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36화 (136/272)

136화

이틀 후.

나는 프로축구연맹 사무실에 와 있었다.

이곳에서 오늘 FA컵 준결승전 조 추첨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단장이 오는 것이 맞다. 하지만 여전히 단장이 공백인 우리는 대표인 내가 직접 오게 됐다.

여기에 나 말고도 다른 구단 관계자들도 와 있었다.

어제 경기에서 승리한 전북과 성남 구단 관계자들이 있었다.

미리 준결승을 확정 지은 포항 관계자도 있었다.

“지태훈 대표님이시죠?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근데 누구시죠?”

“저는 포항 단장 강철주입니다.”

구단 관계자들 말고도 기자들도 있었다. 오늘 준결승전 매치는 결승으로 향한 중요한 길목에 있기에 평소보다 많은 기자가 이곳에 있었다.

그 안에는 고양스포츠의 이광진 기자도 있었다.

그가 다른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내 곁으로 슬쩍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대표님. 누구하고 붙고 싶습니까?”

“글쎄요.”

“다른 기자들하고 얘기 좀 나눠봤는데요. 상대적으로 성남하고 붙는 게 낫다는 얘기가 많네요.”

“아무래도 여기서 리그 순위가 가장 낮은 팀이 성남이니까요.”

준결승전에 올라온 전북, 고양, 포항은 현재 상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었다.

리그 1위 전북과 3위 고양 그리고 5위 포항.

성남은 현재 리그 9위와 10위 사이를 오고 가며 강등 걱정을 하고 있었다.

“누가 됐든 전북하고 만나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아무렴요.”

여기서 제일 강한 전북과 맞붙는 걸 좋아하는 팀은 없을 거다.

모두가 피하고 싶은 그런 팀이다.

“근데 아마 다른 팀들도 우리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걸요?”

“그런가요?”

“저기 보세요. 저 사람들 서로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희 눈치를 보잖아요.”

“그렇네요.”

전북, 포항, 성남 관계자들 모두 우리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들도 우리처럼 서로를 까다로운 상대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러는 와중에 프로축구연맹 관계자가 입장했다.

“자, 그럼 조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조 추첨에 앞서 간단한 설명이 나왔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형식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조 추첨이 진행돼서 먼저 호명되는 팀이 시드1입니다. 경기는 시드1팀의 홈경기장에서 진행됩니다. 아시겠죠?”

“네.”

“그럼 추첨 시작하겠습니다.”

마침내 조 추첨이 진행됐다.

긴장되는 순간, 투명한 통에서 진행자가 종이를 뽑았다.

그리고 처음 호명된 구단명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전북 모터스!”

“……!”

전북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나를 비롯한 포항, 성남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

‘제발! 우리 팀만 걸리지 마라!’

속으로 다른 팀 걸리기를 바라고 있는데, 진행자가 두 번째 팀을 뽑았다.

“FC성남!”

“아!”

성남 관계자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반면, 전북 관계자는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전북에게는 아주 좋은 대진표가 걸린 셈이다.

아마 머릿속으로 무난하게 결승전에 올라가는 상황을 그리고 있겠지.

전북과 성남의 매치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남은 매치는 고양과 포항의 경기로 성사되었다.

‘남은 건 어느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냐만 남았군.’

진행자가 세 번째 종이를 뽑고 팀 이름을 호명했다.

“고양!”

좋았어!

2경기 1시드로 우리 팀이 호명됐다.

그 말은 우리가 홈경기를 치르게 됐다는 뜻이다.

포항 관계자의 표정은 미묘했다.

아마 그들 입장에서는 애매한 대진표겠지.

우리 팀이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서 상당히 까다로운 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포항은 이번 전반기 경기에서 우리에게 승리를 거둔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포항의 홈에서 거둔 승리였다.

원정에서는 또 다를 것이다.

현재 고양 유나이티드의 이번 시즌 홈경기 성적은 무려 13승 3무.

패배가 없다.

최근 울산까지 잡아내면서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반면 포항은 리그 3위까지 올라갔다가 7위까지 내려앉았고, 간신히 5위로 올라간 상태였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시즌 도중 선수 이적이 발생하면서 전력 누수가 컸다.

현재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팀하고의 경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서로가 각자의 사정을 지니고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진행자가 말했다.

“이번 시즌 FA컵 준결승전은 단판으로 진행됩니다. 모두 건투를 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추첨식이 끝났다.

* * *

올해 대한민국은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모두의 예상대로 시민당 후보로 나선 이현승이 대통령이 되었다.

이현승 정부로 새 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양한 사건 사고들을 겪었다.

“이현승 대통령의 청와대 주요 장관 임명에 난관을 겪고 있는데요. 이번 외교부 장관 후보로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는 고정우 외교부 장관 후보가 과거 벨기에 외교관 시절 받은 뇌물수수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다양한 정책들을 시도하기 전에 인사청문회에서 낙선하는 인물들이 수두룩했다.

겨우겨우 청와대 인사들을 꾸린 이현승 정부는 후보 시절 내건 공략들을 이행하기 위해 정책들을 시도했다.

문제는 그렇게 시도한 결과들이 대부분 좋지 않았다.

그로 인해 국민들의 여론 또한 좋지 않았다.

