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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 구단주-43화 (43/272)

43화

고양 유나이티드가 홈 개막전 준비로 정신없을 무렵, 영신 그룹 내에 충격적인 소식이 하나 돌았다.

“뭐? 종수가 죽어?”

“네. 퇴근하고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경찰 조사에 의하면 박종수 이사는 음주를 한 상태에서 차를 몰았다가 변을 당했다고 합니다.”

“허!”

박준후 비서팀장으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은 지종윤 회장은 기가 막혔다.

박종수 이사는 오랜 시간 영신 그룹에 충성을 다해오던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음주운전으로 황망하게 갔단다.

“종수, 아니, 박 이사가 술을 좋아하기는 해도 평소에 음주 운전은 하지 않은데?”

“그게…… CCTV 증거 영상이 있어서 빼도 박도 못한답니다.”

“…….”

지종윤 회장은 이마를 부여잡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태종이는?”

“소식을 듣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고 합니다.”

“하아.”

지종윤 회장은 충격받았을 둘째 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박 이사가 태종이의 최측근이었지?”

“그렇습니다.”

“후우. 골치 아프구만. 오늘 남은 일정 전부 취소해.”

“장례식장으로 가십니까?”

“그래.”

* * *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지…….”

2라운드 홈 개막전 준비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 나는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바로 박종수 이사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박종수 이사는 나하고도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인물이었다.

둘째 형인 태종이 형을 곁에서 보필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도련님. 표정이 안 좋으세요.”

“어? 아, 음.”

나는 굳어진 표정을 좀처럼 펼 수가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박종수 이사는 원래 지금 죽을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회귀 전, 내가 감옥에 있을 때도 박종수 이사는 살아 있었다.

지태완이 총수가 된 이후, 형제를 대거 숙청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지태종도 외국으로 도피했다.

지태종이 도피할 때도 곁에 있던 인물이 박종수 이사였다.

그런 박종수 이사가 갑자기 죽다니.

그것도 음주운전으로.

왠지 모를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침 해가 진 밤하늘에서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더욱 강했다.

애써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려고 하는데 마침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했어요.”

“어. 내리자.”

급하게 장례식장으로 향한 나와 김 비서.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수 많은 조문객들이 방문한 상태였다.

상주로 있는 박종수의 아내와 그의 자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장례 예의를 갖춰 환하게 웃고 있는 박종수의 영정 사진을 향해 절을 올렸다.

옆에 있는 김 비서도 나와 함께 절을 올렸다.

그러고 나서 상주에게도 맞절을 올렸다.

“고민의 명복을 빕니다.”

“흑흑흑.”

박종수의 가족은 한없이 흐느꼈다.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는 뜻하지 않은 인물과 마주했다.

“태훈이. 너도 왔구나.”

“…….”

지태완과 그의 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말없이 그를 쳐다보자 지태완이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모처럼 본 형한테 인사도 안 하니?”

“……형.”

“너 말이야. 요즘 잘나간다고 해서 형 무시하면 안 된다?”

그때, 나는 형에게서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저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에서 느껴지는 묘한 위화감.

그 순간 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말도 안 된다.

회귀했기에 유일하게 형의 야망을 아는 존재지만, 설마 그런 잔악한 짓을 저질렀을까?

하지만 이 알 수 없는 위화감은 뭐란 말인가.

나는 침을 한 번 삼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형, 아니지?”

“음? 무슨 말이냐?”

“……아니야. 됐어.”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형의 곁을 떠났다.

그런 내 뒤로 형이 순간적으로 악귀 같은 얼굴을 했다는 사실을, 나는 알지 못했다.

* * *

장례식장 안에서 홀로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조용히 술을 먹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지태종이었다.

나는 그런 지태종과 오래간만에 대화를 나눴다.

“형. 왜 혼자 쓸쓸하게 술 먹고 있어?”

“……태훈이냐?”

“어. 형 모습 오랜만에 본다.”

“앉아.”

내가 맞은편에 앉자 지태종은 빈 술잔 하나를 내 앞에 내밀었다.

내가 술잔을 손에 쥐고 내밀자 지태종이 술을 따랐다.

술이 가득 찬 것을 확인한 뒤, 나도 지태종의 빈 잔을 채웠다.

서로의 빈 잔을 채운 뒤 말없이 술잔을 부딪친 뒤 술을 마셨다.

뜨거운 알코올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형. 요즘 뭐 하고 지냈어?”

“…….”

“하, 됐어. 내가 형하고 안부나 물을 정도로 사이 좋은 건 아니었지.”

“…….”

나는 전반적으로 형제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나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서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서자에 대한 형제들의 차별은 심했다.

나 또한 살아남기 위해 그들과 거리를 벌리며 지냈었다.

그래서 회귀 전에도 죽을 때까지 형제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적이 없었다.

회귀 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만 자리를 떠날 생각을 하고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지태종이 말을 걸었다.

“……너 대표이사 생활은 할 만하냐?”

“어?”

“최근에 네 소식을 엄청 많이 듣고 있어. 네가 많이 달라졌다고. 대외적으로나 회사 내에서도 너에 대한 평판이 달라졌더라.”

“…….”

“무엇이 너를 그렇게 변하게 만든 거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말없이 지태종의 얼굴을 바라봤다.

지태종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그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왜 웃어?”

“됐다. 네 녀석한테 해줄 말이 있어.”

“해줄 말?”

지태종은 굳은 얼굴로 손가락을 까딱였다. 마치 가까이 오라는 듯 신호에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자 지태종이 속삭이듯 말했다.

“큰형을 조심해라.”

