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48화 (48/272)

48화

선수단 체력단련실.

국가대표 소집이 해체된 이후 박형우는 일찌감치 다시 팀에 합류하여 개인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여, 아침부터 열심히 하네?”

“아, 지우 형.”

박형우보다 한 살 많은 김지우.

팀의 주장이기도 한 그는 한때 박형우와 함께 국가대표에서 뛰기도 했다.

“경기 잘 봤다. 대단하더라. 요즘 물올랐던데? 리그에서나 국가대표에서나.”

“더 열심히 해야죠.”

“그래. 뭐, 호날두나 메시가 나이 먹고 삼십이 훌쩍 넘어도 활약하더만. 너도 어쩌면 2차 전성기 오는 거 아니겠냐?”

“그랬으면 좋겠네요. 하하.”

가볍게 웃는 박형우를 보며 김지우는 생각에 잠겼다.

‘어릴 때 자존심도 강했던 녀석이 이제는 아저씨가 다 됐네.’

김지우는 오랜 시간 박형우를 지켜보았다. 그래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고 있었다.

“형우야. 우리 조만간에 같이 밥이나 먹을까?”

“좋지요.”

“고기?”

“아 그러면 이왕이면 소고기로.”

“고기 하면 돼지고기 아니겠냐?”

“이 형이 고기 먹을 줄 모르네. 고기는 역시 소고기죠.”

“그럼 둘 다 먹을까?”

“음, 그것도 괜찮겠네요.”

그때였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천지원 부장이 다급하게 뛰어왔다.

“박형우 선수!”

“음?”

“큰일 났습니다! 이것 좀 보세요!”

천지원 부장이 다급하게 내민 스마트폰.

화면 속에는 기사 하나가 있었다.

그 기사를 읽은 박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게 무슨…….”

“무슨 일인데?”

당황스러워하는 박형우의 반응에 의아해진 김지우도 스마트폰 화면을 봤다.

그리고 곧 그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단독보도] 박형우 아버지, 수십 억대 사기 의혹으로 피소!』

* * *

“박형우 선수와 인터뷰 가능합니까?”

“박형우 선수의 아버지가 수십 억대 사기로 피소당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한 말씀 해주십시오!”

고양 유나이티드 구단 앞은 몰려든 기자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 기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천지원 부장과 휘하 마케팅 팀 직원들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기자님들! 이렇게 몰려오셔도 지금 당장 저희가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조만간 보도자료를 통해서……!”

어떻게든 몰려든 기자들을 돌려보내려고 애를 쓰던 상황에서 갑자기 기자들 틈으로 익숙한 차량 한 대가 나타났다.

일부 눈치 빠른 기자가 차량의 주인이 누군지 알고 외쳤다.

“지태훈 대표다!”

그 말에 기자들의 시선이 차량으로 향했다.

곧 뒷문이 열리고 깔끔한 검은 정장과 선글라스를 낀 지태훈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들은 그런 지태훈 대표에게 향했다.

천지원 부장도 상황을 파악하고 직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대표님께 기자들이 못 가게 막아!”

“넵!”

마케팅팀 직원들과 구단 내 경비원들이 지태훈 대표를 지키기 위해 뛰어갔다.

그때, 지태훈 대표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외쳤다.

“조용!”

그의 한 마디에 시끌벅적하던 기자들이 순간적으로 조용해졌다.

고양 유나이티드 직원들도 움찔하며 행동을 멈췄다.

지태훈은 오만한 눈빛으로 주변을 슥 둘러보더니 이내 기자들을 향해 경고했다.

“지금부터 개념 없이 들러붙는 기자님들은 향후 박형우 선수 관련 보도자료 및 인터뷰 등 모든 언론 활동에서 배제시키겠습니다. 설마 이 정도로 눈치 없는 기자님이 계신 건 아니겠죠?”

“…….”

