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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 구단주-69화 (69/272)

69화

월드컵으로 분위기가 뜨거운 가운데, 고양 유나이티드도 계속해서 순항을 거듭하고 있었다.

여전히 우리가 리그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나는 이 기세를 몰아 야심찬 이벤트를 진행했다.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와 데이트’ 이벤트 실시한다!』

팬들의 두 눈을 동그랗게 뜨게 만드는 이벤트였다.

이벤트 내용은 이러했다.

고양 유나이티드에서 이벤트에 나설 선수들을 지정한다. 그렇게 나온 선수들을 대상으로 팬들이 신청을 하면, 추첨을 통해 해당 선수와 일데일 데이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과연 이 이벤트에 얼마나 관심을 줄까 내부적으로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 고양 유나이티드 이벤트 봤음? ㅋㅋ 선수하고 일대일 이벤트 진행한데 ㅎㅎ

-이벤트에 나올 선수 목록 보니까 박요한하고 오세진 둘이네?

-아 완전 좋아 ㅋㅋ 신청 언제부터에요?

-유부남 선수들은 뺏나 보네. 아쉽다. 김지우 있었으면 바로 신청했을 텐데 ㅠㅠ

-요한아 누나가 보러 간다!

-제발 세진이 당첨되게 해주세요ㅠㅠ!

-솔직히 유부녀 팬은 빠지자

고양 유나이티드 내에 있는 여성 팬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무엇보다 이벤트에 나서는 선수가 박요한과 오세진이었다.

이 두 사람은 훈훈하거나 잘생긴 외모로도 주목받고 있었다.

축구 선수답게 키도 훤칠하고, 몸도 좋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벤트와 관련된 영상을 추가로 올렸는데 여기서 반응은 더욱 극대화 됐다.

『저 모쏠이에요. 어릴 때부터 축구만 하느라 한 번도 여성분하고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어요.』

박요한의 이 한 마디가 만든 파급효과는 컸다.

박요한은 지난 시즌부터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며, 수많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던 상태였다.

그랬던 그가 ‘모쏠’이란 사실을 고백하자 여성팬들이 흥분하며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이벤트 신청을 하는 날,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마비될 정도로 반응은 후끈했다.

일부러 선착순 형태로 했기에, 참가 신청은 순식간에 마무리되었다.

이런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나는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거 보세요. 먹힌다고 했죠?”

“와, 이게 먹히네요?”

당당한 내 말에 천지원 부장을 비롯한 다른 직원들도 상당히 놀라워 했다.

사실 내가 이 이벤트를 기획하게 된 것은 일전에 우연히 본 게시글 하나 때문이었다.

그때 그 게시글에서 박요한 같은 축구 선수들과 만나보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때 그 내용을 참고해서 기획했었다.

“대표님! 이벤트를 추가적으로 진행하실 계획이 있는지 문의하는 문의글과 전화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이벤트를 추가로 더 진행할까요?”

“이번 이벤트 반응이 좋으니, 실제 선수들과의 데이트 효과까지 좋은지 확인해보고 괜찮으면 정기적으로 진행해보는 것으로 하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벤트에 참여하는 팬들에게 구단 공식 계정에 브이로그 올라간다고 얘기해 주세요.”

“브이로그요?”

“네. 선수하고 데이트하는 팬들의 모습을 찍어서 추후 팬들의 신규 유입을 유도하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이번 이벤트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올~ 요한이 세진이~ 조만간에 데이트 나간다며? 좋겠다~?”

“아! 형! 놀리지 말아요!”

“유후~ 한창 좋을 때다~”

“아!”

나이 든 유부남 선수들이 박요한과 오세진을 부러워하며 놀렸다.

사실 구단에서 이벤트를 기획했을 때, 두 선수는 처음에 반대했다.

원하지도 않은 데이트에 억지로 참여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무엇보다 지금 팀이 순위 경쟁하고 있는데 이런 일에 참여해도 되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팬들을 위해야 한다.’라는 명분으로 그들을 압박했다.