“……!”

예상 밖의 경고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태종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오해했다.

“네놈이 지태완 그 새끼 믿고 있는 거 알아. 하지만 너무 믿지 마. 그 새끼 언젠가 뒤통수칠 놈이야.”

“…….”

지태종은 모르지만, 나는 이미 지태완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건 내가 회귀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과는 별개로 지태종이 왜 이런 경고를 나한테 한 것일까?

“왜 이런 말을 해주는 거야?”

“…….”

“뭐, 알겠어. 할 말이 그것뿐이면 이만 일어날게.”

지태종의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언더독으로 성장하고 있는 나를 지태완과의 대결구도에 편승시킬 작정인 모양이었다.

언젠가 지태완과 제대로 맞붙게 되겠지만, 지태종의 의도에 놀아날 생각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지태종이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이번에 박 이사 죽은 거. 누가 한 것 같아?”

“…….”

“지태완. 그놈이야.”

“……!”

“조심해. 너도 언젠가 한 번에 훅 갈 수도 있으니까.”

“……형이 더 조심해야 하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도 그놈의 타깃에 들어갔다는 걸 잊지 마라.”

“…….”

* * *

마침내 2R 홈 개막전 날이 밝았다.

고양 유나이티드 홈팬들은 들뜬 마음을 안고 경기장을 찾아왔다.

이미 프리시즌과 1R 제주 원정 경기에서 달라진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단의 모습을 본 팬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찌른 상태였다.

그래서일까?

고양 유나이티드는 전년과 다른 매출 상승을 겪었다.

“대표님! 시즌티켓 판매량이 작년 대비 2.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한, 오늘 개막전 경기 사전 예매만 해도 무려 1만 장이 넘습니다! 작년 홈 개막전에 고작 2000장 팔린 것에 비하면 엄청난 상승입니다!”

정소영 부장의 보고에 나는 흐뭇한 미소를 드러냈다.

작년 홈 개막전에 사전 예매와 당일 현장 예매를 합쳐 약 2,800명 정도 되는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사전 예매만 무려 1만 명!

아직 당일 현장 예매는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가변석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 그렇죠.”

작년 시즌 하반기부터 추진해오던 가변석 설립이 마침내 올 시즌부터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종합운동장 특성상 경기 시야가 좋지 않기 때문에, 기존에 트랙이 있던 골대 뒤편에 홈팬들을 위한 가변석을 마련한 것이다.

가변석은 홈팬들을 위한 VIP자리로 분류되는데 총 2,500명 정도의 인원이 앉을 수 있다.

이는 현 K리그2 팀들 중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가변석이다.

“가변석 외에도 특별 좌석 판매는 사전 예매를 통해서 모두 매진 됐습니다.”

우리는 가변석 외에 특별한 좌석들을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치킨존과 스카이박스 맥주존 그리고 스폐셜 덕후존이 있었다.

치킨존은 치킨을 먹으면서 경기를 볼 수 있는 좌석인데, 표를 예매한 고객에게 치킨 한 마리가 무료로 지급된다.

여기에 지급되는 치킨은 우리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지역 업체의 치킨이 주어진다.

스카이박스 맥주존은 경기장 2층과 3층 사이에 존재하는 특별석을 개조하여, 이곳에 예매한 고객에게는 무제한 맥주가 지급된다.

맥주도 우리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업체의 맥주가 지급된다.

마지막으로 스페셜 덕후 존은, 작년 요를과 계약하면서 기획하게 된 특별 좌석이다.

이 좌석을 이용하는 고객은 요를에서 유통하는 작품들의 캐릭터가 그려진 방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처음에 이 좌석을 만들 때 내부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 반대는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바로 ‘유리구슬’이라는 희대의 작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민국을 휩쓸고 세계로 뻗어나기기 시작한 유리구슬의 유통 회사가 바로 ㈜요를이었다.

스페셜 덕후 존은 이번 달에 유리구슬 캐릭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여기에 예매를 한 고객에게는 한정판 굿즈가 제공된다.

이 좌석은 사전 예매가 시작하자마자 1분도 안 돼서 매진되었다.

“아주 좋군. 훌륭해.”

모든 준비는 완벽하다.

이제 결과로 증명하면 된다.

“대표님. 곧 행사 시작합니다. 이동하셔야 됩니다.”

“아, 가죠.”

천지원 부장이 행사 시작을 알렸다.

나는 가볍게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천천히 행사장소인 경기장 안으로 향했다.

* * *

경기장은 이미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경기장 곳곳에 팬들이 흔드는 깃발과 응원 소리로 가득했다.

우리의 고양!

힘차게 가자!

너희들 뒤에는 우리가 함께해~!

고양 유나이티드 대표 응원가인 ‘함께 가자! 고양!’을 서포터스들이 부르고 있었다.

지난 몇 년 중에서 가장 좋은 분위기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홈팬들의 표정도 상당히 밝았다.

“좀 더 힘차게!”

확성기를 쥔 박태준이 서포터스 응원을 진두지휘했다.

박태준의 지휘 아래 서포터스들도 어느 때보다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고양 선수들도 힘이 났다.

“얼마 만이냐. 정말.”

오랜 시간 고양 유나이티드에 헌신해 온 박지원은 달라진 팀 분위기에 감격하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감격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곽찬구 감독이 목소리를 높였다.

“자자, 감동은 경기가 끝난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오늘 우리가 멋지게 이겨야 이 감동도 이어갈 수 있는 거야! 알겠지?”

“네!”

“좋아! 그럼 계속 움직인다!”

선수들은 결의를 다지며 몸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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