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39화 (139/272)

139화

축구공 작가, 하남수를 데리고 팀 견학을 진행했다.

“여기는 선수들이 개인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좀 더 가면 식당이 있고요.”

“오오. 실제로 보니까 대단하네요!”

하남수는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메모하고 사진을 찍었다.

사실 하남수가 신성한 대표를 통해서 우리팀 견학이 가능하냐고 먼저 문의를 주었다.

우리는 흔쾌히 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냈고, 스즈키 선수와 기예진 작가가 만나는 날에 함께 따라오게 된 것이다.

“투어는 여기까지입니다만, 어떻게 만족하셨나요?”

“물론입니다! 완전! 대만족입니다!”

만족스러워하는 그를 보며 나는 빙긋 웃었다.

올해 29살인 하남수는 베테랑 기성 작가였다. 작가 생활만 무려 7년을 했다고 한다.

나름대로 히트작도 있었는데, 주로 스포츠 작품 위주로 집필해 왔다고 한다.

나는 그 이유가 몹시 궁금했다.

“작가님. 실례가 안 된다면 왜 스포츠 작품들만 집필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 질문에 하남수가 돌연 태도가 바뀌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한을 쏟아내듯 말했다.

“아, 그게 말이죠. 저는 진짜 억울해요. 저는 정말 다양하게 쓰고 싶었거든요? 근데 다른 장르는 쓰면 쭉쭉 말아먹었는데 스포츠 관련 작품을 쓰면 귀신같이 흥하더라고요. 독자들도 그렇고 출판사도 그렇고 ‘작가님, 그냥 스포츠 관련 작품만 써주세요!’ 이러는데, 아 진짜 저는…… 흑흑.”

“…….”

억울함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던 그는 곧 자신이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 깨닫고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헉! 제가 무슨 추태를……! 죄송합니다! 그렇다고 이번 작품이 싫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저도 이번 작품은 정말 신나게 집필하고 있어요!”

“괜찮습니다. 살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죠. 그래도 작가님께서 스포츠를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보니까 굉장히 흥미가 많아 보이셨던 것 같던데요?”

그 말에 하남수가 쑥스러운 반응을 드러내며 말했다.

“맞아요. 사실 스포츠를 좋아해요. 저는 원래 고양 유나이티드를 응원했었는데, 그간 보여준 행실들 때문에 한동안 응원을 멈췄었거든요. 근데 대표님 오시고 나서 팀이 확 달라지면서 정말 열심히 응원하고 있어요. 경기장에서 직관도 여러 번 했고요.”

“오, 정말요?”

“네! 저, 농담 아니고 시즌티켓 보유자입니다. 여기 보세요.”

그는 스마트폰 케이스에서 우리 팀 시즌티켓을 꺼내 보여주었다.

“헉! 고, 고객님!?”

“하하하!”

정말로 그는 열성 팬이었다.

“사실 이번에 견학을 문의드렸던 것도, 어떻게 보면 팬심을 충족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오늘 너무 행복합니다.”

“다행이네요. 아, 그러면 혹시 서포터스에도 가입하셨나요?”

“네, 그 지금 서포터스 회장 있잖아요. 박태준.”

“그분 알죠.”

“네, 태준이하고 저 친해요. 친구거든요.”

“아? 그래요?”

“네. 태준이가 저보다 1살 위이기는 한데, 어릴 때부터 죽이 맞아서 그냥 친구처럼 지내요. 워낙 성격 좋잖아요.”

“그렇죠. 되게 성격이 좋더라고요.”

한번 대화의 물꼬가 트이니 우리에게 어색함은 많이 사라졌다.

“어쨌든 이렇게 뵙게 돼서 기쁘네요. 부디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

“아휴, 제가 더 부탁드리죠. 정말 열심히 잘 써보겠습니다.”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마침 스즈키와 기예진 작가도 만남을 마무리짓고 있었다.

“오느른 너무 간사했스므니다.”

“네, 저도 오늘 스즈키 선수를 만나서 좋았네요.”

“아프로도 자그푸믈 여르시미 이르겠습니다.”

“네. 열심히 읽어 주세요.”

감사 인사를 전하던 스즈키가 나를 보더니 활짝 웃었다.

“대표님, 간사하므니다.”

“아유, 약속 지켜야죠. 행복해 보이니까 정말 좋네요.”

“저 이제 더 여르시미 뛰를 거므니다.”

“네. 열심히 해주세요.”

신성한이 내게 말을 걸었다.

