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24화 (124/272)

124화

고양 종합운동장을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시 돈의 힘이 컸다.

“영신건설을 인수하고 남은 자금에 두바이 왕이 지원해준 자금. 이 두 가지만 합쳐도 조 단위지.”

두바이 왕은 우리에게 선수금 명 몫으로 1조에 가까운 돈을 지급했다.

여기에 영신 건설을 인수하고 남은 3,000억 정도의 금액.

이 돈으로 경기장을 인수한 것이다.

굳이 경기장을 인수할 필요가 있겠나 싶지만, 큰 그림을 위해서라도 경기장 인수는 필요했다.

고양 유나이티드는 내가 가진 힘의 기반이다.

구단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앞으로 내가 할 모든 일이 탄력을 받는다.

“의원님 감사합니다.”

“감사는. 나는 그저 거들었을 뿐이지.”

“그래도 의원님 덕분에 시장도 협조적으로 나와줬습니다.”

여기에 지태선 의원의 도움을 받았다. 차기 정부로 확실시되는 이현승 캠프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지태선.

그가 직접 나와 함께 최무진 시장을 만나 설득했다.

지태선은 최무선에게 향후 청와대로 입성할 수 있는 진로를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저렴한 가격에 경기장을 매각할 수 있게 진행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생각보다 적은 예산으로 경기장을 인수할 수 있었다.

그래도 경기장 인수에 약 1,000억 가까이 들었다.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이 금액은 금방 채워질 가능성이 컸다.

“경기장 관련 사업 진행은 어떻게 됐습니까?”

“김진철 이사님께서 경기장 명명권에 관심 있는 기업들을 알선했다고 합니다.”

“오, 그래요?”

“김 이사님은 오늘 밤에 한국에 도착하신다고 합니다.”

“잘됐군요. 김 이사님이 오면 빠르게 일을 처리합시다.”

“네!”

한때 영신그룹의 이사였던 김진철의 진가가 드러났다.

용준형 사장을 도와 두바이에서 체류하던 그는, 내 호출을 받고 급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우리가 앞으로 경기장을 이용하면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를 사업화했다.

그런 그의 옆에는 천지원 부장이 거들었다.

구단 내 유일한 유학파 출신인 천지원 부장은 해외에서 배운 경기장 사용과 관련된 정보를 김진철 이사와 공유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합작으로 경기장 매매권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이 진행됐다.

【오피셜】고양종합운동장 → 고양 더블은행파크로 변경.

【오피셜】더블은행, 고양더블은행파크 3년간 명명권 주인된다!

새롭게 주인이 된 고양 유나이티드의 경기장 명명권은 더블은행이 입찰에 성공했다.

국내 제1금융권 은행이자, 가장 규모가 큰 더블은행.

현재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의 메인스폰서이기도 한 더블은행이 우리 팀 경기장 명명권을 3년간 사용하게 됐다.

3년 동안 사용하면서 우리에게 지불할 금액은 매년 5억.

3년간 총 15억을 지불해야 한다.

경기장을 인수한 금액과 비교하면 이 금액이 작을 수 있지만, 이 일을 성사시킨 김진철 이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당장의 실익만 보지 마라. 지금 당장은 액수가 적어도, 이걸 시작점으로 봐야 한다. 3년 뒤에 이 팀은 더욱 커질 건데, 이후 금액은 더 크게 올라갈 거다. 그럼 지금의 몇 십 배로 올라가겠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진철 이사는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수완을 보여주며 부족한 부분들을 빠르게 채웠다.

【오피셜】초콜릿엔터테인먼트, 고양더블은행파크 입점.

【오피셜】아레스, 고양더블은행파크 입점.

초콜릿톡을 시작으로 10년 만에 대기업으로 성장한 초콜릿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초콜릿프렌즈’가 우리 경기장에 입점했다.

한해 엄청난 수익을 자랑하는 초콜릿프렌즈를 입점하게 하면서, 경기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게 유도했다.

