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74화 (74/272)

74화

빠르게 날아간 공이 바닥을 강타하고 라인 바깥으로 나갔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모두가 감탄했다.

“오, 오와!”

“와! 역시 국대!”

“이야,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단순한 족구 대결 정도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선수들이 보여주는 상상 이상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

한편, 팀 지태훈의 멤버들은 기가 찼다.

“이걸 어떻게 막아.”

“와, 저렇게 나온다 이거지?”

“이러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투쟁심이 치솟은 박요한이 공을 잡았다.

“형들, 이번에는 제가 서브 넣을게요!”

팡!

분위기가 오른 족구 대결은 이후 치열한 접전으로 전개됐다.

보는 이들로 하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력에 나도 놀랐다.

“김 비서. 이거 빨리 동영상으로 찍자.”

“네?”

“어서!”

옆에서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김 비서는 내 말에 서둘러 스마트폰을 꺼내 선수들의 족구 대결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1세트는 팀 곽찬구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장현우와 김지우 그리고 곽찬구로 이어지는 협력 플레이로 깔끔한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2세트는 상황이 달랐다.

독이 바싹 오른 팀 지태훈 측에서 어마어마한 반격이 이어진 것이다.

결국 2세트는 팀 지태훈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3세트.

“여기서 이긴 팀이 승리하는 거야!”

“팀 곽찬구 파이팅!”

“팀 지태훈 파이팅!”

경기를 지켜보는 프런트 직원들이 어느샌가 서로 자연스럽게 나뉘어서 팀을 응원하고 있었다.

“누가 이길까요?”

“글쎄…….”

김 비서의 물음에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솔직히 내가 봐도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 너무 잘했다.

“3세트 경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시작된 3세트 경기.

경기는 예상대로 접전이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스코어가 균형을 이루었다.

“팀 지태훈 득점! 스코어 14:14!”

족구는 보통 1세트에 15점을 먼저 따면 승리한다.

하지만 이렇게 듀스 상태가 되면 2점차 이상 리드를 해야만 승리할 수 있었다.

듀스가 계속 이어지게 되면 보통 19점에 먼저 도달한 팀이 승리하게 된다.

“이거 계속 지켜만 볼 수 없겠군.”

조용히 경기를 관전하고 있던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경기를 진행하는 MC 겸 심판에게 외쳤다.

“잠깐 작전 타임 요청합니다!”

웅성웅성.

처음으로 요청한 작전 타임에 모두가 웅성거렸다.

“작전 타임 허락합니다.”

하지만 MC는 대수롭지 않게 작전 타임 요청을 받아들였다.

족구에서 작전 타임은 감독만 할 수 있는데, 일단 형식적이나마 내가 감독이니 문제 될 건 없었다.

“작전 타임은 1분 주어집니다!”

심판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곧장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이 내 앞으로 모였다.

그런 선수들을 향해 방긋 웃으며 말했다.

“고생 많습니다. 이제 끝이 얼마 안 남았네요.”

“…….”

“작전 타임을 요청하긴 했지만, 제가 뭐 족구에 대해서 여러분만큼 잘 아는 것도 아니라서요. 대신, 고생하는 여러분들을 위해 당근 하나 드릴까 합니다.”

“당근이요?”

의아해하는 박형우를 향해 나는 손가락 2개를 펼쳐 보였다.

“여러분이 승리할 경우 약속했던 보너스의 2배를 지급하죠.”

“……!”

선수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역시 돈이 최고긴 하다.

이미 내 보상 제도에 익숙해진 선수들의 눈동자는 돈 모양으로 바뀌었다.

그런 선수들의 모습을 보자니 마치 파블로프의 개와 비슷했다.

“이거 반칙 아닙니까!”

내가 하는 말을 듣게 된 곽찬구 감독이 반쯤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 말에 나는 후후 웃었다.

“저는 팀 지태훈의 감독으로서 정당한 보상을 이야기한 것뿐이죠. 억울하시면 감독님도 선수들에게 추가 보상을 주시면 되겠네요.”

“아~ 이거 참~”

그 말에 곽찬구 감독이 멋쩍은 반응을 보였다.

“자, 그럼 마지막까지 힘내주세요.”

“넵!”