팬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는 부분을 강조하니, 두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이벤트에 참여해야 했다.

“후후후. 여친 없는 젊고 훈훈한 선수들로 잔고를 가득 채워보는 거지.”

자고로 여성 팬들은 한 번 마음에 들면 아낌없이 지갑을 열어준다.

사실 이번 이벤트는 대놓고 여성 팬들을 노리고 기획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여성 팬들이 우리를 향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흐흐흐.”

그렇게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며 웃고 있는 나를, 곁에서 지켜보는 김 비서가 한심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 * *

고양시에 있는 어느 고깃집.

그곳에서 천지원 부장과 신진호 대리가 함께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자, 신 대리. 받아.”

“앗. 감사합니다.”

천지원이 신진호의 술잔을 채워주었다. 공손한 자세로 술을 받던 신진호는 자연스럽게 천지원의 술잔을 채웠다.

그렇게 두 사람의 술잔이 채워진 뒤, 가볍게 서로 잔을 부딪쳤다.

알싸한 알코올이 혀와 목을 타고 위장을 향해 내려갔다.

“크으. 역시 일 끝나고 한잔이 최곱니다!”

“고기도 다 구워졌다. 먹자.”

“이 집 고기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들이 있는 곳은 뒷고기 전문점이었다.

불판 위에 맛있게 익은 뒷고기들을 젓가락을 이용해 한 점씩 먹었다.

소주에 뒷고기가 주는 오묘한 맛이 입맛을 더 끌어올렸다.

“맛있네.”

“그죠?”

그들은 다시 빈 술잔을 번갈아 채웠다. 그리고 천지원이 말했다.

“신 대리. 요즘 업무는 좀 어때?”

“뭐, 똑같죠. 그래도 팀이 성적이 좋으니까 분위기 좋다는 것 정도?”

고기를 한 점 집어먹으며 대답하는 신진호의 행동에 천지원이 피식 웃었다.

“갑자기 왜 웃으십니까?”

“아니, 신 대리 처음 봤던 때가 갑자기 떠올라서.”

“네?”

순간 신진호가 당황했다.

“새내기 신 사원이 이제는 팀을 이끄는 대리가 되었네?”

“아, 팀장님! 부끄럽게 옛날얘기는 좀…….”

쑥스러워하는 신진호의 반응에 그는 웃으면서 고기 한 점을 더 먹었다.

그때였다.

『스페인 대 잉글랜드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잉글랜드가 로드의 골로 앞서고 있습니다!』

식당 안에 있는 TV에서 월드컵 중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록 대한민국의 경기는 아니었지만, 식당 주인이 월드컵 기간에 맞춰 다른 나라 축구 경기도 틀어놓은 것이다.

“어? 지금 잉글랜드하고 스페인 경기 할 시간이었네요?”

“어. 그런가 보네.”

그들도 잠시 TV 화면에 집중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천지원이 살짝 감탄했다.

“햐~ 저 친구, 언젠가 대성할 줄은 알고 있었는데 벌써 월드컵에서 뛰고 있구나.”

“응? 누구요?”

“저기 스페인에 호세 루이스.”

“엥? 부장님이 호세 루이스를 알아요?”

깜짝 놀라는 신진호를 향해 천지원은 가볍게 웃었다. 그러고는 옛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리버풀 대학교 졸업하고 잠깐 해외 클럽에서 인턴 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클럽이 비야레알이었거든.”

“엥!? 정말요?”

“어라? 내가 얘기 안 했던가?”

“해외 클럽에서 인턴 생활 했었다는 것 정도만 말씀하셨지 구체적으로는 얘기 안 해 주셨어요.”

“아, 그랬구나. 일단 한잔하자.”

“넵.”

천지원은 소주잔을 쥐고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신진호가 잽싸게 자기 소주잔을 쥐고 잔을 부딪쳤다.

빠르게 소주잔을 비운 뒤, 천지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비야레알에서 한 2년 정도 일했지? 그때 호세 루이스는 이제 막 1군에 올라왔던 선수였지.”