“대표님. 오늘 너무 유쾌한 시간이었네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조만간에 작품이 완성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작품은 어디로 런칭 하나요?”

“아마 초콜릿페이지에서 진행할 것 같네요. 지금 조율 중인데, 긍정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어서요.”

“좋네요. 유리구슬도 그쪽에서 연재하고 있죠?”

“네. 맞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넵.”

그렇게 요를과의 미팅이 끝났다.

그리고 그날 저녁, 기예진 작가의 인별그램에 모처럼 사진 2장과 함께 게시글 하나가 올라왔다.

YeJin93 : 오늘 고양 유나이티드 방문했어요. 최애팬을 자처하는 스즈키 선수와 핫한 고양 대표님 그리고 우리 신 대표님-☆

본인 얼굴만 스티커로 가려진 채로 찍은 단체 사진 1장과 건물 앞에서 신성한 대표와 단둘이 찍은 사진 1장이었다.

해당 게시글이 올라오자마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터넷 기사까지 나올 정도였다.

내 인별그램 계정까지 태그하면서 상당한 홍보까지 이루어졌다.

팔로워가 무려 100만이 넘는 그녀의 파워는 대단했다. 또한 글로벌 팬층이 많았던 터라, 해외에도 나와 고양 유나이티드가 알려졌다.

* * *

시간은 힘차게 흘러갔다.

어느덧 시즌 막바지로 넘어간 K리그는 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그 경쟁에서 우리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룩했다.

『경기 끝났습니다! 고양이 원정에서 수원 블루를 2:1로 꺾고 상위 스플릿을 확정합니다!』

스플릿 라운드를 앞두고 조기에 상위 스플릿을 확정한 고양 유나이티드.

기세를 몰아 FA컵 4강에서 포항을 만났다.

『2027 더블은행 FA컵 4강전, 고양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FC의 경기를 생중계합니다.』

수요일 평일 저녁, 고양별무리경기장은 노란 유니폼을 입은 고양의 홈팬들로 가득 찼다.

멀리 포항에서 고양까지 원정 온 포항 스틸FC 팬들도 한쪽에서 북과 깃발을 흔들며 팀을 응원했다.

포항은 지난 시즌 FA컵 우승팀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걸고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약 20년 만에 준결승전에 진출한 고양은 디펜딩 챔피언과 맞붙게 됐다.

『두 팀이 아주 중요한 길목에서 만났습니다. 이번 시즌 FA컵은 4강까지는 단판 승부고, 결승은 홈&어웨이로 치러지는데요. 오늘 경기의 승자가 결승전에 진출합니다!』

『그렇죠. 양 팀에게 상당히 중요한 승부가 되는 거죠.』

『이를 증명하듯 양 팀 모두 내세울 수 있는 정예 멤버들이 모두 출전했습니다!』

양 팀은 주전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며 결승전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

그렇게 시작한 경기는 예측 불허의 다득점 경기로 진행됐다.

『경기 시작했는데요! 어! 이게 무슨 일이죠!』

『들어갑니다! 포항의 강한용이 경기 시작과 동시에 득점을 만듭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불리자마자, 포항의 강한용이 볼을 가로채서 때린 슈팅이 그대로 득점으로 이어졌다.

『불과 40초 만에 나온 선제 득점입니다! 포항이 시작부터 좋은 분위기를 만듭니다!』

『아, 이러면 고양이 힘들어요. 아직 시간 많이 남았지만, 시작부터 이러면 힘들죠.』

『하지만 고양이 저력이 있는 팀인데요. 지난 시즌에 이어서 이번 시즌에도 고양이 만들어 낸 역전 경기가 많습니다.』

『그렇죠. 그래서 지켜봐야 하는데요.』

중계위원들이 말한 대로, 고양 유나이티드는 저력을 보여줬다.

『고양의 코너킥입니다. 장현우 선수가 차는데요!…… 들어갔어요! 박형우예요!』

『이야~ 박형우의 헤딩골! 대단합니다!』

전반 5분 만에 얻은 코너킥 상황에서, 박형우가 혼전 상황 속에서 절묘한 움직임으로 헤딩 득점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순식간에 1:1로 만든 고양.

추가 득점 또한 금방 나왔다.

『장현우가 길게 찔러 줍니다! 박형우가 잡는데요! 달립니다! 박형우! 때리나요!』

박형우는 포항의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볼을 잡고 움직였다가 슈팅을 때리는 척하다가 돌아 들어가는 박요한에게 짧게 패스했다.