격렬한 경기에 조금은 지쳐 있던 선수들에게서 다시 생기가 차올랐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씩 웃었다.

* * *

치열했던 족구 대결이 끝나고,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선수단과 프런트가 모두 모여 다 함께 저녁을 준비하고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것 또한 처음부터 기획된 부분이기도 했다.

“아~ 진짜 아깝네!”

“그러게. 거기서 강서브가 아니고 안전서브로 살짝 툭 치듯 넘겼으면 이겼을 텐데.”

“뭐, 어쩌겠냐. 이미 끝나버렸는걸.”

“야! 박요한! 너, 조만간에 밥 한 번 사라! 알겠냐?”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족구 대결은 팀 지태훈의 승리로 끝났다.

18:18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박요한이 마지막 한 방을 보여 주면서 경기를 끝낸 것이다.

“식사 준비는 끝난 것 같습니다.”

“그래요?”

“네. 이제 슬슬 시작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 한 말씀 하시죠.”

“음. 그럴까요?”

다 구워진 고기가 사람들이 앉는 테이블마다 모두 올려졌다.

고기 외에도 여기저기서 공수 해온 신선한 산해진미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그런 테이블 앞에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향했다.

“오늘 이렇게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다는 첫마디에 몇몇 사람들이 후후 웃음을 흘렸다.

분위기는 더없이 좋았다.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간의 고생을 털어내기 위해 모였습니다. 지금까지 힘든 게 있었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모두 털어버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자, 그럼 우리 건배할까요! 자, 다 같이 건배!”

“건배!”

아직 시즌 중인 선수들은 술 대신 음료로 잔을 채웠다. 그리고 프런트 직원들은 준비한 술로 잔을 채웠다.

그들은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건배를 외치자 잔을 높이 올리고 건배를 외쳤다.

그렇게 우리의 저녁이 시작됐다.

다들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우며 저녁을 즐기는 가운데, 천지원 부장이 내 앞으로 다가와 앉으며 말했다.

“대표님. 제가 한 잔 드려도 될까요?”

“아, 천 부장님! 좋습니다.”

나는 천지원 부장이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그리고 나도 바로 그의 빈 잔을 채워 주었다.

“한잔하시죠.”

“네.”

가볍게 잔을 부딪친 뒤 우리는 단숨에 잔을 비었다.

혓바닥과 목을 타고 느껴지는 알코올이 내장까지 건드렸다.

“크으. 좋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작게 웃고 있는 천지원 부장의 모습을 보며 나도 싱긋 웃었다.

“제가 천 부장님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는 거 아시죠?”

“헛. 그렇습니까?”

“네. 천 부장님 덕분에 우리 팀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저야 뭐…… 모두가 다 함께 잘했기 때문이죠. 특히 대표님의 능력이 컸고요.”

“하하.”

“저도 대표님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대표님 덕분에 요즘 일이 즐겁습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고요.”

“…….”

“사실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회의감이 좀 들던 상태였거든요. 그만둘까도 생각했었고. 하지만 대표님이 오시고 나서 그런 생각이 얼마 안 가서 금방 사라졌습니다.”

“…….”

“대표님 같은 분하고 오랜 시간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얘기해주시니 제가 너무 부끄럽네요.”

살면서 이런 얘기는 처음 들었다.

괜스레 쑥스러움이 잔뜩 밀려왔다.

“이럴 땐 한잔 먹는 거라고 했습니다.”

괜한 쑥스러움에 나는 그렇게 말하고 천지원 부장의 빈 잔을 채워주었다.

이어서 천지원 부장도 내 잔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가볍게 잔을 부딪치고 술을 마셨다.

* * *

“형, 뭐 봐요?”

“어?”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고기를 먹던 이진수가 박지원 옆에 붙어 앉았다.

마침 박지원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다가 갑작스러운 이진수의 등장에 화들짝 놀랐다.

“하이라이트 보시는구나!”

“어, 음.”

박지원은 황급히 스마트폰을 끄려고 했다. 하지만 이진수 말렸다.

“왜 그래요. 괜찮아요. 같이 봐요!”

“크흠. 그, 그럴까.”

곧 그가 멈췄던 영상을 재생했다. 재생된 영상을 본 이진수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아, 이거 형 하이라이트였구만!”

“…….”

