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대한민국 대 세르비아의 전반전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화면 기준 왼쪽이 홈팀 대한민국! 오른쪽이 세르비아입니다!』
『오늘 세르비아는 최정예 모두 다 나왔습니다! 지금 화면에 보이시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뛰는 미드필더 루카 다미로비치하고 세리에A AS로마에서 뛰는 공격수 알렉산다르 라조비치 선수 모두 선발로 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세르비아를 상대로 오늘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맨체스터시티에서 뛰는 강철인 선수, 레버쿠젠에서 뛰는 황조한 선수 등 모두 출전했습니다.』
『오늘 주목할 점은 최근 고양 유나이티드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장현우 선수와 박형우 선수가 대표팀에 선발로 나왔는데요. 일단 장현우 선수는 선발, 박형우 선수는 벤치에서 대기합니다.』
『고양 유나이티드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최근 K리그2가 팬들 사이에서 굉장한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고양 유나이티드란 말이죠.』
『네, 맞습니다. 지금 화면에 나오네요. 고양 유나이티드 지태훈 대표이사하고 이종무 대한축구협회장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지태훈 대표의 파격적인 구단 운영 방식과 곽찬구 감독의 전술, 선수들의 능력 이 모든 삼박자가 다 맞춰서 엄청난 시너지는 내고 있습니다.』
『그렇죠. 개막전에서 제주와 3:3 무승부, 경남에게 4:0, 전남에게 5:2 승리를 거두었을 때, 이 중심에는 이번 대표팀에서 선발된 박형우 선수와 장현우 선수가 있습니다.』
* * *
대한민국 대표팀과 세르비아 대표팀의 맞대결은 초반부터 팽팽했다.
크리스토퍼 제이든 감독은 주로 4-3-3 또는 4-4-2 전술을 쓴다.
오늘 경기에서도 역삼각형 미드필더 형태인 4-3-3으로 세르비아를 상대했다.
세르비아는 측면을 활용하는 4-4-2 전술로 맞붙었다.
세르비아의 중원 사령관 루카 다미로비치를 중심으로 좌우 측면으로 넓게 이용하며 공격했다.
대한민국은 맨체스터시티의 에이스이자 역대 최고 미드필더로 평가받는 강철인을 중심으로 공수밸런스를 유지하며 세르비아의 골문을 노렸다.
양 팀 선수들의 경기 전개 속도는 상당한 속도감이 있었다.
“어떻습니까?”
“네?”
“지 대표님이 보기에는 우리 대표팀 수준이 어떤 것 같습니까?”
한창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데 뜬금없이 대표팀이 어떠냐는 물음을 던지는 이종무 회장.
나는 조금 생각했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확실히 점점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통해서 극적인 성장을 이루었죠. 이후 2006년 월드컵 원정 첫승, 2010년에는 원정 첫 16강을 이루었죠. 2012년에는 올림픽 동메달을 땄고요. 이후 2014년과 2018년에는 위기를 겪기는 했지만 2014, 2018 아시안 게임에서는 선전하며 아시아 강자를 유지했죠.”
“…….”
“손정민 선수 은퇴 이후 강철인 선수를 축으로 변모한 대표팀 스쿼드에는 재능 있는 자원들이 많습니다. 그런 인재들을 적재적소에서 활용한 사람이 크리스토퍼 제이든 감독이고요.”
“호오.”
“언론 중에는 크리스토퍼 제이든 감독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딱히 신경 쓸 건 아니죠. 제이든 감독은 실력 있는 감독이 맞습니다.”
명장까지는 아니어도 제이든 감독은 실력이 있다.
과거 애리조나FC 외에도 분데스리가 호펜하임과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을 이끌 때도 지도력은 어느 정도 검증받았다.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며 많은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다만, 이 감독에게도 단점은 있었다.
“제이든 감독은 자기만의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이죠. 자존심도 강하고. 줏대가 강한 사람이라고 하나? 그 때문에 변칙적인 상황에는 약한 면모를 보이죠.”
“…….”
“지난번 6월 이란과의 최종전. 이란이 변칙적인 전술을 들고 오는 바람에 0:1로 지고 말았죠. 그때 그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두었어도 우리는 조 1위로 본선 진출을 거머쥐었을 텐데 말이죠.”