또한, 백화점과 마트 같은 유통사업으로 유명한 아레스를 입점하게 만들면서 경기 전후로 팬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장을 볼 수 있게 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대형마트가 들어서 자연스럽게 소비하게 만들었던 부분을 참고한 것이다.

그 외에 나름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입점하게 만든 뒤, 기본 3년 계약에 재계약할 때 임대 금액을 올려서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이렇게 경기장 주변 시설을 확충하면서 내부 시설 보수도 진행했다.

【오피셜】영신건설, 고양더블은행파크를 축구전용 경기장으로 바꾼다!

영신건설을 통해 고양종합운동장 내부를 완벽하게 뜯어고쳤다.

현재 고양종합운동장에는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바깥쪽에 트랙이 있었다.

이 트랙을 전부 철거하고, 그 자리에 좌석을 만들 예정이다.

그리고 기존 좌석 중 불필요한 좌석을 모두 없애거나 개선하게 했다.

“우리도 날 추울 때도 따뜻하게 앉을 수 있게 전면 개선합시다!”

“그러면 비용이 많이 듭니다. 대표님.”

“돈 많습니다!”

“와, 대표님. 멋져요!”

경기장 보수에 많은 돈이 들었지만 상관없다.

지금 당장 돈이 얼마가 들든, 이 돈은 모두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경기장 보수 작업으로 인해 우리는 이번 시즌 하반기부터 홈경기장을 바꿔 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고양시에는 경기장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고양 어울림누리별무리 경기장인가요?”

“네. 경기장 보수가 끝날 때까지 임시로 그곳을 임대해서 쓰기로 했습니다.”

경기장 보수까지 대략 8개월 정도 걸린다고 했다.

대충 따져보니, 내년 시즌이 시작 직전에 보수 공사가 끝날 것으로 보였다.

그때까지 우리는 어울림누리별무리 경기장을 사용하기로 했다.

시에서도 이러한 우리의 계획을 반겼다.

시 입장에서 놀고 있는 경기장을 줄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살짝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당분간 A매치는 고양에서 치를 수가 없겠군요.”

대한축구협회에서 고양더블은행파크의 보수 소식을 듣고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고양종합운동장은 국제 공항과 가깝고, FIFA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A매치를 치를 경기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수도권엔 상암월드컵경기장이 있고, 하다못해 전주월드컵경기장 같은 지방에 있는 경기장을 사용해도 된다.

그래서 대한축구협회도 이 이상 어떤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 * *

여름쯤 되었을 때, 대한민국에 굉장한 소식이 전해졌다.

【속보】태조건설&영신건설 동반으로 UAE 신도시 사업 진행한다!

“이게 무슨 소리야!”

기사를 읽던 지태완이 잔뜩 화를 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다들 뭐 하고 있던 거야!?”

분노하는 지태완에게 참모진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화를 받아내야 했다.

“제기랄! 어차피 줘도 망할 거라고 생각해서 내줬더만, 뭐? UAE 신도시?”

지태완은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어차피 망할 거라 생각한 영신건설이었다. 그룹 입장에서 언제 문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덩치만 클 뿐 속이 빈 강정 같은 그런 기업이었다.

그런 기업을 지태훈이 가져간다 했을 때, 지태완은 내심 그를 비웃었다.

조금 고민하기는 했지만 지태훈이 가져간다 해서 영신건설이 되살아날 거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

“회장님. 영신건설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습니다.”

“…….”

지태완은 미간을 좁혔다.

망해 버려도 이상한 축구팀을 전국구로 관심받으며 성장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서, 영신건설마저 되살릴 기미를 보였다.

‘내 실수다. 영신건설을 내주면 안 됐어.’

뒤늦게 실책을 인정해도, 지금 상황을 바꿔버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태조건설도 신도시 사업에 참여한다고?”

“네. 지금 두바이에 알 나흐 왕의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재 그의 아들 중, 나바드 왕자와 칼리드 왕자가 유력한 왕위 계승자로 싸우고 있죠.”

지태완은 가만히 참모진의 설명을 들었다.

“이런 와중에 태조건설은 나바드 왕자를 지원하고 있고, 칼리드 왕자는 지태훈 대표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

“신도시 사업도 이 관계가 얽혀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일전에 장례식 때 봤던 칼리드 왕자를 떠올렸다.

