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77화 (77/272)

77화

시즌 종반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삑! 삐익! 삑!

『경기 종료됩니다! 최근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는 서울 다이너스티가 홈에서 1위 고양을 2:1로 꺾고 다시 3위로 올라섭니다!』

『리그 1, 2위가 다이랙트 승격하는 상황에서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주어지는 3위 싸움도 치열하거든요? 지금 서울은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 승점을 얻었습니다.』

『아쉽게도 패한 고양인데요. 같은 시간에 열린 제주의 상황을 좀 봐야 하는데…… 아, 제주가 무승부를 거뒀다고 하네요?』

『이렇게 되면, 제주가 승점 1점 차로 순위를 뒤집네요! 고양이 시즌 시작부터 선두를 질주했는데, 처음으로 순위가 바뀝니다!』

리그 4위였던 서울 다이너스티와의 경기에서 고양 유나이티드는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했다.

시즌 2패를 기록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패배가 주는 결과가 너무나도 뼈아팠다.

줄곧 1위를 달리던 고양의 순위가 2위로 바뀌는 결정타가 되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도 제주가 무승부를 거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잔디 위에 앉아서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수고했다. 아직 경기 남았다! 1점 차이는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어!”

곽찬구 감독은 망연자실하는 선수들을 다독였다.

“제길! 내가 막판 코너킥 상황만 잘 막았으면 됐는데!”

골키퍼 박지원이 자책했다.

추가 시간 마지막 코너킥 상황에서 서울 다이너스티의 이스마일의 헤딩을 막지 못했다.

그 한 방이 결승골로 이어지면서 경기가 끝났다.

결승골을 기록한 이스마일이 박지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헤이, 박! 괜찮아?”

“후우. 괜찮겠냐.”

이스마일과 박지원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미안. 그래도 알잖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거.”

“알지. 결승골은 축하한다.”

“그래. 너희도 남은 경기 잘 치르고 우승해. 개인적으로 제주보다 너희들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응? 너희 팀은?”

“알잖아. 우리 우승은 그른 거. 3위로 플레이오프 진출하는 게 우리 팀 목표거든.”

“그렇구나.”

현재 34경기까지 치러진 상황에서 1, 2위 승점이 각각 82점, 81점이었다.

이미 제주와 고양은 K리그2 역대 최다 승점 기록을 실시간으로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3위 서울 다이너스티는 승점 70점을 쌓은 상황이었다.

사실상 리그 우승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남은 정규리그가 고작 2경기 남은 상황에서 서울이 모두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최대 쌓을 수 있는 승점은 76점이었다.

4위 부산이 현재 승점 68점인 상황에서, 서울도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상태였다.

“너희 다음 경기가 부산 아니야?”

“그렇지.”

“제발 이겨주라. 꼭.”

“이겨야지.”

K리그2 우승을 목표로 하는 고양은 남은 2경기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가 제주와의 우승 결정전이기 때문이다.

“건승을 빈다.”

“그래. 너도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

훈훈하게 서로를 응원한 두 사람이지만 속은 좋지 않았다.

* * *

“골치 아프게 됐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곽찬구 감독이 고개를 푹 숙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감독님이 죄송하실 건 없죠. 경기를 치르다 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는 법인데.”

“……여러모로 면목이 없습니다.”

“아직 경기 남았잖아요. 남은 2경기 잘 치르면 되죠.”

우리의 남은 경기 상대는 부산과 제주가 남았다.

그리고 우리의 경쟁자인 제주는 부천과 고양이었다.

“우리가 부산을 잡고, 제주가 부천에게 져도 승점 차는 2점에 불과하죠. 결국 최종전까지 가야 하네요.”

“그렇습니다.”

만약 다음 경기에서 우리가 지고, 제주가 이긴다면 그대로 끝이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제주가 승점 85점, 우리는 승점 81점으로 4점차가 나기 때문이다.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어도 84점이 최대다.

“다음은 없다는 것을, 감독님도 잘 아실 겁니다.”

“물론입니다. 마지막까지 갈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경기는 우리 홈 경기장에서 진행하게 된다.

“홈 팬들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는 결국 트로피입니다. 저는 감독님과 선수들을 믿습니다.”

두 눈을 번뜩이며 말하자, 곽찬구 감독도 굳은 얼굴로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 * *

운명을 가를 2연전을 준비하고 있는 사이, 나는 프로축구연맹 회장 석정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지 대표! 잘 지내고 있는가?

“회장님. 시즌 막바지라 정신이 없네요. 어쩐 일이세요?”

-아아, 자네에게 알려줄 소식이 하나 있어서 말이야.

“네? 소식이요?”

-그래. 지금 대한축구협회에서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

“네. 제이든 감독하고 재계약한다더니 혹시 불발됐나요?”

-제이든 감독의 태도가 미적지근한 모양이야. 축구협회도 계속 두고만 볼 수 없는 노릇이고.

“음. 그렇군요.”

월드컵 이후 차기 감독을 구하지 못한 대한축구협회는 9월과 10월 A매치를 감독 없이 치렀다.

촌극이 따로 없었다.

현재 감독은 임시 감독 대행 체제로, 과거 전북과 성남에서 수석코치로 활약하고 지난 월드컵에서 제이든 감독 밑에서 지도를 받았던 김종현 수석코치가 임시 지휘를 맡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감독 구하기가 어렵나요?”

-음. 지금 축구협회 내부가 좀 시끄럽기는 해.

“음?”

-조만간 축구협회장 선거가 치러지는데, 내부에서 정치 싸움이 좀 있는 모양이야.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연령별 국가대표 업무를 다루는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를 비롯한 프로축구리그를 업무를 다루는 프로축구연맹의 행정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어쨌든 이 일과 관련해서 자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네.

