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12화 (112/272)

112화

“들어가나!?”

모두의 시선이 날아가는 공으로 향했다.

벤치에서 지켜보던 곽찬구 감독도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았다.

그리고 곧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그러취이이이!”

벽을 넘어 절묘하게 빠진 공이 그대로 골망마저 흔들어버렸다.

완벽한 프리킥이었다.

우와아아아!

고양 유나이티드의 홈팬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파주FC의 팬들은 양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며 절망했다.

『골! 골입니다! 환상적인 프리킥 득점이 터져 나왔습니다! 장현우의 이번 시즌 1호 골은 프리킥 득점으로 터집니다!』

『이야아! 이거 작년 마지막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나왔던 그때 그 프리킥 득점을 보는 것 같네요. 그때도 바로 저 위치에서 찼었거든요?』

『홈 2경기 연속 프리킥 득점을 만들어 내는 장현우인데요. 지금 다시 봐도 정말 대단합니다!』

카메라 앞으로 뛰어간 장현우가 브이자로 만든 양쪽 손가락을 겹쳐 보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삑! 삐익! 삑!

전반 마지막에 장현우의 프리킥 득점이 터지고 주심은 금방 전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그렇게 양 팀은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라커룸으로 향했다.

“최고였다.”

경기를 지켜보던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팀이지만 정말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 정도면 구단주 입장에서 흡족할 수밖에 없다.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저도.”

옆에서 같이 지켜보던 전태호와 한정수가 하프타임을 이용해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김 비서가 등장했다.

“상당히 기뻐 보이시네요.”

“좋지. 김 비서도 경기 지켜봤지?”

“전부는 아니고요, 중간부터 봤어요. 첫 골은 어떻게 나온 거예요?”

“헤딩. 전반 4분 만에 코너킥에서 박요한 헤딩으로 나왔어.”

“오.”

김 비서가 감탄했다.

“일은 어떻게 마무리됐고?”

“네. 영신건설 사장하고 조만간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래? 잘됐네. 그쪽이 그래도 약속을 잡아주네?”

“아무리 대다수의 계열사들이 지태완을 지지한다고 해도, 영신건설은 예전부터 찬밥 신세였으니까요.”

“하긴, 더구나 실용과 현실을 따지는 형이 당장 부도나도 이상하지 않은 회사를 좋아할 리도 없고.”

“그렇죠.”

“어쨌든 계속 추진하자고.”

“네.”

그녀와 대화를 하는 사이, 하프타임을 맞이하여 팬들을 위한 행사가 열렸다.

-경기가 아주 뜨겁습니다. 우리 고양 유나이티드가 2:0으로 앞서고 있는데요. 자, 하프타임을 맞이해서 이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박창훈이 카메라맨과 함께 센터서클로 나왔다.

-자, 이번 이벤트는 ‘치어리더의 춤을 따라 해!’ 이벤트입니다! 전광판에 보시면 치어리더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출 겁니다. 팬분들께서 그 춤을 따라 하시면 상품이 나갑니다.

이어서 상품 목록이 등장하자 홈팬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오늘의 상품입니다. 구단 신규 유니폼과 함께 고양 유나이티드를 협찬하는 벽수호텔 스위트룸 이용권을 드립니다!

우와아아!

탄성을 내지르는 홈팬들을 보며 나는 뿌듯한 기분을 느꼈다.

저 이용권을 얻기 위해 손지영하고 협상했다.

손지영이 있는 벽수 그룹 내에 벽수호텔이 있는데, 나름대로 중상위권 수준의 호텔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 호텔의 스위트룸의 가격은 1박에 50만 원.

정상가였을 때 그렇고, 비수기 때도 20만 원이 넘었다.

-자, 그럼 음악! 주세요~!

두둥! 둥! 둠칫! 둠칫!

치어리더 김현지를 축으로 치어리더들이 무대 위로 나와서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홈팬들은 상품을 받기 위해 열심히 치어리더의 춤을 따라 췄다.

그 모습을 본 나는 허허 웃었다.

* * *

1라운드 고양 유나이티드 대 파주FC의 경기 반응은 뜨거웠다.

-고양 잘하는데?

-2부에서 막 올라온 팀 수준이 아니더라.

-고양하고 비슷하게 2부 평정하고 올라온 팀이 서울 다이너스티하고 안양 아니냐? 둘 다 개막전에서 터졌지?

-고양이 확실하게 준비 많이 했나 봐.

-파주는 단장 구속되고 ㅋㅋ 팀도 개판이고 ㅋㅋ

-파주 승 간 흑우 없제?

-후반에 모른다. 고양 힘 빠져서 이제 진다!