『수비가 열리는데요! 고양 유나이티드 위기입니다!』

『자, 안산의 단독찬슨데요! 라르손! 슈우우웃!』

『이야! 막아냅니다!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라르손! 그리고 이 찬스를 막아낸 선수는 고양 유나이티드의 수호신 박지원입니다!』

『박지원 선수 대단합니다! 올해 정말 K리그2 최고의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네요!』

박지원.

고양 유나이티드의 없어서는 안 될 수문장이었다.

팀이 현재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박지원의 활약도 있었다.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막아내는 놀라운 선방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안정감 있는 수비 조율은 동료 선수들이 안심하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곽찬구 감독도 최근 이러한 박지원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형, 지난번 전북전 때문에 그래요?”

“……어?”

“형, 내가 수비하면서 형을 얼마나 가까이 봤는데, 형 마음 하나 모르겠어요?”

“티났나?”

“네. 상당히 많이 티났죠. 전북전 이후 형 얼굴이 되게 안좋았는데요.”

“아… 괜히 피해 끼칠 생각은 아니었는데.”

“아니오. 피해긴요. 오히려 저는 형이 너무 마음 쓰는 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했었거든요.”

전북전에서 초반 경기를 리드했던 고양 유나이티드는 순식간에 상대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그날도 선발 출전했던 박지원은 평소와 달리 4골이나 실점하고 말았다.

아무리 상대가 K리그를 넘어 아시아를 호령하는 팀이라고 해도, 그건 박지원에게 있어 핑계에 불과했다.

‘승격하면 전북 같은 팀하고 계속 겨루게 될 거야. 그때마다 반복된 실수를 저지를 수는 없어!’

박지원은 과거 서울 드래곤즈에서 프로 데뷔를 한 뒤 이후 인천과 감바 오사카를 거쳐 고양 유나이티드로 왔다.

고양 유나이티드가 강등된 이후 왔기 때문에, 팬들은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그는 이적 후 매번 안정적인 선방을 보여주며 제 몫을 다해왔다.

매번 최선을 다하는 그였기에, 이번 전북전 같은 상황은 쉽게 용납할 수 없었다.

게다가 팀은 대표이사가 바뀐 후 굉장히 야망 있는 팀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런 팀을 위해서라도 그는 반드시 제 몫을 다해야만 했다.

“형, 경기하다 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잖아요.”

“그렇지.”

“나는 형이 매 경기 집중하는 모습 보면 존경스러워요. 형 같은 사람이 동료고 뒤를 맡길 수 있어서 행복해요.”

“야, 갑자기 그렇게 훅 치고 들어오면…….”

“진심이에요.”

방긋 웃으며 말하는 이진수.

박지원이 괜히 부끄러움을 느끼는 그때, 또 다른 사람이 다가왔다.

“맞아요. 형 같은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

“지우야?”

고개를 돌려보니 김지우가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형, 너무 신경 쓰지 마요. 다음에 우리가 더 잘하면 돼요. 아니, 다 함께 잘하면 되죠. 안 그래요?”

“…….”

“자, 그럼 다 같이 파이팅하는 의미로 음료수 한 잔 하시죠.”

술을 마실 수 없는 세 사람은 기분 좋게 음료수가 담긴 잔을 쥐고 건배했다.

* * *

어느 정도 분위기가 오른 상태에서 나는 조용히 사람 없는 곳으로 빠졌다.

산기슭이라서 그런지, 야밤에 풀벌레 우는 소리로 주변이 가득했다.

여기저기서 술을 받아마신 터라, 조금 알딸딸한 상태였다.

“휴우.”

역시 이런 일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좋기는 하네.”

밤하늘을 보며 조용히 홀로 이 시간을 만끽했다.

“시간이 참 빠르다.”

회귀 후 벌써 1년이 넘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번 시즌도 벌써 중반을 넘어 종반을 향해 가고 있었다.

우리가 목표하던 결과를 얻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잘 해봐야지.”

내가 구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큰형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가 원하는 영신 그룹 총수를 손에 넣기 위해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다.

그런 내가 여기서 고꾸라질 수는 없었다.

사실 불안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감이 조금은 있었다.

“결국 내가 하는 것에 달렸겠지.”

회귀라는 말도 안 되는 기적 속에, 나는 반드시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고 말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고 있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