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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 구단주-102화 (102/272)

102화

무서운 맹수를 앞에 둔 남자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다가 곧 한쪽 손을 품속에 집어넣고 김진철을 향해 달려들었다.

“……!”

깜짝 놀란 김진철의 눈에 칼을 빼드는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딜!”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김진철의 시야에는 남자의 행동이 느리게 다가왔다.

김진철은 몸을 오른쪽으로 살짝 비틀어서 뻗어오는 칼날을 피했다.

당황한 남자의 시선이 김진철 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김진철은 칼을 쥐고 있는 남자의 손목을 강하게 후려쳤다.

퍽!

“으윽!”

강렬한 충격에 남자는 쥐고 있던 칼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이어 김진철의 강력한 돌려차기에 턱을 얻어맞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우당탕탕!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병실.

잠들어 있던 지종윤 회장도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눈을 뜬 지종윤 회장은 난데없는 상황을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

그사이 김진철과 남자의 사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김진철은 쓰러진 남자 위에 올라탄 뒤 주먹으로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퍽!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남자의 얼굴.

남자는 기절할 것 같은 고통을 인내로 참아내고, 허공을 맴도는 손으로 무언가를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김진철의 머리를 가격했다.

챙그랑!

“크윽!”

지종윤 회장이 낮에 마셨던 두유가 담겼던 유리병이 사투 과정에서 바닥에 쓰러진 것을 남자가 잡아 김진철의 머리에 가격한 것이다.

고통스러워하는 김진철을 몸으로 밀어낸 남자는 서둘러 바닥에 떨어진 칼을 찾았다.

칼은 회장이 누워있는 침대 근처에 떨어져 있었다.

서둘러 떨어진 칼을 잡기 위해 움직이려던 그때, 김진철도 남자의 의도를 눈치채고 바로 몸을 날렸다.

“으아아아!”

남자의 옆구리를 잡고 그대로 벽 쪽으로 강하게 밀쳤다.

쿵!

“커헉!”

남자의 입에서 고통이 터져 나왔다. 그런 남자를 향해 김진철의 주먹이 날아왔다.

하지만 남자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김진철의 주먹을 피한 뒤, 이번에는 남자가 몸을 날려 김진철과 충돌했다.

퍽!

우당탕탕!

남자의 육탄 공세에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은 김진철이 바닥을 굴렀다.

‘젠장! 이대로는 어렵겠어!’

남자는 도저히 괴물 같은 김진철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임무 수행은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김진철이 바닥을 구른 사이 재빠르게 출입문 쪽으로 뛰어갔다.

그 모습을 본 김진철도 빠르게 일어나서 도망가는 남자의 뒤를 쫓았다.

“거기서!”

그렇게 김진철과 남자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이런 괴물 같은 놈!”

남자는 여태껏 수많은 사람을 겪어봤지만, 김진철 같은 괴물은 처음이었다.

흉폭한 기세로 자신을 쫓는 김진철의 모습을 볼 때마다 소름이 끼쳤다.

‘지하, 지하로 가야 해!’

지하에는 남자가 미리 준비해둔 차량이 있었다.

“헉! 헉! 헉!”

남자는 복도를 달렸다가 비상계단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 번에 계단을 2, 3개씩 건너뛰며 내려갔다.

그렇게 지하 1층까지 내려간 남자는 서둘러 문을 열고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못 도망간다.”

“……!”

남자는 기가 막혔다.

어느샌가 자신보다 먼저 도착한 김진철이 무서운 얼굴로 자신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조용히 잡혀라. 안 그러면 뒤진다.”

남자는 곱게 잡혀줄 생각이 없었다.

본능적으로 저 괴물에게 잡히면 산채로 뜯어먹힐 것 같은 끔찍한 결과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으아아아!”

“어쭈!”

남자가 김진철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김진철은 그런 남자를 보고 씩 웃었다. 그리고 곧 순식간에 쇄도하는 남자의 발을 건 다음, 그대로 팔과 어깨를 잡고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앙!