자신을 무시하고 떠나버린 그의 행동이 지금도 불쾌했다.

“그럼 신도시 사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아마 지금 상황에서 어려울 겁니다. 사업은 이미 진행 중이고요.”

방법이 없다는 참모진들의 조언에 지태완은 더 들을 가치가 없다 판단했다.

“됐고, 모두 나가 보세요.”

축객령이 떨어진 참모진들은 머쓱한 얼굴로 밖으로 나갔다.

참모진이 모두 나간 상태에서 지태완의 곁에 비서만 남았다.

“오 비서.”

“네. 회장님.”

박준후 비서팀장을 밀어내고 회장의 비서실장을 차지한 오 비서였다.

“태조건설 이진호 회장에 대해 조사를 좀 해봐.”

“네, 알겠습니다.”

회장의 비밀 명령에 오 비서가 눈을 번뜩였다.

* * *

고양 유나이티드의 활약은 눈부셨다.

우리의 시즌 목표는 ‘잔류’였는데, 전반기가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현재 우리의 순위는 승점 29점으로 4위였다.

중간에 몇 번 무승부나 패배가 있었지만, 전반기에 파주, 서울, 수원 유나이티드& 블루윙즈 등 강팀들을 잡으면서 승점을 많이 쌓았다.

잔류를 목표하는 입장에서 이 정도 성과면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물론 후반기에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었다.

그렇게 전반기도 끝나가고 있는데, 엄청난 사건이 터졌다.

【속보】서울 드래곤즈 교통사고로 선수 다수 부상.

대표실에서 TV를 보던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원정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 드래곤즈 선수들이 탑승하고 있던 버스가 전복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다행히 사망자는 없지만 몇몇 선수들이 큰 부상을 당했다.

뉴스를 보며 안타까워하던 그때.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

“태조건설의 이진호 회장의 아들이 지금 혼수상태라고 합니다!”

“뭐라고요!?”

축구선수로 뛰고 있던 이진호 회장의 장남이, 그 부상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 * *

병원에 도착하니, 참담한 표정을 드러내고 있는 이진호 회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회장님.”

“……여기를 어떻게?”

연락도 없이 찾아온 나를 보고 깜짝 놀란 이진호.

“아드님은, 아드님은 괜찮으십니까?”

“그게…….”

이진호는 괴로운 얼굴로 마른세수를 했다.

이진호의 아들은 수술을 마치고 현재 병실에 입원해 있는 상태였다.

“더 이상, 선수로 뛸 수 없다고 하더군요.”

“……!”

그 말에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선수로서 생활을 할 수 없다니.

“내 잘못입니다.”

이진호는 괴로워했다.

참담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괴롭지 않을 아버지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회장이기 때문에, 그는 최대한 참고 견뎌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

그때, 뒤늦게 이 자리에 도착한 사람이 있었다.

“이 회장!”

“석 회장님.”

프로축구연맹 석정원 회장이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찾아온 것이다.

“이태수 선수는 괜찮은가?”

“…….”

힘겨워하는 이진호를 대신해서 내가 대신 대답했다.

“이태수 선수는 선수 생활이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뭐, 뭣이!?”

이태수.

서울 드래곤즈 소속 선수이자, 이진호 회장의 장남이었다.

“다 제 잘못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게.”

“제가 더 말렸어야 했는데…….”

이진호는 아들이 축구선수가 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이 일을 겪고 더 싫어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조금 더 자세한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재 경찰 수사에 따르면 차량에 결함이 있었다고 하더군.”

“…….”

“우리도 최선을 다해 돕겠네. 너무 실망하지 말게.”

석정원은 어떻게든 그를 위로했다.

그러는 두 사람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야구점퍼를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어떤 남자하고 눈이 마주쳤다.

그 남자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고는 바로 몸을 돌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걸 본 나는 순간 싸늘한 기분을 느꼈다.

“거기 서!”

“지 대표! 어디 가는가!”

나는 남자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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