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39화 (39/272)

39화

본격적인 시즌을 앞두고 프로축구연맹에서 주관하는 ‘K리그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K리그1과 K리그2가 나눠서 진행하는 가운데, K리그2 클럽들이 먼저 진행하게 되었다.

각 구단은 감독과 대표 선수를 한 명씩 대동하여 참여했다.

고양 유나이티드도 곽찬구 감독과 박형우가 참여했다.

진행자로 K리그 간판 아나운서 이형욱과 윤미경이 맡았다.

미디어데이는 라이브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생중계가 되었다.

현장에는 약 300여 명의 팬들도 참여한 상태다.

K리그1의 경우 500명 정도 되는 팬들이 참여했다. 두 리그를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2026시즌 K리그 미디어데이를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자들의 멘트와 함께 미디어데이가 시작됐다.

“작년에 진행됐던 시즌이 끝나고 어느덧 새로운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네. 지난 시즌에도 리그에는 다양한 희로애락이 펼쳐졌는데요. 구단별로 다가올 새 시즌에는 어떤 각오를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겠습니다.”

“서울 다이너스티부터 진행하겠습니다.”

서울 다이너스티의 감독 정찬석이 마이크를 쥐었다.

“음, 저희가 작년에 12위로 강등당하는 바람에 팬분들과 선수단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정찬석 감독은 첫 마디부터 작년 시즌에 겪었던 수모를 언급했다.

재작년에 압도적인 실력을 보이며 K리그2를 제패한 뒤, 1위로 승격을 했던 팀이 바로 서울 다이너스티였다.

그랬던 팀이 1년 만에 강등을 당했으니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처음 서울 다이너스티의 감독을 맡게 됐지만, 저희 목표는 오로지 하나뿐입니다. 바로 ‘재승격’하는 거죠. 승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아~ 정찬석 감독님의 발언에서 승격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네요. 모쪼록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찬석 감독은 이형욱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 그럼 감독님의 의견 말고도 선수의 의견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서울 다이너스티의 이스마일 선수. 의견 말씀해주세요.”

윤미경 아나운서의 말에 정찬석 감독 옆에 서울 유니폼을 입고 앉아 있는 외국인 선수가 반응했다.

바로 이스마일이었다.

터키 출신인 그는 약 5년 전, K리그로 이적해와서 줄곧 서울에서만 활약하고 있었다.

승격과 강등을 함께 겪어본 그는 불타는 각오를 드러냈다.

“감독님과 팀 동료들 그리고 저도 승격에 대한 의지로 가득합니다. 반드시 승격해서 작년에 실망했던 팬분들의 마음을 기쁨으로 되돌리겠습니다.”

터키어로 말하자 함께 있던 통역사가 통역을 해줬다.

그러자 윤미경 아나운서가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그럼 질문 하나 더 하겠습니다. 작년에 이스마일 선수는 미드필더임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만 무려 11골을 넣었는데요. 올해는 몇 골 정도 넣으실 수 있을까요?”

통역이 이루어진 다음 이스마일 선수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보다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공격포인트보다 팀 승리가 먼저입니다.”

이스마일의 답변에 윤미경 아나운서가 환한 표정을 드러냈다.

사실 윤미경 아나운서는 서울 다이너스티의 열성적인 팬이었기 때문이다.

“이스마일 선수와 서울 다이너스티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윤미경 아나운서의 훈훈한 멘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함께 있던 이형욱이 끼어들었다.

“네, 윤미경 아나운서님. 사심 채우는 자리가 아닙니다.”

“네?”

하하하!

그 말에 현장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K리그 팬이라면 윤미경 아나운서가 열혈 서울 팬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윤미경 아나운서가 살짝 민망해하는 가운데, 이형욱이 계속 진행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제주FC로 가보겠습니다. 제주FC도 작년에 서울과 함께 강등을 당했었는데, 어떤 각오로 새 시즌에 임하는지 궁금하군요.”

