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66화 (66/272)

66화

잭슨의 퇴장 악재 속에 제주FC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반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천금 같은 기회를 얻게 된 고양 유나이티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

“동점 가즈아!”

“역전도 가즈아!”

고양 유나이티드 홈팬들이 다시 한  번 뜨겁게 응원하기 시작했다.

필드를 누비는 고양 선수들도 기회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모두 내려가! 내려가서 수비에 집중해!”

강석훈 감독이 제주FC 선수들을 극단적으로 수비를 내려앉게 했다.

사실상 제주FC 선수 전원이 수비 모드로 들어간 것이다.

공격보다는 현재 1점차 리드를 지켜보겠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곽찬구 감독도 결단을 내렸다.

“모두 올라가! 라시모프, 너만 남고 다 올라가!”

그렇게 극단적 수비 축구 VS 극단적 공격 축구가 시작됐다.

『잭슨의 퇴장 이후 고양 선수들이 일방적으로 제주FC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제주FC가 지키는 축구로 갔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충분히 예상은 했었습니다.』

『제주가 교체카드를 사용합니다. 최전방 장지원 선수하고 미드필더 고종우 선수를 빼네요. 그리고 수비수 2명을 투입합니다. 백철 선수하고 박건우 선우가 투입됩니다.』

『백철 선수하고 박건우 선수 모두 백업으로 활용되는 선수들인데요. 이 선수까지 투입했다는 건, 강석훈 감독이 완벽하게 수비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입니다.』

제주FC가 남은 교체 카드 2장을 수비에 모두 사용했다.

이렇게 되자 곽찬구 감독도 묘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박형우와 장현우가 없는 스쿼드에서 특별히 내세울 만한 교체 카드는 없었다.

“조강현!”

“넵!”

“투입 준비해!”

“네? 제가요?”

“어서!”

“네, 넵!”

조강현.

고양 유나이티드의 신예 공격수로, 백송고등학교 유소년팀 출신이다.

그는 올해 2월 고등학교 졸업 후, 지명을 받아서 고양 유나이티드와 프로팀 계약에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데뷔전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었다.

별다른 카드가 없던 곽찬구 감독에게는 충분히 모험이자 도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공격을 진행해야만 했다.

그렇게 얼떨떨한 상태로 데뷔전을 치르게 된 조강현.

『올해 20세, 만으로는 아직 19세가 되지 않은 선수가 데뷔전을 치르는데요! 고양 유나이티드의 유스인 백송고 출신의 신예 공격수입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죠? 작년 전국고등부 축구 대회에서 백송고 소속으로 출전해서 7골 3도움을 기록했었습니다.』

조강현은 석종호와 교체되어 출전했다.

그렇게 극한의 공격을 진행하던 중, 고양 유나이티드가 기회를 잡았다.

『오세진이 공을 잡습니다! 오세진 패스하는데요! 아~ 잘 빠져들어갑니다! 조강현이 공을 잡습니다! 조강현! 자신감 있는 드리블!』

오세진이 중앙에서 밀어준 전방 패스가 제주FC의 수비 뒷공간을 절묘하게 빠져들어갔다.

그렇게 빠진 틈으로 조강현이 날렵하게 뛰어가서 공을 잡았다.

그리고 상대 수비수를 앞에 두고 자신감 있게 드리블을 시도한 뒤, 슈팅까지 날렸다.

팡!

『조강현 슈우웃! 아! 아깝습니다! 조강현의 슈팅은 골키퍼의 손에 맞고 라인 바깥을 벗어납니다!』

『오~ 좋습니다~ 저런 자신감 있는 플레이는 향후 경기에서 선발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죠!』

『고양 유나이티드가 코너킥을 가져갑니다! 김지우 선수가 키커로 나서는데요!』

코너킥 기회를 얻은 고양 유나이티드.

양 팀 선수들이 모두 제주FC 골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선수들 사이에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고양 서포터스들이 ‘골’을 외쳤다.

골! 골! 골!

