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11화 (111/272)

111화

경기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 터진 순간부터 매섭게 진행됐다.

선축으로 시작한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빠르게 공을 돌려 파주FC 진영으로 침투했다.

“온다!”

“들어가! 들어가!”

팡!

공을 받은 장현우는 전방으로 길게 패스를 찔렀다. 그와 동시에 패스를 끊기 위해 움직였던 차성진이 순간 헛발질하며 넘어졌다.

그 순간 장현우의 패스는 대지를 가르는 횡패스로 바뀌었다.

그 패스를 파주FC의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 있던 박형우가 받았다.

박형우가 공을 받는 순간, 고양의 모든 홈팬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

홈팬들이 모두 기대하는 눈으로 경기를 지켜보았다.

파주 선수들이 박형우를 막기 위해 둘러쌌다.

레오나르도와 세비치가 양쪽에서 박형우를 압박했다.

하지만 박형우는 가벼운 턴 동작을 포함한 탈압박으로 벗겨냈다.

그 순간, 파주FC의 공간이 확 벌어졌다.

텅 빈 공간 사이로 박형우가 공을 앞쪽으로 길게 넣었다.

그 패스에 맞춰 최전방에서 버텨주던 사무엘이 받고 바로 박형우에게 리턴 패스했다.

팡!

리턴패스를 받은 박형우가 과감하게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제길!”

파주의 골키퍼 윤태준이 황급히 몸을 날렸다.

박형우의 슈팅이 정확하게 골문 안쪽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팡!

이 악물고 높이 뛰어오른 윤태준이 가까스로 공을 골문 바깥으로 쳐냈다.

그걸 본 박형우가 머리를 감싸 쥐고 안타까운 탄성을 터트렸다.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박창훈도 그걸 보고 마이크를 입에 대고 외쳤다.

-박! 형! 우!

그러자 서포터스들이 박형우의 이름을 외쳤다.

골키퍼의 손에 맞고 골라인을 벗어났기 때문에 코너킥이 선언됐다.

코너킥은 김지우가 찼다.

파주FC 골문 앞에는 양 팀 선수들이 모여 자리를 잡고 신경전을 벌였다.

-다 함께, 골!

두둥! 골! 두둥! 골! 두둥! 골!

홈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코너킥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그때, 김지우가 한쪽 손을 올려 신호를 보냈다.

팡!

김지우의 발끝을 벗어난 공이 길게 포물선을 그리더니 곧 파주의 골문 앞으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파주FC의 골망이 크게 흔들렸다.

우와아아아아!

“뭐야? 뭐야? 골이야?”

“우와씨! 골이다아아아!”

일부 홈팬들은 혼전 상황에서 보지 못하다가 갑작스러운 골에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때마침 대형스크린에서 리플레이 화면이 나왔다.

김지우의 코너킥을 박요한이 절묘하게 뛰어올라 헤딩에 성공한 것이다.

반대쪽으로 공이 향했기 때문에 윤태준 골키퍼도 미처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리플레이 화면이 끝나고 경기장 스크린에 득점을 기록한 박요한의 모습과 동시에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박창훈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경기장을 울렸다.

-고양 유나이티드의 첫 번째 득점이 나왔습니다! 오늘 첫 번째 득점의 주인공은, ‘라인 브레이커’ 박! 요한---!

두둥!

박요한!

짝짝짝짝짝!

홈팬들은 첫 골을 기록한 박요한의 이름을 외치며 기뻐했다.

그런 홈팬들 앞에 치어리더들이 등장해서 춤을 추며 응원했다.

그리고 이러한 광경을 STV에서도 중계하고 있었다.

『김지우가 차는데요! 아! 들어갔어요!』

『이야아아! 골이에요!』

『이번 시즌 K리그1 1호 골의 주인공이 나왔습니다! 1호 골의 주인공은 바로 고양 유나이티드의 박요한입니다!』

『리플레이 보니까 이거 파주FC의 패착이네요! 보세요, 지금 쇄도하던 박요한 선수 마킹을 나정호 선수가 해야 하는데 놓쳤어요. 이러면 실점할 수밖에 없죠!』

『박요한 선수가 환한 얼굴로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칩니다!』

화면에는 기쁜 얼굴로 카메라 앞에서 팔을 치든 박요한이 뒤따라온 동료들에게 둘러싸이는 모습이 잡혔다.