“설마 스스로 ‘기레기’가 되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저희는 기자님들만 상대하지 기레기는 상대 안 합니다.”

‘기레기’라는 말에 어떤 한 기자가 발끈하려고 했다.

“지태훈 대표님, 지금 무슨 말씀을……!”

“감당할 수 있으면 해보세요.”

서늘한 눈빛을 한 지태훈 대표와 시선이 마주한 기자가 침을 삼켰다.

결국 꼬리를 내린 기자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지태훈 대표는 그런 기자를 쓱 본 다음 망설임 없이 기자들을 지나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지태훈 대표가 떠난 뒤, 상황을 살피던 천지원 부장이 뒷수습을 위해 나섰다.

“자자, 기자님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시고 다음에 저희 쪽에서…….”

* * *

후.

구단 사무실로 들어온 나는 흘러나오는 한숨을 막지 못했다.

그리고 직원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눈치만 살폈다.

무겁고 긴 침묵에 휩싸인 상황에 보다 못한 나는 한마디 했다.

“박형우 선수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게 지금 사실 확인 차원에서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고 합니다.”

유지원 부장이 내 눈치를 살살 보며 대답했다.

두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상황을 정리해야만 했다.

“먼저 사실 확인부터 진행하세요. 그리고 박형우 선수는 아버지를 만난 다음 나한테 오라고 하시고.”

“넵.”

유지원 부장이 고개 숙여 대답하는 것을 본 나는 고개를 돌려 김 비서에게 말을 걸었다.

“김 비서. 오늘 예정된 일정 모두 취소시켜. 긴급 대책 회의 들어간다.”

“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퇴근은 어렵겠다 싶었다.

* * *

한편, 박형우는 아버지 박동준과 만났다.

“아버지!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사기라뇨.”

“미, 미안하다!”

“미안하다고만 얘기하지 말고 무슨 일인지 묻잖아요! 네?”

한참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해서 얘기하던 박동준이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 얘기란 이렇다.

박형우가 어린 시절, 박동준의 형편은 좋지 않았다.

박동준은 아들의 뒷바라지와 성공을 위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렸다고 한다.

그렇게 빌린 돈이 적지 않은 액수였다고 한다.

“형우아! 미안하다! 하지만 변명을 하자면 전부 안 갚은 건 아니란다. 일부는 갚고 일부는 연락이 안 닿아서 못 갚았는데…….”

“그럼 수십억 원이나 빌린 게 맞아요?”

“그, 그럴 리가 있겠느냐? 그렇게까지 빌릴 수도 없고, 빌리지도 못한다! 빌린 액수는 1억 정도 되는데…….”

“1억?”

박동준은 빌린 금액 1억 중에서 7천만 원 정도는 갚고, 3천만 원은 갚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는 연락이 닿지 않아서.

연락이 닿았다면 바로 갚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말 연락이 안 닿아서 안 갚은 겁니까?”

“정말이다! 지금 너도 성공했고 나도 3천만 원 정도를 못 갚는 사람은 아니란다!”

박형우가 축구 선수로서 성공 가도를 이룩한 후, 그동안 자신을 뒷바라지해 준 부모님에게도 거액의 돈을 드렸다.

그 액수가 결코 적지 않은 터라, 아버지가 3천만 원을 갚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됐다.

그럼에도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그럼 기사 내용은 뭐에요? 아버지가 수십 억대 사기를 쳤다고 이미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나왔는데!?”

“그건 나도 잘 모르는 일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는단다!”

“…….”

박형우는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느꼈다.

때마침 구단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네. 네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박형우는 죄책감에 고개 숙인 아버지를 달랬다.

“아버지. 속상해하지 마세요. 일을 잘 해결될 거예요.”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하구나.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박동준은 뜻하지 않게 아들의 발목을 잡게 된 것 같아서 커다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박형우가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감정적으로만 있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 구단에서 돌아오라고 하네요.”