그렇게 골을 외치는 사람들 속에 지태훈의 모습이 중계 화면 카메라에 잡혔다.

『상당히 초조한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지태훈 대표의 모습인데요. 자, 김지우 선수! 차는데요!』

『가나요!』

포물선을 타고 올라가던 공이 절묘하게 휘어지더니 제주FC 골문 앞쪽으로 뚝 떨어졌다.

모두의 시선이 떨어지는 공을 향했다. 낙하하는 공을 잡기 위해 모두가 공을 보고 움직였다.

그 순간, 그 누구보다 빠르게 번개같이 나타난 선수가 있었다.

『어! 골! 골입니다! 고양 유나이티드가 득점합니다!』

출렁이는 제주FC의 골망.

그 순간 지켜보고 있던 고양 유나이티드의 모든 이들이 환호했다.

경기장 전체가 거대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노란 유니폼을 입은 홈팬들이 방방 뛰자, 경기장은 노란색 물결이 쳤다.

중계 카메라는 바로 골을 기록한 선수를 비춰주었다.

『혼전 상황 속에서의 득점이었는데요! 고양 유나이티드의 세 번째 골의 주인공은 바로 라시모프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라시모프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가슴 앞에 합장하고 기도를 올리는 세레모니를 펼쳤다.

그리고 곧 동료 선수들이 모두 뛰어가 라시모프를 끌어안고 기뻐했다.

“좋았어!”

지켜보던 곽찬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과 벤치에서 대기하던 선수들도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환호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이어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지태훈 대표가 포효하는 모습이 나왔다.

『정말 극적인 동점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반전만 해도 끌려가던 고양 유나이티드였는데요! 기어코 후반전에 동점골을 만들어 냅니다!』

『아~ 올 시즌에 고양 유나이티드의 무서운 점이 바로 이런 겁니다! 막판 뒷심이 있거든요? FA컵에서도 파주FC를 상대로 막판 뒷심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고양 유나이티드가 왜 선두 싸움을 하면서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지 알려주는 모습이지 않나 싶습니다!』

* * *

삑! 삐익! 삑!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결국 치열했던 경기도 마무리되었다.

“3:3…… 조금 아쉽네.”

“그래도 지지 않은 것이 어디예요.”

“그렇긴 하지.”

자칫 질 뻔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무승부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는 한 명이 퇴장당했다.

수적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울 뿐이다.

“그나저나 제주하고 2번 연속 무승부라니. 이게 마지막 대결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천지원 부장의 말에는 염려가 담겨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현재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대다. 그런 팀과 공교롭게도 2번 연속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나름대로 진기록이 아닐 수 없다.

K리그2는 정규리그 경기 중에 한 팀과 3번씩 붙는다.

공교롭게도 제주와 마지막 대결은 제주FC 홈에서 펼쳐진다.

그것도 최종전으로.

두 팀 모두 이런 식으로 간다면, 정규리그 1위 결정전은 최종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컸다.

“2위까지 다이랙트 승격이기 때문에, 승격 여부 자체는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승에 관한 이야기는 다르겠죠.”

천지원 부장의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격도 승격이지만, 현재 팀 분위기는 승격은 당연하고,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승을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다른 팀들은 어떻게 됐을라나.”

나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다른 팀들 경기 결과를 확인했다.

우리와 제주가 우승 경쟁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팀들도 승격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중에 한 팀이 바로 서울 다이너스티.

“어?”

“왜 그러십니까?”

“서울 졌는데?”

“예!?”

내 말에 모두가 놀랐다.

서울 다이너스티는 오늘 최하위 충주하고 맞붙었다.

모두 서울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었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충주가 서울을 잡는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충주가 3:0으로 서울을 잡았어!”

“허!”

우리한테는 잘 된 일이다.

서울이 만약 이겼다면 우리와 승점 차이가 좁혀졌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졌기 때문에 승점 차는 더 벌어졌다.

“이렇게 되면 승점 차이가 7점이 되네요.”

“그렇죠.”

여러모로 잘된 일이다.

나는 국내 축구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했다.