팬들의 뜨거운 반응과 더불어 생중계를 하던 이형욱과 한정희도 상당히 흥분했다.

『여기는 고양 유나이티드의 홈 경기장, ‘고양종합운동장’입니다. 전반전에 두 팀의 희비가 상당히 엇갈렸습니다.』

『곽찬구 감독의 스리백 전략이 완벽했다고 볼 수 있죠? 저는 공격수들이 잘하긴 했지만 사실, 전반에 김지우 선수하고 스즈키 안도 선수를 좀 칭찬하고 싶어요.』

『오늘 스리백의 축으로 나온 김지우 선수하고 이적 후 첫 선발로 나온 스즈키 안도 선수 말씀이죠?』

『네. 고양이 이렇게 파주를 몰아붙일 수 있었던 건 이 두 선수의 보이지 않은 활약이 있었거든요? 김지우 선수가 최전방에 있던 산토스의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했고, 스즈키 안도 선수는 볼을 키핑하고 지켜주는, 그러니까 전문용어로 등지고 딱딱이죠? 스즈키 안도 선수가 버텨주면서 계속 공을 동료들한테 전달하니까, 고양도 쉼 없이 몰아붙일 수 있었죠.』

『전반 4분 만에 고양이 첫 득점을 한 것도 그렇고, 마지막 프리킥 득점도 일품이었는데요. 아무래도 고양에게 운이 많이 따라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운도 실력이다.’ 이런 말이 있는데, 오늘 그 말은 고양에게 확실하게 적용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중계진들의 칭찬이 이어지는 가운데, 라커룸에 있는 선수들의 분위기도 좋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둥글게 모여 있는 상태에서 곽찬구 감독이 목소리를 높였다.

“굉장히 잘하고 있어! 우리가 방심만 하지 않으면 돼! 알겠지?”

“네!”

“지우하고 스즈키, 너희 둘 잘했어! 후반전에도 계속 전반전처럼만 해!”

“넵!”

“하잇!”

“후반에 가면 파주 애들이 굉장히 거칠게 나올 거야. 이반코비치는 선수들에게 적절하게 몸싸움을 걸게끔 지시하는 스타일이니까. 아까 겪어봐서 알지? 팔꿈치로 때리고 발로 후려치고. 부상 안 당하게 조심하면서 역으로 그걸 파울로 유도해야 해. 가장 좋은 건 경고 누적으로 퇴장까지 시키면 더 좋고.”

“넵!”

“좋아! 그럼 다들 후반전에도 파이팅이다!”

“네!”

감독과 선수들 모두 힘이 넘쳤다.

“좋아! 그럼 다시 경기장으로 가자!”

그렇게 선수들은 다시 경기장으로 향했다.

중앙 게이트에서 곽찬구 감독이 이반코비치 감독과 마주쳤다.

두 사람은 서로를 묘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말없이 서로를 지나쳐 각자 벤치로 이동했다.

-선수 교체가 있겠습니다. 파주의 16번 전태진 선수가 나오고, 24번 박창욱 선수가 들어옵니다.

파주가 후반 시작 전 교체를 진행했다.

『자, 주심의 휘슬과 함께 후반전 시작합니다!』

후반전 파주의 선축으로 시작했다.

득점이 필요한 파주는 빠르게 고양의 진영으로 치고 들어왔다.

교체로 들어온 박창욱이 측면에서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이제 만 21세인 박창욱은 힘이 있고 스피드가 빠른 선수였다.

“막아!”

“자리 지켜!”

순식간에 고양의 코너플래그 근처까지 온 박창욱이 이진수를 앞에 두고 경합을 벌였다.

박창욱은 크로스를 올리는 척하다가 드리블로 이진수를 제쳤다.

“앗!”

당황한 이진수를 뒤로 한 채 박창욱은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쇄도해 들어오는 산토스를 향해 스루패스를 넣었다.

산토스가 오른발을 길게 뻗어 공을 건드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라시모프와 김지우 모두 산토스를 놓쳤다.

공은 방향만 꺽여 골문 안으로 향했다.

산토스는 본능적으로 득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팡!

고양에는 수호신 박지원이 있었다.

산전수전 겪은 박지원은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팔을 뻗어 공을 쳐냈다.

슈퍼세이브였다.

-수호신 박! 지! 원!

박지원! 박지원! 박지원!

가장 필요할 때, 상대의 결정적인 한방을 막아 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는 팀을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으아아아!”

세이브에 성공한 박지원이 포효했다. 그런 박지원의 뒤통수를 김지우가 다가와서 가볍게 쳐주었다.