그리고 VIP에 앉아있던 지태훈 대표와 전태호, 한정수의 모습이 잡혔다.

『세 사람 모두 크게 기뻐하네요. 오늘이 103번째 경기 북부 더비인데요. 고양에게는 시작이 아주 좋습니다!』

파주FC 감독 이반코비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반면, 곽찬구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다가 곧 선수들에게 뭐라 소리쳤다.

“시작 좋은데 방심하지 마라! 빨리 자리로 돌아가!”

전반 4분 만에 나온 고양의 선제골.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선수들도 빠르게 자기 진영으로 돌아갔다.

삑!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재개되었다.

* * *

출발이 좋다.

일찌감치 선제 득점을 터트리는 모습을 본 내 표정은 편안했다.

그런 나를 향해 전태호가 말했다.

“예전에 제가 뛰었던 때하고 정말 많이 다르네요.”

“그렇습니까?”

“네. 저희도 실력이 없던 건 아니지만, 지금 뛰는 선수들의 실력이 더 좋아 보입니다.”

“하하하!”

“잘하면 우승도 가능할 것 같아 보이고요.”

“우승이라…….”

“물론 지금 우승 이야기를 꺼내는 건 시기상조라는 건 압니다. 다만 그만큼 분위기가 좋으니까요.”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안다.

우승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이르지만, 고양은 지난 시즌부터 많은 부분에서 달라져 왔다.

작년보단 올해가 더 좋아질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결과이기도 하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겁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때, 한정수가 탄성을 터트렸다.

“오옷!”

“음?”

경기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또 한 번 고양이 파주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박형우를 중심으로 빠른 역습에 파주FC 선수들이 다급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파주의 곽두일이 무리한 태클로 박요한을 넘어트리는 걸 보고 화들짝 놀랐다.

“뭐야! 저거 카드 줘야지!”

위험한 플레이에 주심도 곧장 곽두일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걸 본 홈팬들이 바로 박수 치며 환호했다.

그리고 곧 프리킥 기회가 왔다.

곽두일이 반칙을 범한 위치가 파주의 골문하고 크게 멀지 않았다.

“누가 차려나.”

“현우가 한번 찼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장현우 선수요?”

“예. 작년 그 제주하고 경기에서 기록한 프리킥 골이 너무 멋지더군요.”

한정수의 말에 나는 지난 기억을 떠올리고 싱긋 웃었다.

그러다가 때마침 장현우가 키커로 나서는 걸 보고 반응했다.

“선생님! 장현우 선수가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들은 모양입니다. 공을 차러 가네요.”

“하하. 네. 그런가 봅니다.”

기대에 찬 눈으로 프리킥을 지켜보았다.

팡!

하지만 장현우의 프리킥은 아쉽게 빗나가고 말았다.

“안타깝네요!”

“그래도 오늘 장현우 선수 영점이 좋은데요? 왠지 좋은 결과 만들 것 같네요.”

“그런가요?”

“네.”

안타까워하는 나와 달리 한정수는 묘한 기대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 기대가 현실로 드러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 * *

오늘 경기에서 고양의 전술에 변화라면 단연 스리백 전술이다.

스리백을 내세운 고양은 미드필더였던 김지우를 스리백의 한 축으로 내렸다.

사람들이 선발 명단을 보고 놀라워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전문 센터백이 아닌 김지우를 스리축의 한 축으로 기용하는 것은 모험이었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생각보다 김지우는 스리백의 한 축으로 단단하게 상대 공격을 틀어막았다.

팡!

“읏!”

깔끔한 태클로 산토스의 공을 빼낸 김지우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산토스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젠장! 오늘 저 녀석한테 계속 막히네.’

전반 20분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산토스는 유효슈팅은커녕 아예 슈팅 하나 제대로 쏘지 못했다.

그가 무언가를 하려면 모두 김지우의 수비에 막혔기 때문이다.

김지우는 노련했다.

과거 분데스리가를 경험했던 노련함으로 산토스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모두 막아냈다.

‘주심이 보지 않을 때 몸싸움도 걸어오고. 짜증 나는군.’

산토스가 풀리지 않으니 파주FC의 공격도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고양은 파주를 몰아붙였다.

팡!

또 한 번의 슈팅이 파주의 골문을 노렸다. 골키퍼와 수비수들의 몸을 사리지 않은 플레이가 아니었다면 벌써 몇 차례 실점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모두들 뭐 하는 짓들이야! 정신 차려!”

