에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얼마 만에 휴식이냐.”

나는 침대에서 파묻혀서 시간을 보냈다.

“으으. 이불 밖은 위험해.”

밥 먹는 것도 귀찮을 정도다.

그냥 하루의 반을 잠만 자면서 보냈다.

그렇게 눈을 다시 떴을 때, 시간은 저녁때가 되어가고 있었다.

“배고프네.”

끼니마저 거르고 잠을 자다 보니, 배고픔이 엄청 밀려왔다.

부엌에 있는 냉장고를 열었다.

“…….”

하지만 딱히 먹을 만한 것이 없었다. 대부분의 끼니를 밖에서 해결하다 보니 냉장고 거의 텅 비어 있었다.

“배달 주문이라도 해야 하나.”

스마트폰을 뒤적이며 적당히 먹을 만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갑자기 현관문이 열렸다.

띠. 띠띠. 띠리릭.

“응?”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련님~”

“김 비서? 여기는 어쩐 일이야?”

“일 끝나고 바로 왔죠.”

김 비서는 양손에 무언가 잔뜩 담긴 봉투를 쥐고 있었다.

“그게 뭐야?”

“오는 길에 장 보고 왔어요. 왠지 끼니도 거르고 잠만 잘 것 같아서 말이죠. 마침 냉장고도 텅 비었다는 것도 알았고요.”

“……무섭네.”

정말이지 김 비서는 나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때론 그게 무섭기도 하면서도 고마웠다.

“아직 안 드셨죠?”

“으응.”

“잠깐만 기다리세요. 금방 만들게요.”

김 비서가 빠르게 음식을 만들었다. 금방 한 상 가득 채운 식탁을 보며 나는 군침을 흘렸다.

“잘 먹을게!”

“네, 맛있게 드세요.”

나는 게걸스럽게 먹었다.

체면보다 배고픔이 먼저였다.

순식간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운 나는 부른 배를 쓰다듬었다.

“아, 정말 맛있다. 음?”

김 비서가 나를 보고 싱긋 웃고 있었다.

“김 비서, 왜 그렇게 봐?”

“도련님. 만약 아들을 키운다면 이런 기분일까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튼 그래요.”

“……설거지는 내가 할게.”

김 비서가 맛있는 밥을 차려줬기 때문에 설거지는 내가 했다.

설거지를 빠르게 끝내고 돌아오자 김 비서가 흐뭇한 얼굴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궁금한 듯 말을 걸었다.

“김 비서,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인다?”

“다들 여기저기서 축하해 주더라고요. 저희가 FA컵 결승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요.”

“그래?”

“네. 아빠도 잘했다고 얘기해 줬고요.”

“정말? 김 이사님이?”

“네.”

“그건 정말 좋은 일이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김진철 이사가 그런 말도 해주다니.

그만큼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어? 벌써 가게?”

“네. 내일 또 출근해야 하니까요.”

김 비서는 정말 가버릴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황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김 비서, 잠깐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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