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108화 (108/272)

108화

“클럽하우스? 정말 저희가 아는 그 클럽하우스가 맞나요?”

“맞습니다. 그 클럽하우스입니다.”

박태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곧 화면에 클럽하우스 조감도 나타났다.

조감도를 본 서포터스들이 환호했다.

“우와!”

“저게 정말 우리 팀이 쓸 클럽하우스라고!?”

서포터스들이 놀랄 만하다.

지금 우리가 공사할 클럽하우스는 국내 최고 시설을 자랑할 정도로 규모가 남다르다.

“대지 8천 평. 선수들이 사용하는 전용 건물 5층과 구단 프런트와 외부 관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또한 연습구장이 총 3개가 존재하며, 그중 한 곳은 눈이나 비가 내려도 이용 가능한 돔 형태로 구성됩니다.”

내 설명이 이어질수록 서포터스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최고의 팀에 어울리는 최고의 클럽하우스가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합니다.”

멋들어진 외관에 다양한 시설들을 갖춘 대규모 클럽하우스를 내년이면 만나볼 수 있다.

“클럽하우스 위치는 어떻게 됩니까?”

“설문동의 빈 땅을 매입하였고, 그곳에 건설이 될 예정입니다.”

그때 한 팬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대표님. 외람된 말이지만, 저희가 이 정도 규모의 클럽하우스를 지을 수 있는 자금이 될까요? 혹시나 클럽하우스 자금 때문에 구단의 예산에 문제가 없는지 궁금합니다.”

그 질문에 나는 빙긋 웃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에게 새로운 총알이 주어졌거든요.”

이 총알은 칼리드 왕자를 통해서 확보한 금액이다.

1조.

이걸로 칼리드 왕자를 도와야 하지만, 일단 겉으론 나에게 투자되는 금액인 만큼 어느 정도 사용해도 되는 금액이다.

나는 이 돈의 일부를 클럽하우스를 짓기로 결정했다.

“여러분들이 실망하지 않는 그런 팀으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내 말에 사람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해주었다.

“이 외에 추가적으로 더 준비하는 것들이 있지만 현재 여러분에게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덧붙이는 말에 사람들은 더욱 기대하는 표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여기서 여러분들에게 제안할 것이 있습니다.”

“제안이요?”

“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구단에서 팬들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거 말고도 또 있나요?”

“네. 지금까지 얘기했던 것과는 좀 다릅니다.”

“그게 뭐죠?”

사람들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나는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그것은 바로…….

“‘프로젝트 레전드’입니다.”

“프로젝트 레전드?”

“그동안 구단에 헌신해온 이들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해 리스펙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프로젝트 레전드’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이어갔다. 설명을 들은 서포터스들은 아까보다 더 놀라워했다.

몇몇은 감격하기도 했다.

“정말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지금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결코 혼자서 진행할 수 없다.

구단과 관계된 모두가 도와줘야 완벽한 프로젝트로 만들 수 있다.

그러자 박태준이 대표로 물었다.

“저희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우선 저희가 여러분과 협업해서 구단 응원곡을 개편할 예정입니다.”

“네?”

“그렇게 역사가 담긴 서포터스들의 응원가 하나의 앨범으로 제작해 판매할 예정입니다.”

“……!”

일부 구단에서 서포터스들이 부르는 응원가를 앨범으로 제작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다.

“구단을 가장 오랜 시간 사랑해 주고 응원해 주신 원로 팬들을 모실 예정입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위한 기념행사를 매번 홈경기 때마다 함께 진행할 겁니다.”

“……세상에!”

서포터스들이 감격했다.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을 위해 맹목적 충성심과 헌신하여 활동한다.

하지만 구단은 그런 팬들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매 시즌 K리그에서 화두처럼 나오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고 결과물을 보여주는 구단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우리 고양 유나이티드도 그래왔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구단은 한층 더 팬들을 위한 팀으로 거듭날 것이다.

‘팬들의 확고한 충성심. 그것이 곧 나중에 내가 무엇을 하든 훌륭한 민심으로 작용할 것이야.’

지태완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나에게 확실한 지지 기반이 필요하다.

그 지지 기반은 이곳 고양 유나이티드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달라질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올 겁니다. 그 변화를 통해서 우리는 최고가 될 겁니다.”

서포터스들에게 하는 말이지만 실상 나에게 하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어느샌가 쥐어진 주먹이 내 의지를 다졌다.

* * *

충격적인 소식이 대한민국 전체를 흔들었다.

【속보】영신그룹 회장 교체…… 지태완 회장 확정.

【속보】‘지태완 회장 시대’ 새롭게 시작하는 영신그룹.

【속보】지태완은 누구인가? ‘지종윤 회장의 장남’

영신그룹의 수장이 바뀌었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인 영신그룹의 수장 교체는 단순한 교체가 아니다.

새 시대가 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도 영신그룹의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었다.

영신그룹은 이사회를 열어 회장 교체 안건을 제안했고, 그 결과 지태완이 회장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소식을 나도 듣게 되었다.

“뭐라고?”

형이 회장이 되었어?

아버지가 멀쩡히 살아계신 상황에서 어떻게…… 설마 아버지가 동의하신 건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갑작스럽게 손님이 찾아왔다.

“지태훈!”

“연락도 없이 무슨 일이십니까.”