“커헉!”

과거 망나니였던 지태훈을 비롯하여 수많은 이들에게 공포를 안겨줬던 전매특허 기술로 남자를 제압했다.

남자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두 눈이 하얗게 뒤집히면서 그대로 기절했다.

“후, 이제 끝났군.”

기절한 남자의 상태를 확인한 김진철은 이제 서야 손을 탈탈 털었다가 흐르는 땀을 훔쳤다.

“어? 피 나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다가 붉은 피가 묻은 것을 확인했다.

뒤늦게 남자에게 유리병으로 머리를 가격당한 사실을 떠올린 김진철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늙긴 늙었나 보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 상대는 상처 하나 없이 제압했었던 그였다.

“그나저나 도대체 누구지?”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회장이 살해당할 수 있으니 지켜달라’는 연락을 받고 병실로 찾아온 그였다.

병실로 가는 동안에도 그는 반신반의했었다.

그런데 익명의 연락대로 회장이 살해당할 뻔했다니.

“우선 이놈이 누구고, 어떤 개자식한테 사주를 받았는지부터 알아내야겠군.”

* * *

“뭐? 실패해?”

“죄, 죄송합니다!”

오 비서로부터 보고를 받은 지태완은 무섭게 돌변했다.

그는 벌벌 떠는 오 비서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다가 그대로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짝-!

경쾌한 소리와 함께 오 비서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오 비서가 당황할 틈도 없이 지태완한테 몇 번 더 뺨을 맞았다.

짝-!

따귀를 맞았어도 오 비서는 반항 한번 할 수 없었다.

예전부터 그가 가지고 있는 잔혹함을 알고 있었다.

온몸을 짓누르는 공포로 인해 오 비서는 가만히 있었다.

“미친 새끼야. 이걸 실패해?”

“……죄송합니다.”

“죄송? 지금, 그 뚫린 입에서 죄송이란 말이 나와?”

“…….”

“하아!”

분노로 일그러져 있는 지태완.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책상에 있던 물건을 집어던졌다.

쾅!

쨍그랑!

광기 어린 그의 행동 때문에 오 비서는 움찔했다.

한동안 그렇게 분노를 표출하던 지태완이 조금 진정됐는지,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오 비서.”

“네, 넵!”

“가서 황 실장 불러와! 당장!”

“네!”

오 비서는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뺨에 칼자국이 깊게 생긴 남자 한 명이 등장했다.

“부르셨습니까.”

“황 실장. 내가 말이야. 자네를 얼마나 믿고 있는지 알고 있지?”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번 일은 어떻게든 수습하겠습니다.”

“그래. 황 실장이 아주 눈치가 빨라. 이래서 내가 황 실장을 좋아할 수밖에 없어.”

지태완은 붉게 달아오른 눈으로 황 실장을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증거 남기지 말고 모두 처리해. 알겠어?”

“네.”

* * *

“도련님 말씀이 맞았어요!”

“음?”

업무를 보고 있는데 김 비서가 평소와 달리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며 외쳤다.

“회장님께서 습격을 받으셨어요!”

“……!”

그 말을 들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말이 진짜야?”

“네! 아버지가 회장님을 지키시다가 다치셔서…….”

“뭐!? 이사님이 다치셔?”

아침에 갑자기 일이 있어서 늦게 출근한다고 연락을 받았었다.

무슨 일인지 제대로 설명을 안 해줘서 무슨 일로 늦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진철 이사가 다쳤다니.

김 비서는 그가 다친 모습을 보고 뒤늦게 간밤의 사투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얼마나 다치셨는데!?”

“이마를 조금 꿰매셨어요.”

“허.”

그 괴물 같은 김진철 이사가 부상을 당하다니.

“저희 아빠는 괜찮아요. 그것보다 회장님을 급습한 인물을 붙잡았다고 해요.”

“그래?”

“네. 관내 경찰서하고 협조해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데,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모양인가 봐요.”

나는 본능적으로 이미 큰형이 사람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물증은 없었다.