『박요한인데요!』

『찬쓰죠--!』

『슈우우웃! 들어갑니다! 순식간에 역전을 이루는 고양 유나이티드입니다!』

『이거죠! 이게 바로 고양이죠! 고양이 왜 무섭다고 했죠? 바로 이것 때문에 무서운 거죠!』

전반 11분, 박요한이 만든 득점으로 고양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항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아마 지금 경기를 보기 시작한 분들은 어리둥절하실 거예요. 경기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양 팀 합쳐서 3골이나 나왔거든요.』

『오늘 경기 정말 재미있게 흘러가는데요. 어? 이번에는 포항이죠!』

『포항의 제라드, 저스틴이 측면으로 길게 패스합니다! 순식간에 열리는 고양의 수비입니다!』

『아잇! 찬쓰죠--!』

순식간에 고양의 측면을 허물고 들어가는 포항 선수들.

그것은 곧 결정적인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강한용인데요! 슈우우우웃! 들어갑니다!』

『이야아아아! 포항 강한용! 정말 강합니다! 이게 바로 강한용, 스트롱 드래곤이에요!』

『하하, 네. 전반전부터 골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요. 오늘 경기 어떻게 되나요!』

전반 14분, 포항이 골을 기록하면서 양 팀은 2:2가 되었다.

전반부터 2골씩 주고받은 난타전으로 이어지자, 양 팀 선수들 모두 조금씩 과열되는 분위기로 향했다.

그러다 보니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스즈키 안도, 저스틴의 공을 커트합니다!』

커팅의 달인 스즈키가 슬라이딩태클로 저스틴의 발밑에 있던 공만 툭 건드렸다.

질주하던 저스틴이 태클을 피하기위해 몸을 앞으로 굴렀다가 일어났다.

그러더니 곧 스즈키에게 뛰어가 가슴을 팍 밀쳤다.

그 순간 양 팀 선수들이 우르르 뛰어와서 둘을 말렸다.

지켜보던 팬들도 야유를 퍼부었다.

우우우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저스틴 선수! 흥분하면 안 되죠!』

『경기가 잘 안 풀리니까 열 받죠. 하지만 저러면 안 됩니다!』

『주심이 저스틴 선수와 스즈키 선수를 부릅니다.』

자칫 혼란할 수 있었던 상황을 주심이 빠르게 대처해서 진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두 선수를 부른 다음 말했다.

“아무리 흥분해도 그렇게 과격한 행동은 안 돼. 알았어?”

“죄손하므니다.”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스즈키가 바로 저자세로 나왔지만, 한국어를 잘 모르는 저스틴은 어깨만 으쓱였다.

그런 저스틴을 향해 주심이 판정을 위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옐로카드였다.

그걸 본 곽찬구 감독이 대기심에게 항의했다.

“아니, 저게 어떻게 옐로카드로 끝나? 말이 돼? 가서 고의적으로 가슴 쳤잖아! 저거 퇴장이야! 퇴장!”

“아휴, 감독님. 일단 진정하시죠.”

이 모습은 고스란히 중계 화면에도 잡혔다.

『경기가 상당히 과열된 분위기로 가고 있는데요. 지금 이 분위기를 어느 정도 추스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죠. 흥분해서 좋을 것 하나 없습니다.』

전반전은 결국 2:2로 끝났다.

하프타임을 이용해서 곽찬구 감독이 슬쩍 타 팀 경기를 확인했다.

같은 시간에 펼쳐지는 전북과 성남의 경기.

“예상대로인가.”

전북이 성남에게 무려 3골을 폭격하면서 3:0으로 앞서고 있었다.

아무래도 성남이 이기기에는 글러 보였다.

‘일단 이겨 놓고 생각하자.’

다음 상대가 전북이라는 것은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진다면, 다음은 아무 의미가 없다.

곽찬구 감독이 승부수를 띄울 준비를 했다.

“석원이하고 세진이 모두 교체로 들어간다!”

“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석원과 오세진이 김지우와 나탈과 교체되어 필드에 들어갔다.

두 베테랑 선수를 과감하게 빼는 이유는, 한석원과 오세진이 가진 공격적인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2골 먹히면 3골을 넣는다!’

극단적인 공격으로 승부수를 띄운 곽찬구 감독의 전략에 포항도 똑같이 맞섰다.

“라울, 부탁한다!”

지난 시즌 결승전에서 포항이 울산을 제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라울이 교체로 투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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