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73화 (73/272)

73화

“안녕하십니까.”

듬직한 체구의 정장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나를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런 그들을 떨떠름하게 바라보고 있는 나를 향해 김 비서가 말했다.

“이분들은 앞으로 도련님을 지킬 경호원분들이세요.”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 비서의 강력한 주장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경호원을 쓰게 되었다.

그래도 비용적인 측면에서 당분간만 경호원을 두기로 합의를 봤다.

“잘 부탁합니다.”

“물론입니다. 저희가 확실하게 신변 보호해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내 유명 경호업체로 섭외했다.

해당 경호업체는 각종 유명 의전행사에도 참여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았다.

나를 경호해 주기로 한 경호원도 모두 베테랑들이었다.

젊었을 적에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용병 활동도 했다고 했나?

하여튼 이렇게 듬직한 분들에게 신변을 보호받는 동안에는 누가 해코지할 생각은 하지 않겠지.

“그건 그렇고 이번 FA컵 경기 결과가 조금 신경 쓰이는걸.”

“전북에게 패배한 것 때문에 그러신가요?”

“응. 예상보다 너무 무기력하게 져버렸어.”

사실 경기를 지켜보는 나도 놀랄 정도로 상상 이상으로 너무 쉽게 깨져버렸다.

K리그1 최강팀과 K리그2 최강팀의 대결로 주목받던 경기였다.

사실상 각 리그의 자존심을 건 경기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1:4로 대패했으니, 후폭풍은 생각보다 거셌다.

“경기에 져서 조롱받고 비난 받는 거야 그러려니 하는데,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모양이야.”

“그래요?”

“어. 곽찬구 감독도 골치 아파하는 것 같더라고. 그나마 지난 FA컵 경기를 끝으로 2주 정도 휴식기가 주어져서 다행이지.”

K리그2는 조금 늦게 여름 휴식기를 가졌다.

K리그1보다 일정이 조금 늦게 시작한 것도 있었다.

“2주 휴식을 취하고 오면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마냥 지켜만 볼 수도 없겠어.”

“무슨 방법이라도 있으세요?”

“이번 주말에 MT를 개최할 생각이야.”

“MT요?”

“응. 선수단 단합을 위해서, 다 함께 놀고먹는 시간을 가져보는 거지.”

MT.

Masigo Tohago……가 아닌 Membership Training의 줄임말이다.

사실 이건 영미권에서 쓰이지도 않은 우리만의 단어이긴 하지만, 어쨌든 수많은 조직이 MT를 통해서 조직의 단합과 화합을 이끌어낸다.

물론 역효과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소위 말해 꼰대 상사의 갑질로 분위기를 망친다거나 억지로 술만 먹이게 한다는 그런 문제들.

하지만 건전한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프런트도 참여시킬 거야.”

“엇. 프런트도요?”

“응. 선수들과 프런트 모두 이 시기에 하나가 되는 거지.”

그 말에 김 비서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나는 그런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원한다면 김 비서는 참여하지 않아도 돼. 억지로 참여시킬 생각은 없어.”

김 비서는 MT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나 그녀가 가진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괜찮아요.”

“정말 괜찮겠어?”

“네. 아무런 계획도 없는 행사도 아니고. 정 힘들면 저는 바로 집으로 가면 되고요.”

“음. 알겠어. 그럼 그렇게 하자고.”

김 비서는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게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참여하겠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됐다.

“좋아. 그럼 세부 계획을 좀 짜볼까!”

* * *

『경기 종료되었습니다. 아쉽게도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16강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네, 정말 아쉽습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 정말 최선을 다해 뛰었습니다! 진짜 박수받아도 됩니다!』

『맞습니다! 지금 이렇게 16강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우리는 또 한 번 가능성을 보였다는 증거가 되니까요!』

월드컵 8강에서 벨기에를 만난 대한민국.

정말 최선을 다해 분투했지만, 결과는 2:3 패배였다.