접속하니 오늘 치른 경기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줄줄 나왔다.

그중에서 우리 팀 경기 관련 피드백 글들을 찾았다.

[고양 심판한테 뇌물 먹였냐? ㅋㅋ 잭슨 퇴장 개오반데 ㅋㅋㅋ] +24

눈에 띄는 게시물 하나를 보고 들어갔다.

그러자 뜨거운 반응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심 : 오늘도 입금 감사요~^^

-고양 이번 시즌에 은근히 심판 혜택 받는 거 같은데 ㅡㅡ

-하, 개 열받네 ㅡㅡ 잭슨이 퇴장이면 라시모프는 왜 퇴장 안줌?

-라시모프는 경고도 한 장 안주면서 잭슨은 퇴장 주는 K리그 수준 잘 봤습니다~^^

대부분 분노한 제주FC 팬들의 댓글이었다.

하지만 그 반응들은 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매수했다니. 이게 뭔 개소리야.”

“도련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커뮤니티에 들어갔더니 우리보고 심판 매수한 거 아니냐고 하더라.”

그런 내 말에 천지원 부장이 반응했다.

“원래 이렇습니다. 잘 되는 팀에는 꼭 따라붙는 용어가 ‘심판 매수’거든요.”

“그게 정말입니까?”

“네.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아하.”

“뭐, 가끔 질 떨어지는 심판들이 있기는 한데 그걸 전부로 볼 수는 없죠.”

천지원 부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커뮤니티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를 비난하는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박하는 반응들도 많았다.

-잭슨 퇴장이 말이 안 된다구? 아무리 그래도 지 화난다고 상대 선수 머리를 손바닥으로 때리는 건 아니지 않냐?

-누가 봐도 퇴장 맞는데, 감귤 새끼들 부들부들 떠는 거 보소.

회의적인 반응들도 있었다.

-강석훈 이 새끼는 뭐하는 지 모르겠다. 진짜 고집 개쌤. 안 되는 애들도 계속 쓰고.

-곽찬구는 ㅅㅂ 진짜 강석훈 킬러네. 강석훈은 어째 곽찬구만 만나면 힘을 못 쓰냐.

반응들을 쭉 다 살펴본 나는 씩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오늘 고생한 선수들이 있는 라커룸으로 향했다.

라커룸에 도착하자 마침 선수들이 경기 후 마무리 정리를 하고 있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앗! 대표님!”

“대표님 오셨다!”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들어온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아, 곽 감독님도 수고 많으셨어요.”

나는 곽 감독과 먼저 악수를 나눈 뒤, 고생한 선수들과도 한명씩 악수를 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오늘 자칫 질 뻔했었는데, 그 경기를 뒤집은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남은 시즌 계속해서 열심히 뛰어 주세요.”

“이기지 못해 죄송할 뿐입니다.”

“이기지 못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죠. 그리고 저에게 죄송할 필요 없습니다. 정말 죄송하면 팬들을 위해 뛰세요.”

“넵!”

“아, 그리고 수고한 여러분에게 선물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

“……?”

갑작스러운 선물 이야기에 선수들이 모두 어리둥절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내가 준비한 선물을 풀었다.

“오늘 경기를 뛴 선수들에게 각각 1인당 500만 원씩 포상금을 지급하겠습니다!”

“……!”

“아쉽게도 오늘 뛰지 못한 선수에게는 포상금 지급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주요 경기에서 경기를 뛴 선수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이건 계약과 별도로 진행됩니다.”

“……!”

선수들은 모두 놀라움을 넘어 충격을 받았다.

뜻밖의 포상금.

특히 이렇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K리그 구단은 많지 않다.

보통 계약서에 명시된 급여와 보너스 정도가 전부일 뿐이다.

그런데 그것과 별도로 지급되는 것이다.

돈 더 준다는데 싫어할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진수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런 그를 시작으로 선수들이 연달아서 열심히 뛰겠다고 외쳤다.

그런 선수들을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드러내며 대답했다.

“열심히 뛰셔야죠.”

그래야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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