시작부터 이현승 정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때아닌 라이징 스타가 등장했다.

바로 영신그룹의 회장 지태완이었다.

그는 현 정부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내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현 정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열심히 이 땅 위에 살아가는 국민들이 그토록 어렵게 살아가는데, 정부는 눈과 귀를 닫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책임지는 정부를 만들겠다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 갔는지 없고, 지금은 무책임이 절정에 달해 있다. 이 정부가 앞으로 4년이나 남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끔찍하고 비통하다.”

보통 대기업 총수라도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일상이다.

그런데 지태완은 달랐다.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정확하게 캐치해서 시원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지지하는 쪽이 훨씬 많았다.

쾅!

“젠장!”

이현승은 손으로 책상을 강하게 내리치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 앞에는 지태선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드러내며 서 있었다.

“대통령님. 너무 걱정 마세요. 분명 이 사태는 해결될 겁니다.”

“이게 정말 해결되리라 봅니까? 안 그래도 야당의 반격이 거센데, 그 영신그룹의 회장까지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르고 있으니, 이러다가 내가 먼저 죽게 생겼습니다!”

화가 잔뜩 난 이현승이 한숨을 내쉬다가 곧 TV를 켰다.

때마침 TV에서 지태완이 게스트로 나와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태완 회장님이 최근 정부를 향한 작심 발언들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혹시 이런 발언들을 하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이유라…… 굳이 이유라면 딱 하나죠. 고통받는 국민분들을 위해 나섰다는 거죠.”

이현승과 지태선 모두 TV 화면에 집중했다.

지태완은 여유로운 얼굴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저는 소위 말해 재벌가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난 기업의 회장이고, 이 나라에서 굳이 꿀릴 게 없는 위치에 있죠.”

“…….”

“그래서 더더욱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지금 이 나라의 현 정부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책임자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말이죠. 그분들이 제 발언에 무언가 크게 느꼈으면 싶습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역대 기업 회장님 중에서 회장님처럼 발언하시는 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이제부터 달라지겠네요. 하하하.”

이현승은 TV를 꺼버렸다.

“저 개새끼.”

“……대통령님. 체통은 지키시죠. 누가 들으면 어쩌시려고 합니까,”

“지 의원. 저 지태완이 친척이라고 했죠?”

“그렇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런답니까? 예? 당선하고 처음 봤을 때부터 태도가 영 시원찮더니. 이거 뭐 대놓고 한판 해보자는 건가?”

이현승과 지태완은 이미 한번 충돌한 적이 있었다.

부임 초에 청와대에서 각 분야에 주요 기업 대표들을 모아놓는 자리를 만들었다.

대통령이 향후 기업들을 상대로 이런저런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는데, 지태완이 그 정책들을 모두 대차게 까버린 것이다.

당연히 자리 분위기는 안 좋았다.

하지만 지태완이 회장으로 부임한 이후 영신그룹이 상승세를 타고 있던 터라, 대통령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골치가 아프군요.”

“죄송합니다.”

자신의 잘못도 아니건만, 지태선은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그렇게 청와대에 암울한 먹구름이 끼는 동안, 지태완은 자신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 * *

“오! 김 비서, 나 광고 들어왔어!”

“네?”

“이거 봐!”

나는 김 비서에게 인별그램 DM을 보여줬다.

DM에는 어떤 의류 기업에서 자신들의 옷을 광고하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팔로워가 30만 명을 기록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광고도 들어온 것이다.

“광고 받으시게요?”

“글쎄? 받을까?”

“굳이 광고를 하실 필요가 있으려나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김 비서의 말에 나는 들뜬 마음이 빠르게 식었다.

“그냥 이런 건 처음 받아봐서 기뻐서 그랬던 건데…….”

“……도련님.”

“아니야, 됐어. 그것보다 일은 어떻게 됐어?”

“네, 요를에서 최근 작품을 만들었는데 검토해 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그 저번에 말했던 그 웹소설 맞지?”

“네. 맞아요. 읽어 봤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라구요.”

“오, 궁금하네.”

요를에서 보내온 작품을 읽어본 나는 흥미를 느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그렇죠?”

고양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가상의 한 소년이 기연을 얻고 점차 축구 선수로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여기에는 실제 인물들이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인물들이 있기는 했지만, 자세히 아는 사람들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미비했다.

드라마틱한 전개와 시원스러운 캐릭터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게 과연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까?”

“유리구슬을 시작으로 다양한 웹소설, 웹툰 사업을 성공한 회사에요. 이 작품에 꽤 공들이고 있는 거 같고요.”

“그 말은 괜찮게 될 거라는 말이지?”

“그렇죠.”

“좋네. 그럼 이렇게 진행 계속 가자고 하자.”

“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렇게 요를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그리고 UAE 신도시 사업 건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대표님. 필요한 자원들은 모두 두바이를 통해 입국이 완료됐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공사는 언제부터 들어가죠?”

“이미 기초 공사는 바로 들어간 상태입니다. 저희와 협업 중인 태조건설도 비슷하게 시작했고요.”

“그렇군요. 모쪼록 잘 진행하게 해주세요.”

“네. 좋은 결과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나의 계획은 하나씩 차근차근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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