벤치에서 지켜보던 이반코비치 감독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선수들에게 고함을 치고 있었다.

정말로 안 풀리는 파주였다.

안 그래도 경기가 안 풀리는데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이 내뿜는 야유도 선수들이 위축하게 만들었다.

고양의 홈팬들은 파주 선수들이 공을 잡거나 공격해 올 때, 가차 없이 야유를 퍼부었다.

우우우우-.

원정석을 제외한 5만 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내지르는 야유는 선수의 기를 꺾었다.

K리그는 유럽처럼 관중이 꽉꽉 들어차는 리그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들이 많았다.

고양의 서포터스들도 이 점을 적극 활용했다.

아무리 파주FC에서도 많은 원정팬이 왔다 하더라도 홈팬들을 이길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고양이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또 한 번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했다.

팡!

김지우가 최후방에서 보낸 롱패스가 포물선을 길게 그리며 최전방에 있던 사무엘 쪽으로 떨어졌다.

사무엘과 나정호가 공을 차지하기 위해 경합을 벌였다.

“악!”

그때 사무엘이 얼굴을 감싸고 잔디 위를 굴렀다.

가까이서 이 모습을 본 박요한과 나탈 등 고양의 동료 선수들이 우르르 다가왔다.

그러자 파주FC 선수들도 우르르 달려와 주변을 둘러쌌다.

대다수의 관중인 고양 팬들 사이에서도 야유가 흘러나왔다.

선수들 사이에 몸싸움은 일어나지 않았어도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깜짝 놀란 주심이 휘슬을 불면서 선수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곧 VAR과 교신하여 상황을 살폈다.

주심도 혼전 상황에서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VAR의 힘을 빌려야 했기 때문이다.

곧 VAR에서 답변이 왔다.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파주의 나정호가 고양의 사무엘을 팔꿈치로 쳤습니다.

VAR과 소통을 끝낸 주심이 사무엘과 나정호를 나란히 불렀다.

두 사람을 앞에 세운 주심이 말했다.

“팔꿈치로 치는 건 위험한 행위인 거 알죠?”

“아, 그게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경합 중에 어쩌다…….”

“일부러든 아니든 팔꿈치 쓴 건 명백한 반칙입니다.”

주심은 그렇게 말하고 뒷주머니에서 옐로카드를 꺼냈다.

나정호가 억울한 표정을 드러내며 뭐라 말했지만 주심은 들은 척도 안 했다.

그렇게 나정호가 옐로카드를 받은 뒤, 고양은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위치는 아크 정면.

골문과 가까웠고 언제든 키커가 직접 득점을 노려볼 수 있는 곳이었다.

파주 선수들이 인간 벽을 쌓는 동안 고양은 키커를 정했다.

그사이 박창훈이 마이크를 쥐고 외쳤다.

-고양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팬 여러분들, 다 같이 외쳐주십시오! 다 함께 골!

홈팬들이 ‘골’을 외쳤다.

김지우와 장현우가 공 앞에 섰다. 그 상태에서 김지우가 말했다.

“현우야. 네가 찰래?”

“그래도 되요?”

“엉. 아까 보니까 너 영점 괜찮더라.”

“그럼 저야 땡큐죠.”

“그래. 그럼 네가 차. 내가 먼저 차는 시늉할 테니까 다음에 네가 차.”

“네.”

파주FC 선수들이 벽을 세우고 장현우와 김지우가 프리킥을 찰 준비를 했다.

이 광경을 STV의 중계진도 보고 대화를 나눴다.

『고양이 프리킥을 찰 준비를 하는데요. 누가 찰까요?』

『아무래도 장현우 선수가 차지 않을까도 싶은데요. 김지우 선수도 기본적으로 킥이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이 위치에서 언제든지 득점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삑!

주심이 차라는 휘슬을 불었다.

그 순간, 김지우가 움직였다.

그러자 벽에 있던 선수들이 모두 김지우 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하지만 김지우는 마치 때릴 것처럼 발을 올리다가 공 옆으로 스치듯 차면서 지나갔다.

움찔!

그 순간 파주 선수들이 움찔하며 뒤늦게 장현우 쪽으로 봤다.

하지만 그들이 장현우를 의식할 땐 이미 장현우의 발끝에서 공은 벗어나 있었다.

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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