처음 강철인의 프리킥 선제 득점으로 대한민국이 경기를 주도했지만 잇따른 수비 실수로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결국 역전골을 허용한 대한민국은 아쉽게도 여기서 도전을 멈춰야만 했다.

하지만 원정 16강은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함께 월드컵에 진출했던 다른 아시아 팀들이 조별리그 탈락 또는 32강에서 대거 탈락했지만 대한민국은 16강까지 달성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박형우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생각하고 뛴 박형우는 상상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가 보여준 투혼과 능력은 앞으로 모든 이들의 귀감이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함께 뛴 선수들과 팬들 모두 그것을 알고 있었다.

“형우 형. 정말 고생많았어요.”

대한민국의 에이스이자 패스마스터로 불리는 강철인이 눈물을 흘리는 박형우를 위로했다.

“형, 진짜 멋졌어!”

“형우야. 진짜 네가 자랑스럽다.”

다른 선수들도 박형우에게 다가가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현장의 관중들도 그런 박형우의 이름을 외쳐 주었다.

박형우-!

박형우-!

팬들의 외침에 박형우도 눈물을 멈추었다. 그리고 팬들에게 다가가 박수와 함께 인사했다.

팬들은 그런 그를 향해 더욱 큰 환호로 대답해주었다.

“you’re legend.”

“……감독님.”

크리스토퍼 제이든 감독이 박형우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레전드라고 말했다.

제이든 감독도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상황이었다.

두 사람 모두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은 진하게 포옹을 나눴다.

그런 그들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반드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거야!’

바로 장현우였다.

그는 조금 전 교환한 벨기에 선수의 유니폼을 꽉 움켜쥐며 속으로 잔뜩 다짐하고 있었다.

그렇게 박형우와 장현우, 두 사람의 북중미 월드컵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 * *

“돌아왔습니다.”

“정말 수고 많았어요.”

월드컵을 마치고 멋지게 귀국한 박형우와 장현우.

그들은 꽃길 속 환대를 받았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사실상 국민 영웅이나 다름없게 된 박형우.

그리고 향후 가능성을 인정받은 장현우.

이 두 사람을 우리 팀 선수로 영입한 일은 정말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었다.

“고생했다. 너희가 정말 자랑스럽다.”

곽찬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도 돌아온 두 사람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요~ 전국구 스타~ 아니 이제 월드 스타인가? 사인 좀 해주라~ 야~”

“아, 형!”

김지우가 장난스럽게 다가와 사인 좀 해달라며 이야기하자 두 사람은 상당히 부끄러워했다.

“나도 사인 좀 해줘요~ 형!”

다른 동료 선수들도 사인을 해달라며 놀려댔다.

그런 선수들 사이로 한 선수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부럽다.”

박요한은 비슷한 나이에 스타플레이어가 되어서 돌아온 장현우를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중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바로 ‘부러움’이었다.

“요한아. 너도 할 수 있다.”

“네? 아, 넵. 감사합니다.”

박요한의 생각을 읽은 곽찬구 감독이 그를 격려했다.

“앞으로 1~2년 정도만 더 열심히 해보자.”

“넵!”

나는 그런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드러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선수들이 서로 저마다 자극을 받는 모양이었다.

이런 상황들은 분명 팀에도 도움이 되리라.

“저희가 두 사람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습니다.”

“네? 선물이요?”

“네.”

나는 멋지게 귀국한 두 사람을 위해 구단 차원에서 자그마한 선물 하나를 마련했다.

그건 바로…….

『대한민국의 이번 월드컵 원정 16강 달성의 주역이 우리 고양 유나이티드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와아아아!

『다 같이 박수를 맞이해 주십시오! 바로 장현우 선수와 박형우 선수입니다!』

우와아아아!

홈팬들로 가득 찬 우리 팀 홈구장이 환호성으로 들썩였다.

그런 환호 속에서 박형우와 장현우 두 사람이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감사합니다!”

자신을 응원해 주는 홈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는 두 사람.

그런 그들을 향해 팬들이 다시 한번 이름을 외쳐주었다.