“……구단도 놀랐겠구나.”

“네. 대표님이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시네요. 아무래도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나도 같이 가야 하지 않겠니?”

“아니요. 아버지는 집에서 쉬고 계세요. 제가 해결해 볼게요.”

“괜히 너한테만 짐을 떠넘기는 것 같구나.”

“괜찮아요. 가족이잖아요. 그러니까 함께 해결해야죠.”

박형우는 아버지를 달랜 뒤 굳은 마음을 갖고 다시 구단으로 향했다.

* * *

“조사 결과 박형우 선수의 말은 사실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

“네. 박형우 선수는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좋지 못했습니다. 빛도 상당히 많았고요. 아들의 성공을 위해 아버지인 박동준이 돈을 빌렸지만, 몇 년 후에 어느 정도 갚은 모양이고요.”

박형우 선수와 개별 면담을 진행한 후, 나는 김 비서를 시켜 따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박형우의 말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럼 왜 이런 기사가 나온 걸까?”

박형우의 아버지가 일부 빌린 돈을 갚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적어도 수십 억대 사기를 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거짓말이라는 이야기인데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걸까?

“기사를 쓴 기자가 누구랬지?”

“조남수 기자입니다. 미래일보 소속이고요.”

“조남수…… 조남수라.”

왠지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근데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때 갑자기 김 비서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고 무언가 짧게 대화를 나누던 그녀가 말했다.

“도련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네. 고양 스포츠의 이광진 기자입니다.”

“이광진 기자?”

“네. 구단 앞에 와 있다고 하는데, 들어오라고 할까요?”

“마침 잘됐네. 들어오라고 해.”

갑작스러운 이광진 기자의 방문이 놀랍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이광진 기자는 우리와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이였다.

이번 일을 두고 이광진 기자가 가만히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일 터.

오히려 늦은 감도 없잖아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어서 오세요, 기자님.”

“제가 잠깐 지방 출장을 다녀온 사이에 일이 터졌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야 찾아뵙게 되었네요.”

“아아. 그러셨군요.”

이광진 기자는 특유의 넉살과 사람 좋은 얼굴로 나를 대했다.

그러다가 곧 심각한 얼굴로 바뀌며 주변을 슥 둘러본 뒤 말했다.

“대표님. 혹시 이번 박형우 아버지 관련 기사를 쓴 기자가 누군지 알고 계십니까?”

“조남수 기자요?”

“예. 미래일보의 조남수 기자라고 있는데 사실 그 사람이 제 후배입니다.”

“후배요?”

“예. 정확히는 대학 후배죠. 제가 중진대학교 신방과 나왔거든요.”

중진대 신방과는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곳이다.

기자의 꿈을 꾼다면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곳.

이광진 기자가 그곳 출신이었을 줄이야.

“그런데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무엇이죠?”

“음. 그게 말이죠.”

이광진 기자는 상당히 고민스러워하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남수가 이번 일을 기획한 것 같습니다.”

“예?”

“사실 출장 다녀오고 돌아오는 길에 해당 기사를 확인하고 뭔가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있어서 확인차 남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더군요.”

“…….”

“그래서 미래일보에 있는 다른 친분 있는 기자에게 연락을 걸었죠. 그랬더니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어떤?”

“남수가 한 달 전부터 준비해오던 취재가 있었는데 바로 이번 사건이었다고.”

“…….”

한 달씩이나 준비했다고?

하지만 박형우 아버지의 사기 사건은 거짓이다.

만약 진짜로 한 달씩 준비했다면 이번 사건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분명 무언가 있다.

“상당히 의심스럽군요.”

“네. 저도 그 부분이 의심스럽습니다. 안 그래도 어제 박형우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박형우 선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남수가 헛짓거리를 했다는 건데…….”

“과연 일부러 헛짓거리를 했을까요?”

“…….”

“아무래도 조남수 기자를 제가 직접 만나봐야겠군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