그러자 제주FC의 감독 강석훈이 마이크를 쥐고 대답했다.

“작년에 저희 팀이 강등을 당하기는 했어도 이번 이적시장을 통해서 상당한 보강을 한 상태입니다. 저희도 오로지 승격이 목표입니다. 아마 다가올 시즌에서는 달라진 제주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강석훈은 표정 하나 변함없이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묘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감독님 말씀처럼 제주가 상당한 보강을 했는데요. 외국인 선수들도 모두 교체했고, K리그1에서 뛰었던 선수들도 영입이 됐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레알 제주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레알 제주라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말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네,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선수 측 의견도 들어볼까요? 박한빈 선수?”

제주FC의 중앙 수비수이자 이번 시즌 주장을 맡게 된 박한빈이 마이크를 쥐었다.

“네, 박한빈입니다.”

“박한빈 선수는 제주에서 오랜 기간 뛰었는데, 시즌마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각오로 임하시는지요?”

“감독님 말씀대로 저도 그렇고 동료들 모두 승격에 대한 의지로 가득합니다. 1위로 승격하고 싶습니다.”

“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제주FC의 발언이 끝난 후 순차적으로 다른 팀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양 유나이티드의 차례가 되었다.

“지난 시즌에 굉장한 이슈를 끌었던 팀이었죠? 바로 고양 유나이티드입니다.”

“네, 맞습니다. 시즌 중반에 팀이 전체적으로 개편이 되었는데요. 덕분에 중간 순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죠. 그런데 이번 겨울 이적시장과 프리시즌에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곽찬구 감독님의 자세한 발언을 들어보겠습니다.”

곽찬구 감독이 마이크를 쥐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다른 감독들과 선수들이 모두 곽찬구 감독 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그만큼 고양을 향한 관심이 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한 시선을 느낀 곽찬구 감독이 씩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고양의 곽찬구입니다. 저희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얘기는 듣긴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하하하.

장내에 가벼운 웃음소리가 퍼졌다.

“작년에는 사실 제대로 뭔가 보여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곽찬구 감독의 말에 윤미경 아나운서가 반응했다.

“이번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스페인 라리가 팀들을 상대하셨는데, 선수단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가요?”

“음. 우선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생겼죠. 아무래도 강한 팀을 만나서 경험을 쌓다 보니 정신적으로 강해진 것 같습니다.”

“팬들 사이에서 제주와 더불어 강력한 승격 후보팀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팬들의 반응은 당연하다 봅니다. 저희에게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이고요. 그리고 저희 목표도 승격이 목표입니다. 이왕이면 우승까지 하면 더 좋고요.”

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자 주변에 따가운 시선들이 곽찬구 감독을 향했다.

하지만 곽찬구 감독도 베테랑 축에 들어갔다.

이 정도 관심은 부담보다 즐기는 수준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제가 우승한다고 하니까 이렇게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거 제가 아이돌이 된 것 같은데요?”

하하하!

곽찬구 감독은 농담까지 던졌다.

객석에서는 팬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게스트로 나와 있는 각 구단 감독들은 웃는 게 웃는 것 같지 않았다.

여기서 곽한구 감독은 큰 거 한 방 날렸다.

“저는 승격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승격해서 꼭 복수하고 싶은 팀이 있거든요.”

“……!”

“제 발언은 여기까지입니다.”

그 말에 모두가 놀랐다.

곽한구 감독이 말한 그 팀이 어디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려는 게 보이자 이형욱 아나운서가 재빠르게 주제를 돌렸다.

“자, 그럼 선수 측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데, 오늘 여기서 또 주목받을 만한 분이 나와 계시죠? 바로 박형우 선수인데요.”

“네, 그렇습니다. 박형우 선수는 크리스토퍼 제이든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서도 활약 중인데, 놀랍게도 이번에 고양으로 이적을 했습니다.”