“지 대표.”
“이후 10월 원정 평가전에서 만난 벨기에, 이탈리아. 그리고 11월 평가전에서 만난 우루과이. 이들 모두 변칙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고, 대표팀은 패배하거나 무승부를 기록했죠. 11월 마지막이었던 자메이카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자메이카는 아주 고전적인 전술로 우리를 상대했고요.”
내 말을 들은 이종무 회장은 감탄했다.
“지 대표님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었군요.”
“칭찬 감사합니다.”
“그러면 우리 팀이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합니까?”
“글쎄요.”
내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도 아니고, 축구협회장도 아닌데 미래까지 알 수 있지는 않다.
그 정도 혜안까지는 없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흐음.”
과거 수많은 감독들이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중 제이든 감독은 TOP 5 안에 들 정도로 괜찮은 감독이다.
제이든 감독의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후 월드컵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지켜봐야 한다.
‘물론 나는 이번 월드컵의 결말을 알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32강까지 간다.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 48강 조별리그로 이루어지는데, 대한민국은 2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32강에 진출한다.
하지만 32강에서 만난 잉글랜드에게 0:1 패배를 하며 아쉽게 탈락하고 만다.
‘그런데 이제는 어떻게 될지 몰라.’
내가 회귀를 했다.
이 회귀의 여파가 과연 월드컵까지 미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완전히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면 다른 질문을 해보죠.”
“네?”
“오늘 경기는 어떻게 보십니까? 누가 이길 것 같죠?”
이종무 회장은 눈을 빛내고 있었다.
대충 대답하려고 했던 나는 조금 고민했다가 대답했다.
“우리가 이길 겁니다.”
“호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죠?”
“세르비아는 측면밖에 모르는 바보거든요.”
“……!”
그때였다.
출렁-
와아아아아!
『골-!』
대한민국 대표팀이 전반전에 먼저 선제득점에 성공했다.
강철인의 결정적인 패스에 이은 황조한의 깔끔한 마무리였다.
짝짝짝.
골이 들어가자 이종무 회장을 비롯한 모두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정말 대표님 말대로 우리가 이기겠군요.”
이종무 회장의 말에 나는 말 없이 미소만 보였다.
사실 나는 벤치에 앉아 있는 박형우에게 관심이 향해 있었다.
경기장 대형 화면에 잠깐 비춰진 박형우의 표정은 좋지 앉았다.
경쟁자인 강철인이 활약할수록 박형우의 입지는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이번 평가전에서 크리스토퍼 제이든 감독은 모든 선수들을 활용한다고 이야기 했었다.
아직 박형우에게는 후반전에 교체 투입할 기회가 남아 있었다.
그렇게 경기를 진행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촤악!
“아악!”
지켜보던 모두가 벌떡 일어났다.
강철인이 상대 선수 태클에 쓰러진 것이다.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강철인의 모습에 대한민국 팬들과 선수단 모두 술렁거렸다.
이종무 회장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의무팀이 서둘러 뛰어가서 살폈다.
한참 상태를 살펴보던 의무팀이 뛸 수 없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 사인을 본 선수단 분위기는 침울해졌다.
“이럴 수가.”
이종무 회장이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나도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때, 박형우가 황급히 교체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제이든 감독이 박형우에게 다급하게 전술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전달받은 박형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금방 경기장을 밟았다.
갑작스럽게 교체로 투입된 박형우. 대한민국 대표팀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결국 그 틈을 탄 세르비아가 동점골을 만들어 냈다.
출렁-
루카 다미로비치의 패스로 한국 수비 라인이 순간적으로 무너졌다.
그 틈으로 알렉산다르 라조비치가 절묘하게 빠지며 슈팅을 시도했고 그대로 득점으로 이어졌다.
우리에게는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나는 박형우를 쳐다봤다.
박형우는 굳은 얼굴로 필드 전체를 눈에 담고 있었다.
그러더니 장현우에게 뭔가 이야기를 전달했다.
이야기를 들은 장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무엇을 보여줄까?’