“도련님 말씀대로 지태완 사장이 보낸 인물일까요?”

“그럴 가능성이 커. 하지만 큰형이 생각 이상으로 용의주도해.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

“증거라면…….”

“범인에게서 지태완이 사주했다고 밝혀야겠지.”

“범인이 그걸 밝힐까요?”

“글쎄, 방법은 다양하겠지. 회유, 협박, 이간질 등등?”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요?”

“음, 이렇게 안 하면 힘들 거야.”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형이 했다는 사실을 밝혀야 했다.

그런데…….

“뭐야, 이거?”

붙잡혔다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경찰서로 간 나는 참담한 광경을 목격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모르겠습니다. 밤사이에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달고 죽었습니다.”

담당 형사도 상당히 당황스러워하며 말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사인은 ‘자살’.

경찰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황당한 내용들뿐이었다.

“하필 그때 유치장 근처에 있던 CCTV가 고장 나 있었다고 하네요. 혹시 외부 침입자가 있을까 봐 다른 CCTV들을 조사했는데, 외부 침입자는 안 보였고요.”

“그게 말이 돼?”

“저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경찰에서는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해서 자살로 종결지은 모양이에요.”

우리가 증거를 찾기도 전에 큰형이 먼저 손을 써버린 것이다.

결정적인 증거가 될 인물이 사망하니 현타가 밀려왔다.

사무실에 돌아와 소파에 쓰러지듯 앉아있던 그때 뜻밖의 인물이 나를 찾아왔다.

“애송이. 나하고 얘기 좀 하자.”

“기, 김진철 이사님?”

구단까지 직접 찾아온 김진철 이사가 다짜고짜 나를 잡아끌며 은밀한 곳으로 이동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오게 된 나는 긴장을 안 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도망칠 준비를 하던 나에게 김진철 이사가 말했다.

“너지?”

“네?”

“네가 범인이지?”

“……!”

그 말에 나는 속으로 기겁했다.

‘이 아저씨는 갑자기 멀쩡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하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반응했다.

“다짜고짜 사람을 이런 곳으로 끌고 오더니,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어설프게 넘길 생각하지 마라. 다 알고 찾아온 거니까.”

김진철은 그야말로 맹수 같은 기세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런 그를 마주하고 있는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경험을 맛보고 있었다.

오줌을 지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회장님은 너를 믿고 있다. 그런 네가 회장님의 기대를 배신한다면 당장이라도 나는 너를 죽일 수도 있어. 알겠어?”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협박? 흥! 네가 한 짓거리들을 그간 참아준 것을 다행으로 여겨라. 네가 회장님의 아들만 아니었다면 나에게 진즉에 묵사발이 났을 테니까.”

저 말은 진심이다.

100% 아니 1000% 이상의 진심이다.

그는 당장 내 척추를 꺾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이 상황부터 넘겨야겠어. 이러다가 진짜 내 척추가 접힐지도 몰라.’

나는 김진철 이사를 진정시키기 위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일단 진정하시고 제 말을 좀 들어보시죠.”

“…….”

“우선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제 말을 못 믿겠으면, 이사님도 제가 범인인 이유를 대보시죠.”

“네 놈이 그룹 총수를 목표로 하는 사실은 이미 진즉에 알고 있었다. 다시 깨어난 회장님께서 지태완을 후계로 지목한다면 불리한 건 너겠지?”

아하, 그래서 내가 회장님을, 아니, 아버지를 죽이려고 했다?

나는 이마에 손을 올렸다.

머리가 다 지끈거리네.

이 양반 완전히 헛다리 짚고 있다.

어디서부터 이 오해를 풀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풀어야 한다!

나는 주변을 슬쩍 살핀 다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사님께서 뭔가 크게 오해하고 계신 것 같으니, 제대로 팩트만 알려드리죠.”

“……?”

“이번에 이사님에게 미리 회장님이 위협받으실 것 같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

“그리고 이 일을 저지른 사람은 바로 큰형, 지태완이고요.”

김진철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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