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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 구단주-81화 (81/272)

81화

이제는 티가 난다.

예전에 나를 보면 반가워하던 큰형인데, 이제는 전혀 반가워하지 않았다.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 또한 내가 바라던 것이기도 했다.

“형, 요즘 잘나간다며? 사장 생활은 할만한가 봐?”

지태완은 영신전자 사장에 오른 뒤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영신전자의 향후 10가지 비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달라진 영신전자 개편 소식에 주가가 급상승하며, 호재로 작용했다.

이러한 소식은 김 비서를 통해 들었다.

“너야말로 꽤 잘 되는 거 같더라.”

“형만 하겠어?”

순간 지태완이 차가운 표정을 드러냈다.

“어설픈 내숭을 관둬.”

“……뭐?”

“솔직히 말해. 누가 조종하는 거냐? 김유리 비서냐? 아니면 아버지냐?”

“뭔 개소리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그건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

“…….”

“하지만 형으로서 한 가지 충고 정도는 해주마.”

지태완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이내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어설프게 큰 거 하나 먹을 생각이면 관둬. 그러다 배탈 나니까.”

“…….”

“총수는 네가 감당할 자리가 아니야.”

“……!”

어떻게?

내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있는 지태완의 말에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살짝 웃더니 내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럼 또 보자, 동생아.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

형은 그렇게 말하고 여유롭게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런 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 * *

일산으로 돌아가는 길.

“도련님. 표정이 왜 그러세요?”

표정이 좋지 않은 나를 본 김 비서가 의아해했다.

“김 비서. 누가 우리 정보를 뿌리는 것 같아.”

“네?”

“형이 알았어. 내가 총수가 되기를 원하는걸.”

“……!”

“내가 총수를 목표로 하는 걸 아는 사람은 몇 명 없어. 그런데 어떻게 정보가 샌 거지?”

나는 의도적으로 형에게 정보가 새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언젠가는 형이 내 목적이 뭔지 알 거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 시기가 너무 빨랐다.

누군가가 내 정보를 팔아넘기지 않은 이상 이렇게 빨리 알아내는 건 어려웠다.

“누굴까. 칼리드 왕자? 석정원 회장?”

범인이 누구든 상당히 심각한 일이었다. 둘 다 내게 중요한 아군들이었으니까.

“도련님. 일단 지금 상황은 최종전이 끝난 이후에 생각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

“지금 중요한 건 최종전이에요. 아시잖아요.”

“맞아.”

그래, 김 비서 말이 맞다.

지금은 이 일에 신경 쓰기 어려웠다.

당장 이틀 후에 다가올 최종전에 신경 써야 했다.

“김 비서. 부탁이 있어.”

“네. 말씀하세요.”

“칼리드 왕자하고 석정원 회장 쪽 상황을 주시해 줘.”

“네.”

* * *

K리그는 1, 2부 모두 시즌 마지막 리그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국내 축구 관계자들과 팬들 모두 마지막 경기에 상당히 큰 관심을 가졌다.

“안녕하십니까. 헬로우 K리그의 진행을 맡은 MC 박성종입니다. 오늘은 한정희 해설위원님을 모시고 프리뷰를 진행하겠습니다.”

‘헬로우 K리그’는 K리그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공영방송 콘텐츠였다.

“반갑습니다, 한정희 위원님.”

“네, 반갑습니다.”

“2026시즌 K리그도 어느덧 마지막 리그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요. 정말 마지막까지 치열하단 말이죠.”

“아~ 그렇습니다. 매번 역대급 시즌이라고 하는데, 이번에도 역대급 시즌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한정희 위원은 특유의 과장된 리액션을 보이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는 박성종은 작게 웃었다.

“우선 K리그 1, 2부 모두 아직 우승팀이 정해지지 않았죠?”

“예. 지금 K리그1은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전북과 울산이 승점 1점 차이로 1, 2위가 나누어진 상태고요. 전북이 승점 1점 앞선 상태입니다.”

