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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 구단주-123화 (123/272)

123화

“오, 어서 오시오.”

처음으로 만난 알 나흐 왕의 첫인상은 ‘창백하다.’였다.

중동인 특유의 까무잡잡한 피부에 홀쭉해진 외모. 하지만 눈빛만은 살아있는 늙은 왕이었다.

확실히 누가 봐도 건강이 안 좋아 보였다.

미세하지만 손이 떨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 그가 휠체어에 앉아서 우리를 맞이했다.

“나의 아들, 나바드. 칼리드. 그리고 머나먼 한국에서 이곳까지 와주신 손님분들도 모두 환영하오.”

“국왕 전하를 뵙습니다.”

왕이 먼저 환대를 해주니, 우리도 예의를 갖춰 왕에게 인사했다.

그렇게 인사가 끝나고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으셨소. 여기 계신 분들이 우리가 진행할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를 함께 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소.”

왕은 나와 이진호 회장을 번갈아 봤다.

“그대들이 책임자겠군.”

그러자 나바드가 나섰다.

“아버님. 여기 계신 분이 태조건설의 회장 이진호 님입니다.”

“호오. 소문으로 듣던 분을 이리 모시게 되었구려.”

알 나흐 왕도 이진호를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왕이 나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칼리드 왕자가 말했다.

“이분은 고양 유나이티드의 구단주이자 최근 영신건설을 인수한 지태훈 대표입니다.”

“아아. 그 아시아에 굉장한 구단주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설마 당신이었소?”

“저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내가 살짝 놀라서 묻자, 왕이 끄덕였다.

“축구에 있어 진심인 내가, 전 세계에 있는 축구 소식을 듣지 못할 리가 없지.”

“축구를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내 말에 왕이 쓰게 웃었다.

“하하하. 비록 몸이 많이 망가졌어도 젊었을 적부터 축구는 진심이었소.”

왕의 말에 나바드와 칼리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무래도 건강이 좋지 않다고 밝히는 왕의 발언이 그들의 신경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소. 미래가 창창한 젊은 구단주여.”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우리가 어떤 사업을 추진하는지 알고 있으시오?”

왕의 물음에 이진호가 대답했다.

“신도시 건설 사업을 추진한다 들었습니다.”

“맞소. 우리는 이 나라에 새로운 신도시를 건설하기로 했소. 연맹국 모두가 동참하기로 했고.”

“토호국들이 모두 참여한다는 겁니까?”

“맞소. 각 토호국들이 다년간의 자금 출자로 두바이 이상의 신도시 건설을 진행할 것이오.”

어제 들었던 액수가 어떻게 나왔는지 이해가 됐다.

UAE에 속한 모든 토호국이 참여해서 진행하는 국가 단위 프로젝트.

이 정도 규모면 단순히 1~2개 기업 수준으로 진행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내 생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이 엄청난 프로젝트를 고작 1개의 회사에 맡길 수는 없소. 그래서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우수한 기업에게 협조를 요청했소.”

그렇게 말한 왕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나와 이진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대들이 우리의 프로젝트를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오.”

그 말에 나와 이진호가 서로를 쳐다봤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나눈 시선에는 불꽃이 튀었다.

“저희 태조건설은 오랜 시간 다양한 건설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이 중동 지역에서 다양한 업적들을 남겼죠.”

“태조건설의 영웅담은 익히 들어 알고 있소. 허나, 이번 신도시 사업은 규모가 다르오. 그대는 우리에게 무엇을 제공해 줄 수 있소?”

“신도시가 만들어질 때까지의 기간을 어느 정도 생각하십니까?”

“10년 정도 생각하고 있소.”

“10년이라…….”

이진호는 손가락 5개를 펴고 말했다.

“저희는 5년이면 가능합니다.”

“……!”

“우리 태조건설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TOP을 달리는 건설사입니다. 자금 지원만 제대로 해준다면 5년이면 원하시는 목표까지 얼추 맞춰 드리죠.”

당당한 태도로 5년 안에 신도시를 만들어주겠다는 말에 나는 속으로 욕을 했다.

‘미쳤네. 이게 무슨 타이쿤 게임도 아니고 뭐, 마우스로 더블클릭하면 딱하고 나오는 줄 아나?’

물론 태조건설은 세계적인 건설사여서 저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도 이해는 됐다.

“지태훈 대표. 그대는 우리에게 무엇을 제공해 줄 수 있소?”

이번에 왕이 내게 물었다.

그 말에 내가 반응했다.

“국왕께선 왜 신도시를 세우고자 하시는 겁니까?”

신도시를 세우려는 근본적인 이유.

나는 그것을 확실하게 알지 못했다.

하지만 추측은 할 수 있었다.

“제가 생각한 이유를 한번 들어보겠습니까?”

“말해 보시오.”

왕이 눈을 빛내며 내 말을 기다렸다.

“이번 프로젝트로 진행할 신도시는 아부다비와 두바이 사이에 건설된다 들었습니다.”

“그렇소만?”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와 이곳 두바이는 오랜 시간 라이벌 관계였죠.”

“…….”

“그런 두 도시 사이에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아우를 수 있는 신도시를 건립한다? 이것은 어떤 정치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 정치적인 이유는 아마도…….

“두바이가 향후 UAE를 지배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생각이겠죠.”

“……!”

“이번 신도시 사업의 자금 출자의 대부분을 두바이와 아부다비 측에서 제공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두 세력의 알력 싸움은 이번 신도시 사업을 통해 결과를 맞이하겠죠.”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양측 관계는 복잡하다.

이 두 세력의 힘 싸움을 종결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가 이번 신도시 건설 사업이다.

“아마 아부다비 측에 협력하는 기업들이 있을 거고,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줄 수 있는 그런 기업을 원하시는 거겠죠. 제 말이 맞습니까?”