나는 조금 기대하며 지켜봤다.
* * *
대한민국 대 세르비아의 경기는 후반전으로 이어졌다.
여전히 스코어는 1:1인 상황에서 경기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팽팽했다.
여전히 나도 조용히 경기를 눈에 담고 있었다. 그런 내 곁으로 조금 늦게 돌아온 김 비서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도련님. 강철인 선수의 부상 정도는 심하지는 않다고 하군요.”
“그래?”
“네. 아까 하프타임 때 제가 슬쩍 라커룸 쪽으로 갔다 와봤거든요. 거기서 관계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다행이네.”
보고를 들으면서도 나는 경기장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경기는 어때요?”
“재미있어.”
나는 작게 웃었다.
장현우와 박형우가 생각보다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에는 장현우와 박형우의 연계 플레이로 대표팀의 경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특히 박형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 변화에는 제이든 감독의 극적인 한 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왔다. 제로톱.”
최전방에서 활약하던 황조안을 박형우를 톱으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전략.
제이든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봤다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이든 감독은 단 한 번도 박형우를 톱으로 쓴 적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박형우을 톱이다.
그런데 그냥 톱이 아니다.
박형우는 가짜 스트라이커로 톱에 선 것이다.
그리고 박형우가 제로톱의 중심이 된 순간, 대표팀은 완벽하게 달라졌다.
『장현우가 박형우에게, 박형우가 돌아들어가는 조용원 선수에게 내줍니다! 조용원 빠르게 들어가는데요! 조용원 박스 근처에서 슈웃! 하려다가 박형우에게 내줍니다. 박형우 슈우우웃! 들어갑니다!』
박형우는 날아다녔다.
추가골이 터지는 순간, 고양 종합 운동장은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골을 기록한 박형우가 어딘가로 뛰어갔다.
그렇게 뛰어간 그는 내가 앉은 자리 앞쪽으로 가더니 내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나에게 보내는 사인이었다.
순간 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똑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런 우리의 모습이 생중계 카메라에도 고스란히 잡혔다.
* * *
『경기를 지배한 박형우! 대한민국, 세르비아에게 3:1 승리!』
『제이든 감독의 비책? 박형우 시프트 통했다!』
『경기 최우수 선수 박형우 “반드시 월드컵에 나가고 싶다.”』
『1골 1도움 박형우의 활약에 제이든 감독 “그는 능력 있는 선수.”』
대표팀 경기가 끝나고 올라온 기사들을 하나씩 확인하던 내 얼굴에는 미소로 가득했다.
“잘 되니까 좋구만.”
우리 팀 선수가 잘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마침 경기가 끝나고 칼리드 왕자에게도 연락이 왔었다.
-이봐! 동생! 잘 지내고 있나? 박형우의 활약상은 잘 봤다고! 아주 기분이 좋다고!
칼리드 왕자와 약속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박형우가 월드컵까지 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번과 같은 활약을 계속 보여준다면 칼리드 왕자와의 약속은 무난하게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이이잉.
“응?”
갑자기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아버지였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세요?”
-이놈아. 너 시간 비지?
“네?”
-너 휴가인 거 다 알고 있다.
“…….”
-파주에 있는 별장 알지? 오늘 거기로 와라.
“엥? 지금요?”
-뭔 말이 그렇게 많냐. 오라면 올 것이지.
“……네. 가요. 가.”
지엄하신 회장님의 명령을 어떻게 어길 수 있으랴.
뭐, 예전 같으면 무시하고도 남겠지만 총수가 되려는 목표를 가진 이상 아버지에게 잘 보여야 한다.
김 비서도 제발 행동 똑바로 하라고 여러 번 조언하기도 했고.
“아휴. 모처럼 조용히 쉬나 싶었더니.”
오늘 쉬는 건 글렀다.
그렇게 나는 준비하고 파주에 있는 별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엥? 김 비서가 왜 여기에 있어?”
“도련님?”
별장에 도착한 나는 먼저 도착해 있는 김 비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곳에는 김 비서만 있지 않았다.
“…….”
싸늘한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남자.
그 남자는 바로 김 비서의 아버지, 김진철 이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