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25화 (125/272)

125화

“예. 오 비서님. 지금 확인하러 왔습니다.”

야구점퍼에 모자를 쓴 남자가 누군가와 전화를 통화하며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예. 확인하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은 남자가 병실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누군가를 보고 황급히 몸을 숨겼다.

‘지태훈 대표가 왜 여기에 왔지?’

지태훈과 이진호 그리고 석정원까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남자가 어딘가로 황급히 문자를 보냈다.

-지태훈 대표가 병원에 있습니다.

남자는 문자를 보내고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남자가 지태훈과 눈이 마주쳤다.

“……!”

저도 모르게 눈을 피하고 몸을 돌린 남자.

수상함을 눈치챈 지태훈이 반응하는 걸 본 남자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그런 그를 지태훈이 쫓기 시작했다.

‘제길!’

지태훈에게 쫓기게 된 남자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는 도망치면서 문자를 한 통 더 보냈다.

-지태훈이 눈치챘습니다. 일단 자리를 피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남자는 계단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거기 서!”

뒤에서 지태훈의 목소리가 들리자 남자는 서둘러 인파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 * *

“젠장!”

놓쳤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도련님!”

잠깐 자리를 비웠던 김 비서가 1층까지 내려온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무슨 일이세요!?”

“누군가가 여기를 살피러 왔었어.”

“네!?”

“아무래도 수상해. 이번 일, 누가 의도적으로 벌인 것 같아.”

“뭐라고요!?”

놀라는 김 비서에게 말했다.

“이 일은 석정원 회장하고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어.”

그렇게 나는 석정원 회장과 단둘이 만났다.

“그러니까, 자네 말로는 이번 일이 누군가에게 계획대로 벌어진 일이다?”

“네. 하필 시기가 공교롭게, 저희와 태조건설이 UAE 신도시 프로젝트 사업이 공식 발표된 이후에 벌어졌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네가 너무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본 게 아닌가?”

“지금 당장 믿기 어려우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말하면서 지태완을 떠올렸다.

어쩌면 이 일에 지태완이 있을 수 있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다 이런 식의 일을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가 범인처럼 떠올랐다.

그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진 시기가 애매했다.

그저 단순 사고로 여기기에는, 왜 하필 이 시기에 사고가 벌어졌던 것일까?

나는 고민하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회장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어주십시오.”

“……?”

나는 지금까지 형과 관계된 일에 대해서 석정원에게 모두 이야기하였다.

이야기를 들은 석정원이 눈을 부릅떴다.

“정말 이 이야기가 사실인가?”

“네. 어디 가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들이지만…… 회장님을 믿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허어. 이럴 수가.”

석정원 회장은 크게 놀라며 탄식했다. 그는 몇 번이나 탄식하더니 얼굴을 마른세수하며 말했다.

“지 대표.”

“네. 회장님.”

“만약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지태완은 정말 위험한 인물이야. 그가 대외적으로 어떤 이미지인지는 알고 있을거고.”

“알죠.”

혁신적이고 개념 있는 기업인.

최근 미디어를 통해 더 많은 이미지 개선에 힘쓰고 있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 발언들이 절묘하게 대중들의 반응을 이끌고 있었다.

“방송에서 친근하고, 개념 있고, 친서민적인 태도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죠.”

“그래. 문제는 그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거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야.”

“…….”

“이번 일의 범인이 누구라고 확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하겠다고 내 약조하지.”

“감사합니다.”

“너무 걱정 말게. 안 되면 대한그룹의 힘을 끌어들여 진행할 테니.”

“네.”

* * *

미하엘 코치가 합류한 뒤, 선수단에는 변화가 있었다.

“분명 K리그도 경쟁력 있는 리그이고, 피지컬적인 부분을 많이 요구합니다만 프리미어리그보다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어떤 식으로 개선하면 좋겠습니까?”

“우리 팀의 템포를 지금보다 더 끌어올려야 합니다.”

“지금보다 끌어올린다고요?”

“네. 선수 개개인의 기술은 프리미어리그 선수들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만, 전체적인 경기력과 전술 이해도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합니다.”

“그렇군요.”

미하엘 코치의 조언을 들은 곽찬구 감독도 대대적인 선수단 체질 개선을 진행했다.

이것이 단순히 미하엘 코치의 조언만 있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프런트가 최고의 지원을 약속하고 있고, 그에 걸맞은 지원을 적재적소로 맞춰서 해주니, 우리는 계획을 짜고 실행만 하면 빠르게 결과물들이 나올 겁니다.”

그런 미하엘 코치의 호언장담은 서서히 결과물로 드러나고 있었다.

선수들은 식단 관리부터, 사소한 일상까지 모두 관리를 받았다.

그리고 곽찬구 감독과 상의하여 전술적인 부분에 대한 개선도 함께 진행하였다.

그 결과, 고양 유나이티드는 예상보다 빠르게 경쟁력 있는 팀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저는 고양 유나이티드라는 팀이 프리미어리그 팀들과 붙어도 밀리지 않기를 원합니다.”

미하엘 코치의 염원은 곧 선수단 전체의 염원으로 바뀌어 갔다.

“우리 팀은 이미 유럽 팀을 상대로 굉장한 선전을 거두었습니다. 비록 친선 경기일지라도 말이죠. 그것은 곧 우리가 가진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미하엘 코치는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긍정적인 발언을 하며, 선수들의 정신력을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비록 팀에 합류한 시기는 짧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미하엘 코치가 보여주는 존재감은 어마어마했다.

곽찬구 감독도 그런 미하엘 코치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미하엘 코치님. 덕분에 우리 팀이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감독님도 저도, 계속 전진하면 됩니다.”