“그렇죠.”

“K리그2도 똑같이 승점 1점 차이로 제주와 고양이 1,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요. K리그 역사상 1, 2부 모두 1, 2위 팀들이 승점 1점 차이로 마지막까지 간 경우가…… 없었죠? 위원님?”

“그쵸. 저도 수십 년 축구 중계하면서 국내 축구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강등권 경쟁도 상당히 치열한데요. K리그는 모두 12개 팀이 경쟁하는데, 11, 12위는 다이랙트 강등입니다. 10위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고요.”

“지금 K리그1의 순위를 보면, 10위 성남, 11위 서울, 12위 안양인데요. 이 세팀 모두 승점이 똑같습니다!”

“그렇습니다. K리그1은 승점이 같을 경우 다득점 순으로 순위가 나누어지는데요.”

10위 성남 승점 35점 득점 29

11위 서울 드래곤즈 승점 35점 득점 28

12위 안양 썬더스 승점 35점 득점 27

“공교롭게도 다득점도 1점 차이밖에 안 나고요.”

“마지막까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네요.”

“그렇죠. 이 세 팀 중에 서울과 안양이 마지막 경기에서 붙습니다.”

“성남이 강원하고 붙는데, 강원은 스플릿B 7위란 말이죠?”

“그렇죠. 이번에 성남이 강원하고 2번 붙어서 2번 다 졌어요. 성남도 마지막 경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은 강등권 팀들에 관한 이야기를 어느 정도 하다가 주제를 바꿔 고양 유나이티드와 제주FC 경기 리뷰를 진행했다.

“올 시즌 K리그2에 관한 관심도 상당히 큰데요. 그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경기가 바로 제주와 고양의 우승이 걸린 경기란 말이죠?”

“이 경기 저도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데요. 사실 두 팀 모두 승격은 확정이 된 상태고, 리그 우승을 누가 하느냐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두 팀 모두 마지막 유종의 미를 제대로 거두고 싶을 겁니다.”

“두 팀 모두 이번 시즌 K리그2를 호령했는데요. 두 팀 다 공격과 수비 밸런스가 너무 좋았어요.”

“그렇죠. 고양은 박형우 선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제로톱이 대단했고요. 제주도 장지원 선수를 비롯해 정말 다양한 선수들이 득점을 했습니다.”

“위원님께서는 어떤 팀이 이길 것 같나요?”

“어…….”

박종성의 기습 질문에 한정희는 순간 당황했다가 이내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했다.

“저는 고양이 좀 더 우위에 있다고 봅니다.”

“오, 혹시 그렇게 보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주가 현재 승점이 앞서 있어서 유리한 입장이긴 해도, 이번 시즌 고양은 상당히 저력 있는 팀이거든요. 제주 입장에서 무승부로 우승 차지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군요.”

“두 팀이 이번에 서로 2번 붙어서 모두 3:3 무승부를 거뒀기 때문에, 이번에는 뭔가 결판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호오.”

짧게 감탄하던 박종성이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위원님께서 보시기에는 각 팀의 주요 키플레이어는 누가 될까요?”

“음, 먼저 제주FC 같은 경우에는 온주현 선수를 꼽고 싶네요.”

“온주현 선수요?”

“네. 이번 시즌 제주의 모든 공격의 시발점은 온주현 선수의 발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앙에서 정말 많은 활동력과 키패스를 뿌려 줬어요.”

“그렇죠.”

“온주현 선수가 이번 고양하고 경기에서 얼마만큼 자신의 진가를 보여 주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고양 유나이티드는 어떤 선수가 키플레이어가 될까요?”

“고양은 누가 뭐래도 역시 박형우 선수죠.”

“박형우 선수. 확실히 그럴 만하죠.”

“박형우 선수는 시즌 초에 곽한구 감독의 파격적인 제로톱 전술로 리그 자체를 지배하다시피 했고요. 필요하면 본인이 직접 해결사 노릇도 많이 했단 말이죠? 그리고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도 자신의 기량이 월드클래스급이란 것을 증명했고요.”