내 말에 왕은 눈을 크게 떴다가 곧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

“맞소. 그대의 말이 정확하오.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까지 생각하다니. 실로 놀랍소. 식견이 상당하군.”

왕의 칭찬에 나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과인은 그대들이 아부다비에 협조하는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주기를 바라고 있소.”

“정확히 얼마만큼 저희에게 파이가 주어지는 겁니까?”

“신도시 전체 면적의 25%.”

“적지 않군요.”

“아부다비도 25%를 가져갔소. 그리고 나머지 토호국들이 나눠 가졌지.”

신도시의 면적에 비례해서 향후 발생한 수익을 가져가는 형태였다.

이제 모든 상황이 이해됐다.

애초에 나눠져 있었기에, 영신건설과 태조건설에게 일을 맡길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협력이 필요하겠군요.”

이 일은 결코 혼자 할 수 없다.

영신건설 혼자 다 먹기에는 일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

그리고 나는 칼리드 왕자를 돕는 입장이다.

그저 돈만 먹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칼리드 왕자의 뒤통수를 치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정치적 상황이 얽혀 있는 이상 혼자 진행할 수 없다.

이진호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말했다.

“나바드 왕자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가 나바드 왕자를 부르며 쳐다봤다.

나바드 왕자도, 칼리드 왕자도 모두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였다.

두 사람 모두 고민이 많은 표정을 드러냈다.

단순히 왕위 계승전으로 생각했던 두 사람은 이것이 토호국의 알력싸움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없군. 칼리드, 협력하지 않을 텐가?”

“후우. 어쩔 수 없군요.”

왕위도 중요했지만, 그전에 토호국과의 알력 싸움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협력을 결정하면서 영신건설과 태조건설도 협력을 결정했다.

* * *

그로부터 3일 후.

“여기는 제게 맡겨 주십시오.”

“뒷일을 부탁드리죠.”

“네. 연락드리겠습니다.”

용준형 사장은 두바이에 남았다.

“근데 이사님도 남으시게요?”

“지금 당장 한국에 가서 할 것도 없고, 들어보니 사업 규모가 생각 이상으로 크더군. 차라리 내가 여기에 남아서 용 사장을 돕는 게 나을 수도 있어.”

“흠. 일리가 있네요. 뒷일을 부탁드릴게요.”

“그래.”

김진철 이사도 용준형 사장을 돕겠다며 두바이에 남았다.

그렇게 나와 김 비서만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오니 그간 밀린 일거리가 선물 보따리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할 일이 많아!”

이러다 일에 치여 죽지 않을까?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로 쌓여 있는 일은 많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쌓여 있던 일들을 모두 처리했다.

옆에서 도와주는 직원들의 도움이 컸다.

그렇게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 지은 나는 고양시청으로 향했다.

최무진 고양특례시장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대표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장님.”

“아유, 대표님이라면 없던 시간도 내서 만나야죠.”

유난을 떨며 말하는 최무진의 태도가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됐다.

최근 고양 유나이티드 덕분에 고양시가 덩달아 함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 덕분에 주변 지역 상권이 크게 살아났다.

경기가 없을 때도 경기장 주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로 인해 경기장이 있던 일산서구가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이러니 시장 입장에서 우리에게 호의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이유로 만나자고 하신 건가요?”

“아, 다른 게 아니고, 경기장을 넘겨받고 싶습니다.”

“네? 경기장이라면 이미 99년 임대로 계약하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완전 구매하려고 합니다.”

“……!”

최무진의 눈이 크게 떠졌다.

* * *

【단독】고양 유나이티드, 고양종합운동장 인수 추진!

스포츠 기사를 뜨겁게 만드는 기사 하나가 등장했다.

-뭐라고? 경기장을 인수한다고? 고양이?

-이게 무슨 소리야? 경기장을 인수한다니?

-실화냐?

국내 축구팬과 관계자를 모두를 놀라게 만드는 대사건이었다.

유럽과 달리 국내 프로축구팀들 중에서 경기장을 자체 소유하는 경우는 없었다.

대부분 지자체를 껴서 이용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이다.

대다수의 프로축구팀이 매년 엄청난 적자 운영하는 가운데, 경기장 운영비까지 감당할 여유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법적인 문제가 끼어 있었다.

한국은 법적으로 경기장 소유를 금지시킨 적이 없다. 다만, 프로스포츠 팀들이 경기장 소유를 꺼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높은 ‘과세’ 때문이다.

파괴적일 정도로 높은 과세를 감당할 팀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경기장은 임대로 쓰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되었다.

이것은 다른 프로스포츠팀도 비슷했다.

그런데 고양 유나이티드가 처음으로 그런 관례를 깨고, 경기장을 인수하려는 것이다.

-고양이 그렇게 돈이 많나?

-구단주가 돈 많다고 자랑하긴 했는데 경기장 인수할 정도나 된다고?

-이거 진짜 되면 엄청 부러운데!

반신반의하는 상황 속에서 며칠이 지났다.

【오피셜】고양 유나이티드, 고양 종합운동장 인수 확정!

-어???

-진짜???

-와!!!!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경기장을 인수할 거라는 기사가 나온지 며칠 안 지난 상태에서 확정 오피셜이 나왔다.

오피셜을 본 축구팬들, 그중 고양 유나이티드 팬들은 엄청나게 환호했다.

【인터뷰】지태훈 대표 “유럽 경기장 못지않은 환경으로 대대적인 보수 작업 진행할 것.”

지태훈 대표는 최근 인수한 영신건설을 이용해서 대대적인 경기장 보수 작업을 약속했다.

또한 경기장을 완전히 소유한 만큼, 좀 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은 머지않은 시기에 K리그에 엄청난 변화를 주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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