장현우! 장현우! 장현우!

박형우! 박형우! 박형우!

우리가 준비한 선물이 바로 이거였다.

멋지게 돌아온 두 사람을 위해 팬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는 자그마한 이벤트를 연 것이다.

홈팬들에게 선착순 무료입장의 기회를 열고, 입장에 성공한 팬들에게 박형우와 장현우의 이름이 새겨진 특별 머플러를 선물로 뿌렸다.

홈팬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어지간한 홈경기를 치를 때보다 더 많은 팬이 입장했고, 그들은 선물로 받은 머플러를 머리 위로 올리고 두 사람의 이름을 외치고 있던 것이다.

흡사 유럽 빅클럽들이 보여주는 이벤트를 우리가 진행하게 된 것이다.

노란 물결 속에서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다.

두 사람은 감격하고 또 감격했다.

이벤트가 끝난 뒤, 두 사람은 내게 따로 와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진심이 담긴 감사 인사에 나는 씩 웃었다.

“앞으로 두 사람의 활약을 기대 하겠습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누가 봐도 두 사람의 충성도가 올라간 모습이 보였다.

앞으로 리그 우승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줄 두 사람의 활약이 기대 되었다.

* * *

시간이 흐르고 주말이 다가왔다.

“자! 지금부터 팀 곽찬구 대 팀 지태훈의 족구 대결 시작하겠습니다!”

대표의 주도로 진행된 고양 유나이티드의 MT.

MT 프로그램 중, 선수단과 프런트 직원들이 함께 어울려서 할 수 있는 족구 대회를 열었다.

족구 대회에서 이긴 팀은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도련님. 팀 이름에 도련님 이름이 들어가 있는데 왜 도련님은 참가하지 않으세요?”

“대표니까.”

“…….”

따사로운 햇살을 가리는 천막 밑에 나는 선글라스를 쓴 채 자리에 앉아서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내 옆에는 김 비서가 함께하고 있었다.

“대표님, 정말 참여하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아~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 직접 하는 구기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잘하지도 못하고 흥미도 없다.

딴 사람이 하는 걸 보는 건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결국 지태훈 없는 지태훈 팀에는 나 대신 천지원 부장과 박형우가 중심이 되어 팀을 꾸리게 되었다.

팡!

그렇게 시작된 족구 대회.

3판 2선승으로 이긴 팀이 이긴다.

특별 보너스라는 말에 양 팀 모두 의욕적으로 나섰다.

“지우야!”

“갑니다!”

곽찬구 감독이 툭 치며 넘긴 공을 김지우가 강하게 걷어찼다.

“어림없지!”

공은 네트를 넘어 강하게 날아왔다. 그런 공을 기다렸다는 듯 박형우가 툭 건드려서 힘을 빼게 하고 위치만 바꾸게 했다.

고수만 쓸 수 있는 절묘한 스킬이었다.

그렇게 박형우의 발끝을 떠난 공을 천지원 부장이 받았다.

“으챠!”

천지원 부장이 공을 높게 위로 올려 찼다.

그렇게 네트 앞에서 올라간 공을 향해 누군가가 총알처럼 빠르게 쇄도했다.

“아자아!”

팡!

바로 박요한이었다.

마치 비어 있는 골문을 향해 헤딩하듯, 박요한은 스트라이커답게 멋진 헤딩을 선보였다.

그렇게 네트를 넘긴 공.

그러자 예상치 못한 헤딩에 놀란 팀 곽찬구 선수들이 허둥지둥 움직였다.

“크읏!”

아슬아슬하게 발을 대며 공의 궤도를 바꾸는데 성공한 김지우.

그 뒤에 곽찬구 감독이 왕년의 실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과감하게 발등으로 공을 높이 올렸다.

그 상황에서 이번에는 팀 곽찬구의 놀라운 반격이 이루어졌다.

“가랏! 현우야!”

팀 곽찬구의 멤버로 소속된 장현우가 펄쩍 뛰어올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두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장현우가 돌려차기 슈팅을 때렸다.

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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