“그렇죠. 사실 박형우 선수는 2부에 있을 레벨의 선수는 아니죠.”

“고양 유나이티드는 박형우 선수가 상대 하프스페이스에서 얼마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느냐에 따라 우승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 * *

마침내 기다렸던 최종전의 날이 밝아왔다.

일산서구에 위치한 고양 유나이티드 홈구장에는 구름 관중이 밀려왔다.

고양 유나이티드의 선전 소식에 수많은 고양특례시민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양 유나이티드 팬이 아니어도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 찾아온 축구팬들도 많았다.

같은 시간에 전북과 울산의 1부 리그 우승 빅매치 경기가 예정되어 있지만, 해당 경기는 전주에서 치러졌다.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는 팬들 입장에서는 현장 참여가 어려웠다.

그래서 일부러 고양 유나이티드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더러 있었다.

“엄청나군요.”

“제발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고양 유나이티드 프런트도 몰려든 관중들을 보며 속으로 우승을 바랐다.

“준비한 이벤트들은 어떻게 됐어?”

“네, 부장님! 신호만 주시면 바로 시작 가능합니다.”

“좋았어!”

천지원 부장은 오늘 경기를 위해 준비한 홈 경기 이벤트의 메인 지휘관으로 활약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서는 안 된다!”

천지원 부장뿐만이 아니다.

고양 유나이티드 서포터스 회장 박태준도 서포터스들과 함께 응원 퍼포먼스를 잔뜩 준비했다.

오로지 오늘 경기를 위해서 동료들과 함께 밤낮을 지새우며 준비한 것이다.

그렇게 물밑에서 다양한 준비가 이루어지는 사이, 결전을 마친 선수들이 경기장에 도착했다.

고양 유나이티드 라커룸 안에는 비장함이 넘쳐 흘렀다.

“반드시 이긴다! 오늘은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만 하고 뛰는 거야! 알겠어?”

“넵!”

곽찬구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비장한 각오를 담아 외쳤다.

특히 팀에서 수년 동안 고통의 과정을 함께 해온 박지원과 김지우 같은 노장 선수들의 각오는 더욱 남달랐다.

“반드시 우승하자! 이번에 우승 못하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몰라!”

“해낼 수 있다고요!”

“좋아! 잘해 보자!”

박요한을 비롯한 어린 선수들도 패기를 내뿜었다.

“월드컵 때보다 오늘이 더 긴장되는 거 같네요.”

“잘할 수 있을 거다. 너무 긴장하지마라.”

“넵!”

월드컵 스타 박형우와 장현우도 오늘을 위해 모든 것을 내걸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좋아! 모든 걸 다 쏟아부어라!”

곽찬구 감독의 외침과 함께 선수들이 필드로 향했다.

* * *

경기장에는 수많은 관중이 몰려왔다.

나는 VIP좌석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1부 리그 상위권팀 부럽지 않을 정돈데?”

“네. 충분히 부럽지 않죠. 지금까지 집계된 관중 숫자만 해도 2만 명이나 되는데.”

“뭐? 정말 그 정도나 된다고?”

“네. 원정팀 합산이기는 해도, 정말 많이 왔죠.”

김 비서의 말에 나는 놀라움을 드러냈다가 금방 다시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

“다들 기대가 큰가 보네.”

“오랜 시간 바라왔던 거잖아요.”

“그렇지.”

나는 고양 유나이티드와의 유대감이 깊지 않다.

하지만 팬들은 다르다.

수십 년을 응원한 팬들의 입장에서 다시 찾아올 수 없는 절호의 기회이자 염원이었다.

“부디 그동안 투자한 성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오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려야 나도 향후 계획한 일에 날개를 달 수 있다.

그렇기에 나도 팀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 순간, 장내 아나운서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선수단 이이이이입~~자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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