지종윤 회장의 오른팔인 김진철 이사가 직접 구단까지 찾아왔다.

“네 말이 맞았어! 지태완, 그 새끼가 이 사건의 모든 원흉이었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태완 그 새끼가 회장 교체를 진행했어! 회장님도 동의하지 않은 일이야. 그런데 그놈이 이미 판을 다 깔아놨더군. 제길!”

“그게 정말입니까? 아버지 동의 없이 회장을 바꿨다는 게?”

“그래! 나를 포함해서 회장님을 지지하는 이들이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이미 절반 이상이 지태완을 지지하고 있더군.”

상황을 겪은 김진철은 뒤늦게 늦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이 사건이 터진 이후 곧장 나를 찾아온 것이고.

“지태훈.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갑자기 내 생각을 묻는 김진철 이사였다.

그 물음에는 다양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걸 알고 있는 나는 조금 생각했다가 대답했다.

“예전 회장님께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지태완하고 경쟁해서 총수가 되겠다고.”

“…….”

“회장님도 동의하셨습니다. 하지만 지태완이 회장이 된 이상, 저도 지금 당장 손을 쓸 방법이 없군요.”

지태완이 회장이 되는 것은 필연적이 일이었다.

회귀 이후 최선을 다해 그를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그가 만든 세력을 한 번에 뒤집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 여기서 포기할 생각인 것이냐?”

김진철의 싸늘한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그럼 어쩔 생각이냐?”

“싸울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그를 상대할 수 없다.

그러니 그 방식을 바꿀 수밖에.

“저만의 방식대로 싸울 겁니다. 그에 대한 계획도 모두 세웠고 현재 진행형이죠.”

“…….”

“김진철 이사님. 제가 경고 하나 하죠.”

“경고? 나에게?”

갑자기 내가 경고한다고 하니 김진철 이사가 코웃음을 쳤다.

그런 그에게 나는 차갑게 얘기했다.

“지태완이 회장이 된 이상 제일 먼저 숙청될 인물은 바로 김진철 이사님이십니다.”

“…….”

“지금부터 이사님은 살길을 찾아보셔야 할 겁니다.”

그러자 김진철 이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나를 무시하나? 아무리 지태완이 회장이 됐다 한들, 내가 그놈한테…….”

“집니다.”

“뭐?”

“져도 확실하게 질 겁니다. 지태완을 우습게 보지 마세요.”

회귀 전, 우리 모두 지태완에게 숙청당했다.

김 비서가 나를 떠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살했다고 떴지.’

멀쩡히 있던 김진철 이사가 갑자기 자살했다는 소식을 감옥 안에서 들었다.

감옥에 있을 때도 결코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소행이 지태완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 한편으로 그가 두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회귀를 한 지금은 다르다.

“이사님. 저는 이사님이 싫습니다.”

“뭐라?”

“하지만 이사님이 엄한 일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김 비서의 아버지이기 때문이죠.”

당신이 죽으면 김 비서가 힘들어한단 말이야.

결코 죽게 놔둘 생각이 없다.

“지태훈.”

“저와 손을 잡으시죠.”

“……!”

김진철 이사의 눈이 커졌다.

나는 그런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따로 놀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함께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죠.”

조만간 새롭게 법인을 만들 예정이다.

그 법인을 통해 고양 유나이티드를 비롯하여 나를 지지하는 세력의 축으로 만들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김진철 이사가 동맹 세력으로 참전해 준다면, 나의 계획은 조금 더 빠르게 진전시킬 수 있으리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 *

회장직에 오른 지태완의 공격은 바로 시작됐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헐레벌떡 달려온 유지원 부장을 비롯하여 부장단이 내가 있는 대표이사실로 찾아왔다.

그러고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왔다.

“대표님! 영신그룹에서 고양 유나이티드에 대한 지원을 모두 끊겠다고 했습니다!”

“…….”

“지원해 주기로 했던 예산도 모두 백지화하겠답니다! 저희 어떻게 합니까!”

유지원 부장을 비롯하여 구단 프런트 전체가 술렁였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저희에게 남은 잔고가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투자를 유치하고 있고요.”

“하지만 모기업의 지원이 끊기면…….”

“영신그룹은 아예 우리를 매각할 겁니다.”

“네!?”

내 말에 직원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 말에 더 충격을 받았다.

“모기업이 구단 매각을 선언하면, 그 구단을 제가 직접 인수할 겁니다!”

“……!”

이미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하고 있던 나였다.

자금은 충분하다.

“제 이름으로 새로운 법인을 만들겁니다. 앞으로 그 법인이 고양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구단주로 활동하게 될 겁니다.”

“하, 하지만 대표님, 이게 갑자기 무슨…….”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점점 줄어드는 투자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

그러자 이번에는 천지원 부장이 굳은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저희를 버리지 않으실 수 있습니까?”

“제가 왜 여러분을 버립니까. 걱정 마십시오. 이 상황은 어떻게든 해결될 겁니다.”

내 말에 천지원 부장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저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겠습니까?”

천지원 부장을 포함하여 부장단들이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굳은 얼굴 속에서 느껴지는 완고한 눈빛들.

마치 목숨 걸고 전쟁터로 향하려는 장군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들의 의지를 확인한 나도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지금처럼 함께 가시면 됩니다.”

그렇게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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