“맞습니다. 함께 가시죠.”

미하엘 코치는 선수단에 더 녹아들기 위해 엄청난 정성을 보였다.

그 예로, 매일 일과가 끝나면 한국어 선생님을 고용해서 일대일 과외를 받았다.

학습력이 훌륭했던 미하엘 코치는 불과 3개월 만에 어느 정도 한글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줘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코치님도 3개월 만에 한국어를 배웠는데, 우리도 뭔가 해내야지 않겠니?”

“응. 맞아.”

어머니의 치료를 지원받은 라시모프.

그는 그 사건 이후 한국에 뼈를 묻을 생각으로 뛰고 있었다.

과거에는 유럽 리그에서도 뛰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를 살려준 구단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 먼저였다.

그런 라시모프의 변화는, 얼마 전 그를 경기MVP로 선정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미하엘 코치가 한국어를 배운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그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좀 더 열정적으로 한국어를 배웠다.

그런 라시모프의 모습에 나탈과 스즈키 안도도 영향을 받았다.

“우리도 함께하자.”

“좋아. 우리 다 같이 한국어 배우자.”

같은 팀내 외국인 동료들이 열정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자, 오랜 시간 한국에서 생활하며, 한국어를 완벽하게 마스터한 사무엘이 흐뭇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우리 동료들을 위해서 내가 필요하겠군.”

“오! 사무엘!”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스터디그룹 만들자. 미하엘 코치님도 껴서 한국어 스터디를 만들어서 배우면 분명 도움이 될 거야.”

“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고양 유나이티드의 외국인 선수들의 한국어 스터디그룹이 탄생하였다.

훗날 이 스터디그룹은 고양 유나이티드 출신 외국인 선수들의 사교 모임으로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 * *

이탈리아의 자동차 기업 라세라티.

1900년대에 설립된 라세라티는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달리 ‘명품’ 또는 ‘고급’을 컨셉으로 내세워 고가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었다.

한국 시장에서도 라세라티에 대해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다른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라세라티 한국 지사로 알베르토가 새로 취임하였다.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베르토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했다.

“경쟁사들을 이기려면, 무엇보다 브랜드 이미지도 빼놓을 수 없겠지. 혹시 이와 관련해서 의견을 낼 사람이 있나?”

그 말에 어떤 직원이 손을 들어 올리며 의견을 냈다.

“지사장님! 광고를 찍어보는 건 어떨까요? 최근에 출시한 2027 포르테를 가지고 광고를 찍어보는 겁니다.”

“흐음. 광고라……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만, 우리와 광고를 찍을 만한 괜찮은 모델이 있나?”

“있습니다!”

“음?”

의견을 낸 직원은 눈을 반짝이며 힘있게 말했다.

“고양 유나이티드에 지태훈 대표라는 인물이 요즘 한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흐음? 지태훈? 이 사람은 배우나 모델도 아닌데 그렇게 주목을 받는다고?”

알베르토가 신기해하자 직원이 바로 덧붙여 설명했다.

“한국 K리그에 고양 유나이티드라는 축구팀이 있습니다. 그 축구팀을 이끄는 젊은 구단주인데, 굉장히 잘 이끄는 모양입니다. 무엇보다 인물도 잘생겼고요. 이거 보시겠습니까?”

직원이 알베르토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본 알베르토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허어. 정말 잘생겼군. 이 사람이 그 지태훈이란 사람이란 건가?”

“네. 구단주이기 전에, 영신그룹의 사람이기도 합니다. ‘품격’을 내세우는 저희와 이미지가 잘 맞을 겁니다.”

“흐음.”

알베르토는 생각을 정리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방법이군. 그럼 본사에 연락해서 포르테27로 광고 진행하겠다고 전달하고, 지태훈 대표에게 연락해서 광고 섭외 진행하게.”

“네!”

그렇게 라세라티의 새로운 광고 모델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 * *

“네? 광고요?”

최근 벌어진 일들 때문에 정신없이 바쁜데, 난데없이 우리에게 광고 제안이 들었다.

정확히는 나에게.

“그러니까 저희 대표님을 모델로 광고를 진행하고 싶다고요?”

“대표님의 이미지와 저희가 서로 잘 맞아떨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탈리아 명품 자동차로 유명한 라세라티에서 광고 제안이 왔다.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는데, 소식을 들은 김진철 이사가 그런 나에게 한마디 던졌다.

“애송아. 이 좋은 기회를 버릴 셈이냐?”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기업 브랜드 이미지라는 것은 정말 쌓기 어려운 일이다.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지만.”

“으음. 그렇죠.”

“네가 이 광고를 받는다면, 고양 유나이티드는 널 통해 명품이라는 이미지와도 연결될 거다. 그렇게 되면 향후 사업을 진행하는데도 대단한 영향을 끼칠 거고.”

“……회사 대표가 막 광고 찍어도 되는 건가요?”

“문제가 될 게 있나? 이미 오래전부터 기업 대표들이 직접 광고에 출연한 적도 많은데 말이야.”

김진철 이사의 조언을 듣고 고민하는데 옆에 있던 김 비서도 끼어들었다.

“도련님. 언제 이런 광고 찍겠어요? 그리고 광고비도 많이 준다고 하잖아요!”

“……나, 이런 건 처음인데?”

“그러니 해봐야죠! 나중에 대표님이 기업 광고를 찍어야 할 때, 직접 찍어본 경험으로 어떻게 찍어야 할지 알 수 있을 거고요.”

“으음. 알았어.”

김 비서 얘기까지 들어보니 광고를 찍어서 나쁠 것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있었다.

“나, 면허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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