『박지원의 슈퍼세이브였는데요. 오늘 고양은 골키퍼마저 뚫기 어려운 철벽입니다!』

『대단하네요. 사실 이건 득점이라고 볼 수 없는 결정적인 찬스였는데요. 잘 차고 잘 막았습니다!』

『파주의 코너킥입니다.』

키커로 나선 파주의 최종현.

그가 손을 올려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골문 앞에 모인 파주 선수들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팡!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공이 골문 앞으로 뚝 떨어졌다.

“엇!”

“안 돼!”

세비치는 발밑으로 떨어진 공을 잡고 바로 골문으로 슈팅을 때렸다.

팡!

『세비치인데요! 들어가나요! 오!』

『아! 박지원이에요! 막았어요!』

『공의 소유권은 아직 파주에게 있습니다! 다시 산토스 슈우웃! 막았습니다! 이번에도 박지원입니다!』

완벽한 선방을 보인 박지원은 공을 품에 안고 웅크렸다가 일어났다.

코너킥 이전 상황부터 포함해서 3연속 슈퍼세이브에 파주의 공격수들이 절망했다.

파주의 팬들도 안타까운 탄성을 질렀다.

지켜보던 홈팬들은 박지원의 이름을 연호했다.

“나이스! 박지원!”

VIP 좌석에 앉아 있던 전태호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같은 골키퍼 출신 겸 팀 선배로서 박지원의 슈퍼세이브는 박수받아야 했다.

박창훈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를 쥐고 외쳤다.

-다 함께 우리 박지원 선수에게 힘찬 박수와 함성을 부탁드립니다!

우와아아아아!

박지원! 박지원! 박지원!

그야말로 오늘은 고양에게 있어서 되는 날이었다.

반면 파주는 뭘 해도 안 되는 날이었다.

“Fuck!”

3연속 세이브 장면을 목도한 이반코비치 감독도 주먹으로 바닥을 때리며 안타까워했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위기를 맞이할 뻔했던 고양은 박지원의 슈퍼세이브를 앞세워 분위기를 되살렸다.

“빨리 공 보내!”

“빨리 가!”

다시 소유권을 되찾은 고양 유나이티드가 빠르게 반격하기 시작했다.

스즈키 안도가 소유한 공을 장현우에게 패스했다.

장현우는 공을 받자마자 전방으로 길게 보냈다.

오른쪽 하프스페이스 방향으로 뚝 떨어진 공을 달리고 있던 박형우가 받았다.

박형우를 마킹하던 나정호가 황급히 수비하려 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것은 박형우의 원맨쇼였다.

순식간에 나정호를 드리블로 제쳐버린 그는 뒤이어 따라 들어온 곽두일과 레오나르도마저 가볍게 제쳤다.

놀란 윤태준 골키퍼가 튀어나왔지만, 그런 골키퍼마저 가볍게 제쳐버린 박형우가 비어버린 골문을 향해 가볍게 슈팅했다.

출렁-.

그렇게 흔들리는 파주의 골망.

우와아아아!

팀의 세 번째 득점이자, 이번 시즌 K리그1 1호 골을 달성한 박형우가 양팔을 벌리고 서포터스들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놀란 눈으로 지켜보던 고양의 팬들도 방방 뛰며 환호했다.

『고양이 기어코 3번째 득점까지 만들어냅니다! 스코어는 3:0입니다!』

『이럴 수가 있나요! 진짜 이번 득점은 박형우 선수가 왜! 월드클래스급 선수인지를 증명해준 플레이였네요!』

라이벌에게, 그것도 5년 만에 1부 리그로 복귀한 팀에게 무참하게 3실점을 내준 파주FC의 선수들과 팬들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멘탈이 나가 버린 그들은 절망했고, 그것은 곧 멸망의 시작이었다.

* * *

【K리그1 현장 리뷰】‘완벽 그 자체’ 고양 유나이티드, 파주FC에게 3:0 대승!

【고양스포츠】1골 1도움 ‘MVP’ 장현우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력으로 나아가겠다.”

【STV】‘이것이 구단주 효과인가?’ 고양 유나이티드의 화려한 신고식!

경기는 고양 유나이티드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현장을 찾은 기자들이 쏟아낸 기사들로 도배가 되었다.

포털사이트에서도 우리 팀 관련된 기사로 도배되고 있었다.

그만큼 오늘 우리의 경기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대표님! 제주가 졌습니다!”

“그래요!?”

1라운드에서 울산 원정을 떠난 제주가 0:2 패배를 당했다고 한다.

함께 2부에서 올라온 팀인 제주의 패배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그러다가 나는 들떠있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오늘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내일부터 다시 우리의 길을 걸어갑시다.”

“넵!”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