“박형우 선수, 발언 부탁드립니다.”

오늘 그 누구보다 주목받는 인물이었던 박형우가 마이크를 쥐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상당한 시선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박형우는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웠다.

“박형우입니다. 제가 고양으로 이적한 것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놀라워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전에 다른 곳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월드컵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고양으로 이적해 왔다고 했는데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월드컵이 올해 여름에 열리는데, 자신 있으십니까?”

“물론입니다.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렇군요. 박형우 선수는 오래간만에 K리그에서 다시 뛰게 됐는데, 어떠십니까?”

“솔직히 가슴이 떨립니다. 해외에서 오랜 기간 있다가 가끔 국대 경기할 때만 한국에 오다 보니,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K리그 팬분들 앞에서 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 생각을 하게 되니까 가슴이 무척 떨립니다.”

“UAE 리그에서 리그MVP, 득점왕과 도움왕 등 다양한 상들을 휩쓸었는데 K리그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저만의 클래스를 보여줄 겁니다.”

당당한 박형우의 발언에 현장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이형욱도 그러한 분위기를 읽고 슬그머니 질문 하나를 던졌다.

“올해 몇 골 정도를 목표로 하십니까?”

“득점이 될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개인상 하나 받을 정도로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

“……!”

박형우의 패기 넘치는 대답에 모두가 놀랐다.

개인상 수상.

그 말은 득점왕이나 도움왕을 목표로 한다는 뜻이었다. 더 나아가 리그MVP도 포함되었다.

“팀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저도 상 하나 받으면 꽤 좋은 그림이 그려질 것 같더군요.”

“아, 넵. 대단하시네요.”

베테랑 이형욱도 순간 당황할 정도로 박형우의 발언은 패기가 있었다.

그렇게 구단별 발언이 끝난 후, 진행자들이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상황들이 있었다.

“올해 우승할 것 같은 팀은 누가 있을까요?”

그 질문에 대부분의 감독과 선수들은 제주와 고양을 가리켰다.

이유는 비슷했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선수단을 이유로 들었다.

물론 선수단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우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확률은 올라간다.

그리고 팀을 이끄는 감독들의 영향도 컸다.

제주의 강석훈 감독은 과거 수원을 이끌며 FA컵 우승을 해본 경험이 있었다. 수원을 이끌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오르는 저력도 보였다. 그만큼 경험 많은 감독이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고양의 곽찬구 감독도 베테랑이다.

과거 파주FC의 전성기를 함께 한 베테랑 감독이다. 그도 팀을 이끌며 FA컵 우승을 경험했다.

하필 공교롭게도 파주FC가 FA컵 우승을 하던 때에 결승전 상대가 바로 수원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수원을 이끌던 감독이 강석훈 감독이었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의 악연이 이번 K리그2에서 이어지게 된 셈이다.

상황이 어쨌든 그만큼 두 팀은 다른 팀들 입장에서 봤을 때 기피할 수밖에 없는 팀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두 팀에 대한 질문도 나오게 되었다.

“많은 팀이 제주와 고양을 우승 후보팀으로 지목했는데요. 공교롭게도 두 팀의 맞대결이 개막전인 1R에 있습니다. 두 팀 감독님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실까요?”

이에 강석훈 감독과 곽찬구 감독은 이렇게 답변했다.

“무조건 이길 겁니다.”

각자 본인들이 있는 위치에서 승리를 다짐했다.

그러자 지켜보던 팬들도 다가올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 * *

“얼마 만에 제주도냐.”

“날씨가 좋네요.”

나와 김 비서는 제주도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나오자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며 흔들거리는 제주도의 야자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김 비서, 선수들은 내일 오지?”

“네. 내일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오케이. 계속 일정에 차질 없게 신경 좀 쓰라고 해.”

“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나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말했다.

“자, 그럼 해물라면 하나 먹고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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