“어떤……?”

-곽찬구 감독이 차기 국가대표 감독 후보로 올라갔네.

“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

갑자기 곽찬구 감독이 차기 국가대표 후보로 올라갔다니.

내 입장에서는 황당할 노릇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회귀 전에 곽찬구 감독은 단 한 번도 국가대표 감독은커녕 후보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물론 후보는 여러 명이 올라갔어. 국내 감독 후보와 해외 감독 후보로 나눈 상태고, 후보 숫자만 해도 10명 가까이 돼.

“…….”

-국내 감독 후보 중에는 자네가 있는 고양의 곽찬구 감독과 제주의 강석훈 감독도 후보에 올랐지.

“놀랍네요.”

-놀랄 만하지. 1부도 아니고 2부 리그에서 감독하는 사람이 후보로 올라갔으니.

비록 K리그2라고 해도 역대급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후보에 올라간 듯싶었다.

-사실 곽찬구 감독이 최종 국가대표 감독직으로 올라갈 확률은 드물어. 다른 후보들이 나름 쟁쟁하거든.

“그렇겠죠.”

국가대표 감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 곽찬구 감독이 올라갔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했다.

“곽 감독님도 알고 계신가요?”

-아직 모를 거야. 그래도 조만간 곽 감독에게 연락이 가겠지.

“그렇군요.”

나는 미간을 좁혔다.

지금 상당히 중요한 시기에 곽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 관련 이야기를 듣고 자칫 마음이 붕 뜨는 상황이 오면 곤란했다.

-안 그래도 곽 감독에게 가는 연락은 정규 리그 최종전이 끝난 이후에 갈 거야. 다들 상황을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럼 다행입니다.”

-어쨌든 남은 일정 건승을 빌겠네.

“감사합니다. 회장님.”

-감사는. 자네 팀이 1부 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구만.

* * *

4위 부산과의 결전.

올 시즌 부산의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이자 고양의 정규리그 마지막 원정 경기이기도 했다.

수많은 팬이 구덕 경기장으로 몰려들었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두 팀은 각자 걸려 있는 것들이 많았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더블은행 K리그2 35라운드 부산 하이파크FC 대 고양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생중계하겠습니다. 캐스터 이형욱입니다. 한정희 해설위원님과 함께 합니다!』

『네, 오늘 두 팀 모두 중요한 일전이 되겠는데요. 두 팀 모두 오늘 경기에서 지면 안 됩니다.』

『그렇습니다.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우승 경쟁을 하는 고양의 경우 오늘 패배하고, 제주가 부천을 잡으면, 마지막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제주가 우승 확정입니다.』

『그렇죠. 그리고 부산도 지금 3위 경쟁이 치열한데, 하루 먼저 치러진 서울 다이너스티가 이스마일 선수의 해트트릭으로 충주를 무려 5:0으로 대파했단 말이죠.』

『맞습니다. 부산이 오늘 고양에게 패배하면, 3위를 내주게 됩니다!』

중계 카메라는 부산 구덕 경기장의 전경을 비춰주고 있었다.

경기장에는 붉은색의 유니폼을 입은 부산 홈팬들과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고양 팬들로 가득했다.

VAMOS 고양!

VAMOS 고양!

『부산까지 멀리 원정 온 고양 팬들의 목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네요.』

이번 시즌 내내 고양 선수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던 팬들이다.

눈과 비가 내려도 꿋꿋하게 응원해준 팬들의 존재는 소중했다.

『저희가 지금 현장 중계를 하고 있는데, 팬들 사이의 신경전이 만만치 않습니다.』

곧이어 중계 카메라는 필드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의 모습을 비춰주었다.

『상당히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양 팀인데요. 90분 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필드는 상당히 긴장도가 높았다.

이 경기에서 패배하면 사실상 끝인 상황.

9부 능선까지 온 상황에서 자칫 모든 농사를 망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원정 좌석에 지태훈 대표의 모습도 보이네요. 올 시즌 정말 꾸준하게 선수단의 경기를 직관하고 있는 지태훈 대표입니다.』

『네. 제가 최근에 고양 유나이티드 측과 이야기를 나눴었는데요. 지태훈 대표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고양 유나이티드가 강등된 이후 몇 년 동안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왔잖아요? 그러다 지태훈 대표가 부임한 이후 팀을 완전히 바꿔놨고요.』

『프런트 내에서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팬들과 선수단이 보내는 신뢰도도 상당하다고 해요.』

『사실 유럽에서는 종종 볼 수 있었던 부분이기는 한데, K리그에서는 이런 구단주를 보는 건 처음이잖아요?』

『그렇죠. 제가 축구 해설만 20년 가까이 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죠.』

두 사람이 말하는 동안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왔다.

『저희가 대화하는 동안 경기가 곧 시작되려고 하는데요. 자, 과연 어느 팀이 경기 후에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 * *

부산은 겨울에도 따뜻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11월 초의 부산 바람은 살을 관통한다.

은근히 오래 바람을 맞으면 감기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련님, 여기 뜨거운 커피요.”

“응. 고마워.”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나는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직접 부산까지 찾아왔다.

경기 시작 전에 선수단에 방문해서 힘내라고 이야기도 해줬다.

“지지 않겠지?”

“이길 거예요.”

솔직히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것을 토대로 믿을 뿐이다.

삐이이익!

우와아아아!

주심의 휘슬과 함께 시작된 경기.

“제발.”

지금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다.

바로 ‘승리’.

‘승리’만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숨을 크게 들이키고 힘차게 외쳤다.

“가즈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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