“오~”

“꽤 괜찮은 친구였어. 성격도 좋았고, 남들에게 친절했지. 그리고 훈련할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고.”

“오~ 그랬군요!”

호세 루이스는 현재 스페인 국가대표에서 활약하는 재능 있는 선수였다.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였다.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싱에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까지 갖추고 있었다.

“놀랍네요. 부장님이 저 호세 루이스하고도 아는 사이라니.”

“내가 저 친구하고 같이 밥도 먹고 그랬어.”

“엥? 진짜요?”

“자꾸 진짜요, 진짜요 하는데, 내가 계속 거짓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아이, 그건 아니고요. 오해세요. 정말 놀라서 그런 겁니다.”

“농담이야. 짜식.”

“아휴. 농담 2번 하면 제 심장이 저 멀리 도망갈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천지원이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네요. 밥은 어쩌다 같이 먹게 된 거예요?”

“어? 아, 그 친구가 갑자기 한식을 먹고 싶다는 거야.”

“한식을요?”

“어. 어릴 때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좀 있었는데, 제대로 알 방법이 없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날 보자마자 같이 밥 먹겠냐고 하더라.”

“거의 한국 사람 아니에요? 같이 밥부터 먹자고 하는 거 보면.”

“하하! 그렇지?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니까! 어쨌든 그 친구하고 같이 스페인에 있는 한국 식당에 가서 불고기도 먹고 그랬어.”

“오, 정말 신기하다.”

옛날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사장님이 등장했다. 사장은 음료수 하나 주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요?”

“네?”

“엿들어서 미안해요. 근데 정말 저기 호세 루이스하고 아는 사이 맞아요?”

“아, 넵. 축구계에서 일하다 보니 만났네요.”

“오, 이거 신기하구먼. 여기 음료수는 서비스.”

뜻밖의 서비스에 두 사람은 놀랐다가 이내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부장님 덕분에 공짜 음료수 먹네요.”

“그래. 잔뜩 고마워해라.”

* * *

“도련님. 주말에 회장님 생신인 거 아시죠?”

“엥?”

“……설마 잊고 계셨어요!?”

대표실에서 업무를 보던 나는 갑작스러운 김 비서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헐.”

“…….”

내 반응에 김 비서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미간에 손을 올렸다.

“도련님. 지금까지 회장님 생신을 아무렇지 않게 넘겨왔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요!”

“요즘 좀 정신이 없다보니 잊고 있었네.”

“도련님, 어떻게 자기 아버지 생신도 잊을 수 있어요?”

“그럼 김 비서는 이사님 생신은 기억해?”

“당연하죠.”

“……진짜?”

“네. 8월 17일.”

“…….”

괜히 말했다가 손해만 잔뜩 봤다.

김 비서의 한심해하는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말했다.

“내가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회장님 생신은 이번에 고양 호노캄에서 진행하신다고 해요.”

“호노캄? 그 5성급 호텔, 거기?”

“네.”

“비싼 데서 하시네.”

“도련님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이상한데요?”

지금 나한테는 10원 한푼이 아쉽다.

옛날처럼 아버지 지갑에만 손을 대던 삶이 아닌, 구단 대표의 삶을 살고 있다.

게다가 예전만큼 풍족하지 않은 액수의 급여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뭐 선물이라도 해야겠지?”

“당연하죠.”

“그럼 무슨 선물이 좋을까?”

내 말에 순간 김 비서도 고민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톱기업의 회장님이신데, 그동안 원하는 건 다 가지실 수 있는 위치에 계신 분에게 뭘 드려야 좋을까?”

“그러게요.”

고민이 안 될 수 없다.

“도련님, 회장님이 좋아하시는 거 없어요?”

“글쎄…….”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아버지에게 생신 선물을 드려본 적이 없다.

아니, 한 번 있기는 했었는데 불미스러운 일로 선물이 날아간 적이 있었다.

“안 되겠다.”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김 비서. 나하고 같이 선물 사러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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